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사는 사람이 모두 농사를 짓는 것은 아니다. 농사만 지어서는 먹고 살기 힘들기 때문에 상당수는 공장이나 회사에 다닌다. 그런 사람들은 시골에 살더라도 농사지을 줄 모른다. 읍내에서 자영업 하는 사람들도 농사지을 줄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다.
어머니는 미용실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미용실 주인이 텃밭에 가지와 방울토마토를 심었다. 식구들끼리 먹을 정도만 조금 심으려고 한 것이었다. 그런데 텃밭에 가지와 방울토마토가 너무 많이 열리는 바람에 남편하고 싸웠고, 너무 심하게 싸워서 하마터면 이혼할 뻔 했다고 한다. 많이 심어봤자 정도가 있지 얼마나 주책맞게 많이 심었길래 그렇게 심하게 싸웠단 말인가. <잭과 콩나무>에 나오는 콩을 심은 것도 아니지 않은가.
4인 가족 기준으로 가지 모종은 세 개 정도 심는 것이 적당하다. 원래는 모종 두 개만 심어도 되지만 두 개 심었다가 한 개만 살아남으면 약간 아쉽기 때문에 세 개를 심는 것이다. 세 개가 모두 살아남으면 4인 가족이 다 먹기에 너무 많은 가지가 열려서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게 된다. 방울토마토 모종도 같은 이유로 세 개 정도 심는다. 시골 사람들이 인심이 좋다고 하는데 그 배경에는 농업생산성의 향상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면 미용실 주인은 모종을 몇 개나 심었는가? 가지 모종 50개, 방울토마토 모종 50개를 심었다고 한다. 이 정도면, 100명에게 가지와 방울토마토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
차라리 모종이 다 죽었다면 미용실 부부는 싸우지 않았을 것이다. 모종이 죄다 살아서 어마어마한 양의 가지와 방울토마토가 매달린 것을 보고 남편은 격분했고, 결국 가지와 방울토마토를 낫으로 다 베어버렸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 그 둘은 싸웠던 것이다. 왜 이렇게 많이 샀느냐, 종묘상 주인이 이 정도 심으면 된다고 해서 샀다,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많이 사느냐 등등.
이야기를 여기까지만 들으면, ‘역시나 시골 사람들은 폐쇄적이고 외지인들에게 적대적이구나’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미용실 주인의 남편은 동네 토박이이고 종묘상 주인과 중고등학교 동창이기 때문이다. 시골은 그런 곳이다.
도시는 인심이 각박하고 시골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시골이 평화로워 보이는 것은 시골에 살지 않기 때문이다. 옛날 사람들이 달나라에는 토끼들이 평화롭게 절구나 찧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도 달에 가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2020.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