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15

홍국영 일화의 재구성

사람들이 상상하는 현자나 책사 같은 건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제갈공명이나 야사로 정조가 세손 시절일 때의 홍국영 같은 사람들일 것이다. 전쟁터에 가보지도 않았으면서 출전하는 사령관에게 비단 주머니를 주는 건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치더라도, 영조가 『자치통감강목』 넷째 권을 가져오라고 했을 때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을 종이로 붙여서 전해주는 것은 있을 법하지 않을까?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라고는 할 수 없겠으나, 아마 대부분의 경우라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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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를 만나고 온 세손 정조가 씩씩거리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묻는다. “누구야? 누가 내 책에 이랬어? 누가 남의 책에 풀로 종이를 붙여? 어?”

홍국영이 쭈뼛쭈뼛 나서며 자기가 했다고 하고, 왜 그런 짓을 했냐는 물음에 그 책에 영조가 문제 삼을 구절이 있어서 가렸다고 답한다. 그러면 정조는 더 화를 냈을 것이다. “미친 놈이네, 이거? 우리 할아버지가 주원장이냐? 어? 이거 우리 할아버지가 정신병자라는 거잖아? 어?”

당황한 홍국영이 묻는다. “그러면 전하께서는 왜 그 책을 가져오라고 하셨답니까?”

정조는 황당해서 헛웃음을 짓는다. “내가 요새 『강목』 읽는다고 하니까 얼마나 열심히 읽었나 확인해본다고 책을 가져오라고 했는데 책을 그 모양으로 만들어놓으니까 상황이 더 이상해지잖아? 책은 그냥 읽는 거지 그걸 왜 종이로 가려놓고 안 읽어? 어? 너는 책을 그렇게 읽냐? 어? 내가 너 때문에 이상한 의심이나 받았잖아? 어?”

(2023.03.15.)

2023/05/13

[강의계획서] 현대영미철학연구II - Why-Explanation (선우환, 2012년 2학기)



- 과목명: <현대영미철학연구II - Why-Explanation: ‘Cause’ and ‘Because’>

- 연세대 철학과 대학원

- 2012년 2학기

- 담당교수: 선우환

1. 수업목표 및 개요

어떤 사건이 왜 발생했는가? 어떤 사태가 왜 성립하는가? 어떤 현상이 왜 나타나는가? 이와 같은 왜-질문들에 대한 대답들을 철학자들은 ‘왜-설명(why-explanation)’ 또는 간단히 ‘설명(explanation)’이라고 부른다. 이런 대답들은 일반적으로 ‘p이기 때문에 q (q because p)’ 형식을 가지는데, 이런 형식의 문장들은 ‘사건 c가 사건 e를 야기했다(c caused e)’와 같은 형식의 인과 문장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는 것으로 이해된다. 즉 ‘cause’와 ‘because’ 개념은 설명 개념의 이해의 핵심에 놓여 있다. 과학철학에서는 특히 설명 개념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이루어져 왔고, 형이상학에서는 특히 인과 개념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이루어져 왔는데, 본 세미나에서는 이 두 흐름의 연구들을 함께 연관시켜서 다루고자 한다. (올바른/적절한) 설명의 일반적 조건은 무엇인가? 인과란 무엇인가? ‘cause’와 ‘because’는 서로 어떤 관계에 있는가? 우리는 이런 물음들을 논의하고 토론하고자 한다.

2. 선수과목(선수학습): 없음

3. 강좌운영방식

세미나 방식. 원전 논문들(혹은 저서의 발췌된 부분들)을 학생들이 발제하고 토론하는 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강의가 보충될 것이다.

학기 첫 주의 해외 학회 발표 때문에 둘째 주(9월 14일)부터 수업이 시작될 것임. (이후 보강 예정).

4. 성적평가방법

발제 40%; (창의적인) 기말 페이퍼 60%.

5. 교재 및 참고문헌

다음 문헌들 중 일부를 선택, 발췌해서 교재로 삼음.

