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16

[과학철학] Cartwright (1983), “The Truth Doesn’t Explain Much” 요약 정리

   
[ Nancy Cartwright (1983), How the Laws of Physics Lie (Oxford University Press), pp. 44-53.
Nancy Cartwright (1980), “The Truth Doesn’t Explain Much”, American Philosophical Quarterly, Vol. 17, pp. 159-163. ]
  
  
  0. Introduction
  1. Ceteris Paribus Laws
  2. When Laws Are Scarce
  3. When Laws Conflict
  4. When Explanations Can Be Given Anyway
  5. Conclusion
  
  
  0. Introduction
  
■ [pp. 44-45]
- 과학 이론은 자연에서 참인 것,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어야 함.
• 카트라이트는 이 둘의 기능이 완전히 다르며, 구분되어야 한다는 입장.
• 일반적으로 후자는 전자의 부산물로 여겨짐.
- 카트라이트는 이 둘을 구분하지 않는 것을 실수이며 대표적인 예가 D-N 모형이라고 함.
• 카트라이트는 헴펠의 I-S 모형, 수피즈의 확률적 인과 모형, 새먼의 통계적 유관 모형, 핸슨의 맥락주의적 모형 등도 모두 포괄-법칙 모형이라고 함.
• 이러한 모형에서 설명은 자연 법칙 의존적이거나, 설명에 필요한 요소들을 자연법칙에서 골라내기 때문임.

■ [pp. 45-46]
- 헴펠 식 포괄 법칙 모형에 대한 일반적인 비판은 너무 많은 것을 허용한다는 것.
• 예) 남자인 헨리가 임신하지 못하는 이유를 피임약 복용으로 설명할 수 있음.
- 카트라이트는 정반대로 포괄 법칙 모형이 설명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주장함.
• 자연 현상들을 포괄할 만한 포괄 법칙이 드물기 때문.
- 많은 과학적 설명을 포괄하는 것은 참인 법칙이 아니라 세테리스 파리부스(ceteris paribus) 일반화.
• 세테리스 파리부스 일반화는 ‘다른 조건들이 적절할 때’라는 단서가 붙는 일반화.
 - 세테리스 파리부스 일반화를 “ceteris paribus” 한정어 없이 문자 그대로 읽으면 거짓임.
• 이러한 일반화는 거짓이기 때문에 법칙과 같은 기능을 할 수 없음.
• 포괄 법칙 모형에서 거짓인 법칙은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음.
- 세테리스 파리부스 일반화의 조건을 구체화하면 이는 참이 될 수 있지만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범위가 너무 좁아서 현상들을 설명할 수 없음.


  1. Ceteris Paribus Laws

■ [pp. 46-47]
- 카트라이트가 ‘예외없는 일반화는 없다’고 말하는 것은 물리 법칙에 초점을 맞춘 것.
• ‘모든 사람은 죽는다’ 같은 일반화를 말하는 것은 아님.
- 카트라이트가 드는 세테리스 파리부스 법칙의 대표적인 예는 스넬의 법칙
• 스넬의 법칙: 두 유전 매질(dielectric media)의 경계에서, 두 번째 매질에서의 굴절광이 입사면(plane of incidence)에서 발생하며 굴절각 θₜ을 형성할 때, 다음을 따름.
: sinθ/sinθₜ = n₂/n₁
• v₁과 v₂은 두 매질의 전파 속도(velocities of propagation)
• n₁= c/v₁, n₂= c/v₂은 굴절률  (클레인의 광학교과서 21쪽)
- 스넬의 법칙이 “빛에 대한 완전한 전자기 이론”에서 도출된다는 것이 5백여 쪽 뒤에 나옴.
• 스넬의 법칙이 등방성인(isotropic) 광학적 성질을 가진 매질에서만 참이라는 것.
• 이방성 매질에서는, “일반적으로 두 진행파(transmitted waves)가 나타날 것”
• 따라서 참인 것은 21쪽에 나오는 스넬의 법칙이 아니라 수정된 스넬의 법칙.
• 수정된 스넬의 법칙: 광학적으로 등방성인 임의의 두 매질에 대하여, 두 유전 매질의 경계에서, 두 번째 매질에는 굴절된 광선 하나가 입사면 위에 생기는데, 이는 수직선과 각도 θt를 이루며, 다음을 따름.
: sinθ/sinθₜ = n₂/n₁
- 21쪽의 스넬의 법칙은 세테리스 파리부스 법칙의 사례.
• 이는 특정한 상황에서만 적용되며 문자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음.
- 통계적 버전의 눈으로 포괄 법칙 모형을 보면, 수정되지 않은 스넬의 법칙은 문자 그대로의 보편 법칙이 아니라 일종의 통계적 법칙으로 의도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음.
• 그러나 카트라이트는 이것이 말이 안 된다고 함.
• 대개의 매질은 광학적으로 이방성이며, 이방성 매질에서는 두 광선이 생기기 때문.
• 세테리스 파리부스 법칙이 참인 법칙이고자 한다면, 그것과 일반적으로 동일시될 수 있는 통계적 법칙은 없음.


