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21

조상들의 안빈낙도



중학교나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배웠던 옛날 시를 떠올려보면, 안빈낙도를 주제로 시를 지은 사람치고 정말 가난하게 산 사람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 당시에 한문으로 시를 지을 정도면 꽤나 잘 사는 사람이어야 한다. 가난하면 글을 못 배우고, 글을 배운다고 해도 시를 지을 정도로 교육을 많이 받지 못한다.

정자를 지어놓고 기념 파티 벌이면서 안빈낙도를 노래하면 그게 무슨 안빈낙도인가, 조선시대 한시에 등장하는 안빈낙도라는 것이 지금으로 치면 힙스터짓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

(2017.10.21.)


2017/12/19

연구실 옆 건물 공사를 보면서

인문대에서 석사 과정을 보낼 때는 인문대에서 건물 공사를 하느라 시끄러웠다. 공사가 끝날 때쯤 석사 학위를 받고 박사과정을 자연대로 왔는데, 이번에는 자연대에서 건물 공사를 한다고 암반을 깨고 있었다. 대학원을 다니는 내내 학교는 공사 중이다.

그러고 보면 내가 학부를 다닐 때도 학교는 공사 중이었다. 외국 대학을 다니던 사람들은 왜 한국 대학들은 항상 공사를 하느냐고 묻는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내가 다니던 학교만 그런 것이 아니었고, 다른 학교에 놀러 가도 놀러 간 그 학교도 공사 중이었다.

대학만 공사 중인 것이 아니다. 서울 시내 곳곳이 공사 중이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공사 중인 곳을 꼭 한 군데 이상 지나치게 된다. 못 보던 건물이나 시설이 생겼다가 이렇게 뜯어고쳤다가 저렇게 뜯어고쳤다가 없앴다가 다른 것을 세웠다가 또 뜯어고친다. 저개발 국가가 개발 좀 된 국가가 된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한국이 나라꼴 갖춘 것도 얼마 안 되고 한국 대학도 대학꼴 갖춘 것도 얼마 안 되니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건 그렇다고 치더라도, 서울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라고 뻥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역사적인 흔적이 남을 틈을 주지 않고 허구헌날 공사하고 뜯어고치는 도시에서 무슨 역사와 전통과 공존한다는 것인가? 연구실에서 공사 중인 옆 건물을 보면서 아마 경복궁도 문화재만 아니었으면 뜯어고쳤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대학 건물이 문화재로 지정되면 여러모로 곤란해지니까 유서 깊어질 틈을 안 주려고 일부러 재건축하거나 리모델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2017.10.19.)

2017/12/17

라투르가 글을 쓰듯 드골이 연설했다면



수업 때문에 또 라투르의 글을 읽게 되었다. 이번에는 한국어로 번역된 글인데, 이번에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왜 라투르는 글을 개떡같이 쓰는 것인가. 왜 라투르는 “나의 이러이러한 주장은 저러저러하다는 오해를 받는다”라고 쓰지 않고 “존재론적 논의를 담고 있는 2부에도 불구하고 파스퇴르에 관한 나의 네트워크 연구조차 종종 과학의 매디슨 애비뉴 버전처럼 이해되어왔는데, 이는 나의 설명뿐만 아니라 매디슨 애비뉴에 대해서도 불공평한 일이다”라고 쓰는가. 영화 평론을 하고 앉았나? 이래놓고 라투르는 자기 견해가 오해받고 있다고 푸념하는 내용으로 글을 시작한다.


글을 이렇게 쓰는데도 라투르는 프랑스에서 영미 식으로 글을 쓴다고 욕을 먹는다고 한다. 도대체 프랑스에서 배운 사람들은 글을 어떻게 쓰길래 그러는 것인가? 프랑스어 자체가 이상한 것인지, 아니면 대화할 때는 프랑스어로 말짱하게 말하다가 글을 쓰기만 하면 희한하게 쓰는 건지 궁금했는데, 내가 프랑스어를 전혀 모르니까 알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찾아본 것이 연설문이다. 드골 연설문은 적어도 번역문으로는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없었다. 나폴레옹 연설문도 마찬가지였다.


라투르가 글을 쓰듯 드골이 연설했다면 자유 프랑스군이 결성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라투르가 글을 쓰듯 나폴레옹이 연설했다면 프랑스군이 알프스를 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2017.10.17.)


2017/12/16

[한국 가요] 김진표 (Kim Jinpyo)

김진표 - 시간을 찾아서 (Feat. 이적)

www.youtube.com/watch?v=oS9Z1AWog4o )


김진표 - 학교에서 배운 것

www.youtube.com/watch?v=edjbYIh9jeI )



(2021.06.09.)


“장고 끝에 악수 둔다”는 말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 둔다”는 말이 있다. 너무 오래 고민해서 내린 결정이 오히려 상황을 더 안 좋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보통, 사람들이 이 말을 쓸 때는 나쁜 수를 두게 된 원인으로 필요 이상으로 오래 고민한 것을 지목한다.

내가 바둑은 잘 모르지만 살면서 장고 끝에 악수를 둔 사례를 되짚어보면, 장고를 해서 악수를 둔 것이 아니고 생각나는 것이 악수밖에 없어서 장고한 것이었다. 묘수가 떠올랐으면 곧바로 묘수를 두었지 굳이 더 생각해서 악수를 두었을까.

(2017.10.16.)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예언한 알라딘 독자 구매평 성지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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