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상속자들>에서 이민호가 박신혜한테 “나 너 좋아하냐?”라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고 들었다. 이 말은 무슨 의미인가. 내가 상대방을 좋아하는지 여부를 왜 상대방에게 묻는가? 극 중 남자 주인공이 행동주의자라는 말이다.
(2013.12.26.)
드라마 <상속자들>에서 이민호가 박신혜한테 “나 너 좋아하냐?”라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고 들었다. 이 말은 무슨 의미인가. 내가 상대방을 좋아하는지 여부를 왜 상대방에게 묻는가? 극 중 남자 주인공이 행동주의자라는 말이다.
(2013.12.26.)
학부 <언어철학> 기말고사 문제를 읽다가 울 뻔했다. 다음은 2011년 <언어철학> 기말고사 스터디 문제(1부) 문제 중 일부를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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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오스틴(Austin)의 저서 <How to Do Things with Words>에 따르면 우리는 하나의 발화를 통해 동시에 다양한 언화행위(speech acts)들을 수행할 수 있다. 아래의 가상적 상황에서 철수가 자신의 발화를 통해 어떠한 언화행위들을 수행하였고 왜 그 행위들을 수행했다고 볼 수 있는지 논하시오.
12월 어느 날의 저녁이었다. 매서운 겨울 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언어철학 기말고사를 마친 철수는 영희와 함께 길을 걷고 있었다. 기말고사는 어려웠다. 철수는 네 문제 중 한 문제에 대해서만 제대로 답을 쓸 수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건만...’
철수는 허탈감을 느꼈다. 우울하기도 하였다.
‘나는 철학적 재능이 없는 것일까. 평생 동안 철학을 공부하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한편 영희 또한 우울함에 빠져 있었다. 그는 철수를 좋아했다. 철수도 영희를 좋아했다. 그러나 철수는 영희보다 철학 공부를 더 좋아하는 듯 했다. 심지어 그는 영희에게 철학 공부에 전념하기 위해 평생 독신으로 살겠다는 말을 한 적도 있었다. 오늘 저녁은 참으로 오랜만에 찾아온 두 사람만의 시간이었다. 그런데도 철수는 무언가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을 뿐, 영희에게 아무런 말도 건네지 않았다.
‘철수에게 나는 무엇일까.’
영희는 생각했다.
‘이런 기분 정말 싫어.’
철수와 영희는 말없이 20분 정도를 걸었다. 앞에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가 보였다. 두 사람은 횡단보도 앞에 멈추었다. 철수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지나가는 차들을 보았다. 신호등의 불이 빨간색에서 파란색으로 바뀌었다. 갑자기 철수가 고개를 돌려 영희에게 말했다.
“나, 앞으로 다시는 철학 공부 하지 않을 거야.”
영희는 놀라고 당황스러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철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2013.02.22.)
나는 지난 석 달 간 공대 리모델링하는 곳에서 야간 경비를 보았다. 별다른 일을 한 것은 아니고, 그냥 오밤중에 사무실에 가만히 있으면 되는 일이었다. 11월에 시작해서 1월 말까지 하루에 13시간(오후 6시-오전 7시), 일주일에 6일씩 경비를 했다.
석사학위논문을 작성하다보면 낮밤이 바뀌게 된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어차피 낮밤이 바뀔 것이니 야간 경비를 보면 공부하면서 돈도 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틀린 생각이었다. 낮밤만 바뀌고 석사학위논문은 쓰지 못했다.
본격적으로 낮밤이 바뀌면서 어머니가 기아자동차에서 격주로 야간 근무를 할 때 나타난다고 했던 증상이 내 몸에도 나타나기 시작했다.(지금은 노조와 사측이 협상으로 주야간 3교대에서 주간 2교대로 바뀌었다고 한다.)
우선, 머리와 얼굴로 화기가 올라온다. 그냥 올라온다는 것보다는 올라오는 것이 느껴진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이건 그냥 혈압이 높아진다는 것과는 다르다. 소화도 잘 안 된다. 별 이유 없이 잇몸이 붓는다.
아침 먹고 바로 누워서 자면 위산이 역류하기 때문에 새벽에 간식을 먹고 아침에 빈속으로 잔다. 한참 자다 일어나면 점심시간 정도 된다. 더 잘 것인가 안자고 점심을 먹을 것인가 잠시 망설이다가, 학생식당에서 나오는 점심이 맛있는 것이면 겨우겨우 일어나 밥을 먹고 메뉴가 그저 그러면 더 자고 나서 저녁을 먹는다. 보통은 하루에 두 끼를 먹게 되는데 식사량이 줄지만 체중은 늘어난다. 낮에 일어나면 머리가 멍하고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
내 몸에 이러한 변화가 나타난 뒤 문득 든 생각은, 노동자들이 박근혜를 찍는다고 욕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낮밤이 바뀌면서, 글자 읽는 게 싫어졌다. 다행히 밤에는 사무실에서 그나마 책을 읽었는데, 낮에는 아무 것도 하기 싫었다. 토요일 아침에 퇴근해서 낮에 동네 도서관에 갔었는데 글자를 읽는 게 너무 싫어서 <시사인> 만화만 보고 나온 적도 있다.
