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20

부정 로또



지난주 어머니는 아무래도 복권을 사야 할 것 같다고 하셨다. 뱀이 나오는 꿈을 꾸었다는 것이다. 집에 커다란 뱀이 여러 마리가 나와서 어머니는 나보고 뱀을 죽이라고 했는데 나는 뱀을 죽이지 않고 모두 집어서 살려 보냈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연초에 을사년 뱀의 해라고 노냥 방송에서 떠드니까 그 영향으로 꿈에 뱀이 나온 게 아니겠느냐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마침 나도 뱀꿈을 꾸었었다. 나도 방송 등의 영향으로 뱀꿈을 꾼 것이겠지만, 그래도 모자가 둘 다 뱀꿈을 꾸었다니 기분이 약간 이상했다.

복권 판매점에 갔다. 판매점 앞에 붙은 낡은 현수막에는 “2등 당첨 7천만원”이라고 써있었다. 내가 그 현수막을 보고 “7천만 원? 너무 적은데”라고 말하니 어머니가 무슨 말이냐며 7천만 원이면 얼마나 큰 힘이 되겠냐고 하셨다. 복권 판매점 안에 들어가니 “1등 당첨 19억원”, “1등 당첨 20억원”이라고 써있는 현수막이 벽에 붙어있었다. 1등이 연속 두 번 당첨되고도 가게 밖에는 2등 당첨 현수막만 걸어놓은 겸손한 가게였다.

복권 판매점에 사람이 꽤 있었는데 나와 어머니와 가게 주인을 빼고는 모두 외국인이었다. 동네에서 옷 가게고 음식점이고 외국인 없으면 장사가 안 된다고 하던데 복권 판매점도 마찬가지였다. 외국인들 틈새에서 나와 어머니는 각각 로또 2만 원어치와 연금복권 1만 원어치를 샀다.

집에 오면서 내가 로또 1등이 될 경우와 어머니가 로또 1등이 될 경우 대해 이야기했다. 어머니는 둘 중 누가 로또가 되든 평소 먹던 대로 먹고 입던 대로 입고 살던 대로 살기로 했다. 내가 로또 1등이 되면 내가 평소에 보아둔 땅을 사면 되니까 간단한데, 어머니가 로또 1등이 되면 약간 복잡해진다. 어머니가 20억 원을 다 써서 없애지 않는다고 치면, 남는 돈을 증여하거나 상속해야 하는데, 그러면 내가 세워둔 증여 계획을 약간 수정해야 한다.

내가 세운 증여 계획이란 어머니가 10년에 한 번씩 나와 동생에게 일정 비율로 재산을 증여하는 것이다. 내 계획에 따르면 어머니가 90대 때 마지막 증여를 하고 죽을 때까지 일정한 금액을 가지고 있게 된다. 부모들 중에 자식이 젊었을 때 돈 좀 써보라고 재산을 다 넘기겠다는 사람들도 있고 죽을 때까지 한 푼도 안 주다가 죽고 나서 주겠다는 사람도 있는데, 둘 다 멍청한 건 매한가지다. 돈은 목숨과도 같은 것이어서 죽을 때까지 쥐고 있어야 하는 것이지만, 자식한테 한 푼도 안 주다가 한 번에 넘기게 되면 상속세율 구간이 넘어가서 필요 이상으로 세금을 내야 된다. 내가 애국 보수도 아닌데 그런 과잉 애국을 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10년에 한 번씩 어머니한테 얼마씩 넘겨받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는데, 어머니가 로또가 되면 합법적으로 세금을 덜 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나 혼자 받는 것은 상도덕에 맞지 않고 동생과 반씩 나누어야 하니 이것도 고려해야 한다. 나의 부인과 자식들에게 증여하여 증여세율을 낮출 수도 있는데, 그러려면 일단 내가 결혼을 해야 한다.

하여간 그래서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어머니는 로또 5등(5천 원)이 세 개와 연금복권 7등(1천 원) 다섯 개가 당첨되어 3만 원 중 2만 원을 건졌고, 나는 하나도 당첨된 것이 없어서 3만 원을 고스란히 날렸다. 어머니의 동료 요양보호사가 뱀꿈은 금전운과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운수가 꿈에 달렸겠는가? 꿈을 꾼 사람들이 복권을 사니 복권 당첨자들 중 꿈꾸고 나서 복권 산 사람이 많은 것이지 꿈을 꾸었다고 안 될 복권이 당첨되겠는가?

그런데 나는 어머니의 로또에서 무언가 수상한 흔적을 발견했다. 어머니는 며칠 동안 핸드백에 로또를 넣어놓았는데, 따로 떨어져 있어야 할 로또들이 서로 붙어있었다. 부정선거 의혹 제기를 음모론으로 매도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풀이 살아나 투표지끼리 붙어있었다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이러한 현상이 어떻게 가능한가? 혹시 곳곳에서 암약하는 중국인 간첩들이 나와 어머니 몰래 로또를 바꿔치기한 것은 아닌가? 정말로 나와 어머니는 뱀꿈을 꾸고 1등이나 2등에 당첨될 것이었는데, 이를 중국인 간첩들이 낙첨될 복권으로 바꾼 다음 우리의 복권 당첨금을 공작비로 사용했는지 누가 알겠는가?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게 말이 되느냐고 대부분은 반문할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라. 선거관리위원회 서버를 해킹하고 투표 참관인들을 모두 매수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로또 주관사와 방송국을 통제하여 로또 번호를 조작하고 당첨 로또와 낙첨 로또를 바꾸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가게에 외국인들만 바글바글했는데, 그 중에 중국인이 한 명도 없었겠는가? 복권 판매점 주인이 화교인지 여부도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2025.02.20.)


[경제학의 철학] Hands (2001), Ch 8 “The Economic Turn” 요약 정리 (미완성)

[ D. Wade Hands (2001), Reflection without Rules: Economic Methodology and Contemporary Science Theory (Cambridge University Press), pp.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