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omas S. Kuhn (1996), 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s (3rd ed.), University of Chicago Press, pp. 10-22.
토머스 S. 쿤, 「2장. 정상 과학에로의 길」, 『과학혁명의 구조』, 김명자・홍성욱 옮김 (까치, 2013), 73-89쪽. ]
■ [pp. 10-11, 73-75쪽]
- 정상 과학(normal science): 과거의 하나 이상의 과학적 성취에 기반한 연구 활동.
• 오늘날은 교과서가 과학적 성취를 설명함
• 19세기 초 이전에는 과학 분야의 고전이 교재 역할을 함
• 교재의 역할: 일정 기간 한 연구 분야의 적법한 문제와 방법을 다음 세대 학자들에게 암묵적으로 정의해주는 역할을 했다.
- 과학 고전들이 공유하는 특성
• 전례 없는 성취: 경쟁적인 과학 활동 방식에서 옹호자들을 떼어낼 정도
• 충분한 융통성(open-ended): 재편된 연구자 집단이 풀 모든 유형의 문제들을 남김
- 패러다임들(paradigms): 이러한 두 가지 특징을 지닌 성취들
• 과학도가 패러다임을 공부하는 것은 과학자 공동체의 구성원이 될 준비하는 것.
• 같은 분야의 기초를 익힌 과학도들이 과학자 공동체에서 합류하면, 이후 활동에서 기본 개념에 대한 의견 충돌을 피하게 됨.
• 공유된 패러다임에 근거 → 과학 활동에 대한 동일한 규칙과 표준을 준수
• 규칙・표준과 의견 일치는 정상 과학의 불가결한 요소
- 확고한 과학적 성취는 왜 그 성취로부터 추상화되는 개념, 법칙, 이론, 관점보다 우선하는가?
• 공유된 패러다임은 논리적 기본 요소들로 완전히 환원될 수 없는가?
- 한 분야에서 패러다임과 패러다임이 허용하는 더 비전적(esoteric) 연구 형태를 획득한 것은 그 분야의 발전에서 성숙의 징조.
■ 광학의 사례 [pp. 11-13, 75-78쪽]
- 오늘날의 교과서는 빛을 광자(photon)로 설명함.
• 광자: 파동과 입자의 특성을 함께 나타내는 양자역학적 실체
• 이는 20세기 초 플랑크, 아인슈타인 등의 연구에 기반함
- 20세기 초 이전의 교과서는 빛은 횡파 운동이라고 가르침.
• 이는 19세기 초 영과 프레넬의 저서에서 나온 것.
- 18세기 내내 빛은 물질의 입자들(material corpuscles)로 가르침.
• 이 분야의 패러다임을 제공한 것은 뉴턴.
• 그 당시 물리학자는 빛이 때리는 압력에 대한 증거를 찾기 위해 애씀.
- 고대부터 17세기 말까지 빛의 본질에 대해 널리 수용된 단일한 견해는 나타나지 않았고, 대신 여러 학파가 난립함.
- 뉴턴 이전의 과학자들도 뉴턴 이후의 과학자들만큼이나 과학자
- 광학 분야의 방법이나 현상에 대한 표준이 없었음
■ 전기학 연구 [pp. 13-15, 78-79쪽]
- 18세기 전반에 이루어진 전기학 연구의 역사는 과학이 최초의 패러다임을 획득하기 이전에 발전하는 방식을 보여줌.
- 18세기 전반, 본성에 대한 견해는 여러 가지
• 예) 혹스비, 그레이, 데자귀리에, 뒤페, 놀레, 왓슨, 프랭클린 등
• 이러한 개념들은 역학-입자 철학(mechanico-corpuscular philosophy)의 변형에서 유도되었다는 공통점.
• 모든 실험이 전기에 관한 것이었고 실험자들이 서로의 논문을 읽었지만 그들의 이론은 유사성만 지닐 뿐 패러다임을 지니지 못함
- 17세기 전기 연구
• 집단(1): 인력, 그리고 마찰에 의한 전기 발생을 기본적인 전기 현상으로 간주함. 전기적 반발을 일종의 역학적 반동으로 인한 이차적 효과로 취급. 전기 전도 현상에 관한 논의도 미루려고 함.
• 집단(2): 인력과 반발력을 동등하게 전기의 기본 작용이라고 여김. 가장 단순한 전도 효과를 제외하고는 집단1처럼 어느 것에 대해서도 동시에 재대로 설명하지 못함.
• 집단(3): 비-도체에서 튀어나오는 전기소(effluvium)로 보기보다는 도체를 통해서 흐를 수 있는 유체(fluid)로 설명하려고 함.
- 프랭클린과 그의 직계 후계자들의 연구를 통하여 전기의 이러한 효과들을 모두 거의 비슷한 정도로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등장하고 이후 세대에게 패러다임을 제공함
■ [p. 15, 79-80쪽]
- 예외적인 분야들
• 수학과 천문학은 선사시대부터 확고한 패러다임이 존재.
• 생화학은 이미 성숙한 전문 분야들이 분할되고 재결합되어 형성됨.
- 유사한 의견 불일치를 보이는 사례들
• 아리스토텔레스 이전의 운동 연구
• 아르키메데스 이전의 정역학 연구
• 블랙 이전의 열 연구
• 보일과 브르하버 이전의 화학 연구
• 허튼(Hutton) 이전의 지사학(historical geology) 연구
- 유전학 같은 생물학의 일부 영역에서는 최초의 패러다임이 최근에 나타남.
