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18

[과학철학] Okruhlik (1994), “Gender and the Biological Sciences” 요약 정리

     

[ Kathleen Okruhlik (1994), “Gender and the Biological Sciences,” Canadian Journal of Philosophy, 24(sup1): 21-42. ]
   
  
  I. 몇 가지 사례 연구들 (Some Case Studies)
  II. 다양한 여성주의적 비판 (Varieties of Feminist Critique)
  III. 과학 그리고 공유된 사회적 가치들
     (Science and Shared Social Values)
  IV. 상황의 재검토 (Reviewing the Situation)
 
 
■ 이 글의 목적과 구성 [p. 21-22]
- 과학에 대한 여성주의적 비판
• 과학의 내용을 형성하는 데 사회적 영향(젠더 이데올로기)이 광범위한 영향을 줌.
• 과학적 합리성에 대한 설명이 그러한 증거들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다룰 수 있는가?
- 생물학에 대한 여성주의적 비판들은 성 평등을 위한 정치적 투쟁에서 특히 중요함.
• 생물학의 결정론적인 논변들은 여성의 억압을 ‘설명’하기 위해 자주 인용됨.
• 유전자, 호르몬, 진화 과정들은 더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려는 개입이 쓸모없거나 역효과를 낳는다는 증거로 인용됨.
- 생물학에 대한 비판들은 인식적으로도 중요함.
• 생물학이 과학의 위계에서 차지하는 위치(물리학과 사회과학의 사이).
• 사회과학에 대한 여성주의적 비판은 사회과학이 과학이 아니라는 이유로 과학철학자들의 고려 대상에서 자주 제외되지만, 생물학을 사이비 과학으로 일축할 수는 없음.
-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과학의 본성을 추론할 때, 생명과학은 최선의 출발점.
• 과학의 본성: 합리성, 객관성, 사회적 영향과의 단절 정도, 개인적・집단적 활동으로서의 성격 등
- 이 글의 구성
• 1절: 생명과학의 젠더 이데올로기에 대한 몇 가지 사례 연구들을 검토함.
• 2절: 사례 연구들(과 그와 같은 다른 사례들)의 가능한 인식적 중요성을 여성주의 문헌에서 이용할 수 있는 과학에 대한 대안적인 개념들과 관련하여 다룸.
• 3절: 과학에 대한 다양한 사회적・문화적 영향(젠더 편향)을 인정하면서도 객관성과 합리성 개념도 허용하는, 발견의 맥락과 정당화의 맥락의 관계를 설명함.
• 4절: 과학에 대한 다른 여성주의적 비판들과 비교하여 이러한 설명을 위치지움.
  

  I. 몇 가지 사례 연구들 (Some Case Studies)

■ 사례(1) [pp. 23-24]
- 스워스모어 칼리지의 생물학과 젠더 연구 그룹(Biology and Gender Study Group)의 “현대 세포 생물학에 대한 여성주의적 비판의 중요성”(1988)
- ‘잠자는 미녀/완벽한 왕자’ 모형은, 난자와 정자에도 전통적인 성 역할을 부여함.
• 난자는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반면, 정자는 영웅적으로 거슬러 올라가 적대적인 자궁과 맞서 싸운 후, 난자에게 구애하고, 모든 경쟁 구혼자들을 물리치고 뚫고 들어감.
- 정액이 잠자는 난자를 깨운다는 생각은 1795년에 등장한 이후로 줄곧 큰 영향을 미침.
- 지난 15년 사이에, 대안적인 견해들이 등장함.
• 난자 세포 표면의 돌기가 정자를 움켜잡아 천천히 안으로 끌어당기는 것을 전자현미경으로 볼 수 있음.
• 돌기는 1895년에 발견됨(성게의 생식에 대한 최초의 사진).
• 이 발견은 최근까지 거의 무시되었음.
 
