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05
[과학철학] Thagard (1978), “Why Astrology Is a Pseudoscience” 요약 정리
2017/11/04
4년 전 학부 수업에서 나를 보았다고 한 대학원생
철학과 대학원 수업에 들어갔다. 절반은 아는 사람이고 절반은 모르는 사람인데 내 옆에 앉은 모르는 사람이 나한테 말을 걸었다. 그 사람은 나를 <한국철학사> 수업에서 봤다고 했다. 내가 <한국철학사> 수업을 들은 건 2013년 1학기 때니까 4년 전이다. 수강 인원도 꽤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나를 기억한다니 약간 당황스러웠다. 내가 이 사람한테 무슨 나쁜 짓을 했더라. 기억이 안 났다.
내가 대학원 와서 <한국철학사> 학부 수업을 들은 것은 그 과목이 대학원 선수 과목이었기 때문이다. 학부 때 유학동양학부를 복수 전공해서 동양철학 수업을 36학점이나 들었는데 그 때 <한국철학사>를 안 듣는 바람에 대학원에 와서 <한국철학사> 수업을 다시 듣게 되었다. 학부 때도 <한국철학사> 수업이 있었지만 ‘한국에 철학이 어디 있어?’ 하고는 안 들었다가 결국은 듣게 된 것이다.
<한국철학사> 수업에서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서평 과제를 내주었다. 과제 때문에 『조선의 역사와 철학의 모험』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책이 너무 이상했다. 조선의 역사를 논리적으로 해명하겠다고 하면서 성리학 이론에 따라 조선 역사의 진행을 설명하려고 한 책인데, 포부에 비해 책을 너무 엉성하게 만들었다. 조선 성리학에 헤겔 철학도 접목하려고 시도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냥 망한 책이었다. 심지어 퇴고도 안 하고 쓴 것 같았다.
대학원 선수 과목은 A, B, C로 학점을 받는 것이 아니라 P/F이기 때문에 글을 예쁘게 써야 한다는 부담도 없었다. 분량 제한도 없어서 나는 A4용지 네 쪽에 걸쳐서 그 책이 왜 망했는지를 썼다. 내가 정확히 뭐라고 썼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지은이가 조선 역사 5백년을 논리적으로 서술하기 전에 10년 치 자기 일기부터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작업을 했다면 이런 과오를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는 식으로 빈정거리기도 했던 것 같다. 내가 빈정거리는 건 잘하니까. 다들 책의 의의와 비판점을 쓰는데 내가 그런 식으로 서평을 쓰니까 사람들이 좋아했다. 학점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못 했는데 그렇게 글을 써서 속이 시원하다는 사람도 있었다.
서평을 etL에 공개한 다음 무작위로 세 명씩 댓글을 다는 댓글 과제도 있었다. 다들 내 글을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는데, 유독 한 사람이 내 글을 비판하고 그 책을 옹호하는 댓글을 달았다. 나는 그 댓글에 약간 긴 답글을 달았다. 어차피 댓글을 단 사람은 학부생이고 나는 대학원생이니까 다시 볼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유롭게 답글을 달았다. 나는 댓글을 달면서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 학생의 인격을 모독하지도 않았고 그 학생의 엄마 아빠도 욕하지 않았고 그냥 네가 쓴 건 전부 다 틀렸다고만 길게 썼으니까. 그렇게 한 학기가 끝나고 다음 학기에 시작되었을 때 내가 있는 연구실에 들어온 대학원 신입생은 내 글에 댓글을 달았던 학부생이었다. 그 사람은 나를 가리키며 “어? 악플러다!”라고 했다. 세상이 좁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내 기억에 나는 <한국철학사> 수업에서 벽에 달린 시계나 강의실 앞에 있는 교탁처럼 아무 말도 안 하고 꼼짝도 안 하고 있었다. 그런데 처음 본 사람이 어떻게 4년 전 학부 수업에서 나를 본 것을 기억하고 있었을까. 나는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저기, 제가 그 때 악플 같은 것을 달았었나요?” 그 사람은 그런 건 아니고 그냥 그 때 강의실에서 나를 봤다고 했다. 다행이다.
(2017.09.04.)
2017/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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