나는 A급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나는 대학원생이고, 홀짝 해서 입학한 것도 아니고 시험 보고 입학한 것인데(심지어 시험에서 떨어진 사람도 다수 있다), 그런데도 낮밤이 바뀌니 글자를 읽는 것 자체가 힘들어진다. 이런데 격주로 야간근무 하는 노동자들이 여가 시간에 책을 읽지 않는 것을 비난할 수 있을까? 게다가 그들 중 대부분은 학창시절에도 독서가 익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데 말이다.
20대 이전에 정치적 의식이 정립된 사람은 많지 않다. 고등학교 마치고 바로 노동현장에 뛰어들어 주간근무와 야간근무를 번갈아하는 사람들이 어떤 계기로 정치적 의식이 정립될 것인가? 책은 고사하고 신문 읽는 것도 귀찮고 뉴스도 눈에 안 들어올 텐데 무슨 수로 대단한 정치적 각성이 일어날 것인가? 엄마 아빠가 새누리당 찍으면 본인도 새누리당을 찍는 거고, 그게 아니면 정치적 무관심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러한 생활을 하는 사람에게 정치적인 캠페인은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일단 무언가 새로운 내용을 습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자기 일상과 직접적 관련 없는 내용을 습득하라는 것도 무리다. 그건 그랬던 경험도 적고 그럴 여력도 없는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노사모 식의 정치 캠페인은 기존의 지지자들을 모아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더라도 외연을 확장하기는 힘들다.
노동자가 왜 새누리당을 찍느냐고 욕할 일이 아니다. 그건 매우 오만한 태도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정치적으로 각성하고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들의 생각을 바꾸려고 하기 전에 우선 그들의 삶을 바꾸어야 하고 노동조건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대중이 무지한지 몽매한지는 그 다음 문제다. 낮밤이 바뀌면 아무 생각도 할 수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게 된다.
* 뱀발: 야간근무 하면서도 책 읽는 노동자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건 그들이 대단한 것이지 다른 대부분의 노동자에게 그것을 본받으라고 하면 안 된다. 이는 이인제가 군대에서 고시에 붙었다는 것이 대다수의 군인들에게 무의미한 것과 비슷하다.
(2014.01.29.)
백범 김구 선생이 젊어서 과거를 보려 했는데 당시 나라가 개판이라 정상적인 방법으로 관리가 될 수 없었다. 과거를 포기한 김구 선생은 관상을 배웠는데, 배운 대로 자기 관상을 보니 평생 빈천하게 살 운명이었다. 그 때 좌절한 김구 선생의 눈에 들어온 구절이 있었다. “관상 좋은 것이 수상 좋은 것만 못하고, 수상 좋은 것이 심상 좋은 것만 못하다”는 것이었다. 그 후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살아서 우리가 아는 백범 선생이 된다.
그런데 김구 선생은 관상 대로 산 것 아닌가. 백범 선생은 평생 가난하게 살았고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도망 다녔다. 임시정부 주석이지만 권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고 결국은 암살당해서 제 명대로 살지도 못했다.
다음 글은 어떤 사람의 관상에 대해 쓴 글이다.
〇〇〇은 콧등이 오똑하고, 눈이 길고, 가슴이 사나운 새 같고 목소리가 승냥이 같으며, 은덕이 적고 호랑이와 이리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어, 곤궁한 상황에 처하면 쉽게 다른 사람의 아래에 있지만, 일단 뜻을 얻으면 역시 쉽게 사람을 잡아먹을 것이다. 평민 신분인 나를 만나도 그는 항상 몸을 스스로 낮춘다. 만약 〇〇〇이 천하에서 뜻을 얻으면 천하가 모두 노예가 될 것이다. (그와) 더불어 오래 사귈 수는 없다.
콧등이 오똑하고, 눈이 길고, 가슴이 사나운 새 같고 목소리가 승냥이 같다니. 이게 누구의 관상일까. 정답은 ‘진시황’이다. 위의 글은 사마천 <사기> 중 진시황 본기에 나오는 것이다. 혹시라도 ‘이명박’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다면 반성하시라. 각하는 절대로 그런 분이 아니다.
* 원문 번역
진왕은 그 계략을 따르고, 예의를 지켜 요(繚)를 대하여, 옷과 음식이 요와 같게 했다. 요는 말했다. “진왕의 사람됨은, 콧등이 오똑하고, 눈이 길고, 거친 새의 가슴과 승냥이의 목소리를 가졌으니, 은덕이 좁고 마음이 호랑이와 이리 같다. 곤란할 때는 쉽게 다른 사람 아래에 있지만, 그 뜻을 얻으면 역시 쉽게 다른 사람을 잡아먹는다. 나는 평민인데, 나를 만나도 항상 자신의 몸을 낮춘다. 진실로 진왕이 천하의 뜻을 얻게 한다면, 천하는 모두 노예가 될 것이다. 더불어 오래 사귈 수 없다.” 그러고는 급히 도망갔다.
(秦王從其計, 見尉繚亢禮, 衣服食飮與繚同. 繚曰: “秦王爲人, 蜂准, 長目, 摯鳥膺, 豺聲, 少恩而虎狼心, 居約易出人下, 得志亦輕食人. 我布衣, 然見我常身自下我. 誠使秦王得志於天下, 天下皆爲虜矣. 不可與久游.” 乃亡去. 秦王覺, 固止, 以爲秦國尉, 卒用其計策. 而李斯用事.)
(2012.09.22.)
졸업하게 해주세요. 교수되게 해주세요. 결혼하게 해주세요. * 링크: [알라딘] 흰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소설 ( 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4322034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