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04

제100회 성균서화전



동아리에서 하는 전시회를 다녀왔다. 100번째 서화전이라 졸업생 작품과 재학생 작품을 함께 전시했다. 역사가 50년이 넘는 동아리인데다가 선배 중에 서예 작가로 활동하는 분도 계셔서 전시회에 좋은 작품이 많았다. 재학생 중에도 어려서부터 서예를 배웠는지 상당히 잘 쓰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그러한 작품들 사이에서 유독 내 눈을 끄는 작품이 있었다. 10센치의 <스토커> 노래 가사를 한글로 쓴 신입생의 작품이었다.

서예 동아리마다 배우는 방법이나 순서가 다른데, 내가 활동했던 동아리에서는 ‘전서-예서-해서-행서-초서’ 순으로 붓글씨를 배운다. 석고문을 쓴 다음, 을령비 같은 예서를 쓰거나 태산각석 같은 소전을 한 번 더 쓰고 예서를 쓰는 것이 보통이다. 한글 서예를 하는 사람이 간혹 있는데, 보통은 어려서 서예 학원 다닌 사람이나 한문 서예를 꽤 잘 하게 된 사람이 한다. 한글 서예라고 해서 쉬운 것도 아닌데다 한글은 한자보다 알아보기 쉽기 때문에 못 썼을 때 훨씬 티가 많이 난다. 그래서 붓을 잡아본 적 없는 사람은 웬만해서는 한글 서예를 안 한다. 동아리에 가입하기 전에 서예를 배운 적이 없는 신입생은 석고문이나 태산각석을 써서 전시회에 내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이 신입생은 대담하게도 한글 서예로, 그것도 대중가요 가사를 작품으로 써서 전시회에 냈다. 글씨 쓴 것을 보니 대학 와서 처음 붓을 잡은 것 같은데 그런 행동을 한 것을 보면 대단한 용자임에 틀림없다. 동아리 선후배들을 보면 글씨 잘 쓰는 사람은 드물지 않게 있고 내 동기 중에도 난정서 같은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쫙쫙 써내는 사람이 있는데, 그 신입생 같은 용자는 10년에 한두 명 있을까 말까다. 내 후배 중에 이런 용자가 있다는 것이 기뻤다. 저녁식사 때 술 한 잔 같이 하면 좋을 것 같아서 전시회장에서 재학생들한테 그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봤는데 그 날은 그 신입생이 전시회장에 오지 않았다고 했다.

아쉬운 마음에 그 신입생의 작품을 다시 보았다. 한 글자 한 글자에 “나도 알아 나의 문제가 무엇인지”가 묻어나는 것 같았다.





(2017.01.04.)


2017/03/03

이화여대 통섭원과 미시간 명예 교우회



1909년부터 1933년까지 하버드대 총장을 지낸 애벗 로렌스 로웰(Abbott Lawrence Lowell)은 총장에서 물러나며 사재를 털어 ‘하버드 명예 교우회’(Harvard Society of Fellows)라는 지식 공동체를 만들었다. 각 학문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을 모아 그들을 시니어 펠로우(Senior Fellow)라고 부르고 해마다 갓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 중 탁월한 사람을 주니어 펠로우(Junior Fellow)로 뽑아 신구 학자들이 함께 학문을 논하도록 했다.

미시간대도 하버드 명예 교우회처럼 ‘미시간 명예 교우회’(Michigan Society of Fellows)를 만들었다. 주니어 펠로우의 임기는 3년이고 매년 네 명을 뽑으니 주니어 펠로우는 모두 열두 명이다. 이들 열두 명은 매주 수요일 점심마다 점심을 같이 먹으며 다양한 주제를 놓고 토론한다고 한다. 그들 중 누군가가 발제를 하면 서로 다른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들끼리 그 주제를 놓고 토론하는 것이다. 또한 주니어 펠로우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시니어 펠로우들과 저녁 식사를 하며 한 주제에 대해 밤늦도록 토론을 한다고 한다. 최재천 교수는 1992년부터 1994년까지 미시간대 명예 교우회 주니어 펠로우였고, 이것이 2007년 이화여대에 설립한 통섭원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최재천 교수가 주니어 펠로우들과 수요일 점심을 함께 할 때 발제한 주제 중에는 “동물 세계에서는 왜 암컷보다 수컷이 더 아름다운가?”라는 것이 있었다고 한다. 철학 전공자가 발제한 주제 중에는 “철학자들은 왜 글을 꼭 어렵게 쓰는가?”도 있었다고 한다.

