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인 사건이 있을 때마다 조국 교수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화제가 된다. 마치 미래를 내다본 것처럼 사람들의 정치적 판단에 필요한 지침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괜히 “조국경”이니 “조만대장경”이니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조국 교수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이용한 2차 창작물을 만들 수도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상업적인 성공도 가능할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냥 정치적인 사건이 터질 때마다 조국 교수의 혜안에 감탄하고 웃어넘기기에는 너무도 가치 있는 자료다. 사람들이 “조국경”이라고 하는데 정말로 일종의 경(經)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동아시아에서 ‘경’이라고 부르는 것도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주역은 64괘로 구성되고 괘사와 효사가 붙고 이를 설명하는 십익(十翼)이 있다. 전설 같은 이야기에 따르면 복희가 8괘를 만들고 문왕이 64괘와 괘사, 효사를 만들고 공자가 십익을 지었다고 한다.(물론,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이것이 조국 교수 어록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각 괘사와 효사에 해당하는 조국 교수 어록을 찾아서 일대일로 짝을 맞춘다면, 점을 보고 해설해주는 스마트폰 어플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어플 이름은 주역(周易)에서 따와서 <조역>(曺易)이라고 하면 되겠다.
<조역> 어플은 이렇게 구성된다. 우선, 어플을 켜면 조국 교수가 머리를 뒤로 넘기며 활짝 웃으면서 등장한다. 조국 교수가 못 생겼으면 어록만 쓰면 되는데 잘 생겼으니 얼굴까지 사용해야 한다. 점을 칠 때 그냥 점괘가 나오면 다른 인터넷 점과 차별화가 안 되니, 산가지를 이용해서 점괘를 뽑는 장면을 보여준다. 점괘에 해당되는 내용은 조국 교수의 목소리로 읽어준다. 조국 교수를 모셔서 직접 녹음하기는 힘들 테니 조국 교수 성대모사 하는 개그맨들을 고용하면 될 것이다.
점괘는 어떻게 나오는가? 예를 들어 주역의 열한 번째 괘인 지천태를 뽑았다고 하자. 원래 괘사는 “태괘는 작은 것이 가고 큰 것이 오니 길하고 형통하다”(泰 小往 大來 吉亨)는 것이다. <조역>에서는 “일말의 연민이나 동정심도 사라지게 만드는 퇴장이다”라고 풀이한다.
<조역> 어플을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당연히 조국 교수의 승인이다. 승인을 받고 인문학 컨텐츠 뭐시기 지원사업 같은 데 이러한 사업 계획을 출품한다면 매우 높은 확률로 뽑힐 것이다. 인문학 컨텐츠라고 나오는 것이 잘 해봐야 만화, 게임, 영화 같은 데 역사나 문학을 찔끔 뿌리는 정도인데, 그런 것들이 어떻게 주역을 이기겠는가? 주역으로 인문학 컨텐츠를 만들겠다는 사람이 없을 테니까 거의 선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개발 인력은 둘로 나뉜다. 하나는 기술적인 부분을 책임질 사람들이고 다른 하나는 내용적인 부분을 책임질 사람들이다. 학내 벤처 한다는 애들 중 태반은 스마트폰 어플 만든다는 애들이니까 잘 나가는 팀을 꼬셔서 기술적인 부분을 해결하면 된다. 내용적인 부분은 동양철학 교수를 통해서 인력을 지원받으면 될 것이다. 잡일할 학부생, 실질적으로 일할 석사과정생, 걔네들 관리할 박사과정생을 꼬시면 해결된다. 물론, 수익을 공정하게 배분해야 할 것이다.
<조역>을 만들 수 있다면 같은 방식으로 <조국비결>(曺國秘訣)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토정비결>에 해당되는 풀이를 조국 교수 어록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2020.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