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03

[과학철학] Kuhn (1983), “Rationality and Theory Choice” 요약 정리



[ Thomas S. Kuhn (1983), “Rationality and Theory Choice”, Journal of Philosophy, Vol. 80, pp. 563-570.

토머스 쿤, 「합리성과 이론 선택」, 조인래 편역, 『쿤의 주제들』, 327-337쪽. ]

■ [pp. 563-564, 327-328쪽]

- 다음 논평들은 쿤이 헴펠과 지속적으로 교류한 산물에 관한 압축된 보고서

- 헴펠은 쿤이 이론 선택의 비-합리성을 주장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음.

- 쿤와 헴펠의 공통 전제: 이론 선택의 평가 기준은, 그 선택에 의해 도달할 목표의 구체화가 선행될 것을 요구한다는 것

- 이론을 선택할 때 과학자들의 목표는 쿤이 “퍼즐 풀기”라고 부른 것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가정하자.(나중에 필요 없는 것으로 밝혀질 가정)

• 이론은 예측을 실험과 관찰의 결과와 부합하게 할 때의 효율성과 관련하여 평가됨.

• 부합하는 사례들의 수와 적합의 근사성

■ [pp. 564-565, 328-331쪽]

- 어떤 과학자가 “전통적인 이론 X를 새로운 이론 Y로 대체하는 것이 퍼즐 풀기의 정확성을 감소시키지만 다른 기준에는 영향도 미치지 않는데도, 나는 X 대신 Y를 선택하겠다”고 한다면, 이는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것

- 기준 척도와 관련한 이론 선택의 유일한 영향이 다음과 같은 것들일 때 비-합리적

• 퍼즐 풀이들의 수를 줄이거나

• 퍼즐 풀이들의 단순성을 감소시키거나(퍼즐 풀이를 얻는 것을 더 어렵게 함)

• 퍼즐 풀이 능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이론들의 수를 늘리는 것(장치가 복잡해짐)

- 과학을 퍼즐 풀이의 과정으로 기술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면, 그러한 논변들은 관찰된 규범의 합리성을 증명하기에 충분함.

- 헴펠의 처방: 정확성이나 적용 범위 같은 이론 평가의 기준들을, (퍼즐 풀이 같은) 독립적으로 명시된 목표에 대한 수단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탐구가 겨냥하는 목표 그 자체로 본다면, 이론 선택에 관한 쿤의 설명이 처한 어려움 중 일부를 피할 수 있음.

• “과학은 점점 더 포괄적이고 체계적으로 조직된, 그러면서도 설명적이고 예측적인 세계관의 형식화를 추구하는 것”

• “[이론의 장점을 결정하는] 기준들은 과학에 대한 이러한 개념을 더 완전하고 명시적으로 표현하려는 시도”

• “이 기준들이 순수 과학적 연구의 목표들을 나타낸다면, 두 경쟁 이론 중 그 기준을 더 잘 만족시키는 이론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

• “[이러한 고찰들은] 그 기준들이 부과하는 제한들에 따라 이론을 선택하는 것을 거의 사소한 방식으로(in a near-trivial way) 정당화하는 것”

- 헴펠은 위와 같은 접근을 “거의 사소한” 것으로 언급하는데, 이는 항진명제 같은 것에 의존하기 때문이며, 그래서 그는 이러한 접근은 만족스러운 정당화가 아니라고 봄.

- 특히, 헴펠은 거의 사소한 정당화가 실패하는 것처럼 보이는 두 가지 측면을 강조함.

• 측면(1): “이론의 비판적 평가에 대한 규범을 공식화하는 문제는 고전적인 귀납 문제의 현대적 파생물로 간주될 수 있으며”, 이는 거의 사소한 정당화가 “결코 다루지 못하는” 것

• 측면(2): 규범들이 과학의 본질적 측면들에 대한 기술(“퍼즐 풀이 작업”)로부터 도출될 수 있다면, 그러한 기술은 거의 사소한 정당화의 전제로서 역할을 하는데, 그러한 기술에 대한 선택은 아무도 제공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 정당화를 요구함.

• 과학 활동은 무수히 많은 다른 방식으로 기술될 수 있으며, 각 기술 방식은 상이한 기준들의 원천이 됨.

■ [pp. 565-567, 331-333쪽]

- 특정한 종류의 기술적 전제(descriptive premis)는 더 이상의 정당화를 요구하지 않으며, 그러므로 거의 사소한 정당화 자체는 헴펠이 가정하는 것보다 더 깊고 더 근본적임.