■ 사례(2) [pp. 24-25]
- 영장류학과 사회생물학에서 남성의 싸움・경쟁・발명이 인간의 진화를 위한 기초로 묘사함.
- 루스 허버드(Ruth Hubbard) 등은 『종의 기원』에서 다윈이 인류의 진화적 발달을 남성의 활동으로 귀속시킨 점을 지적함.
• “적을 피하거나 공격하고 야생 동물을 잡고 무기를 만드는 일에는 높은 정신적 능력, 즉 관찰이나 추론, 발명, 상상력 등이 필요하다.”
• “남성은 여성보다 우월해졌”고 자신의 형질을 아들뿐 아니라 딸에게도 물려주는 것은 다행인데, “그렇지 않았다면 [...] 남자의 정신적 재능은 여성보다 훨씬 우월해졌을 것”
- 다윈의 이론은 많은 분야에서 보조 가설로 기능하므로, 이러한 편향은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침.
- 인류학의 사례
• 수렵 남성이 인간의 진화적 발달에서 주된 역할을 했다는 견해를 가진 사람은, 남성의 행동 변화에 비추어 화석 증거를 해석할 것임.
• 수렵-채집 사회에서 생계를 유지한 식량의 80%를 여성이 채집했다는 견해가 배경 이론이라면, 같은 증거에 대한 다른 설명이 나올 것임.
-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러한 가설이 참인지가 아니라, 새로운 가설의 등장으로 증거들에 대한 표준 해석이 남성 중심적 편향의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게 되었다는 점.

[p. 25-26]
- 성과 젠더에 관한 기존의 이론적 공약들(commitments)은, 경험적으로 적합한 해석들 중 어떤 것을 채택할지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어떤 자료가 설명되어야 하고 무시될 수 있는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
• 관찰에 대한 이론-적재성(theory-ladenness)이나 자료에 의한 이론 미결정성.
• 뒤앙-콰인 논제(Duhem-Quine Thesis) 
- 명백하게 반증되는 정보에 우리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는 여전히 열린 질문임.
• 실패한 예측을 산출한 배경 가정들 중 하나에 실패 책임을 지우는 것도 가능함.
• 후건 부정(modus tollens)의 화살이 시험 가설에서 하나 이상의 보조가설로 향함.
- 반증으로부터 일부 가설을 보호하는 결정은 어떤 요인들의 영향을 받는가?
• 이론 평가에서 배경 가정들이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에 주목해야 함.
• 성과 젠더에 관한 배경 가정들은 그동안 체계적인 검토 대상이 아니었음.

■ 사례(3) [pp. 26-27]
- 여성과 남성의 지적 차이, 특히 수학과 공간적 능력에 관한 남성의 우월성과 관련된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고안된 신경해부학의 최근 발전
- 앤 파우스토-스털링(Anne Fausto-Sterling)의 『젠더의 신화』에 소개된 가설들
• 공간적 능력은 X염색체에 연계되어서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더 잘 발현됨.
• 높은 수준의 태내 안드로겐은 지능을 높이고, 낮은 수준의 에스트로겐은 ‘재구조화’ 능력으로 이끎.
• 여성의 두뇌는 남성보다 좌우불균형이 심하며, 좌우불균형은 공간적 기능을 방해함.
• X염색체 공간적 능력 연계 가설을 반박 증거로부터 구제하기 위해, 성 염색체에 연계된 공간 유전자는 테스토스테론이 존재할 때만 표현된다고 함.
•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은 요산을 가지기 때문에 더 똑똑함.
- 제시된 가설들 중 대부분은 반박된 것으로 보임.
- 많은 연구자들은 다루기 힘든 자료에 직면해서도 여성의 열등한 지적 성취에는 주된 생물학적 근거가 있다는 가정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함.

■ 사례(4): 19세기 두개계측학 [pp. 27-28]
- 19세기 두개계측학은 두뇌 크기에 호소하여 여성 지능의 열등함을 설명하고자 함.
- 가설(1): ‘클수록 좋다’는 가설
• 코끼리 문제 때문에 기각됨(절대적인 크기가 지능의 척도라면 코끼리가 사람보다 똑똑해야 함).
- 가설(2): 지능의 진정한 척도는 신체 질량에 대한 두뇌 질량의 비율임.
• 이 비율은 여성에 유리했고 이 가설은 거부됨.
- 가설(3): 지능이 높을수록 두개골에 대한 안면골의 비율이 더 낮음.
• 이 제안은 ‘새 문제’(bird problem)와 충돌함.
- 가설(4): 전두엽이 지능의 자리이며, 전두엽은 남성이 더 크고, 두정엽은 여성이 더 크다.
• 새로운 연구가 두정엽을 지능의 자리로 지적함.
• 그래서 실제로는 여성의 두정엽이 더 작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자료가 재평가됨.
- 이야기는 이런 식으로 계속됨.

