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14

서른여덟 살에 본 가을산

어느 날 창 밖의 풍경을 보다가 문득 내가 가을을 몇 번 더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곧 마흔이 될 테니, 아마도 제정신으로 가을을 볼 기회는 많아야 40번 정도 남았을 것이다. 이 이야기를 동료 대학원생에게 하니, 동료 대학원생은 기후 변화가 진행 중이어서 40번이 안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었다.

마침 대학원생 단체카톡방에 동료 대학원생이 산에 올라가서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그 사진을 보니 산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거리나 산이나 둘 다 가을인데, 내가 그렇게 산을 즐겨 찾는 사람도 아닌데, 그래도 산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산에 가기는 가야겠는데, 그렇다고 따로 시간 내서 다른 지역까지 가서 산에 오르기에는 시간이 좀 애매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월요일에 <성장의 날> 발표를 끝내고 학교 뒤에 있는 산에 오르는 것이었다.

<성장의 날>은 대학원생들이 각자 돌아가면서 자신의 창작물을 발표하는 자리다. 완성된 원고든 진행중인 원고든 탐색중인 주제든, 하여간 창작물과 관련되었으면 발표할 수 있다. 마침 내가 발표할 차례였다. 어차피 발표문도 산으로 갈 것이니, 발표 끝나고 나도 산으로 가면 되겠다 싶었다. 학교에서 발표를 끝내고 산에 오른 다음, 산 반대편으로 넘어가 집으로 가는 광역버스를 타면, 부담 없이 등산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래서 이번 <성장의 날>에 학교에 갈 때는 노트북 컴퓨터도 안 가져가고 USB만 가져가려고 했다. 그런데 일기예보를 보니 월요일 오후에 비가 온다고 했다. 등산을 포기하고 발표만 했는데 비는 오지 않고 날씨는 맑았다.

산에 오른 것은 금요일 오전이었다. 목요일 오후에 <학과장과의 대화>에 참석하느라 학교에 왔고 마침 내가 수업 조교로 참석하는 금요일 오전 학부 수업이 휴강이어서 그 시간에 산에 올랐다.

분명히 동료 대학원생이 사진으로 찍은 산은 알록달록했는데, 내가 올라간 산은 죄다 우중충한 갈색이었다. 그 사이에 죄다 낙엽이 진 것이었다. 그렇게 쓸쓸한 가을 산인데, 그래도 이왕 간 것이라 곧장 정상으로 올라갈 길을 두고 일부러 우회해서 정상에 올랐다. 평일이라 사람이 별로 없는 줄 알았는데 정상에 올라가니 사람들이 꽤 많았다. 정상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길도 일부러 우회해서 내려갔는데 일정 시점부터는 아예 근처에 사람이 없었다. 다 내려와서 보니 내가 등산로가 아닌 길로 내려온 것이었다.

산에서 내려와 연구실 앞에 와서야 연구실 건물 근처에 있는 단풍나무가 보였다. 파랑새도 아니고, 내가 찾았던 단풍은 연구실 코앞에 있었다.

(2022.11.14.)

고양이집 안에 들어가 햇볕을 쬔 우리집 고양이

어디서 다른 고양이한테 얻어터지고 왔는지, 우리집 고양이가 약간 우울해 보였다. 상자로 고양이가 낮에 지낼 집을 만들어준 다음, 고양이를 끌어안고 둥개둥개를 해주었다. 몇 번 둥개둥개 할 때는 고양이가 가만히 있었는데, 잠시 후 고양이가 고개를 돌리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