2023/09/24

[과학철학] Kuhn (1996), Ch 4 “Normal Science as Puzzle-solving” 요약 정리



[ Thomas S. Kuhn (1996), 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s (3rd ed.), University of Chicago Press, pp. 35-42.

토머스 S. 쿤, 「4장. 퍼즐 풀이로서의 정상 과학」, 『과학혁명의 구조』, 김명자・홍성욱 옮김 (까치, 2013), 106-116쪽. ]

■ [p. 35, 106쪽]

- 정상 연구의 문제들은 개념적 또는 현상적인 새로움의 산출을 거의 목표로 하지 않음.

• 파장 측정에서 결과는 대부분 이전에 알려진 것이고, 예상 폭만 약간 넓어진 것.

• 쿨롱의 측정은 역제곱 법칙에 맞추어야 할 필요가 없었을 것임.

• 압축에 의한 가열을 연구하던 사람들은 여러 결과 중 하나를 얻기로 되어 있었음.

- 연구 결과가 좁은 범위에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대개 실패한 연구가 되며, 그 실패는 자연이 아니라 과학자에 관한 것임.

■ 사례: 전기적 인력을 측정한 실험 [p. 35, 106-107쪽]

- 18세기에는 접시저울 같은 장치로 전기적 인력을 측정하는 실험이 주목받지 못했음.

• 일관된 결과나 단순한 결과를 산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도출된 패러다임을 정교화하는 데 사용되지 못함.

• 실험 결과는 전기학 연구의 지속적인 발전과는 무관한, 단순한 사실로만 남음.

- 패러다임을 획득한 후에야, 실험들이 보여주는 전기적 현상의 특성을 알게 됨.

• 쿨롱과 동시대 연구자들은 인력 문제에 후기 패러다임을 적용하여 똑같은 예측을 산출함.

• 패러다임 정교화에 의해 쿨롱은 그러한 결과를 제공하는 장치를 고안할 수 있었음.

• 아무도 그 결과에 놀라지 않았으며, 쿨롱의 동시대인들은 결과를 예측할 수 있었음.

- 패러다임을 정교화하는 연구도 예기치 못한 새로움(unexpected novelty)을 추구하지 않음.

■ [pp. 35-36, 107-108쪽]

- 질문: 정상과학의 목표가 실질적인 혁신이 아니라면, 그러한 문제를 왜 다루는가?

- 답변: 패러다임의 적용가능한 범위와 정확성을 증진시키기 때문.

- 이러한 답변은 과학자들이 정상 연구의 문제에 쏟는 열정을 설명하지 못함.

• 예) 개량된 분광계를 만드는 일 등에 몇 년을 쏟아부음.

• 과학자들은 기존 기기로 더 많은 데이터를 얻는 활동을 예전부터 수행된 과정으로 보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함.

- 결과가 상세히 예측되어 흥미롭지 않더라도, 그 결과를 얻는 방법은 의문으로 남음.

• 정상연구 문제를 결론으로 이끄는 것은 예측된 것을 새로운 방법으로 얻는 것.

• 이는 복합적인 도구적・개념적・수학적 퍼즐 풀이를 요구함.

- 퍼즐 풀이에 성공하는 사람은 퍼즐 풀이 전문가로 인정받으며, 퍼즐에 대한 도전은 과학자가 연구를 지속하는 중요한 부분임.

■ 퍼즐과 정상 과학의 문제의 유사점(1) [pp. 36-38, 108-110쪽]

- 퍼즐의 표준적 의미: 풀이에서의 독창성이나 기술을 시험할 수 있는 문제들의 특정한 범주

- 퍼즐의 결과가 흥미롭거나 중요한 것인지는 좋은 퍼즐의 기준이 아님.

• 예) 암 치료, 평화를 영속시키는 방법 등은 해답이 없을 수 있음.

- 퍼즐의 특징(1): 해답이 확실히 존재함.

- 과학자 공동체가 패러다임과 함께 획득하는 것은, 해답을 가진다고 가정될 수 있는 문제를 선택하는 기준

• 하나의 패러다임은 성공적인 문제 풀이를 제공하여, 확실히 풀릴 수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구성원들에게 그러한 문제만 풀도록 권장함.

• 풀기 어려운 문제들은 탁상공론이라거나 우리 영역 외의 문제라거나 너무 복잡하다는 이유로 거부됨.

• 정상과학이 빠르게 진보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문제 해결을 막는 유일한 요소가 실행자의 재능인 문제들에만 집중하기 때문

- 과학자들이 정상과학의 문제들에 헌신하는 것은, 자신에게 재능이 충분히 있다면 이전에 아무도 못 풀었거나 제대로 못 푼 퍼즐을 푸는 데 성공할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임.

■ 퍼즐과 정상 과학의 문제의 유사점(2) [pp. 38-40, 110-112쪽]

- 퍼즐의 특징(2): 받아들일 수 있는 풀이의 본성과 그러한 풀이를 얻는 단계를 모두 제한하는 규칙이 존재함.