[p. 28]
- 앞의 사례들은, 관찰의 이론-적재성, 이론 미결정성 논제, 뒤앙-콰인 논제와 같은 표준적인 철학적 논제들에 호소함.
• 우리는 외적 가치들이 과학에 침투해 왔다고 말하고 싶을 것이지만, 그 가치들은 암묵적이며 상충하는 가치를 포함하는 경쟁 가설과 관련되어서만 드러남.
- 마지막으로 다루게 될 사례들은 상황이 다름.
• 의학에서 가치나 규범은 종종 매우 명시적.
• 어떤 사람이 건강한지, 어떤 신체 유형이 바람직한지를 판단해야 할 때, 관련 개념들은 기술적(descriptive)일 뿐 아니라 규범적.
- 이는 위에서 논의된 것과는 다른 유형의 젠더 편향을 보여줌.
• 유형(1): 서로 다른 이상을 남성과 여성에 설정함. 두 이상은 ‘상보적’(complementary)인 것으로 말하지만 실제로는 남성만이 완전한 인간으로 간주됨.
• 유형(2) 단일한 기준(norm)을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적용하지만, 실제 그 기준은 인간적 기준이기보다 남성적 기준임.

■ 사례(5): 18세기 골격 그림 [pp. 28-30]
- 론다 쉬빈저(Londa Schiebinger)의 『마음에는 성이 없는가? 현대 과학의 기원에서의 여성들』(The Mind Has No Sex? Women in the Origins of Modern Science)
- 18세기 해부학에서 젠더 차이를 근거짓는 동안 해부학적 표상에 변화가 나타남.
• 남성성과 여성성의 차이가 내부구조(뼈)에 있다면 차이에 대한 근대 과학적 설명이 가능할 것
• 아리스토텔레스와 갈레노스의 열 모형(heat models)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짐.
- 18세기 전까지 남성과 여성의 골격은 비슷하게 그려졌고 성적으로 차별화되지 않음.
- 모든 것은 1730년과 1790년 사이에 달라짐.
• 남성의 골격은 큰 머리와 강한 어깨를 특징으로 함.
• 남성 골격의 동물적 유비는 말이며, 종종 남성의 골격 그림의 배경으로 나타남.
• 여성의 골격은 큰 골반, 긴 목, 작은 머리를 가짐.
• 여성 골격 그림의 장식으로 사용된 타조와 많은 공통점을 가짐.
• 이러한 골격들은 남성성과 여성성의 문화적 이상과 매우 밀접하게 근접했고, 그러한 이유에서 더 정확한 그림들보다 선호됨.
- 여성의 커다란 골반과 작은 머리를 강조하는 방법은 흉곽을 매우 좁게 그리는 것.
- 파우스토-스털링: 여기에 이데올로기만 작용한 게 아님. 그림들의 모델들 중 일부는 코르셋을 장기간 사용하여 흉곽이 꽉 눌렸을 가능성이 있음.
• 신체는 생물학적 내적구조에 사회-문화적인 불순물이 끼는 것이 아님.
• 부분적으로는, 젠더 뿐 아니라 성도 사회적으로 구성됨. 키, 골밀도, 근육계 등 ‘물리적으로 주어진 것들’도 상당 부분 문화적 관습에 의해 결정됨.

[pp. 30-31]
- 단일한 인간적 기준이 상정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남성적인 기준인 경우
• 월경, 임신, 출산을 질병이나 응급상황으로 취급하는 것은 이상적인 건강한 인간인 남성에게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는 사실로 소급된다는 주장
- 이상적인 건강한 실험쥐도 수컷
• 암컷의 호르몬과 그 효과들은 실험에서 쥐의 본질에 접근하는 것을 방해하는 성가신 변수일 뿐임.
- 엘리자베스 로이드(Elisabeth Lloyd)는 『이브의 모든 것』(All About Eve)에서 여성 오르가즘의 발생에 대하여 남성의 기준이 인간의 기준을 가장하는 사례를 다룸.
• 사회생물학자들은 여성 오르가즘의 진화적 기원에 대한 이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상세한 통계를 인용함.
• 각주를 추적한 결과, 그 통계들은 남성 오르가즘에 대한 자료에 기초했음이 드러남.
• 이러한 속임수의 전형적인 방법은 남성 개체들을 ‘개인들’로 인용하는 것.


