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18

개비온 세 개를 하나로 묶어서 만들다



내가 처음 만든 개비온을 어떤 놈이 차로 들이받았다. 정확히 언제 차로 들이받았는지는 모르겠으나 몇 달 전에 그 사실을 확인했다. 가로로 눕혀서 만들 것을 일부러 세로로 세워서 만들었는데, 기울어지지 말라고 땅을 파고 돌을 깔아 간단한 기초 공사를 하고 수평을 맞추었는데, 배부름 현상이 나타나지 말라고 중간중간에 철사로 잡아주었는데, 외관상 보기 괜찮으라고 속은 폐콘크리트를 쓰면서도 겉은 자연석을 썼는데, 그런 개비온을 어떤 놈이 차로 들이받은 것이다. 화가 안 날 수 없었다. 누구인가? 누가 내 개비온을 들이받았는가?





아마도 근처 전원주택 공사 현장에 출입하는 공사 차량이 내 개비온을 받았을 것이다. 덤프 트럭이 간혹 실수로 진입로를 혼동하여 공사 현장이 아니라 우리집 쪽으로 내려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 때 들이받은 게 아닌가 싶다. 두 달 전에는 내가 집에 있을 때 덤프 트럭이 우리집 쪽으로 내려오다가 후진으로 거슬러 올라간 일도 있었다.






곧바로 시청에 민원을 넣었어야 했는데 여러 일이 있어 정신이 없어서 8월 중순 쯤에 민원을 넣었다. 내가 넣은 민원의 내용은, 시청에서 전원주택 단지에 허가한 진입로는 서쪽 길인데 전원주택 공사 차량이 동쪽 길을 이용하여 주민의 안전이 위협받고 도로가 파손되고 있으니 동쪽 길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라는 것이었다. 전원주택 단지는 서쪽 길을 진입로로 하여 건축 허가를 받았고, 실제로도 서쪽 길이 멀쩡하게 있다.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사용하지 않고 엉뚱한 길을 사용하여 마을에 피해를 주는 것은 시청이 막아야 하는 일이고, 만일 서쪽 길을 사용하기 어려운데도 시청이 허가를 내준 것이라면 시청이 잘못한 것이므로 업체가 왜 서쪽 길을 사용하지 않는지 조사하고 동쪽 길을 사용하지 않게끔 해야 한다. 한 달 전에 민원을 넣었는데 시청에서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답변연장 신청을 두 번 했다.

서쪽 진입로를 사용할 수 없는지, 사용할 수 있는데 사용하지 않는 것은 시청에서 조사할 일이고, 나는 나대로 내 개비온을 들이받은 자에 대한 복수를 해야 했다. 아마도 개비온을 하나만 세우니까 만만해 보여서 운전자가 주의를 덜 기울인 것 같았다. 보자마자 공포심이 들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들이받으면 내가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끔 만들려면 일단 크기가 커야 했다. 여러 개를 한 번에 연결해서 세우기로 했다. 어차피 누군가가 또 들이받을 수 있으니 이번에는 외관상 보기 좋으라고 속돌과 겉돌을 다르게 할 필요도 없었다. 폐-콘크리트만으로 개비온 속을 채워넣기로 했다. 다니는 사람이 적을 때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추석 연휴 동안에 개비온을 세웠다. 남들은 송편을 만들 때 나는 개비온을 만들었다.

각 변이 두 배 커보이도록 하려면 개비온 네 개를 연결해야 하지만, ㄴ자로 만들면 세 개만 연결해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개비온 세 개를 ㄴ자로 연결한 다음 그 면적만큼 땅을 팠다. 삽 깊이만큼 땅을 한 다음 돌을 구해서 넣고, 개비온 뼈대를 올리고 자갈을 조금씩 넣으면서 수평을 맞추었다. 뼈대 세 개를 연결할 때 잘못 연결해서 수평이 약간 안 맞기는 했지만 큰 문제는 없겠다 싶어서 개비온 뼈대 안에 돌을 채워 넣었다. 환경을 생각해서 자연석은 안 쓰고 폐-콘크리트만으로 개비온을 채웠다. 화강암의 단위 비중이 2.5-2.7인 것을 감안하면 내가 손수레로 나른 돌이 2톤 정도 될 것이다.

내가 작업하는 것이 신기한지 지나가던 노인들이 나보고 무엇을 하느냐고 물었다. 나는 간단히 답했다. “공사한다고 큰 차가 다녀서 보행자 안전을 위해 개비온을 만들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내 복수를 위한 것이지만 공적으로는 마을 노인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니까 거짓말은 아니었다. 내 답변을 들은 노인들은 대부분 좋아했다. 어떤 할머니는 개비온을 더 크게 만들라고도 했다.

옆옆집에 사는 중장비 기사 아저씨는 내가 개비온 만들기 시작할 때 개비온 세트 하나에 얼마나 하느냐며 관심을 보였는데, 내가 개비온을 거의 다 만든 것을 보고는 “아유, 어떻게 이렇게 잘 만들었어? 돌이 딱딱 맞네”라고 하며 감탄하고는, 현장에서 본 이야기를 했다. 내가 재능이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원래는 개비온의 뚜껑까지 돌을 꽉 채운 다음에 뚜껑을 닫아야 하는데, 그렇게 돌을 꽉 맞추자면 시간이 많이 걸려서 일단은 임시로 뚜껑을 닫아놓았다. 현 상태로도 개비온이 충분히 기능을 하기 때문에 일단은 현 상태로 두고, 시간 날 때 돌을 마저 채워 넣을 생각이다.

