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사교육 시장에 ‘인문학 멘토링’도 있다. 인문학 운운하는 상품은 태반이 불량품이고 멘토링도 도움 안 되기는 마찬가지인데 인문학 멘토링은 이 둘을 결합한 것이다. tvN <코미디 빅리그>에서 이와 비슷한 것을 본 것 같다. 개와 새를 합쳐서 ‘개새’를 만든다든지, 시조새와 부엉이를 합쳐서 ‘시부엉새’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이러한 업체는 특목고 입시와 대학 입시에 바로 제출할 수 있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준다고 홍보한다. 단편 소설도 만들고, 한국 시를 영어로 번역하고, 단편 영화도 제작하고, 영어 뮤지컬도 하고, 컴퓨터 프로그래밍도 하고, 모의 UN 프레젠테이션도 하고, 소논문도 쓴다고 한다. 특목고나 대학을 입학하는 데 왜 이런 게 필요한지는 모르겠다.
업체 홈페이지에는 초등학생이 프리젠테이션 하는 영상도 있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모의 국무회의”에서 “한국 교육정책의 현실”을 비판하고 “대학교육의 문제”를 지적한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면 대학 교육 이전에 일단 중학교부터 가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이 학생은 이 프리젠테이션에서 “지식이 아니라 지혜를 가르치는 대학교육이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진로 진학 캠프 같은 것도 한다고 한다. 대학 전공과 무관하게 먹고 사는 사람도 무수히 많은 판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진로 진학 캠프를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업체는 진로 진학 캠프의 성과도 홍보한다. 진로 진학 캠프에 가기 전에 “문예창작학과”에 가고 싶다고 한 초등학생은 캠프 참가 후 진로 학과가 “카이스트 문예창작과”로 바뀌었다. 도대체 캠프에서는 아이한테 무슨 짓을 한 것인가.
인문학 멘토링 프로그램은 “인문교양 지수”도 높인다고 한다. 모네와 세잔의 그림을 구분하게 되고, 바로크 시대 예술의 특징이 무엇인지 기억하면 인문교양 지수가 높아진 것으로 간주한다. SNS에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 스토리,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속한다고 했던 아이가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SNS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을 “IT 지식 습득”이라고 표현한다. 상식시험 준비하는 식으로 많이 외우면 아이의 인문교양 지수가 높아지는 것이다.
이런 교육을 받으려면 얼마가 필요할까? 인문학 멘토링(4박 5일 코스)은 90-100만원이 들고, 인문학 멘토링에 공부법을 추가한 것(11박 12박 코스)은 170-180만원이 든다. 4박 5일 코스 갈 돈으로 여행하면, 한 사람이 백두산 4박 5일 여행을 가고 돈이 약간 남는다. 11박 12일 코스를 갈 돈으로 여행하면, 한 사람이 백두산 4박 5일 여행을 하고 나서 상해-소주-항주 7박 8일 여행을 할 수 있다. 내가 부모라면 그 돈으로 자식과 여행을 갈 것 같다.
(2015.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