  2. When Laws Are Scarce

■ [pp. 47-48]
- 스넬의 법칙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고 더 정확하게 수정된 형태도 이용할 수 있는데, 스넬의 법칙은 왜 계속 교과서에 있는가?
• 여기에는 분명한 교육상의 이유가 있음. 그러나 과학적인 이유는 없는가? 
• 카트라이트는 설명과 관련되는 과학적 이유가 있다고 함.
• 자연 법칙들이 알려져도, 우리는 여전히 설명에서 언급될 요인들을 결정해야 함.
- 세테리스 파리부스 법칙이 하는 것은 우리의 설명적 관심(explanatory commitments)을 표현하는 것.
• 세테리스 파리부스 법칙들은 무슨 종류의 설명이 허용되는지 말해줌.
• 수정되지 않은 스넬의 법칙이 책에 남은 것은, 등방성 매질에서와 같은 종류의 설명이 이방성 매질에 대해서도 주어질 수 있다는 신호(signal)를 주는 것.
• 이상적인 상황에서 유도된 설명 패턴은 덜 이상적인 조건에서도 적용됨.
- 이것은 하나의 가정일 뿐이며, 자연의 사실에 관한 우리의 지식을 훨씬 넘어서는 (‘완전한 전자기 이론’에 선행하는) 가정.
• 우리는 등방성 매질에서 굴절각이 입사각에 의존함을 알고, 이방성 매질에서 두 개의 굴절 광선이 이루는 각에 대해 같은 식으로 설명할 것을 결정함.
• 결정에는 좋은 이유들이 있을 수 있음. 매질이 거의 등방성이라면 두 광선이 스넬의 법칙이 예측한 각도에 근접해 있을 것이거나, 또는 물리적 과정의 연속성을 믿는 등.
• 그러나 여전히 이러한 결정은 자연 법칙에 대한 우리 지식에 의해 강제된 것이 아님.
- 이방성 매질에서의 각들이 스넬의 법칙에서 주어진 것과 매우 다름을 함축하는, 스넬의 법칙에 대한 2차 수정이 책에 있다면, 그러한 것은 받아들여질 수 없을 것.
• [그러한] 법칙들은 극히 드물며, 덜 이상적인 조건에서 일어나는 것에 관하여 말하는 법칙을 우리는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음.

■ 포괄-법칙 이론가들의 반박 [p. 49]
- 포괄-법칙 이론가들은 설명에서 세테리스 파리부스 법칙을 사용하는 것에 다른 입장일 것.
• 세테리스 파리부스 설명은, 우리가 아직 모르는 참인 법칙에서 나온 진정한 포괄 법칙 설명의 축약된 형태라는 것.
• 거짓으로 알려진 세테리스 파리부스 ‘법칙’을 사용할 때, 참인 법칙이 어떤 형식일지 우리가 내기를 한다고 가정함.
• 예) 수정되지 않은 스넬의 법칙을 유지하는 것은, (당시 알려져 있지 않은) 이방성 매질에 대한 법칙이 원래의 스넬의 법칙에서 도출된 것과 ‘충분히 가까운’ 값을 함축할 것이라 내기하는 것.