- 쿤이 옳다면, 거의 사소한 접근의 기술적 전제는, 인간 행위를 기술하는 데 사용되는 언어 안에서 매우 밀접한 두 가지 특징을 보여줌.

• 이는 자연 현상을 기술하는데 사용되는 언어의 특성이기도 함.

- 특징(1): 국소적 전체론(local holism)

• 적어도 과학 언어를 구성하는 지시어들 중 다수는 각자 따로 정의될 수 없고 대신 무리로 배워야 함.

• 게다가 이 지시어들은 세계를 다수의 분류법적 범주들로 분할하는데, 이 범주들에 대한 명시적 또는 암묵적 일반화는 학습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함.

• 예) 뉴튼적 용어인 ‘힘’과 ‘질량’

• 두 용어 중 하나의 사용법을 배우려면, 다른 하나의 사용법을 동시에 배워야 함.

- 특징(2): 우연적 일반화와 필연적 일반화

• 상호 연관된 하나의 집합을 구성하는 용어들은 일단 획득되면 무수히 많은 새로운 일반화들을 정식화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데 이는 모두 우연적 일반화.

• 그러나 원래의 일반화 중 일부 또는 이들로부터 복합된 다른 일반화들은 필연적 일반화로 밝혀짐.

• 예) 중력의 거리의 세제곱에 역비례하는 것이었을 수 있음. 후크의 법칙은 탄성의 복원력이 변위의 제곱에 비례하는 것일 수도 있음.

• 예) 그러나 어떤 상상가능한 실험도 뉴튼의 제2법칙의 형태만을 바꿀 수는 없음.

• 뉴튼의 제2법칙. 이것이 성립하지 않으면 이러한 뉴튼 법칙을 진술하는데 사용되었던 힘이나 질량이라는 단어는 국소적 변화를 겪을 것

• 뉴튼의 ‘힘’과 ‘질량’이라는 단어는 뉴튼의 제2법칙이 성립하는 세계에서만 성공적으로 기능할 수 있음.

- 뉴튼의 제2법칙은 어떤 의미에서 필연적인가?

- 뉴튼의 제2법칙은 항진명제가 아님.

• 측면(1): ‘힘’과 ‘질량’ 중 어느 것도 다른 것을 정의하는 데 독립적으로 사용가능하지 않음.

• 측면(2): 시험가능함.

- 쿤은 제2법칙이 언어 상대적인 의미에서 필연적이라고 주장함.

• 제2법칙이 실패한다면 이러한 진술 속에 포함된 뉴튼적 용어들은 지칭할 수 없게 됨.

• 뉴튼의 제2법칙을 받아들이는 한에서만 그 언어와 유관한 부분들을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음.


■ [p. 567, 333-334쪽]

- 이론 선택의 규범이나 기준들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에 대한 논의

- ‘과학자’라는 용어는 1840년경 윌리엄 휴월(William Whewell)이 만듦.

- ‘과학’이라는 용어를 근대적으로 사용하는 경향은 18세기 말부터 출현

• 당시 ‘과학’은 다른 학문분야 묶음들(disciplinary clusters)과 비교되었던, 아직 형성기에 있었던 분야들의 집합을 지칭하기 위해 사용됨.

- 학문분야 묶음들 중 그 묶음의 구성원이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들에 의해 규정될 수 있는 학문분야 묶음은 매우 적거나 없음.

• 한 집단의 활동을 과학적이라 인식하는 것은, 부분적으로는 같은 묶음 내의 다른 분야들의 활동들과의 유사점에 의해서, 또 부분적으로는 다른 분야의 묶음 내의 활동들과의 어떤 차이점에 의해서임

• ‘과학’이라는 용어의 사용법을 배우려면, 다른 학문분야 용어의 사용법도 배워야 함.

• 어떤 활동을 과학으로 확인하는 것은, 다른 학문 분야들을 포함하는 의미론적 영역에서 그것이 차지한 위치를 아는 것이며, 이것이 과학의 본성을 아는 것임.


■ [pp. 567-569, 334-336쪽]

- 학문분야의 이름들은 분류법적 범주를 표시하며, 그 중 몇몇은 ‘질량’과 ‘힘’처럼 함께 학습되어야 함.

• 국소적인 언어적 전체론

- 특징(1)과 특징(2)는 병행함.

- 학문분야들을 명명하는 용어들은 우리의 학문분야들과 매우 유사한 학문분야들이 있는 세계에서만 효과적으로 기능함.

