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이 큰 인기를 끌었다. <응답하라 1997>부터 시작해서 <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88>까지 왔으니 속편을 만든다면 그 배경은 그 이전 시대일 것이다. <응답하라 1974>로 만든다면 어떨까?
배경은 신촌에 있는 어느 대학교다. 주인공은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시골 출신 남자 공대생이다. 남중-남고 나온 주인공은 연애에 젬병일 뿐 아니라 수줍어서 여성한테 말도 제대로 못 건다. 당시는 정부에서 전자공학을 밀었고 주인공도 그에 맞추어 전자전기공학을 전공한다.
예전보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높아진 지금도 공대 여학생은 적다. 그 당시는 여성의 대학 진학률 자체가 낮았으니 공대 여학생은 지금보다 더 드물었을 것이다. 어느 날 남학생만 득실거리는 공대 강의실에 여학생이 나타난다. 늘 공주 같은 옷을 입고 항상 똑같은 올림머리를 한 여학생이다. 앙다문 입술에 말수가 없는 건지 도도한 건지 다른 학생들과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강의 시작 직전에 강의실에 들어와 강의가 끝나자마자 어디론가 사라진다.
주인공 머릿속에는 강의실에서 본 여학생이 떠나지 않는다. 몇 날 며칠 속을 썩이다 용기를 내보기로 한다. 처음에 무슨 말을 걸어야 할까?
- 주인공: “여자한테 처음에 말을 어떻게 걸어야지? ‘첫 눈에 반했습니다’, 이러면 될까?”
- 주인공 친구: “아오, 이 새끼 이거 연애를 해봤어야 알지. 그딴 식으로 말하면 부담 느껴서 도망가지, 임마. 그냥 가볍게 말을 걸어. ‘저기, 빵 같이 드실래요?’ 이렇게 해봐. 가볍게. 싫다고 하면 ‘에이, 그냥 빵 같이 먹어요’ 이렇게 가볍게 한 번 더 말해.
- 주인공: “빵은 왜? 나 빵 안 좋아하는데.”
- 주인공 친구: “아 정말, 빵집에 가서 데이트를 해야 할 거 아니냐. 누가 빵 먹으래?”
- 주인공: “아, 그러네. 그런데 싫다고 하면 어떻게 해?”
- 주인공 친구: “싫다고 하면 매달리지 말고 ‘아, 그래요? 그러면 다음에 또 봐요’ 이러고 그냥 가. 그랬다가 다음에 또 만나서 빵 먹자고 해.”
주인공은 친구 말대로 해보기로 한다. 수업 끝나자마자 강의실 밖으로 나가는 여학생에게 다가간다.
- 주인공: “저..저.. 저기.. 빠..빵 같이 드..드실래요?”
- 여학생: “어.. 그.. 저...”
여학생은 머뭇거리다 곧장 어딘가로 향한다. 주인공 눈에는 그런 모습조차 신비롭게 보인다.
한 번 용기를 내서 해보니 말 거는 게 별 게 아니라고 여겼는지, 주인공은 그 다음 주에 한 번 더 그 여학생에게 말을 건다.
- 주인공: “아, 안녕하세요. 점심 드셨어요?”
- 여학생: “어.. 그.. 점심이...”
- 주인공: “점심 안 드셨으면 같이 빵 드실래요?”
- 여학생: “그게.. 저...”
여학생은 머뭇거리다 다시 어디론가 사라진다. 주인공은 여학생이 마음이 없는 건 아닌데 쑥스러워서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몇 번 더 만나고 낯이 익으면 같이 데이트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주인공은 일주일 내내 그 다음 주 강의시간만 기다린다.
강의가 끝나고 주인공은 강의실 문을 나서는 그 여학생을 서둘러 따라간다. 그런데 정장을 입은 건장한 남자들이 주인공을 막아선다. “너 빵 좋아한다면서? 많이 먹어.”
건장한 남자들이 빵을 가득 담은 상자를 주인공에게 건넨다. 주인공은 얼떨결에 그 상자를 받는다. 멀어져가는 여학생을 보며 주인공이 넋이 나간 듯 혼잣말을 한다. “어... 나 빵 안 좋아하는데....”
* 링크: [중앙일보-분수대] 박근혜의 데이트
( http://news.joins.com/article/353664 )
(2016.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