■ [pp. 49-50]
- 카트라이트는 여기에 두 가지 어려움이 있다고 함.
- 어려움(1): 형이상학적 가능성
• 포괄-법칙 이론가들은 자연이 상당히 규칙적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음.
• 카트라이트는 자연적 대상들의 움직임은 몇몇 특정한 법칙과 일반 원리에 제약받지만, 세부적인 것까지 결정되지는 않으며 심지어는 통계적으로도 그렇다고 믿음.
• 대부분의 사건은 아무런 법칙도 따르지 않음.
• 우리는 우리가 잘 정돈된 우주에 사는지 어지러운 우주에 사는지 알지 못하며, 어느 우주에 살든, 설명을 제공하는 일상적이고 상식적인 활동은 이치에 닿아야 함.
- 어려움(2): 축약된 설명은 설명이 아니라는 점.
• 축약된 설명은 기껏해야 설명이 주어져야 한다는 확신에 불과함.
• 완전하고 옳은 D-N 설명에 나타날 법칙은 우리 이론에 있는 법칙도 아니고, 우리가 진술할 수 있거나 검사할 수 있는 법칙도 아님.
• 이러한 경우에도 포괄-법칙 설명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설명은 우리의 설명이 아니며, 알려지지 않은 법칙은 거의 등방성인 매질에서 ‘sinθ = k이므로, sinθₜ ≈ k(n₂/n₁)’라고 말하기 위한 근거가 될 수 없음.
• 그렇다면 우리의 근거는 무엇인가? 카트라이트는 무엇이 안 되는지만 주장함.
• 자연 법칙은 안 됨. 어떤 시점에 우리가 아는 자연 법칙은 그 시점에서 어떤 종류의 설명이 주어질 수 있는지 말해주는 데 충분치 않음. 
• 여기에는 결정이 필요함. 포괄-법칙 이론가들이 알려지지 않은 법칙의 존재에 대해 내기를 할 때의 결정은 바로 이러한 결정임.


  3. When Laws Conflict

■ [pp. 50-51]
- 여러 가지에 대한 충분한 포괄 법칙은 없음.
• 이 관점은 카트라이트가 과학에 대해 이전에 언급했던 그림에 의존함. 
• 과학은 여러 구별되는 영역으로 쪼개짐. 유체 역학, 유전학, 레이저 이론 등.
• 개개 영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상세하도 정교한 이론은 많지만 영역들의 교차 구역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는 이론은 거의 없음.
- 도식적으로, 우리가 가진 법칙이 다음과 같다고 하자.
      ceteris paribus, (x)(S(x) ↪ I(x))
and  ceteris paribus, (x)(A(x) ↪ ¬I(x))
• 예) (세테리스 파리부스) 물에 소금을 첨가하면 감자 조리 시간이 짧아진다; 물을 높은 고도로 가져가면 감자 조리 시간이 길어진다. 또는 
      (x)(S(x)&¬A(x) ↪ I(x))   
and  (x)(A(x)&¬S(x) ↪ ¬I(x))
• 이 중 어느 것도 소금을 첨가하고 동시에 고도를 높이면 어떻게 될지 말하지 않음.
- 우리는 그에 대한 정확한 답이, 있기는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님.
• 대개의 실제 사례는 원인들의 어떤 결합이 관련됨. 그러한 복잡한 경우에 벌어지는 일을 기술하는 일반 법칙은 언제나 이용가능한 것이 아님.
• 양자 이론과 상대성 이론 모두 고도로 상세하고 정교하게 발달되어 있더라도, 만족스러운 상대론적 양자 역학 이론은 없음.
• 이론이 교차하는 곳에서, 법칙은 보통 통용되기 어려움.


  4. When Explanations Can Be Given Anyway

■ [p. 51]
- 포괄 법칙이 극히 드물며, 세테리스 파리부스 법칙은 참인 법칙이 아니지만, 그런데도 세테리스 파리부스 법칙이 근본적인 설명적 역할을 지님.
• 우리의 설명의 대부분은 세테리스 파리부스 법칙에 의한 설명임.
- 평범한 예: 작년에 카트라이트는 정원에 동백나무를 심음.
• 카트라이트는 동백나무가 비옥한 땅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아서, 심으면서 퇴비도 줌.
• 퇴비는 꽤나 따뜻했고, 동백나무의 뿌리가 고온을 견디지 못함도 알고 있었음.
• 따라서 카트라이트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상할 수 없었음.
• 그러나 다른 모든 점에서 완벽하게 돌보았는데도 동백나무들이 많이 죽었을 때, 카트라이트는 그 동백나무들을 뜨거운 땅에 심었기 때문에 죽었다는 점을 알았음.
- 이는 확실히 옳은 설명(right explanation)임.
• 물론, 카트라이트는 이 설명이 정확한(correct) 설명인지는 완전히 확신하지 못함.
• 질소 부족이나 식물에 어떤 유전적 결함 등 다른 어떤 요인 때문일 수도 있음.
• 그러나 이러한 불확실성은 설명의 경우에만 독특한 것이 아님. 사실의 문제에 대한 판단이라면 어디에나 있는 그런 불확실성일 뿐.