(2022.09.18.)


2022/11/16

[경제학의 철학] Maziarz (2020), Ch 1 “Introduction” in The Philosophy of Causality in Economics 요약 정리 (미완성)



[ Mariusz Maziarz (2020), The Philosophy of Causality in Economics: Causal Inferences and Policy Proposals (Routledge), pp. 1-10. ]

1.1 The meaning of causality

1.2 On referentialist semantics, case studies, and the choice of sample

1.3 The structure of the book

1.1 The meaning of causality

1

네 가지 다른 접근

(1) 인과에 관한

(2) 역사적 발전

(3)

(4)

1.2 On referentialist semantics, case studies, and the choice of sample

1.3 The structure of the book

(2023.11.23.)


2022/11/15

[외국 가요] 스테파니 포트리 (Stephanie Poetri)

Stephanie Poetri - I Love You 3000

( www.youtube.com/watch?v=cPkE0IbDVs4 )

(2022.11.16.)

유튜브 채널 <과학드림>의 운영자를 <선배와의 만남>의 연사로 모시게 된 사연

철학과 학부 수업인 <과학철학>을 가르치는 동료 대학원생이 수업을 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를 이야기한 적이 있다. 가끔씩 학생들이 찾아와서 수업을 들으며 자신의 굳건했던 과학관이 흔들리는 경험을 했다고 실토할 때, 동료 대학원생은 수업하는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내가 그 이야기를 듣고 동료 대학원생에게 물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공계 학생들이겠죠?” 동료 대학원생은 그렇다고 답했다. 나는 한 마디 덧붙였다. “수업을 듣고 과학관이 흔들렸다는 것은 어쨌든 과학관이 있었다는 거니까요.”

나는 과학 활동의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 과학철학을 가르치는 것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교양이 늘어나는 것은 좋은 일이겠지만, 과학 문외한들이 과학철학 수업 좀 듣는다고 과학에 대한 이해가 늘어날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과학철학 수업이 과학에 대한 건전한 태도를 담보하는지도 의문이다. 과학 문외한이면서 똑똑하지도 않은 인문대생이 과학철학 수업에서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를 읽는다고 하자. 그 학생이 ‘경제학과 복수 전공하면 연습 문제를 열심히 풀어야겠다’고 생각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상한 상대주의자가 될 가능성도 그렇게 낮지는 않다. 쿤이 자기가 상대주의자 아니라고 죽을 때까지 말하고 다녔다고 한들, (멀쩡한 철학과 말고) 망한 철학과의 학부생에게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내가 학부 다닐 때의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어디서 이상한 소리를 듣고 왔는지 “과학은 사유하지 않는다” 같은 소리를 하도 다니던 학생들이 있었다. 사유하지 않는 것은 과학이 아니고 자기일 테고 그러니까 그딴 소리나 하면서 돌아다녔겠지만, 그런 놈들이 돌아다니는 판에 과학철학 수업을 한들, 그리고 수업을 잘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더 나아가, 과학사나 과학기술학에서 과학과 종교의 관계가 어떻다고 하든, 과학과 냉전이 어떻다고 하든, 그게 학생들에게 과학에 대한 이해를 늘려줄까?

한국에 대학이 서울대만 있는 것도 아니고, 대학생이 모두 다 똑똑한 것도 아니다. 과학학 관련 교양 수업이 대학에서 늘어나면 좋기는 좋겠지만, 과학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좋을 것이라고 나는 믿지 않는다. 오히려 필요한 것은 과학학이 아니라 교양 과학일 수도 있다. 가령, 실제로 자연과학에서 어떤 식으로 추론하고 논증하는지 보여준다면, 아무리 멍청하다고 해도 자기가 사유하지 않아놓고 과학은 사유하지 않는다고 하지는 못할 것이고, 경제학에서 어떤 식으로 추론하고 예측하는지 보여준다면, 아무리 근성이 썩었다고 해도 경제학이 이데올로기의 산물일 뿐이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과학철학>을 수업을 맡은 대학원생에게 대충 위와 같은 이야기를 하며 유튜브 채널 <과학드림>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과학드림>에서는 단순히 사실 전달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학의 비교적 최근 논쟁에 관한 리뷰를 하는데, 과학학 수업보다는 그런 식의 교양 과학이 과학에 대한 건전한 태도를 가지게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것이 나의 주장이었다.

마침 내 이야기를 들은 대학원생은 학과 조교이기도 했다. 과학학과에서는 학기 중 한 달에 한 번씩 <선배와의 만남>이라는 행사를 해서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는다.(여기서 선배는 꼭 대학원 선배일 필요는 없고 인생 선배 같은 넓은 의미의 선배다.) 기존의 <선배와의 만남>에 섭외된 선배가 학술 분야로 편중되었으니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모시자는 학생 의견이 나왔고, 그래서 학과 조교는 과학 유튜버를 모실 생각을 했는데, 내 이야기를 들으니 <과학드림>의 운영자를 모셔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렇게 <과학드림> 채널의 운영자를 오늘 진행한 <선배와의 만남>의 연사로 모시게 되었다.

(2022.09.15.)

[외국 가요] 빌리 홀리데이 (Billie Holiday)

Billie Holiday - I’m a fool to want you ( www.youtube.com/watch?v=qA4BXkF8Dfo ) ​ Billie Holiday - Blue Moon ( www.youtube.com/watch?v=y4b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