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이가 사라진 지 일주일이 넘었다. 새끼 다섯 마리나 낳아놓고는 사라졌다.
늙은 화천이가 더 이상 새끼를 낳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불임 수술을 받게 하려고 했는데 어머니는 짐승한테 돈을 들이는 게 말이 되냐고 반대했다. 그 사이에 화천이는 또 배가 불러왔고 새끼를 낳았다.
새끼를 낳은 지 며칠 후, 이전에 낳았던 화천이 새끼들이 대문 안으로 못 들어오고 있다는 소식을 어머니로부터 들었다. 새끼를 다섯 마리나 낳았으니 화천이가 아직 덜 자란 새끼들을 내쫓았나 싶었다. 어떻게든 잘 구슬려서 다 같이 살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기숙사에서 집에 돌아왔을 때 화천이는 보이지 않았다. 화천이가 며칠 전부터 아침에만 잠깐 보이더니 언제부터인지 보이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집에 못 들어오고 있다던 화천이의 덜 자란 새끼들은 현관문 앞에서 놀고 있었고, 화천이가 낳은 새끼는 화천이의 다 자란 새끼가 젖을 먹이고 있었다. 새끼도 배지 않았는데 젖이 나와 화천이 새끼들에게 젖을 먹였다.
화천이가 울 때마다 밥을 주었고, 다른 새끼들이 화천이 밥을 빼앗아 먹으려고 해도 다른 새끼들을 다 쫓아내고 화천이에 밥을 다 먹을 때까지 화천이를 못 건들게 했고, 항상 다른 고양이보다 화천이 위주로 했다. 그런데도 화천이가 없어졌으니, 화천이가 집을 나간 건지 새끼들한테 밀려서 쫓겨난 건지 돌아다니다 사고를 당한 건지 알 수 없었다. 예전에도 화천이가 집을 나간 적이 있기는 했지만 2-3일을 넘긴 적은 없었다. 동네를 돌아 다녀보고 빈 집에도 가보았지만 화천이는 없었다.
집 나갔던 고양이가 몇 년 만에 다시 돌아온 적이 있었다. 고양이의 기억력이 얼마 안 된다고 알고 있는데 그 고양이는 집에서 살았던 기억이 남았는지 대문 안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그 사이에 너무 늙어서 뛰지도 못하고 걸음도 제대로 못 걸었다. 대문 안쪽으로 들어올 때도 여느 고양이처럼 대문 문턱을 폴짝 넘는 게 아니라 한 발씩 겨우 겨우 올렸다.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에효 에효” 하는 소리를 냈다. 그렇게 늙은 고양이가 현관문 쪽으로 다가오니 집에 살던 그 고양이의 손자나 증손자뻘 되는 고양이들이 울고 아우성을 쳤다. 늙은 고양이는 현관문으로 오다가 결국 마당 구석에 있는 수돗가에 쭈그려 있다가 오줌을 질질질 쌌다. 어머니는 화가 나서 소리쳤는데 할머니는 “늙으면 다 저런다”면서 우셨다. 그러고 조금 이따가 늙은 고양이는 “에효 에효” 하는 소리를 내며 힘겹게 대문 밖을 나섰다.
집 나간 지 몇 년 만에 돌아온 고양이처럼 화천이가 돌아온다면 집 밖에 살 수는 없을 테니 집 안에 살게 하기로 어머니와 합의를 보았다. 어머니는 동물 나오는 프로그램 볼 때마다 털 있는 짐승을 집 안에서 키우는 여자랑은 절대로 결혼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는데, 화천이만은 예외로 하기로 했다.
마당에 뛰어다니는 고양이는 세 마리인데 여전히 고양이 사료는 밥그릇 네 개에 나누어주고 있다.
(2023.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