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 수학 과외 중에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설명한 적이 있다. 나는 책에서 한 부분만 볼 게 아니라 그 부분이 전체에서 어떤 역할을 하며 다른 부분하고 어떤 관계인지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황희 위인전기를 예로 들었다. 나는 학생에게 너도 옳고 너도 옳다고 하는 이야기의 교훈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학생은 “마음이 넓어야 한다? 싸우지 말아야 한다는 건가요?” 라고 물었다. 상식상 그렇게 대답하는 것이 맞기는 하다. 나는 황희 위인전기에 나오는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배열했다.
(a) 태종이 셋째한테 왕위를 물려주고 싶어 하는데 황희는 첫째가 왕이 되어야 한다며 반대하다가 벼슬에서 쫓겨났다.
(b) 황희가 길 가다가 농부한테 어느 소가 일을 잘 하냐고 물으니 농부가 귓속말로 대답하길래 왜 그러냐고 물으니 소가 이야기를 들으면 서운할까봐 그런다고 농부가 답했다. 여기서 황희가 감명받는다.
(c) 계집종 싸움에 황희는 “네 말이 옳고 네 말도 옳구나” 라고 한다.
(d) 황희는 영의정을 18년이나 했다.
나는 학생에게 질문했다. “황희는 왜 두 계집종 말이 모두 맞다고 했을까?” 학생은 이렇게 답했다. “처세술?”
(2016.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