■ [p. 52]
- 동백나무의 죽음에 대한 설명은 참인 포괄 법칙을 통한 설명이 아님.
- 이 경우를 하나의 포괄 법칙으로 묶어줄 어떤 구별 요인이 있을 거라고 주장할 수도 있음.
• 예) 비옥하고 뜨거운 땅에서, 어떤 종류는 죽고 다른 종류는 튼튼하게 자라는 등. 
- 카트라이트는 그러한 포괄 법칙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부정하지는 않음. 단지 이러한 평범한 설명을 제공하는 우리의 능력이 그 법칙에 대한 우리 지식에 앞선다는 것.
• 심판의 날(Day of Judgment)에 모든 법칙이 알려지면, 이 법칙들은 모든 현상을 설명하는 데 충분할지 모르지만, 한동안 우리는 설명할 것이며, 허용가능한 설명의 종류를 말하는 것은 과학의 과업임.
- 더 강한 논제: 세계가 잘 정돈된 결정론적 체계가 아니라면, 과학의 기술적 작업(descriptive task)가 완성된 때도 우리가 어떻게 설명할지 말하는 일은 여전히 남아 있을 것.
• 예) 동백나무에 관한 사실이 환원 불가능한 방식으로 통계적일 경우
• 일반 법칙적 사실들을 모두 알 수 있어서 카트라이트의 동백나무와 같은 환경에 있는 모든 동백나무 중 62%는 죽고 38%는 산다는 것을 안다고 해도, 정원에서 벌어진 일을 어떻게 설명할지 알게 되는 것은 아님.


  5. Conclusion

■ [pp. 52-53]
- 대부분의 과학적 설명은 세테리스 파리부스 법칙을 사용함. 이 법칙을 문자 그대로의 기술적인 진술(descriptive statements)로 읽어도 거짓이고, 사용의 맥락에서도 거짓임.
- 우리는 통합적인 법칙을 원하지만, 벌어지는 일은 변화하고 다양할 것임.
- 다행히도 우리는 현상들을 조금이나마 조직화할 수 있음.
- 최선의 조직화 원리가 참이라고 생각할 이유도 없고, 참인 원리가 현상을 잘 조직할 것이라고 생각할 이유도 없음.

  
  
(2019.02.13.)
    

2019/12/15

왜 경제기자들은 김상조 말고 다른 경제학과 교수를 못 찾는가?



신문이나 방송에서 전문가 인터뷰를 하는 것을 보면, 분야마다 인터뷰할 사람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심리학은 곽금주 교수, 경제학은 김상조 교수, 이런 식이다.

왜 경제기사에 나오는 인터뷰는 김상조 교수가 도맡아했는가? 왜 기자들은 다른 경제학과 교수를 못 찾았는가? 기자 중에는 경제학과 나온 사람도 많을 거고, 기자 본인이 경제학과를 안 다녔어도 경제학과 다닌 친구도 있을 텐데, 왜 김상조 말고 다른 교수를 못 찾는가? 기자 중에도 경제학과 대학원에 가는 사람들이 있다. 가끔 졸업 못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렇지 어쨌든 가기는 가지 않는가. 그런데 왜 다른 경제학과 교수를 못 찾는가? <한겨레> 칼럼에서 기자는 이렇게 말한다.


최근 만난 한 대학교수에게 이런 얘기를 꺼냈더니, 다음과 같은 촌평을 내놨다. “경제학에 밝은 교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당장의 경제 현상을 면밀히 관찰하고 고민하는 교수는 드물다고 보면 된다.” 대학이란 현실 세계를 탐구하고 문제점을 찾아내며 해법을 모색하는 공간이라는 교과서적 인식과 실제 학계 풍토는 거리가 한참 멀다는 뜻이다.


납득하기 어려운 말이다. 학술대회 주제만 봐도 기자가 뭔가 잘못 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올해 초에 열린 <2019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의 발표 주제는 거의 다 현안과 관련된다. 전체 세션의 발표 제목은 “신정부 거시 경제 성과의 실증 평가”, “공정한 사회와 지속가능한 경제발전”, “금융발전과 소득불평등: 금융포용의 시사점”이고, 특별 세션의 발표 제목은 “남북경협의 경제적 효과와 정책적 이슈”, “한국경제의 고용과 성장”이다. 발표문도 다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다.