• 예(1): 빛의 파장을 측정하는 기계를 고안하는 사람은 특정한 스펙트럼선의 위치마다 특정한 값을 매기는 것에 만족하면 안 되고, 그 장치가 제시한 숫자들이 이론에서의 파장과 같음을 보여야 함.

• 예(2): 18세기 내내 학자들은 뉴튼의 법칙에서 달의 궤도를 유도하려고 애썼으나 실패함.

• 어떤 학자는 역제곱 법칙이 아닌 다른 법칙을 제안했는데, 이는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며 다른 퍼즐을 푼 것이 됨.

• 다른 학자들은 기존 규칙을 고수했고 1750년에 그것들이 성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함. 이는 게임 규칙 중 한 가지를 바꾸어 대안을 마련한 것.

■ 규칙들이 속하는 주요 범주(1) [p. 40, 112-113쪽]

- 과학적 법칙과 과학적 개념 및 이론에 관한 명시적 진술

- 이러한 진술들은 (영속적이지는 않았지만) 상당 기간 동안 과학자들의 풀이를 제한함.

• 예(1): 18세기 이후, 과학자들은 뉴턴의 운동 법칙을 위반하려고 하지 않음

• 예(2): 19세기 이후, 화학자들은 질량 보존의 법칙을 위반하려고 하지 않음.

• 예(3): 오늘날에도 에너지-질량 보존 법칙이나 광속 법칙을 위반하려고 하지 않음.

■ 규칙들이 속하는 주요 범주(2) [pp. 40-41, 113-114쪽]

- 기기에 대한 약속.

- 기기의 올바른 형태와 수용된 기기를 적절하게 사용되는 방법에 대한 약속 등

- 패러다임마다 독특한 기기 사용에 대한 약속이 존재하고, 이를 어기면 저항에 부딪치게 됨.

• 예(1): 불에 대한 태도 변화가 17세기 화학의 발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함

• 예(2): 19세기 헬름홀츠

• 예(3): 20세기 크로마토그래피

■ 규칙들이 속하는 주요 범주(3) [pp. 41-42, 114-115쪽]

- 유사-형이상학적 약속

• 예(1): 1630년대 데카르트의 과학 저술이 나온 이후, 대부분의 학자들은 우주가 미시적인 입자로 이루어졌으며, 자연 현상은 모두 입자의 형태, 크기, 운동, 상호작용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믿게 됨

- 이러한 약속은 궁극적인 법칙과 기본적인 설명이 어떠해야 하는지 알려줌. 법칙들은 입자의 운동과 상호 작용을 명시해야 하고, 설명은 주어진 자연 현상을 이들 법칙 아래서의 입자의 작용으로 환원시켜야 함. 이는 풀어야 할 적법한 문제가 무엇인지도 알려줌.

• 예(2): 보일은 화학적 변화를 입자들의 재배열로 설명하려고 노력함.

• 예(3): 역학, 광학, 열에 관한 연구에서도 입자설이 막대한 영향을 미침

■ 규칙들이 속하는 주요 범주(4) [p. 42, 115쪽]

- 방법론적 약속

- 이는 이것 없이는 과학자라고조차 할 수 없는 약속

• 예) 과학자는 세계를 이해하기 위하여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세계가 질서를 갖추게 된 정밀성과 범위를 확장시키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구멍이 발견되면 실험이나 이론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등

- 이와 비슷한 규칙들은 많으며, 이들은 모든 시대 모든 과학자들이 지키는 규칙임.

■ 오해의 소지에 대한 해명 [p. 42, 115-116쪽]

- 과학의 전문 분야의 연구자들은 모두 주어진 시기 동안 집착할 수 있는 규칙들을 지니지만, 그 규칙만으로 그 분야 전문가들의 활동에서 공유되는 모든 것을 규정하지 못할 수 있음.

- 정상과학은 고도로 결정적인 성격의 활동이지만, 그러나 전적으로 규칙에 의해서 결정될 필요는 없음.

- 정상과학 전통이 지닌 일관성의 원천은 공유된 규칙・가정・견해보다는 공유된 패러다임임.

- 규칙은 패러다임에서 파생되지만 패러다임은 규칙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연구의 지침이 될 수 있음.

(2024.02.10.)


2023/09/23

양복



태어나서 처음 양복을 샀다. 이종사촌 동생이 결혼하는 바람에 내가 양복을 샀다. 결혼식을 앞두고 이모들이 어머니께 연달아 전화했다고 한다. 옷을 잘 입어야 한다, 이상하게 입고 오면 안 된다, 양복 입고 오라고 해라, 자기 손으로 머리 깎지 말고 미용실 가라고 해라, 미용실 가는 김에 염색도 해라, 머리가 너무 하얗다 등등. 그렇게 양복도 사고 머리도 미용실에서 하고 염색도 했다.

