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업자가 고객인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의 눈높이에 맞추어 설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어떤 의미에서는 좋은 일일 수도 있다. 10대 시절을 무의미하게 보내지 않고 나름대로 착실히 살도록 이끄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10대를 대상으로 이야기한다고 해도, 학창시절에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좋은 대학을 다니면 어떤 점이 좋은지를 꼭 그렇게 천박하게 설명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일부 사교육 업자는 대학교 4학년씩이나 되어서도 초등학교 1학년 같은 소리나 하고 예쁜 여자한테 앞뒤 안 가리고 덤비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고등학생들 앞에서 오히려 자랑스럽게 말한다. 어떻게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것이 자랑이 되는가?
어차피 사교육 업자의 강의를 듣던 고등학생들도 어른이 될 것이고 세상물정을 알게 될 것이다. 명문대학을 다닌다고 해서 죄다 몸만 큰 아이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기는 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사교육 업자들이 자기가 나온 학교에 좋은 영향을 주는가? 그건 아니다. 명문대학의 이미지에 흠집을 내면 흠집을 냈지 결코 좋은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나와 알고 지내는 서울대 사람들은 사교육 업자들이 고등학생들한테 서울대 간판 팔아먹으며 허튼 소리 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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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KY 와서, 서울대 와서 제일 무서웠던 게 뭔지 알아? 나는 중고등학교 때 공부 잘 하는 친구들이 아니라 못 하는 친구들이 많았을 거 아니야? 두 그룹이 만나서 술을 먹잖아? 그러면 그 이질감이, 소름이 돋을 정도인 거야.”
“들어봐, 너희가. 어떤 학생의 꿈이야.
‘저는요, 대통령이 되고 싶습니다. 대통령이 되어서 우리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고 지금까지 역사에 없던 대한민국을 만들어보고 싶고 세계에 대한민국을 알리고 싶습니다.’”
“이게 몇 학년의 꿈같니? 초등학교 1학년 일기장 같지? 내가 서울대학교에서 만난 4학년 정치외교학과 선배의 꿈이야. 대학교 4학년 먹은 사람이 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이게 서울대 애들이야.”
“그런데 내 지방대 친구들이랑 술을 먹잖아. 어떤지 알아? 오직 그 이야기밖에 안 해.
‘ㅆ발, 돈은 벌 수 있을까?’ ‘먹고 살 수 있을까?’
그런데 이 먹고 산다가 비유가 아니라 ‘진짜 먹을 수 있을까?’ 이 이야기야.
‘우리 아버지 은퇴하시면 퇴직금이 얼마인데...’ 이런 이야기만 하는 거야.”
“다시! PC방을 한다고 천한 삶이 아니야. 대통령이 된다고 위대한 삶이 아니라고. 내 말은. 인생을 바라보는 크기가 너무 다르지 않니? 그런데 그게 왜 그럴까? 서울대 나오면 장땡이라서? 미적분을 잘 한다고 대통령이 되는 게 아니잖아. 그런데 뭐냐? 얘네들은 10대 때 그 인생관을 가지고 태어나는 거야.”
“이렇게 말해줄게. 이렇게 비유하면 와 닿을까? 예쁜 여자애가 있잖아. 절대 말을 못 걸어.
‘내가 이야기해봤자 쟤가 나를 만나줄까?’
소심쟁이. 그런데 서울대 왔을 때 달라진 게 뭔지 알아? 진짜 말도 안 되는 여자애들한테 ‘나랑 사귈래? 싫어? 싫음 말고.’ 이렇게 되는 거야.”
“이게 무슨 변화인 줄 알아? 서울대 애들은, 나는, 시험에 붙은 순간 이 feel을 받은 거야.
‘ㅆ발, 내가 하면 되는 구나. 하면 끝까지 갈 수 있구나.’
이걸 가지고 어른이 되니까 연애든 꿈이든 뭐든 제한, limit가 없는 거야. 알았지? 대학교 4학년생이 ‘까짓 거 대통령이 되자’라고 꿈꾸는 거야. 웃긴 게 아직도 내가 만나는 서울대 동기들은 그 이야기를 하고 있어. 얼마 전 만난 친구도 걔 꿈이 대통령이야.”
(2016.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