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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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5
왜 경제기자들은 김상조 말고 다른 경제학과 교수를 못 찾는가?
신문이나 방송에서 전문가 인터뷰를 하는 것을 보면, 분야마다 인터뷰할 사람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심리학은 곽금주 교수, 경제학은 김상조 교수, 이런 식이다.
왜 경제기사에 나오는 인터뷰는 김상조 교수가 도맡아했는가? 왜 기자들은 다른 경제학과 교수를 못 찾았는가? 기자 중에는 경제학과 나온 사람도 많을 거고, 기자 본인이 경제학과를 안 다녔어도 경제학과 다닌 친구도 있을 텐데, 왜 김상조 말고 다른 교수를 못 찾는가? 기자 중에도 경제학과 대학원에 가는 사람들이 있다. 가끔 졸업 못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렇지 어쨌든 가기는 가지 않는가. 그런데 왜 다른 경제학과 교수를 못 찾는가? <한겨레> 칼럼에서 기자는 이렇게 말한다.
최근 만난 한 대학교수에게 이런 얘기를 꺼냈더니, 다음과 같은 촌평을 내놨다. “경제학에 밝은 교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당장의 경제 현상을 면밀히 관찰하고 고민하는 교수는 드물다고 보면 된다.” 대학이란 현실 세계를 탐구하고 문제점을 찾아내며 해법을 모색하는 공간이라는 교과서적 인식과 실제 학계 풍토는 거리가 한참 멀다는 뜻이다.
납득하기 어려운 말이다. 학술대회 주제만 봐도 기자가 뭔가 잘못 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올해 초에 열린 <2019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의 발표 주제는 거의 다 현안과 관련된다. 전체 세션의 발표 제목은 “신정부 거시 경제 성과의 실증 평가”, “공정한 사회와 지속가능한 경제발전”, “금융발전과 소득불평등: 금융포용의 시사점”이고, 특별 세션의 발표 제목은 “남북경협의 경제적 효과와 정책적 이슈”, “한국경제의 고용과 성장”이다. 발표문도 다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다.
학술대회에서 대놓고 현안을 다루는 교수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그들에게 취재 요청을 하면 그들 중 한두 사람쯤은 걸려들지 않을까? 국내 학회 자료가 말고도 구할 수 있는 자료는 많다. 해외 학자들과 공동 작업을 하는 한국 교수들도 많으니 해외 학술지에서 한국 경제 관련한 자료를 찾을 수도 있다. 그러한 자료를 토대로 하여 관련 분야 교수에게 취재를 요청할 수도 있을 것이다. RISS에서 경제 현안과 관련된 학위 논문을 찾고 해당 논문의 지도교수를 찾아서 취재할 수도 있다. 아닌가? 경제학과 교수들이 죄다 경제 동물들이어서 인터뷰 요청을 해도 매몰차게 거절하나?
나는 지난주에 사회대 콜로키움에서 경제학과 선생님이 한 발표를 들었다. 17-18세기 조선 사람들의 수리능력(numeracy) 수준을 계측하여 20세기 경제 성장이 가능하게 한 잠재력을 측정하는 방법에 관한 발표였다. 발표 시작하면서 발표자는 어떤 역사책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발표자는 한국의 경제 성장이 한국인의 교육열과 교육수준 때문이었다는 구절을 인용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 책의 저자가 특별히 근거가 있어서 이런 언급을 한 것 같지는 않고 한국인들의 통념 비슷한 것이어서 별 의심 없이 책에 쓴 것 같다. 역사학자들이 책임질 수 없는 말을 너무 많이 한다.” 학자들은 한국인들의 통념을 언급한 것을 가지고도 책임질 수 없는 말을 한다고 비판한다. 연구자들은 이런 사람들이다. 그런데 기자가 찾아와서 자기 연구분야와 거리가 먼 내용을 묻는다면, 그 연구자는 기자에게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정황들을 살펴본다면, 기자들이 김상조 말고 다른 경제학과 교수를 찾지 못하는 것이 정말 한국 경제학자의 문제이거나 경제학계의 문제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어느 정도 진행된 연구에 대하여 기자들이 물었는데도 교수들이 매몰차게 인터뷰를 거부한 것인가, 아니면 기자가 아무한테나 무작정 물었는데 교수의 전공이나 현재 연구와 무관한 것이라 인터뷰 요청을 정중히 거부한 것인가? 혹시 기자들이 어떤 사안을 어느 교수에게 물어야 하는지도 모르는 것은 아닌가? 기자나 언론사의 역량 문제를 학계 풍토의 문제로 덤터기 씌우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 링크: [한겨레] 또 김상조야? / 김경락
( www.hani.co.kr/arti/opinion/column/912484.html )
(2019.10.15.)
2019/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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