* 참고 문헌

최재천, 『다윈 지능』, 사이언스북스, 2012, 174-175쪽.

(2017.01.03.)


2017/03/02

이인화 교수가 대학에서 한 것



역사 전공 선생님하고 술자리를 함께한 적이 있다. 그 때는 도올 김용옥이 jtbc에서 현대 중국 강의를 할 때였다.

“어쩌다 jtbc에서 도올이 강의하는 것을 봤는데 이제는 막 나가는 구나 싶어. 사학계에서 대응을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예전에 이덕일이 이상한 책 쓰기 시작할 때는 학계에서 대응하면 더 주목받는다고 그냥 무시하자는 분위기였거든. 저러다 말겠지 그랬는데, 이제는 사회적으로 미치는 해악이 너무 심각해지는 거야. 얼마 전에 학회를 갔는데 이제는 이덕일이 교수할 때가 온 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와. 교수하면 바빠지잖아. 수업 준비도 해야 하고 대학원생들 지도도 해야 하고 행정 업무도 해야 하니까. 김용옥도 교수 그만두더니 이상한 책을 많이 내기 시작했고. 그 누구지? <영원한 제국> 쓴 사람. 아, 이인화! 이인화도 이상한 책 써내다가 이화여대에서 교수되니까 바빠서 책을 안 내잖아.”

교수가 된 이인화는 나름대로 바빴던 모양인데, 그 선생님이 생각했던 이유로 바빴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 링크: [jtbc] 류철균, 조교에게 “학계에 발 못 붙이게 하겠다”

(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390702 )

(2017.01.02.)


2017/03/01

20년 전 소주 광고 모델 김국진



인사동에 있는 <대청마루>라는 고기집에서 이런 것을 보았다. 20년 전 소주 광고 모델은 김국진이었다.




(2017.01.01.)

2017/02/27

용인대 유도학과

   

술 마시러 가는 길에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 바뀔 때까지 몇 초 정도 기다렸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은 코트를 입고 있었는데 등에 영어로 뭐라고 써 있었다.
  
‘어, 왜 대학교에 용이 살지? 그런데 용은 YONG이 아니고 DRAGON인데. 요즈음은 대학에서 저런 것도 가르치나? 음주 동아리인가?’
  
용인대 유도학과의 과 코트였다. 용이 대학에 사는 것이 아니라 “YONG IN UNIVERSITY”였고 동아리에서 주도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과에서 유도(JUDO)를 배우는 것이었다. 2초 정도 헷갈렸다. ‘YONG’과 ‘IN’을 대쉬(-)로 이었다면 순간 헷갈리지 않았을 텐데.
  
낙성대 역 근처에 ‘효심당 한약국’이라는 한약국이 있다. 간판은 작은데 글씨는 커서 ‘효심당한약국’이라고 여섯 글자를 모두 붙여놓았다. 마을버스 타고 지날 때마다 ‘효심당한 약국’이라고 읽고 ‘아, 효심당 한약국이지’ 한다. 4년째 그러고 있다.
  
  
* ‘효심당하다’의 용례
  
- 김 노인: “그거 들었어? 윤씨네 아들이 윤씨한테 겨울에 추우니까 따뜻한 데 있으라면서 한 달 정도 동남아로 여행 보내버렸대.”
- 이 노인: “아이고, 그 노인네 아들한테 효심당해버렸구만.”
  
현대 한국어에 이런 용례는 없다. 고대 한국어나 중세 한국어에서도 발견되지 않는다.
  
  
(2016.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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