• 고대 헬레니즘 세계에서 과학과 철학이 하나였다는 것은, 아리스토텔레스 이전의 그리스에는 철학이나 과학으로 분류될 작업이 없었다는 것

• 근대의 학문 분야들은 고대의 것에서 진화했지만 일대일 식의 진화는 아님.

- 다른 시대나 문화를 기술하기 위해서는 다른 언어들이 필요하다는 논제에 대한 역의 논제가 있는데, 이는 우리가 ‘과학’, ‘철학’, ‘예술’ 등으로 부르는 활동은 상당히 동일한 특성들을 지녀야만 함.

• 학문분야들에 관한 근대적 어휘를 분간하려면 정확성, 미, 예측력, 규범성, 일반성 등의 차원들과 관련된 묶음 활동들의 의미론적 관계에 접근해야 함.

• 그러한 어휘를 통해서만 어떤 과학 활동을 다른 과학 분야들에는 가까이, 그리고 과학이 아닌 분야들로부터는 먼 곳에 자리매김할 수 있기 때문.

• “과학 X는 비-과학 Y보다 덜 정확하다. 그것을 제외하면 두 활동은 모든 분야적 특성들에 대하여 동일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언어 공동체 밖에 존재하는 것이며, 의사소통의 단절을 초래하며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것임.

■ [pp. 569-570, 336-337쪽]

- 두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 사람(1): X는 과학이라고 부르면서 Y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

• 사람(2): X와 Y가 모두 과학적 이론이었을 때 X보다 Y를 선호한 사람

• 두 사람은 똑같은 일을 하고 있음.

- 두 사람은 언어로 세계를 기술하는 것이 가능하게 하는 의미론적 규칙을 위반함.

- 두 사람의 진술은 언어를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경험을 통해 도출된 학문분야들에 관한 분류법을 도외시함.

• 이러한 분류법에 대한 실패를 만회하려면 학문분야적 어휘의 많은 부분들을 동시에 조정해야 함.

• 이러한 조정이 이루어질 때까지 X보다 Y를 선호하는 것은 과학적 언어 게임 밖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 것임

• 이론 선택의 규범들을 정당화하기 위한 거의 사소한 접근은 이 부분에서 역할을 함.

- 거의 사소한 접근이 귀납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헴펠의 지적은 옳지만, 이 둘은 서로 맞닿아있음.

• ‘질량’과 ‘힘’, ‘과학’과 ‘예술’처럼, ‘합리성’과 ‘정당화’는 상호 정의된 용어임.

- 합리성과 정당화의 필수조건

• 조건(1): 논리의 구속을 받아야 함. (의미론적 규칙을 준수해야 함.)

• 조건(2): 거부할 좋은 이유가 없는 한 경험의 구속을 받아야 함. (경험을 통해 얻은 적절한 학문 분류법을 준수해야 함.)

- 귀납의 문제는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것에 대한 합리적 대안이 없음을 인정하면서 왜 그래야만 하는지 묻는 것임.

•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것에 대한 정당화는 요구하기보다는, 전체 언어 게임의 생명력(viability)에 대한 설명을 요구함.

• 언어 게임은 ‘귀납’을 포함하며 우리 삶의 형식을 뒷받침함.



(2023.01.03.)


2022/10/02

학위논문 검증 절차 개선방안


국민대에서 김건희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김건희 여사가 박사든 말든, 학위논문을 표절했든 구매했든, 국민대가 표절을 잡아내든 말든, 별로 와닿지도 않는다. 나하고 아주 멀리 있는 분야인 데다, 어차피 예체능 쪽에 황당한 논문이 한두 개 있는 것도 아니고, 김건희 여사가 그 학위를 가지고 교수를 한 것도 아닌데,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겠는가? 나는 난장판이 벌어지는 것을 재미있게 보고 있다.

그런데 논문 검증 절차 자체는 많이 이상해 보인다. 학위논문에 문제가 생기면 왜 항상 학위를 준 학교에서 검증하는가? 검사가 죄를 지었어도 검사가 기소 여부를 결정하니까 기소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분노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왜 학위논문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학위를 준 학교에서 검증하는 것에 문제 삼는 사람은 없는가?

어떤 학교의 학위논문에 문제가 있음이 발견되면 그 학교의 경쟁 학교에서 논문을 검증하게 해야 한다. 가령, 연세대 어느 과의 학위논문이 표절 의혹을 받고 있다고 하자. 논문 검증을 고려대 같은 과에 맡기면 얼마나 열심히, 또 즐겁게 검증하겠는가?