학술대회에서 대놓고 현안을 다루는 교수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그들에게 취재 요청을 하면 그들 중 한두 사람쯤은 걸려들지 않을까? 국내 학회 자료가 말고도 구할 수 있는 자료는 많다. 해외 학자들과 공동 작업을 하는 한국 교수들도 많으니 해외 학술지에서 한국 경제 관련한 자료를 찾을 수도 있다. 그러한 자료를 토대로 하여 관련 분야 교수에게 취재를 요청할 수도 있을 것이다. RISS에서 경제 현안과 관련된 학위 논문을 찾고 해당 논문의 지도교수를 찾아서 취재할 수도 있다. 아닌가? 경제학과 교수들이 죄다 경제 동물들이어서 인터뷰 요청을 해도 매몰차게 거절하나?

나는 지난주에 사회대 콜로키움에서 경제학과 선생님이 한 발표를 들었다. 17-18세기 조선 사람들의 수리능력(numeracy) 수준을 계측하여 20세기 경제 성장이 가능하게 한 잠재력을 측정하는 방법에 관한 발표였다. 발표 시작하면서 발표자는 어떤 역사책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발표자는 한국의 경제 성장이 한국인의 교육열과 교육수준 때문이었다는 구절을 인용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 책의 저자가 특별히 근거가 있어서 이런 언급을 한 것 같지는 않고 한국인들의 통념 비슷한 것이어서 별 의심 없이 책에 쓴 것 같다. 역사학자들이 책임질 수 없는 말을 너무 많이 한다.” 학자들은 한국인들의 통념을 언급한 것을 가지고도 책임질 수 없는 말을 한다고 비판한다. 연구자들은 이런 사람들이다. 그런데 기자가 찾아와서 자기 연구분야와 거리가 먼 내용을 묻는다면, 그 연구자는 기자에게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정황들을 살펴본다면, 기자들이 김상조 말고 다른 경제학과 교수를 찾지 못하는 것이 정말 한국 경제학자의 문제이거나 경제학계의 문제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어느 정도 진행된 연구에 대하여 기자들이 물었는데도 교수들이 매몰차게 인터뷰를 거부한 것인가, 아니면 기자가 아무한테나 무작정 물었는데 교수의 전공이나 현재 연구와 무관한 것이라 인터뷰 요청을 정중히 거부한 것인가? 혹시 기자들이 어떤 사안을 어느 교수에게 물어야 하는지도 모르는 것은 아닌가? 기자나 언론사의 역량 문제를 학계 풍토의 문제로 덤터기 씌우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 링크: [한겨레] 또 김상조야? / 김경락

( www.hani.co.kr/arti/opinion/column/912484.html )

(2019.10.15.)


2019/12/13

[과학사회학] 김기흥 (2009), 10장. “비극의 씨앗 - 광우병” 요약 정리 (미완성)

   
[ 김기흥, 『광우병 논쟁』 (해나무, 2009). ]
  
   
  1. 비극의 씨앗
  2. 규제 완화, 경제성 그리고 시장 중심주의
  3. 광우병에 대한 영국 정부의 조치
  4. 서서히 다가오는 비극의 그림자


  1. 비극의 씨앗

187-
1984년 영국에서 소들이 스크래피에 걸린 양과 유사한 증상으로 사망
죽은 소의 뇌를 부검하여 신경세포가 죽어버리면서 생긴 스펀지 형태의 구멍을 발견
이러한 뇌세포 변화는 스크래피에 걸린 양에게서 나타나는 증상
소에게서 스크래피가 발병했다는 것은 영국 축산업계에 치명적 재난이 될 것이 뻔했고, 이것은 전 유럽은 물론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광우병의 시작

189-
영국 정부는 1987년 영국 전체의 모든 소를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실시.
역학조사에 따르면 당시 소 5만 마리 이상이 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드러남.
보통 스크래피는 종간 장벽을 쉽게 뛰어넘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었으므로 연구자들은 광우병의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
중앙수의학연구소의 존 윌스미스(John Wilesmith)는 광우병이 상업용 사료에 의존하던 소의 먹이를 통해 유입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고, 죽은 동물 지방을 녹여 만든 농축사료, 즉 육골분이 문제라고 결론지음.