  II. 다양한 여성주의적 비판 (Varieties of Feminist Critique)
  
■ 질문의 두 가지 맥락 [p. 31]
- 오크룰릭은 질문이 발생하는 두 맥락에 관심을 가짐.
• 맥락(1): 여성주의 문헌에서의 질문. 이러한 사례 연구들은 ‘나쁜 과학’의 사례인가, 아니면 과학이 본질적으로 남성 중심적일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가?
• 맥락(2): 과학철학에서의 질문. 이것은 과학철학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 두 질문은 연결되어 있으며, 오크룩릭은 둘을 함께 다루고자 함.
- 샌드라 하딩(Sandra Harding)의 여성주의 인식론 구분
• 범주(1): 여성주의적 경험주의(feminist empiricism)
• 범주(2): 관점 인식론(standpoint epistemology)
• 범주(3): 여성주의적 포스터모더니즘(feminist postmodernism)

■ 여성주의 인식론 [pp. 31-32]
- 여성주의적 경험주의
• 위와 같은 실패를 과학이 자신의 이상에 부응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진단함.
• 남성 중심적 편향은 과학적 방법을 엄격하게 적용하지 못하게 함.
• 과학의 규율(canon)을 충실히 지켰다면 위와 같은 일을 피할 수 있었을 것.
• 인식자(knower)의 관점(standpoint)은 인식적으로 무관함.
• 관점에서 유래한 어떤 편향도 객관적 방법을 적절하게 적용하면 제거할 수 있음.
- 관점 인식론
• 지식 주장의 자격은 부분적으로 인식자의 상황에 의존함.(여성주의적 경험주의의 가정을 거부)
• 헤겔의 노예가 주인보다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는 것처럼, 여성도 남성보다 인식적 장점을 누릴 수 있음.
• 여성의 관점에 기초한 과학은 현재 과학보다 개선된 것일 수 있음.
• 여기서 과학의 목적은 세계에 대한 더 좋은(인식적으로 우월한) 설명을 산출하는 것이므로, 관점 인식론은 여전히 ‘계승자 과학’(successor science) 프로젝트임.
- 관점 인식론에 대한 비판: 단일한 여성주의 관점이 없다는 것
• 여성과 남성의 관점과 다른 것처럼, 여성마다 관점이 다름(빈/부, 흑/백 등)
• 여러 관점 중 하나가 세계를 기술하는 특권을 가질 근거는 무엇인가?
- 여성주의적 포스트모더니즘
• 정체성과 관점의 균열. 더 객관적이기 위한 노력을 완전히 포기하고 세계가 존재하는 방식에 대한 대안적인 서술들의 환원불가능한 다원성의 존재를 수용
• 문화・시간・장소의 제약을 뛰어넘는 과학적 방법이라는 개념을 완전히 거부함.
• 합리성과 객관성에 대한 이론 초월적인 기준은 남성적 신화의 산물로 기각

■ 오크룰릭의 견해 [p. 32]
- 하딩의 분류는 여성주의 비판가들의 입장을 분석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유망한 가능성을 가리는 경향이 있음.
- 유망한 가능성은 합리적 이론 선택이라는 이상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사회적 구조가 과학의 내용에 영향을 주는 방식을 설명하는 것.


  III. 과학 그리고 공유된 사회적 가치들
     (Science and Shared Social Values)
  
[p. 33]
- 과학철학에서 사회적・심리적 요인이 과학에서 하는 역할은 인정되지만 제한적임.
• 발견의 맥락
• 다른 이해관계 때문에 합리성의 규율을 위반하는 경우(리센코 사건 등)
- 전통적인 견해는 발견 또는 이론 생성의 맥락에서 무엇이든 괜찮다고 함.
• 가설의 원천은 인식적으로 무관하며, 중요한 것은 정당화의 맥락임.
• 과학적 이론 선택의 기준은, 가설이 어떤 맥락에서 다음 맥락으로 지나갈 때 사회적・심리적・정치적 오염물을 걸러주는 일종의 필터를 제공한다는 것.
- 전통적인 견해는 현재의 과학적 합리성 모형에서는 유의미하지 않음.
- 현재의 과학적 합리성 모형
• 이론 선택을 비-환원적인 상대평가(comparative)라고 봄.
• 우리는 ‘예’ 또는 ‘아니오’(‘참’ 또는 ‘거짓)를 얻으려고 시험 가설을 자연과 직접 비교하지 않으며, 어떤 가설을 논리적으로 가능한 모든 가설들과 비교하지도 않음.
• 우리는 가설을 그것의 현존하는 경쟁 가설과 비교할 수 있을 뿐임.
- 따라서 이론 선택에 관한 현재 논의에 기초한 그림은 다음과 같음.