- 사회과학의 어느 부분이 그러한 패러다임을 얼마나 획득했는지는 미결 과제
- 역사는 확고한 연구 합의에 이르는 길이 험난함을 보여줌.
■ [pp. 15-17, 80-81쪽]
- 패러다임이 없는 시기의 사실 수집(fact-gathering)은 패러다임 이후의 활동에 비하면 거의 무작위적인 활동
• 예) 플리니우스의 백과사전식 저술, 17세기 베이컨식 자연사
- 유사하지 않은 것을 유사한 것으로 기록하거나, 나중에 중요한 것으로 밝혀질 것을 기록하지 않거나, 잘못된 보고를 걸러내지 못함.
- 선택・평가・비판을 가능하게 하는 이론적・방법론적 믿음의 (최소한 암묵적인) 집합이 있어야만 자연사를 해석할 수 있음. 그러한 믿음의 집합은 개인이나 시대마다 다를 것임.
- 따라서 사람마다 같은 현상을 두고 다르게 기술하고 다르게 해석하는 것이 당연함. 오히려 신기한 것은 그러한 다양성이 점차 사라진다는 것.
■ [pp. 17-18, 82-83쪽]
- 전-패러다임(pre-paradigm) 학자들 중 하나가 승리하여, 같은 현상에 대한 기술・해석 차이가 사라짐
- 전-페러다임 학자들 중 승리한 학파도 보통은 독특한 신념과 선입견 때문에 미완성인 정보 더미에서 특수한 부분만 강조함
• 예) 전기를 유체라고 생각한 학파에서 전기를 병에 담을 생각을 함 → 라이덴 병(Leyden jar) 발명
- 라이덴 병 현상이 이미 알려진 전기적 반발 현상을 모두 설명할 수 없었지만 프랭클린의 이론을 패러다임으로 승격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됨
-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인정되기 위해서 그 이론은 그 경쟁 상대들보다 더 좋아 보여야 하지만, 그것이 당면할 수 있는 모든 사실을 다 설명해야 되는 것은 아님.
■ [p. 18, 84쪽]
- 이후 전기학자들이 프랭클린의 패러다임을 수용하여 전기 연구의 성과와 능률이 엄청나게 증진됨.
- 패러다임은 어떤 실험이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지 여부를 가려줌. 논쟁의 종결은 근본적인 부분에 대한 끊임없는 되풀이를 끝냄. 길을 바로잡았다는 자신감은 더 정밀하고 난해한 부분을 연구하도록 함.
→ 사실 수집과 이론의 명료화는 둘 다 방향이 뚜렷한 활동으로 변함
- 베이컨: “진리는 혼동보다는 실수에서 더 쉽게 나타난다.”
■ 패러다임의 탄생이 연구자 집단에 미치는 영향 [pp. 18-21, 85-88쪽]
- 영향(1): 과학자 집단에 대한 철저한 정의
• 패러다임을 수용하지 않은 낡은 이론을 고수하는 사람은 소외
• 새로운 패러다임은 그 분야의 새롭고 확고한 정의를 내포함
• 패러다임을 수용한 이들의 잘 정의된 전문 분야가 형성
• 변화의 징표: 전문 학술지 발간, 학회 결성, 교과 과정 내 특별한 위치에 대한 주장 등
- 영향(2): 연구 결과를 전달하는 보고서가 더 간단하고 전문적인 형태로 변화함
• 제1원리에 대한 정당화가 더 이상 필요 없어짐. 그러한 부분은 교과서의 저자들에게 맡김.
• 연구자는 교과서가 끝나는 부분에서 연구를 시작하여, 난해한 부분에만 몰두함
• 연구 결과는 책이 아니라 논문의 형태로 발표됨
- 영향(3): 전문화가 나타남.
• 서적이 연구를 전달하는 분야에서는 보통 사람들이 서적을 읽고 연구를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해당 분야에서 전문화가 이루어지지 않아서임.
• 연구 보고서가 일반교양 교육을 받은 사람에게 이해되지 않기 시작함.
• 예(1): 천문학은 고대부터 난해함
• 예(2): 역학은 중세에 난해해짐. 17세기 초 잠시 쉬워졌다가 다시 난해해짐
• 예(3): 전기 연구는 18세기 중반 이후에 난해해짐
• 예(4): 다른 물리과학 분야들은 19세기 들어 난해해짐
• 예(5): 최근에는 사회과학도 장벽이 생김
• 각 분야에서 학자들의 간극이 점점 넓어지는 것은 과학적 진보의 메커니즘과 관계됨.
■ [pp. 21-22, 88-89쪽]
- 18세기 초 40년 동안 전기 연구자들은 전기 현상에 대하여 16세기보다 훨씬 풍부한 정보를 갖추었으나, 1740년 이후 반 세기 동안, 전기 현상으로 분류된 새로운 현상은 몇 종류 되지 않았음.
- 18세기의 마지막 30여 년 동안 쓰인 캐번디시, 쿨롱, 볼타의 전기학 저술은 그레이, 뒤 페 그리고 심지어는 프랭클린의 것들과는 큰 차이를 보임
- 쿤은 이러한 차이가 18세기 초와 16세기의 차이보다도 훨씬 큰 것 같다고 함
- 1740년에서 1780년 사이의 어느 시점에 전기학자들은 역사상 최초로 그들 분야의 기초 원리들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됨.
- 이 시점부터 전기학자들은 더 구체적이고 난해한 문제를 다루었고, 점차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저술보다는 다른 전기학자들에게 공표하는 논문 형식으로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발표함.
(2024.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