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갔다. 『공부는 내 인생에 대한 예의다』라고 하는, 제목부터 재수 없는 책이 있었다. 목차를 살펴보았다. 목차는 제목보다 더 재수 없었다. 몇 개 뽑아보면 다음과 같다.
내가 전미(全美) 최고의 고교생이라고?
나의 경쟁자는 오로지 ‘어제의 나’ 뿐이다
“그때 너는 분명히 네 한계를 뛰어넘었어!”
모든 처음은 다 두렵다, 하지만 처음이 없으면 지금도 없다
일리노이 주를 주름잡은 ‘스타 논객’의 탄생
배움에 있어 우린 무엇도 두렵지 않다, 예일대 정신
나는 ‘아직 끝나지 않은 소설’이다
좋은 대학에 입학하면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고 싶을 것 같기는 한데, 이렇게 책까지 쓰는 것이 적절한 일인가 모르겠다. 하버드만 해도 1년에 1,600명 정도 입학한다고 하는데 그런 학생들이 죄다 책을 쓴다고 하면 이상하지 않은가. 크립키나 퍼트남, 폰 노이만 같은 사람도 20대 초반에 그런 책을 안 썼는데, 대학을 잘 갔다고 자랑하는 책을 쓰는 것이 안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런 책을 쓰는 학생은 그렇다고 치자. 그 학생은 태어나서 최고의 성취를 얻었고, 자기가 속한 집단(고등학교)에서 어느 누구도 자기와 같은 성취를 얻은 사람도 없고, 대학에 들어가서 자기만큼 능력 있는 사람들에게 휩싸여 좌절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얼마나 기쁘겠는가. 하지만 부모는 미성년자인 자기 자식이 그런 책을 쓰려는 것을 막아야 하지 않을까? 얄팍한 책을 써서 돈을 챙기려는 출판사가 접근해도 부모가 막아야 할 것 같은데.
그런데 제일 비판받아야 하는 곳은 따로 있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이다. 그런 책표지에는 예외 없이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청소년 추천도서>라는 딱지가 붙고, 그 책도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는 뭐 하는 곳이길래 그런 책을 청소년들한테 추천하는가.
(2013.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