■ 방법론적 객관론자의 견해 [p. 34]
- 각 노드들은 과학자가 대안 가설들 중에서 선택해야 하는 결정 시점을 나타냄.
- 방법론적 객관론자
• 각 노드마다 적절한 이론 평가 장치가 작동하면 과학의 합리성이 보존됨.
• 각 연결점마다 올바른 결정을 하면, 처음에 노드들이 어떻게 발생했는지는 무관함.
• 사회학적 영향들이 과학의 내용에 미치는 영향은 노드들에서 작동하는 결정 절차에 의해 차단됨.

■ 오크룰릭의 견해 [pp. 34-35]
- 과학적 방법 그 자체가 비-인지적 요소에 오염되지 않고 각 노드에서 결정 절차가 완벽하게 작동하더라도, 이론 생성이 사회학적 영향을 받는다면, 절차의 어떤 부분도 과학의 내용을 사회학적 영향들로부터 격리하지 못함.
• 경쟁 가설들 중에서의 선택이 상대평가라면, 과학적 방법은 선호된 이론이 참임을 보장할 수 없음. 다른 경쟁자들보다 인식적으로 우월하다는 것만 보장할 뿐임.
• 그러나 모든 경쟁자들이 사회학적 요소들의 영향을 받았다면, 평가 절차의 어떤 부분도 성공한 이론을 완벽하게 ‘순수하게 만들’ 수 없음.
- 위의 그래프가 여성의 행동에 관한 이론의 역사를 나타낸다고 가정하자.
- 성차별적 문화에서 활동하는 남성이 만든 모든 이론은, 성차별주의에 오염되었을 것임.
• 과학적 평가의 기준에 따라 선택된 이론이라도 성차별주의적 경쟁 이론들 중 가장 나은 이론일 뿐.
- 과학 내 남성중심주의와 성차별주의가 존재해도 합리적 이론 선택이 가능하겠지만, 과학적 방법만으로는 과학에서 성차별주의나 남성중심주의를 제거할 수 없음.
• 대안들 사이의 모든 선택은 합리적 선택일 수 있고 과학은 (원리적으로) 점점 더 좋아질 수 있지만, 이는 과학의 내용이 사회적 영향에서 차단되는 것을 보장하지 못함.

■ 블루어와 라우든 [pp. 35-36]
- 블루어(David Bloor)는 이론 내용에 대한 사회적 영향을 미결정성 논제에 기초하여 설명함.
• 원리적으로, 같은 일을 해낼 수 있는 경쟁자들의 수는 무한함.
• 자료가 이론 선택을 완벽하게 결정해주지 않는다면, 다른 무언가가 그 일을 할 것.
• 블루어가 내세우는 후보는 사회학적인 것.
- 라우든(Larry Laudan)은 미결정성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대응함.
• 무한한 또는 적어도 한 쌍의 경험적으로 적합한 경쟁 이론에 직면했다면 미결정성은 문제가 될 것이지만, 우리는 그러한 난처한 풍요로움에 직면한 적이 없음.
• 우리는 언제나 경쟁 이론들 중 다른 것들보다 어떤 하나를 선호할 만한 좋은 인지적 이유를 찾을 수 있음.
• 따라서 미결정성의 문제가 실제 이론 선택에 등장한 적은 한 번도 없었음.
• 그래서 사회적 결정 요인들에 대한 블루어의 주장이 효과적으로 약화됨.

■ 라우든의 견해에 대한 오크룰릭의 비판 [pp. 36-37]
- 이러한 논증 전략은 여전히 선결 문제를 남김.
• 다른 경쟁자들도 자료와 똑같이 양립가능하다면, 왜 그러한 종류의 경쟁자들이 생겼는가?
• 경쟁 이론들이 충분히 정교해지면 그에 대한 우리의 선택이 합리적일 수 있다는 것은, 우리의 선택지들이 어떻게 특정한 방식으로 결정되었는지를 다루지 않는 것임.
• 비-인지적 요소들이 질문을 제기하고 문제의 비중을 정하고 이론을 형성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한다면, 이러한 요소들이 정당화의 맥락에서 제거된다는 것을 확신할 수 없음.
- 라우든을 곤란하게 만드는 것은 두 가지 관점을 동시에 유지하려 하는 데 있음.
• 관점(1): 발견의 논리가 규범적으로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
• 관점(2): 이론 평가가 그 본성상 상대평가일 수밖에 없는 것.
• 관점(2)를 인정하면, 이론 생성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도 규범적 중요성을 가진다는 것을 인정해야 함.