원래는 학부 졸업할 때 이모들이 양복을 사준다고 했는데 학부 졸업하자마자 입대했기 때문에 나중에 사달라고 했고, 제대 후 1-2년 정도 백수 상태로 있다가 대학원에 들어가서 양복 사주는 것은 없던 일이 되었다. 대학원 입학 이후에도 딱히 양복 입을 일이 없어서 행사 때 입을 정장 윗옷 정도나 샀다. 가령, 결혼식 가면 바지는 청바지 입고 윗옷이나 정장 윗옷을 입고 가는 식이다. 어차피 내 결혼식도 아닌 데다 누가 나를 신경 쓰겠는가? 취업하려면 아직도 몇 년은 남았고, 학부 강의를 해본 적은 없지만 한다고 해도 교수도 아니니 굳이 양복을 입고 할 필요도 없을 것이었다. 고등학교에서 하는 아르바이트도 반바지만 안 입지 편하게 입고 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시급을 더 주는 것도 아니고, 안 부를 건데 더 부르는 것도 아니라서 적당히 대충 입고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모들이 어머니께 계속 전화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서도 나는 이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됐다고 하고는 옷장에서 정장 윗옷을 꺼내 입으려는데, 옷에 팔이 들어가지 않았다. 입었는데 불편하다거나 단추가 안 잠기는 것이 아니라 아예 팔이 안 들어갔다. 내가 벌크업을 한 것도 아니고 밤에 맥주나 벌컥벌컥 마신 것밖에 없는데 몸이 불어서 그렇게 되었다. 주말에 양복 상・하의와 구두를 샀다. 원래는 훨씬 저렴한 곳에서 구입하려고 했는데 거기에는 내 몸에 맞는 크기의 옷이 없었고, 그 옆집에 갔더니 가게 주인이 맞지도 않는 옷을 입혀놓고는 억제로 팔려고 해서 가게를 나왔고, 다시 그 옆집에 가서야 양복과 구두를 구입할 수 있었다.

주말에 양복을 구입하고 며칠 후 미용실에 가서 커트와 염색을 했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미용실에 갔지만, 중・고등학교 때와 학부 때는 이발소에 갔고, 군대 다닐 때부터 혼자 머리를 깎았다. 당시 나는 현역 병사이기는 했는데 상근예비역이라서 이발병이 부대에 있는 병사부터 다 깎은 다음 출・퇴근하는 상근예비역의 머리를 깎아주었는데, 가만 보니까 혼자 깎아도 이발병이 하는 것과 비슷하게 깎을 것 같아서 집에서 혼자 이발기로 머리를 깎기 시작했다. 처음에 작전과장이 내 머리를 보고 “누구야? 누가 머리를 이렇게 깎았어? 당장 그 놈 잡아서 영장 보내!”라고 해서 내가 영창을 갈 뻔 했다. 하여간 나의 이발 기술이 이후에 미세하게 늘기는 늘었다. 거의 30년 만에 미용실에 가서 커트와 염색을 하고 5만 원을 냈다.

결혼식장에 적합한 머리 모양과 복장을 하고 가니 사람들이 좋아했다. 몇몇 사람은 나를 못 알아보기도 했다. 셋째 이모부한테 인사를 하니 이모부가 나를 스윽 보기만 하고 인사도 안 하고 다른 곳으로 가길래 “저 ◯◯이에요”라고 말하니까 이모부는 그제서야 눈을 동그랗게 뜨며 “어? ◯◯이냐?”하고 인사하셨다. 어머니께 들으니 결혼식 끝나고 며칠 뒤에도 이모들에게서 전화가 계속 왔다고 한다. 결혼식장에서 보니까 새신랑 같더라, 앞으로도 옷을 그렇게 입으라고 해라, 얼굴이 밝더라, 머리도 미용실에서 깎으라고 해라, 머리가 검으니까 젊어 보인다 등등. 그런데 얼굴은 원래도 밝았다.

양복을 입고 나서 알게 된 게 있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초기에 왜 이상한 행동을 했는지, 왜 그렇게 다리를 쫙 벌리고 고개를 1초에 두 번씩 돌렸는지를 알게 되었다. 아마도 체질과 성격 때문이었을 것이다. 몸에 살이 찌고 열이 많은 사람이 갑갑한 것을 못 견디는 성격일 경우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1초에 두 번씩 돌리는 것은 경추의 문제가 아니라 덥고 답답해서 몸부림치는 것이고 다리를 쫙 벌리는 것도 땀이 차서 그러는 것이다. 사촌동생의 결혼만 아니었어도 내가 그럴 뻔했다.

하여간, (비교적 자주 보는) 친척들이 결혼식장에서 나를 그렇게 반가워하는 보고, 아르바이트 시급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양복을 입고 가고 그 수준 미만이면 평소대로 입고 가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2023.07.23.)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예언한 알라딘 독자 구매평 성지순례

졸업하게 해주세요. 교수되게 해주세요. 결혼하게 해주세요. ​ ​ ​ ​ ​ * 링크: [알라딘] 흰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소설 ( 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4322034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