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24

뇌까지 섹시해하는 한국인

   
피터 노왁이 쓴 『섹스, 폭탄, 그리고 햄버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전 세계 포르노 시장은 970억 달러에 이른다. 늘 이 정도 규모를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 중국, 한국, 일본은 포르노 매출이 가장 높은 3대 국가다. 반-포르노 규정이 엄격한 중국은 포르노를 소비하는 데서 나오는 수익보다는 DVD와 섹스토이 같은 상품을 제조하고 얻는 수익이 크기 때문에 수치가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 약 130억 달러를 포르노 산업에 쓰는 미국이 4위고, 오스트레일리아와 영국이 각각 20억 달러로 그 뒤를 잇는다.(35쪽)
  
중국, 일본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한국이 미국보다 포르노 시장이 크다는 건 이해가 안 간다. 미국은 한국보다 인구가 여섯 배 많고 1인당 소득은 두 배 많고 포르노 제작과 유통이 합법인데, 어떻게 한국이 3위고 미국이 4위인가. 통계가 잘못된 것인가, 아니면 한국인이 변태 종족이라서 그런 건가.
  
어쩌면 한국인은 변태 종족일지도 모른다. 세계 기억력 대회에서 여덟 번 우승한 도미니크 오브라이언이 쓴 책 중에는 <How to Develop a Brilliant Memory Week by Week>(2014)라는 책이 있다. 한국에서 이 책은 『뇌가 섹시해지는 책』(2015)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기억력 늘리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이 한국에서는 뇌가 섹시해지는 책이 된다. 한국인들은 신체 부위에서 섹시함을 느끼다 못해 뇌에서도 섹시함을 느낀다.
  
   
* 참고: 피터 노왁, 『섹스, 폭탄, 그리고 햄버거』, 이은진 옮김 (문학동네, 2012).
  
  
(2016.12.27.)
   

2017/02/23

연애에서의 벼랑 끝 전술

     

jtbc <비정상회담>에 반려견과 결혼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애인 때문에 고민이라는 어느 여성의 이야기가 소개되었다고 한다. “개가 우선이냐 자기가 우선이냐”며 애인을 압박하는 것은 일종의 벼랑 끝 전술이다. 개를 키우는 게 결혼을 포기할 만큼 치명적인 문제는 아닐 텐데 그런 일에 벼랑 끝 전술을 쓰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애인이 개를 선택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것인가? 벼랑 끝 전술은 가진 패가 하나뿐일 때 쓰는 막장 전술이라 아무 때나 쓰면 안 된다. 반대로 말하자면, 수시로 벼랑 끝 전술을 쓰는 사람은 가진 것이 쥐뿔도 없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으니 그런 사람과는 빨리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좋다.
  
내가 아는 사람 중 매사에 벼랑 끝 전술을 펴는 사람과 연애했던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의 애인은 사사건건 “◯◯이야 나야?”라고 압박했다고 한다. 남자친구가 도박하는 것도 아니고 마약하는 것도 아닌데 사소한 것을 가지고 매번 그랬다고 들었다.
  
어느 날 그 남자가 애인한테 담배를 끊기로 약속만 해놓고 담배를 못 끊자 그 여자는 평소처럼 “담배야 나야?”라며 벼랑 끝 전술을 구사했다고 한다. 사람이 웬만큼 매혹적이지 않고서는 담배보다 중독성이 높기 힘든데, 벼랑 끝 전술을 일삼는 사람이 매력이 있어봤자 얼마나 있었겠는가? 결국 남자는 담배 대신 애인을 끊었다. 10년도 더 지났지만 그 남자는 아직도 담배를 계속 피우고 있다.
  
  
* 링크: [허핑턴포스트] “반려견과 결혼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는 애인”에 대한 타일러의 명쾌한 한 마디
  
  
(2016.12.23.)
    

2017/02/22

고대 과학도 과학인가?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는 <과학사통론1>과 <과학사통론2>를 개설한다. <과학사통론1>은 르네상스 이전의 과학을 다루고 <과학사통론2>는 르네상스 이후의 과학을 다룬다. 어떤 철학 전공자가 물었다.
  