[pp. 37-38]
- 여기서의 주장은 발견의 맥락과 정당화의 맥락 사이의 구분을 없애자는 것이 아님.
- 상대평가 모형에서는 이론 개발과 이론 생성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이 입증 활동과 과학의 내용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
- 입증 활동에 대한 이러한 논변은 시험 가설뿐 아니라 유관한 배경 이론을 구성하는 보조 가설에도 적용됨.
• 특정한 증거가 가설과 관련되는 방식은 거기에 개입하는 부수적인 가정들에 의존함.
• 생물학과 사회과학의 교류는 대체로 이 수준에서 일어남.
- 사례(1): 수렵-남성 사례에서, 유관한 보조 가정들은 진화 생물학에서 옴.
• 인류의 진화 과정을 이끌어온 것이 남성의 생존 경쟁이라는 가정은, 무엇을 증거로 간주해야 하고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를 상당 부분 지시함.
- 사례(2): 잠자는 미녀/완벽한 왕자 모형에서 생물학적 자료는 남성과 여성의 적절한 역할에 대한 사회학적 가정들의 영향을 받음.
- 사례(3): 영장류학의 실험 설계에 대한 도너 해러웨이의 연구
• 위계와 남성 지배의 정치적 원리가 어떻게 영장류학에 내재되었고, 이것이 영장류 사회 조직 이론에서 어떻게 강화되었는지 보여줌.
• 카펜터가 붉은털원숭이(rhesus monkeys)를 연구할 때, 사회적 질서의 근원에 대한 조직화 가설을 시험하기 위해 지배적인 수컷들을 제거했지만 다른 구성원을 제거한 대조 연구는 하지 않음.
-  실험 설계에서 모든 가능한 변수를 통제할 수 없으므로, 우리가 고려하는 것은 배경 이론이 유관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에 의존함.
• 배경 이론이 경쟁 이론의 도전받지 않는다면, 실험 활동은 잠재적으로 문제 있는 가정들을 계속 지니게 됨.
- 이 논변은 보조 가정들을 통해 한 분야의 젠더 편향들이 다른 분야로 쉽게 건너간다는 것.
• 보조 가정들의 교환이 치명적인 형태의 전체론을 불가피하게 만든다거나 이러한 보조 가정들 그 자체로는 (잠재적으로) 시험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님.
• 우리 문화에 젠더 이데올로기가 만연하여, 이러한 가정들은 의문시되지 않거나 인식되기 않기도 함. 보통 그것들은 경쟁 가설이 존재할 때만 드러남.

[pp. 38-39]
- 이 논변은 가설-연역적 형태의 입증에만 제한되지 않으며, 글리모어(Clark Glymour)의 ‘구두끈묶기’ 모형(‘boot-strapping’ model)에 호소해도 이 논변을 피할 수 없음.
• 구두끈 입증(bootstrap confirmation)은 배경 가정들을 불필요하게 만들지 않고 가정들의 핵심적인 역할을 명시적으로 인지함.
• “가설들은 그 자체로 시험되지 않으며, 이론 안의 그들 동료들과의 관계에서만 시험된다. 입증은 2항 관계가 아니라, 3항 관계이다. 이론의 상당 부분은 주어진 증거로부터 그 이론의 어떤 가설을 입증하든 사용될 것이다.”
- 논변의 이점: 이론 평가의 기준이 비-인지적 요인들에 오염되지 않음을 인정하더라도, 비-인지적 가치는 과학의 내용에 스며들 수 있다는 것
• 과학적 방법 그 자체가 문화에 묶여 진화하는지에 대한 복잡한 논쟁을 피할 수 있음.
• 방법론적 초월성을 인정하더라도 과학적 산물 그 자체가 문화에 묶여 있을 수 있음.

