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정◯◯ 기자가 정말로 나를 고소하려나 보다. <네이버>로부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대신하여 네이버에서 안내드립니다”라는 이메일을 받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명예훼손분쟁조정팀에 정보제공 청구 건이 접수되었기에 당해 위원회로 의견을 제출하실 수 있도록 안내”한다는 내용이다. 정◯◯ 기자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명예훼손분쟁조정팀에 정보제공 청구를 했으니 이의신청 할 생각이면 기한 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서면(우편, 구술, 전자문서 등)으로 제출하라고 한다.
정보제공 청구서에 따르면, 정◯◯ 기자는 내가 블로그를 통해 정◯◯ 기자의 명예를 훼손했으니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소 제기를 위한 성명, 주소, 생년월일 등을 알려달라고 했다고 한다.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공연성, 특정성, 비방의 목적이 충족되어야 한다. 이 경우는 공연성과 특정성은 충족되고 비방의 목적이 문제가 될 것인데 나는 도대체 정◯◯ 기자를 어떻게 비방했나? 정보제공 청구서에는 이렇게 그 근거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정◯◯ 기자가 그 동안 글쓰기 칼럼을 연재하고 글쓰기 교육 책도 냈다는 사실이다. 한 신문사에서 글쓰기 칼럼을 맡은 사람의 글이 이 정도라는 것은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내가 욕을 한 것도 아니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도 아니고 기자가 글을 못 써서 글을 못 쓴다고 한 마디 한 거 가지고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한 짓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면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인가,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인가? 명예훼손죄는 공연히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므로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든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이든 둘 중 하나에 해당되어야 할 것이다. 일단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은 아니다. 글을 못 쓴 것도 맞고, 신문사에서 글쓰기 칼럼도 연재했고 글쓰기 교육 책도 냈기 때문에 허위사실이 하나도 없다. 그러면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인가? 그렇다면 정◯◯ 기자는 본인이 글을 못 쓴다는 것이 사실임을 인정하는 것인가? 아니면 정◯◯ 기자는 본인이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글을 못 쓴다고 한 것이 허위사실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러면 나는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한 뒤 법원에서 판사 앞에서 정◯◯ 기자의 글을 분석하면서 왜 못 썼는지 설명하고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에서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혐의가 바뀌어야 하는 것인가? 이럴 거면 아예 처음부터 모욕죄로 걸었으면 되는 거 아닌가? 정◯◯ 기자는 기자가 글을 못 썼다고 말하는 것이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음을 애초부터 알았을 것이고, 그래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여 나에게 겁을 주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명예훼손분쟁조정팀에 이의신청서를 낼 것이다. 진짜로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는데, 소송으로 넘어가면 나는 끝까지 갈 것이다. 일단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던 <한겨레> 기자가 자기보고 글 못 썼다고 지적한 <한겨레> 주주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건”에 대한 소셜 펀딩으로 시작할 것이다. 얼마나 모일지는 모르겠으나 그렇게 소송 비용을 마련하고 진행 과정을 중계할 것이다.
기자가 글 못 썼다고 한 마디 한 사람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일이 이전에 있었나? 찾아보지 않았지만 아마도 이런 일이 대한민국 수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일 것이다.
* 뱀발(1)
어머니께 내가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수 있다고 하면서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하자 어머니는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기자가 우리 ◯◯이한테 혼나려고 그러나 보네?” 어머니께서 건설업체에서 보낸 내용증명 서류만 보고도 사색이 되었던 것이 불과 몇 년 전 일인데 그 동안 이렇게 바뀌었다.
* 뱀발(2)
정◯◯ 기자는 “‘윤석열차’와 윤석열 정부의 ‘표현의 자유’”라는 칼럼에서 다음과 같이 표현의 자유를 강조한 바 있다.
‘표현의 자유’는 헌법에 나와 있는 자유권적 기본권의 하나다. 자기 생각이나 의견을 억압받거나 검열받지 않고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뜻한다. 대한민국 헌법은 21조에 이런 내용을 규정해놓았다. ‘표현의 자유’는 근대 서양 사회에서 시민이 자유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최근 문화예술 분야에서 ‘표현의 자유’ 논란이 일었다. 고등학생이 그린 대통령 풍자 카툰인 <윤석열차>가 그 진원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이 그림을 조처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국정감사로 번졌다. [...] 이 그림은 카툰이란 형식을 빌려 우리 사회 최고 권력자를 풍자하고 비판한 것이다. 권력 집단은 견제받아야 한다는 건,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이다. 그 견제 방법 가운데 하나가 카툰 또는 만평이다.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은 표현의 자유에 있습니다.’ 2월18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후보가 페이스북에 쓴 글이다. 윤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 연설 13분 동안 33번이나 ‘자유’를 말할 정도로 ‘자유’를 국정 키워드로 내세우고 있다. 한동훈 장관은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의 페이스북을 다시 한번 챙겨 봐야 할 것 같다.
정◯◯ 기자는 9개월 전 자기가 쓴 칼럼을 다시 읽어보아야 할 것 같다.
* 링크(1): 정◯◯과 괴벨스
( https://blog.naver.com/yabrielus/222016222109 )
* 링크(2): [한겨레] ‘윤석열차’와 윤석열 정부의 ‘표현의 자유’ / 정혁준
( 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63862.html )
(2023.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