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학생들끼리 선배랍시고 군기 잡고 염병한다는 보도가 나온다. 군대에서도 사고 나면 부대 해산하고 다시 만들던데, 대학에서 군기 잡다 걸리면 해당 과를 해산하고 다시 만드는 건 어떨까?
학생들끼리 군기 잡을 정도면 그런 과는 없애는 것이 낫다. 그런 과에는 전승될 만한 가치 있는 문화나 전통 같은 것은 없을 것이고 쓸만한 암묵지 자체도 없을 것이므로, 그런 과에서 선・후배 관계가 단절된다고 해도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아무런 손실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해당 학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해당 학과에서 악습을 계승・전파하는 학생들이 있는 것이 문제이니, 폐과하는 것이 아니라 학과를 완전히 해산하고 악습을 전할 선배들이 모두 사라진 후 신입생을 다시 모집해서 깔끔하게 새출발하는 것이 좋겠다.
그러면 해당 학과에 있던 학생들은 어떻게 되는가? 다른 과에 분산 수용하면 된다. 물론, 다른 과에 가서 악습을 전파할 위험도 있지만, 원래 있던 학생들이 버티고 있는 한 원래 자기 과에서 하듯 설치고 다니지는 못할 것이다. 아마도 대부분은 옮겨간 과의 언저리에서 겉돌다가 졸업하게 될 것이다.
어차피 머리 좋은 학생들은 어느 걸 배워도 잘 하고 아닌 학생들은 어느 걸 배워도 못 하니, 철학을 배우던 학생이 역사를 배우든, 물리학을 배우던 학생이 생물학을 배우든, 경제학을 배우던 학생이 정치학을 배우든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예술대학처럼 각 과 성격이 완전히 다르면 다른 학교에 위탁 교육을 맡기면 될 것이다.
학과가 해산된 동안 교수들한테는 3-4년씩 연구년을 주거나 교양과목만 가르치도록 하면 해당 학과의 교수들은 아무런 불만을 가지지 않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교수들이 학생들 간에 부조리가 일어나는지 관찰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겍 되면 아마도 학회에서 이런 대화가 오갈 것이다.
“김 선생님, 요즘 왜 이렇게 연구를 많이 해요?”
“우리 과 학생들이 군기 잡다가 걸려서 과가 해산됐어요. 하하하하.”
“아, 부럽... 아니에요.”
학과가 해산된 동안 시간강사들은 다른 학교에서 강의하면 된다. 그렇게 깨끗하게 악습을 제거한 다음에 신입생을 다시 뽑고 군기 잡다가 과가 해산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또 악습이 자연발생하거나 어디에서 수입되면 또 학과를 해산하면 된다.
* 링크: [연합뉴스] “선배와 식사할 때 수저 먼저 들지마라”…대학가 젊은 꼰대들
( www.yna.co.kr/view/AKR20180316113900797 )
(2018.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