■ 합리성 모형의 적용 범위와 논변이 과학 정책에 가지는 함축 [p. 39]
- 두 가지 대안이 가능함.
• 대안(1): 합리성 모형의 적용 범위가 줄었음을 인정하고 과학의 객관성에 대해 더 온건한 주장을 하는 것.
• 대안(2): 합리성 모형을 확장하여 이론 생성의 맥락도 고려하는 시도를 하는 것.
- 이론 생성의 맥락이 규범적인 중요성을 가진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우리는 이론 생성에 대한 새로운 규범적 견해에 따라 과학 정책을 바꾸고 싶을 수 있음.
• 과학의 내용이 그것의 실행과 생산을 지배하는 사회적 제도들은, 차별철폐 조치 프로그램들 등의 개입을 시행하는 것처럼 인식적 중요성을 획득함.
• 적합한 과학철학이라면 이를 고려해야 할 것.


  IV. 상황의 재검토 (Reviewing the Situation)
  
■ 오크룰릭의 견해와 여성주의적 경험주의의 차이점 [p. 40]
- 오크룰릭의 견해는 확립된 과학적 방법을 사용하여 객관성과 합리성의 항구적 증가를 목표로 하는 계승자 과학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여성주의적 경험주의’와 공통점이 많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여성주의적 경험주의와 다름.
- 차이점(1): 오르쿨릭의 견해는 현재의 방법론이 사회적 제도의 인식적 중요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음을 인지함.
• ‘편향’에 대한 언급은 편향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과학의 가능성을 함축하지 않음.
• 그러한 과학이 언젠가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파당성의 다른 형태들을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함.
- 차이점(2): 하딩이 묘사한 여성주의적 경험주의는 과학적 공동체의 합리성이 개인적 합리성들의 단순 총합일 뿐이라는 전통적인 방법론의 가정을 전제함.
• 개인적 수준에서 다양한 전략들을 포함하여 증진되는 것은 과학적 공동체의 합리성.
• 오크룰릭이 논의된 종류의 편향은 공동체 수준에서만 체계적으로 논의될 수 있음.
• 어떠한 적절한 개인적 교정 프로그램도 사전에 처방될 수 없으며, 다양한 관점을 포함하는 것만이 변화가 가능한 조건을 만들어낼 것.

■ 오크룰릭의 견해와 관점 인식론의 차이점 [p. 41]
- 오크룰릭의 분석에서 인식적 특권은 개별 여성(이나 여성주의자)이 아니라 개인의 관점을 비롯해 다른 사람들의 관점까지 포함한 공동체에 부여함.
• 오크룰릭의 견해에서 개인의 관점들은 시작점.
- 오크룰릭의 분석은 남자나 다른 ‘앎의 방식들’(ways of knowing)과 다른 심리학적 기질(psychological make-up)을 가진 여성에 전혀 의존하지 않음.
• 남성은 정확히 똑같은 연구를 할 수 있었으며, 이는 논리적으로 가능함.
• 그러나 여기서 연결은 필요조건이나 충분조건에 관한 것이 아니라 우연성에 관한 것.
• 어떤 과학적 가설들이 학계와 과학 공동체에서 여성의 정치적 힘과 대표성이 증진되던 시기에 함께 출현한 것은 논리적 필연도 아니지만 우연도 아님.

■ 오크룰릭의 견해와 여성주의적 경험주의의 차이점 [pp. 41-42]
- 오크룰릭의 입장이 여성주의적 포스트모더니즘이 겹치는 부분은 작지만 없는 것은 아님.
- 오크룰릭의 입장은 형이상학적 실재론을 거부하는 것과 양립가능하지만, 객관성과 합리성을 거부하는 것과는 양립가능하지 않음.
• 오크룰릭은 형이상학적 실재론과 객관성이 분리가능하다는 입장.
• 포스터모더니즘의 문헌에서 이 점은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보임.
- 오크룰릭은 과학에서 여성주의적 이론들이 성차별적인 경쟁자들보다 우월하다(인지적으로 더 선호할 만하다)고 믿지만, 그 이론들이 대안적인 서술을 제공한다고는 믿지 않음.
- 포스트모더니즘이 인식적 상대주의뿐 아니라 파편화된 정체성들을 강조하는 점 때문에 여성주의가 필요로 하는 정치적 행동의 적절한 토대를 제공할 수 없음.
- 그러나 국소적 문제풀이의 요건에 대한 포스트모더니즘의 강조는 상당히 가치 있음.
• 젠더 편향은 서로 다른 과학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나타남.
• 그러한 편향을 드러내고 제거할 단일한 ‘여성주의적 방법’은 존재하지 않음.
• 과학에서의 진정한 변화는 자기 분야에서 사회적 제도에 의해 들어온 편향들에 의문을 제기하는 과학자들이 특정한 경쟁 이론들이 개발할 때만 일어날 것.