  2. 규제 완화, 경제성 그리고 시장 중심주의

육골분은 왜 1980년대에 들어서 문제가 되었는가?
이미 19세기부터 육골분 사용의 효율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짐.

194-
원래는 65~70도에서 끓여 기름찌꺼기를 빼냈으나 
70년대 와서 오일쇼크 등으로 원유가격이 상승하면서 기존의 정제과정이 경제성 측면에서 문제가 됨.

196
육골분 생산업체와 공장들은 높은 온도 가열 방식 대신 원심분리기와 압착 방법을 채택
이 과정에서 병원체들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됨.

196-198
1979년 왕립 환경오염위원회의 보고서는 이러한 우려를 정식으로 제기
가열 온도와 시간에 대해 규정할 것을 제안.
그러나 노동당 정부가 선거에 패하고 마거릿 대처의 보수당 정권이 들어서자 탈규제정책을 통한 경제 성장이 기조가 됨.
대처주의(Thatcherism)에서 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의 최소화와 비용절감을 위한 식품안전 연구비용 감소를 추구하던 정부는 에든버러 연구소의 폐쇄를 결정.

199-
육골분 섭취소의 광우병 발생은 과학적 연결고리 이상의 좀 더 복잡한 사회적이고 경제적 인 역학관계를 보여줌.
이것은 1970년대 확산된 집약농업 방식의 한계를 보여주는 예이자 1979년 시장경제를 신봉하면서 집권한 보수당 정부의 정책적 한계를 드러낸 극단적인 결과.

200-
이러한 한계 상황의 결과 식품 관련 스캔들이 반복적으로 발생
광우병도 그러한 사회적 정책적 맥락에서 바라봐야 함.
스크래피가 근교배번식법의 도입을 통해 품종 을 인위적으로 개량하려한 인간의 탐욕이 불러온 재앙인 것처럼 250년 뒤의 광우병은 극단적 시장경제체제와 집약식 목축업이 가져온 일종의 재앙.


  3. 광우병에 대한 영국 정부의 조치

201
1986년 광우병이 처음 보고된 이후 1988년 말까지 광우병 발생건수는 2180건으로 증가.
광우병 발생이 처음 보고된 이후 정부 당국자들과 농업수산식품부의 수석 수의학 당국자는 광우병 발생 소식이 미칠 파장을 우려함.
세부 정보는 일부 연구자들에게만 제공했을 뿐, 당시 세계적으로 권위 있던 에든버러 신경병리 발생연구소에도 그러한 사실을 감춤.
1987년과 1988년 상반기까지 정부는 아무런 대응조치를 취하지 못함.
광우병 확산이 급증하자 그제서야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됨.

201-
1988년 정부는 광우병 문제를 다루는 자문위원회를 설립,
그러나 위원 중 스크래피나 쿠루 같은 감염성 해면상뇌증 전문가는 한 명도 없었음.
위원회는 동물성 사료 금지를 권고하였고,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나 정부는 동물성 사료 금지를 발표.
일각에서는 그 한 달 동안 전국적으로 수천 마리의 소가 광우병에 감염되었을 것으로 추산. 

203
결국 유럽연합은 영국에서 태어난 소의 수입을 완전히 금지하는 정책을 발표
미국을 포함한 다른 국제사회들도 영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를 발표.


  4. 서서히 다가오는 비극의 그림자

207-
일부 연구자들은 종간 장벽 때문에 이 병원체는 소와 인간 사이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없다고 믿음.
그러나 낙관론에 대한 반증은 실험을 통해 조금씩 나타나고 있었음.
- 1989년 12월 영국 브리스톨의 집고양이 ‘맥스’
부검한 결과 뇌에 스펀지 같은 변화
음식 섭취를 통한 감염의 예로 판명
- 고양이 맥스의 죽음 이후, 각 지역 초등학교는 급식 메뉴에서 쇠고기를 제외하기 시작.
- 1990년 당시 농수산식품부 장관인 존 거머의 언론플레이
4살 먹은 딸 코델리아와 기자들 앞에서 햄버거를 먹는 모습을 연출
그러나 대중들은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믿지 않음.
인간광우병 발병은 벼랑 끝에 매달린 보수당 정권의 종말의 시작.

  
(2019.12.04.)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예언한 알라딘 독자 구매평 성지순례

졸업하게 해주세요. 교수되게 해주세요. 결혼하게 해주세요. ​ ​ ​ ​ ​ * 링크: [알라딘] 흰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소설 ( 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4322034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