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06

외고 학생들의 황순원 문학 UCC 자문 요청

어느 외고 학생들에게서 메일 한 통을 받았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무슨 프로젝트에서 황순원을 연구하고 있는데 조언을 해줄 수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학생들은 황순원 『소나기』의 주요 장면을 UCC로 제작할 준비를 하며 황순원에 대한 여러 자료를 수집하다가 내가 블로그에 쓴 <황순원 문학에 대한 양자론적 해석>이라는 글을 읽고 연락하게 되었다고 했다.


나는 황순원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다만 망상을 써놓은 수준의 글이 정식 학술 논문으로 나와서 미친놈들 다 죽어라 하는 취지로 글을 쓴 것일 뿐이다.


학생들이 얼마나 답답했으면 나한테까지 연락을 했을까? 대학은 가야겠고, 헛짓거리 몇 개 한다고 대학을 가는 건 아니지만 남들만큼 헛짓거리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뭐라도 해야 하니 황순원 문학 가지고 UCC를 만든다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UCC라니. 나는 노무현 정권 이후로 UCC라는 말을 못 들어본 것 같다. 분명히 나보다 나이 많은 교사나 업체 사람의 머리에서 나온 것임에 틀림없다.


한국 학생들이 필요 이상으로 공부하는 것이 문제라면 어떻게 해야 학생들이 잘 쉬고 운동 좀 하고 고기 많이 먹고 미륵사지 같은 데 가서 석양 좀 보게 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어떤 미친놈들이 제도를 설계했는지 학생들에게 헛짓거리를 시켜서 학습 시간을 빼앗는 방식으로 학습 부담을 줄이고 있다. 그런데 이딴 식으로 헛짓거리를 시키면 학습 부담은 그대로이고 헛짓거리 부담만 늘어나는 건 아닌가? 이상한 입시제도 때문에 이래저래 학생들이 고생한다.



(2018.11.06.)


2019/01/05

화천이와 곶감



주말에 감을 땄다. 어머니는 감을 따려고 과일 따는 집게를 새로 사놓으셨다. 어머니는 2m 정도 되는 집게로 감을 집고 나는 4미터 정도 되는 가지 치는 도구로 감나무 가지를 잘랐다.

두 사람이 감을 따고 있을 때 화천이는 주위를 어슬렁거렸다. 안 놀아줘서 그런지 화천이는 뒤뜰에서 이유 없이 달렸다. 체구가 작아서 그렇지 뛰는 폼이 꼭 한 마리 표범 같았다. 타닥타닥 하고 땅바닥에 발을 딛는 소리가 들렸다. 전력질주로 몇 바퀴 돌더니 감나무 위로 올라가 웅크리고 앉았다. 내가 감나무 위쪽에 있는 감을 따려고 나무에 오르자 화천이가 발톱을 세우고 내가 낀 장갑을 뜯으려고 했다. 한참을 달래자 그제서야 화천이는 나무에서 내려갔다.

한참 뛰어서 힘들었는지 화천이는 꾸벅꾸벅 졸았다. 줄에 곶감이 매달리든 말든 화천이는 신경 쓰지 않았다.











(2018.11.05.)


2019/01/02

수능 인생 한방이 문제인가



시험 한 번으로 인생이 좌우된다면서 수능이 불공평하다고 하는 어른들이 있다. 인생 살만큼 산 어른들이 왜 그러한 사고방식을 가지는지 이해가 잘 안 간다.

내가 그렇게 오래 살아본 것은 아니지만, 살면서 정말 중요한 것은 단판에 승부가 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알고 있다. 사업체는 계약 한 번으로 운명이 좌우되기도 한다. 운동선수들은 몇 년에 한 번 열리는 대회에서 벌이는 몇 분 동안의 승부로 선수로서의 운명이 좌우된다. 큰 전투 한 번에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 배우자를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뒤바뀔 수도 있다. 어떤 투자를 하느냐에 따라 집안의 명운이 갈리기도 한다. 최종 면접에서 어떤 짓을 하느냐에 따라 취업 여부가 갈라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이 정선 카지노에서의 한방 같은 그러한 한방인가? 아니다. 사업체들은 중요한 계약 한 번을 따내려고 역량을 평소에 키우고, 운동선수들은 그러한 대회에서 잘 하려고 연습하고, 국가도 전투 한 번으로 망하지 않으려고 군대를 키우고 훈련시키고, 사람들도 배우자를 잘 만나려고 평소 행실에 신경 쓰고 돈 벌고 주변을 정돈한다. 짧은 순간의 선택으로 운명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준비 기간이 길고 평가 기간이 짧은 것뿐이다.

평소에 잘 하다가 평가 기간에 그 능력을 발휘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가? 그것으로 끝이다. 세상에 그렇지 않은 일이 있는가? 내가 알기로는 없다.

그러한 일들에 비한다면 수능은 오히려 나은 편이다. 기출문제도 있고, 학원도 있고, 평가원에서 난이도도 조정하고, 시험도 매년 본다. 평소에 하던 것보다 조금 잘 하기도 하고 조금 못 하기도 할 수는 있겠지만, 평소에 하던 것과 심각하게 차이가 나는 경우가 얼마나 빈번한지 의문이다. 그런데도 마치 수능 한방이라는 것이 러시안 룰렛이나 정선 카지노 같은 한방인 것처럼 말한다. 어른들이 그런다.

수능에도 문제점이 있다. 그렇지만 시험 한 번으로 인생이 좌우된다고 하는 것은 수능에 대한 적절한 비판이 아니다. 아이들이 힘들다고 찡찡거려도 사는 게 원래 그렇다고 해야 할 판인데, 배울 만큼 배우고 살 만큼 산 어른들이 중학생처럼 같이 찡찡거린다. 인생을 한두 해 산 것도 아닌데 왜들 그러는가 싶다.

(2018.11.02.)


2018/12/31

대학원생의 병명 진단

같은 수업을 듣는 대학원생이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몸이 아프다고 한다. 나는 그 대학원생에게 “혹시 병명이 <물리학의 철학>인가요?”라고 물었다. 그 대학원생은 “그런가 봐요”라고 답했다. 옆에 있던 다른 대학원생이 “아닌 것 같은데. <과학사통론2>인 것 같은데요”라고 했다. 



(2018.10.31.)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예언한 알라딘 독자 구매평 성지순례

졸업하게 해주세요. 교수되게 해주세요. 결혼하게 해주세요. ​ ​ ​ ​ ​ * 링크: [알라딘] 흰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소설 ( 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4322034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