• Hempel, C. (1965), Aspects of Scientific Explanation and Other Essays in the Philosophy of Science

• Salmon, W. (1971), Statistical Explanation and Statistical Relevance

• Salmon, W. (1984), Scientific Explanation and the Causal Structure of the World

• Van Fraassen, B. (1980), The Scientific Image

• Kitcher (1981), “Explanatory Unification”

• Lewis, D. (1973), “Causation”

• Lewis, D. (1986), “Causal Explanation”

• Lipton, P. (1991), Inference to the Best Explanation

• Woodward, J. (2003), Making Things Happen

• Hall, N. (2004), “Two Concepts of Causation”

• Dowe, P. (2004), “Causes are Physically Connected to their Effects”

• Schaffer, J. (2004), “Cause need not be Physically Connected to their Effects”

(2015.05.23.)


2023/05/10

[외국 가요] 바비 브라운 (Bobby Brown)

Bobby Brown - A Song for You [live in Japan 1991]

( www.youtube.com/watch?v=7ipC_SDiGa8 )

(2023.05.06.)

전 지도교수님의 걱정

전 지도교수님이 나를 걱정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전 지도교수님과 현 지도교수님이 가끔 같이 식사를 하시는데 최근에 전 지도교수님이 내 걱정을 많이 하셨다고 현 지도교수님을 통해 들었다. 몇 달 전에 전 지도교수님을 조교 업무차 만났을 때도 나를 걱정하시기는 했다.

전 지도교수님이 정년퇴임을 얼마 앞두고 하셨던 말씀 중에, 교수가 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지도학생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 같은 것이 많았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까 괜한 걱정이었던 같기도 하고 알아서 잘 해서 그런지 그렇게 세세한 것까지 고민하지는 않게 되었다는 것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전 지도교수님이 나에 대해 그렇게까지 걱정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전 지도교수님의 걱정은 아마도 두 가지 차원에서일 것이다. 하나는 현 지도교수에 대한 책임감일 것이다. 나를 박사과정생으로 뽑은 것은 전 지도교수님이고 현 지도교수님이 아니니 나의 졸업에 대한 책임은 일부분 자신에게 있다고 전 지도교수님이 말씀하신 적이 있다. 다른 하나는 나에 대한 책임감일지도 모르겠다. 직업 없이 대학원에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인생을 망치는 일이니까 나 개인에 대한 걱정도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신 적은 없다.

전 지도교수님이 내 걱정을 한다는 이야기를 대학원 선배한테 말하니 그 선배가 크게 웃었다. 그 선배도 전 지도교수님의 지도학생이었다. 선배는 농담으로 전 지도교수님이 제일 잘 한 일 중 하나가 나를 박사과정생으로 뽑아서 내가 한국 사회에 미칠 해악을 막은 것이라고 말한다. 언젠가 내가 석사학위 취득 중에 있었던 일을 말하면서, 박사과정생으로 안 받아줄 경우 <딴지일보>에 가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었다. <딴지일보>에서 나를 받아주었을지는 모르겠지만, 받아주었다면 <딴지일보>의 일을 철학보다는 훨씬 잘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한국의 음모론 수준이 지금보다 훨씬 높아졌을지 누가 아는가? 그런데 내 이야기를 들은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 “아니, 그런데 내 걱정은 왜 안 해줘?” 그 선배는 아직 교수는 아니지만 박사학위는 받았으므로 선생님이 그렇게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어쨌든 전 지도교수님이 나를 걱정하신다니 웬만하면 박사학위를 받고, 혹시라도 학위를 못 받더라도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사람이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대체로 비행 청소년이나 성인 범죄자들의 일탈 원인 중 상당 부분은 유전자에 있을 것으로 믿어왔다. 환경의 영향도 있겠으나, 거지 같은 환경에 산다고 다 그렇게 되는 건 아니다. 환경이 같다면 무엇이 그들의 차이를 만들겠는가? 유전자밖에 없다. 환경이 중요하기는 중요하겠지만, 거지 같은 환경을 뚫고 나오는 사람도 있고 아무 문제 없는 환경에서 알아서 자기 인생 망치는 사람도 있는데, 그 사람들까지도 환경의 산물인가? 그런데 전 지도교수님의 소식을 들으니 비행 대학원생이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비행 청소년들에게도 주변에 자신을 걱정하는 어른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어차피 타고난 범죄적 성향이야 어쩔 수 있겠냐만은, 그래도 일탈 행위나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꽤나 낮아질지도 모르겠다.

(2023.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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