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26

영화 <컨버세이션>을 보고

서울 노원에 있는 <더숲 아트시네마>에서 영화 <컨버세이션>을 보았다. 학부 선배가 영화를 찍었다고 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보러 갈 생각은 안 했는데, 학부 후배에게 연락이 와서 주말에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내 취향에는 맞지 않았으나, <씨네21>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영화가 끝난 뒤 GV를 했다. 영화 감독과 배우가 관객을 만나는 것을 GV(Guest Visiting)라고 한다고 한다. GV 시작하기 전에 대기 중인 감독과 배우를 만났다. 오랜만에 만나서 학부 선배인 감독과 반갑게 인사하는데 옆에 있던 조은지 배우가 약간 놀라는 것 같았다. 내가 조은지 배우한테 인사하는 줄 알았는데 감독하고 인사해서 놀란 건가 싶었다.

GV에는 감독, 조은지 배우, 송은지 배우가 참석했다. 관객들이 신기하고 오묘한 질문을 했고 감독은 평범하게 답변했다. 송은지 배우는 영화에 조은지 배우와 박종환 배우가 참여한 영화에 자기도 참여하게 되어서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조은지 배우는 아는데 박종환이라는 배우가 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축구감독 박종환까지는 아는데 배우 박종환이라니. <타인은 지옥이다> 등 여러 드라마에 출연한 유명한 사람이라는 것을 나중에 들었다. 나는 드라마를 보지 않아서 몰랐다.

GV가 끝나고 학부 선후배들과 저녁 식사로 감자탕을 먹고 있을 중간에 감독이 식사 자리에 합류했다. 그리고 조은지 배우가 왜 놀랐는지에 대한 뒷이야기를 해주었다. 감독이 나를 만나 편하게 인사하고 내가 관객석에 돌아가고 나서 조은지 배우가 약간 놀라서 감독한테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둘이 무슨 사이야? 저 분 연배가 있으신 거 같은데 되게 친한가 보네?” 어쨌든 나는 조은지 배우가 감독으로 연출한 <장르만 로맨스>를 재미있게 보았었다.

식사하다가 보니, 감독이 조국 교수와 꽤 닮았음을 깨닫게 되었다. 영화 홍보에 고민이 많던 감독에게 나는 조국 교수를 성대모사 할 수 있는 사람을 섭외해서 감독이 더빙하는 것은 어떠냐고 제안했고, 당연하게도 감독은 이를 거절했다. 그런데 학부 선후배들 모두 감독이 조국 교수와 닮긴 닮았다고 했다.

* 뱀발: 조은지 배우는 입 근처에 뭐가 많이 나서 마스크를 벗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 링크: [씨네21] ‘컨버세이션’, 영화가 발견한 대화의 요소들

( http://m.cine21.com/news/view/?mag_id=102066 )

(2023.02.26.)

2023/04/25

2023/04/21

고등학교 교과 융합형 과제에서 해볼만한 것?



고등학교에서 교과 융합형 과제나 토론 같은 것을 한다고 들었다. 예를 들어, 한 주를 ‘독도 주간’으로 정해서, 지구과학에서 보는 독도의 지질, 사회과목에서 보는 국제법상의 독도, 한국사에서 보는 독도 같은 것을 진행한다고 한다. 교사들이 주어진 환경에서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열심히 하는 것은 알겠으나, 사실 별로 흥미로워 보이지는 않는다. 학생들한테 물어보지는 않았으나 학생 입장에서도 그렇게 흥미로워할 것 같지는 않다. 기존 교과를 가지고 창의네 융합이네 해봐야, 기존 자료를 중위권 고등학생 수준에 맞춘 것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동아리에서 탐구까지는 아니더라도 맛보기 정도로 교과 이외의 것을 학생들에게 보여준다면 어떨까? 한문 시간에 ‘우공이산’이라는 사자성어를 배우고 해당 성어의 유래가 되는 『열자』 원문을 읽고 해석했다고 하자. 그 다음에 할 것은 우공의 행동이 본받을 만한 것인지 평가하고 토론하는 것이다. 어떤 일을 꾸준히 하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인지 토론할 수도 있고, 우공의 정신나간 발상을 왜 우공의 가족들은 순순히 따랐을지 상상해 볼 수도 있다. 가령, 우공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이 생계를 팽개치고 산을 옮기려고 한 것을 보면 우공이 재력가일 수도 있다든지 등등.

친구들과 한가롭게 대화하고, 웃고 떠들고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도록 한 다음에는 각 분야 전문가나 준-전문가를 모셔와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도 있다. 경제학과 쪽 외부 강사를 모셔 와서 비용-편익 분석에 대해 특강하고, 지리학과 쪽 강사를 모셔 와서 태항산과 왕옥산의 지리에 대한 강의를 한 후 해당 산을 없앴을 때 예상되는 변화들에 대해 토론하고, 지질학과 쪽 강사를 모셔 와서 중국 태항산과 왕옥산의 지질에 대해 특강을 하고, 토목공학 쪽 강사를 모셔 와서 산을 어떻게 뚫는지 알아보고, 산의 질량을 어떻게 측정할지를 고민해 보고, 관련 전문가를 모셔 와서 페르미 추정 같은 것은 어떻게 하는지 시범을 보고, 당시 기술로 가능한 하루 작업량을 추정해 본다고 해보자. 이런 식으로 하면 우공이산 하나 가지고도 1년이 후딱 갈 것이며, 학생들이 자기가 가고 싶은 학과에 진학할 때 동아리에서 한 우공이산 프로젝트를 가지고 발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하자면, 예산도 예산이지만 어디서 누구를 섭외해야 할지부터 난관에 부딪칠 것이다. 그래서 결국 일반 고등학교에서 할 수 있는 독서 토론이라는 것은 기계공학과에 진학할 학생이 『어린 왕자』를 읽고 진로 탐색 및 진학에 도움을 받았다는 식의 말도 안 되는 감상문을 써내는 것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기계공학과에 진학할 학생에게 『어린 왕자』가 어떤 도움이 되었을까? 자기소개서에 “4학년 때 <차량 동역학>을 배우게 된다면 나는 2학년 때 <동역학>을 배울 때부터 설레기 시작할 것이다”라고 쓰려나?

(2023.02.21.)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예언한 알라딘 독자 구매평 성지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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