- 철학 전공자: “그런데요, 고대의 과학이라고 하는 것도 과학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가요? 현대 과학하고 너무 달라서 둘을 같은 과학이라고 보기 어렵지 않은가요?”
  
- 나: “탈레스도 철학자잖아요.”
  
- 철학 전공자: “아.”
  
  
(2016.12.22.)
    

2017/02/21

어떤 패션 잡지를 읽고

     

동료 대학원생이 패션 잡지를 샀다. 잡지를 읽으려고 산 건 아니고 부록으로 주는 다이어리 때문에 샀다고 한다. 군대에 있을 때 그 잡지를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어서 웬만큼 기대를 하고 잡지를 펴봤는데 읽을 만한 내용도 거의 없고 사진조차 너무 이상해서 실망했다고 말했다. 미적 감각이 별로 없는 내가 봐도 사진이 이상해보였다.
  
폐지함에 버리려는 것을 달라고 하여 잠깐 그 잡지를 읽어보았다. 그런 패션 잡지에는 어떤 글이 실리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잡지에는 정말 별 내용도 없었고 글도 엉성했다. <대학 내일>은 공짜니까 보는 것이지, 그런 잡지를 7천 원씩이나 받고 판매한다니 약간 놀랍기도 했다. 잡지사들이 다들 어렵다고 하면서 그것이 마치 사회문제라도 되는 듯이 언론에서 다루기도 하는데, 그런 잡지들이 몇 개 없어지는 것이 왜 문제인지 모르겠다. 그런 잡지들이 유지되어서 사회에 득이 되는 것이라고는 약간의 고용 창출밖에 없는 것 같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잡지에 글 쓴 사람들의 이름 옆에 모두 ‘에디터’라고 써놓았다는 것이다. 기자면 기자고 작가면 작가지 왜 모두 에디터인가. 요즈음은 잡지에 글 쓰는 사람을 모두 에디터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순간 어떤 생각이 떠올라서 나는 이렇게 물었다. “아, 가수라고 하기에는 노래를 못하고 연기자라고 하기에는 연기를 못하니까 아이돌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기자라고 하기에는 취재를 못하고 작가라고 하기에는 글을 못 쓰니까 에디터라고 부르는 건가요?” 동료 대학원생은 “어, 그런데 그런 이유로 아이돌이라고 부르는 건 아니에요”라고 답했다.
  
  
(2016.12.21.)
     

2017/02/20

뮤직비디오를 보고 든 생각

     

<PPAP> 뮤직비디오를 보고 든 생각은 재미있다는 것이었다. 딱 거기까지였다. 그 나라의 문화적 우수성 같은 것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어떤 외국인이 나한테 “Do you know PIKO TARO? Do you know PPAP?”라고 묻고 <PPAP>를 안다는 내 대답에 그 외국인이 어깨를 으쓱거린다면, 아마도 나는 ‘저 나라는 어지간히 보잘 것이 없나보다’ 하고 생각할 것이다. 외국인을 만나는 그 나라 사람들이 죄다 그런다면 나는 ‘저 나라 사람들은 다른 나라 사람한테 인정받고 싶어 죽겠나보다, 정신적으로 미성숙한가 보다’ 하고 생각할 것이다.
   
<PPAP> 뮤직비디오를 보니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떠올랐고, <강남스타일>을 두고 유난을 떨던 한국인과 한국 언론이 생각나서 부끄러웠다. 나와 같은 한국인인 싸이가 외국에 나가서 돈 많이 버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것을 가지고 한국 문화의 우수성 운운하는 것이 얼마나 유치하고 수준 낮은 짓거리인가. 심지어 어떤 동양철학 교수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공개 강연에서 <강남스타일>의 장단이 굿거리장단이고 드디어 한국 문화의 우수성이 세계에 통하게 되었다고까지 말했다. 고등학교 윤리 교과서도 집필했던 사람이 그러고 다니고 있는 판이다.
  
  
(2016.12.20.)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예언한 알라딘 독자 구매평 성지순례

졸업하게 해주세요. 교수되게 해주세요. 결혼하게 해주세요. ​ ​ ​ ​ ​ * 링크: [알라딘] 흰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소설 ( 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4322034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