■ 요약 [p. 42]
- 오크룰릭은 전통적인 객관성과 합리성의 이상을 완전히 희생하지 않고서도 생명과학들의 젠더 편향의 범위와 깊이를 정당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믿음.
• 그렇게 하려면 과학의 사회적 구조에 대한 설명을 고려할 필요가 있음.
- 이 논문에서 소개한 종류의 사례 연구들은, 사회적 요소들이 과학의 발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방식을 이해해야 함을 보여줌.
• 사례들은 일부 표준적인 철학적 도구들이 과학의 이데올로기적 편향들의 기원과 다양성을 밝힐 수 있는 정도를 보여줌.
• 그러나 과학적 과정에서 발견의 맥락에 대한 사회적 요인들의 영향이 제한된다는 견해를 유지하는 한, 이 철학적 도구들은 당면한 작업에 부적합함.
- 주류 과학철학이 과학에 대한 여성주의적 비판들을 계속 무시하는 것은 매우 위험함.
  
  
(2019.04.25)
      

2019/03/17

인생 시계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에는 인생 시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인생 80년을 24시간에 비유하면 태어난 순간은 0시, 20세는 오전 6시, 40세는 낮 12시, 60세는 오후 6시, 80세는 밤 12시라고 한다. 우리가 스스로에 대해 너무 늦었다고,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에 나이를 너무 많이 먹었다고 하기에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다는 것이 김난도 교수의 메시지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인생 시계의 오전 6시는 20세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0시부터 6시까지 자빠져 자는 것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0세부터 20세까지 허송세월을 보낸다. 더러는 엄마가 깨우든 잠이 없든 해서 4시 30분(15세) 쯤 일어나서 하루를 준비하기도 하겠지만, 그 중에서도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고 상당수는 성과 없이 그냥 피곤하기만 할 뿐이다.

남자들 중에는 오전 6시에 일어났다가도 오전 6시 40분쯤(약 22세)에 군대에 갈 거니까 일단 더 자겠다는 사람도 있고 7시 20분쯤에 제대한 다음에 다시 침대에 자빠져 자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까빡 잘못하면 오전 9시(30세)까지 자빠져 자는 수가 있다. 그렇게 자놓고는 9시에 일어나서 괜히 엄마한테 화를 낸다. “엄마, 왜 나 안 깨웠어?” 분명히 엄마는 깨웠다.

그렇게 허둥지둥 회사에 가서 지각했다고 욕 먹고, 이것저것 하다 보면 금방 낮 12시(40세)가 된다. 점심 먹고 뭐 하다 보면 낮 3시(50세)가 된다. 슬슬 퇴근 준비하다 오후 6시(60세)에 퇴근해서 집에 가서 발 씻고 저녁 먹으면 금방 9시(70세)가 된다. 그 때 새롭게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그냥 하던 거 좀 더 하고 드라마 보다가 12시(80세)가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실제로 생산적인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은 몇 시간 없다.

김난도 교수는 40세면 낮 12시니까 안 늦었다고 말도 안 되는 위로를 하는데, 그건 그 전까지 멀쩡히 산 사람에게나 해당되는 말이다. 그 전날 술을 퍼먹고 낮 12시쯤에 일어나서 “아, 머리야. 내 머리가 쪼개지네”라고 한다면 그 날은 이미 망한 것이다.

나는 올해도 서른다섯 살이니까 시계로 치면 오전 10시 30분일 것이다. 마침 어제 술을 마시고 오전 10시 30분쯤에 눈을 떴다. 숙취의 여파가 낮 12시 이후까지 이어졌다. 김난도 교수의 인생 시계를 떠올리며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지 않으면 인생이 망하겠다고 생각했다.

(2019.01.17.)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예언한 알라딘 독자 구매평 성지순례

졸업하게 해주세요. 교수되게 해주세요. 결혼하게 해주세요. ​ ​ ​ ​ ​ * 링크: [알라딘] 흰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소설 ( 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4322034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