* 링크: [한겨레] “김건희 ‘member Yuji’ 문제 없다” 국민대, 논문 4편 ‘유지’ 결정

( 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53143.html )

(2022.08.02.)


2022/10/01

국립경상대에서 학술대회를 하게 된다면



지난 주에 동료 대학원생과 함께 경상남도 진주에 다녀 왔다. 태어나서 처음 진주에 가보았다. 태어나서 진주에 처음 간다는 나의 말에, 동료 대학원생은 내가 한국 지명을 많아 알아서 전국 여기저기 가본 줄 알았는데 의외라고 말했다.

내가 지명을 많이 아나? 기억을 더듬어보았는데, 내가 쓸데없는 이야기는 많이 했던 것 같다. 뭐가 어디에 붙어있고 거기에 뭐가 있다는데 거기서 무슨 사건이 있었고 등등. 그런데 그 중에 내가 정작 가본 곳은 거의 없었다. 주워들은 이야기를 했을 뿐이다. 나는 왜 가본 곳이 별로 없을까? 친구가 없어서 그런가, 애인이 없어서 그런가? 하여간 동료 대학원생에게 답했다. “대충 거리를 따져보니까, 제가 60마일을 벗어나지 않고 살고 있네요.”

진주에는 현재 교수인 대학원 선배와 유학 중 방학이라 본가에 온 또 다른 동료 대학원생이 있다. 그렇게 네 명이 교수 연구실에 모였다가, 저녁식사로 진주냉면을 먹고, 진주성에 거쳐 진양호에 갔다.

진주냉면이라는 것이 있다고는 예전부터 알고는 있었는데, 실제로 먹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육수 맛이 약간 독특했다. 탕국과 비슷한 맛이 났다. 제사 때 집에서 먹는 탕국은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데(무를 너무 많이 넣어서 그런 것 같다), 퇴계 종가에서 먹은 탕국은 맛이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진주냉면의 육수는 안동 퇴계 종가에서 먹었던 탕국과 비슷한 맛이 났다. 일반 냉면의 육수를 만들 때와 달리, 진주냉면 육수를 만들 때는 멸치 등 해산물을 쓴다고 한다.

진양호 전망대에 오르는데 중턱에 아시아레이크사이드호텔(Asia Lakeside Hotel)이라고 하는 호텔이 있었다. 그 호텔을 보니 학술대회에 대한 발상이 떠올랐다. 학술대회 발표는 국립경상대에서 하고 뒤풀이는 레이크사이드호텔에서 하고, 국립경상대 기숙사에서 묵을 사람과 호텔에서 묵는 사람을 나누고 등등. 그리고 북 세션에서는 『과학철학 고전선집』(가칭)이나 『쿤의 주제들』(개정판)을 다루는 것이다. 참고로, 『과학철학 고전선집』이나 『쿤의 주제들』(개정판)은 아직 세부 출판 계획도 나오지 않은 것들이고 내가 서울대 출판부에 출판 의사를 문의하기만 한 것이다.

내가 전 지도교수님의 조교 일을 할 때 절판된 교재의 스캔 파일을 수업 게시판에 업로드 하는 일을 했다. 대부분의 파일은 이미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것이고 나는 업로드만 하면 되었는데, 사람이 하는 일은 다 그렇듯이, 그조차도 하기 싫어졌다. 수업 교재로 쓰는 책의 대부분은 현재 절판되었는데, 그걸 고전선집의 형태로 묶어서 출판하면, 번역자는 (당연히 부족하겠지만) 조금이라도 번역의 대가를 추가로 받을 것이고, 나는 시간에 맞추어 업로드할 필요 없이 교재를 구입하라고 한 번만 공지를 올리면 될 것이다. 서울대 출판부는 『과학고전선집』과 『서양철학의 이해』를 출판한 적이 있으므로, 요청만 한다면 『과학철학 고전선집』(가칭)도 출판할 것 같았다. 그러려면 전 지도교수님이 출판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내가 전 지도교수님께 출판과 관련하여 건의하면 괜한 일을 한다고 말씀하실 것이어서, 나는 전 지도교수님을 거치지 않고 서울대 출판부에 연락했다. 출판부에 지도교수님의 의견이 아니라 나의 개인적인 의견일 뿐을 먼저 밝힌 뒤 예상되는 책의 목차 등을 보내니, 출판부에서는 긍정적인 답변을 보냈다.

『과학철학 고전선집』(가칭)에 대한 서울대 출판부의 긍정적인 답변을 전 지도교수님께 전달하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까 『쿤의 주제들』이 오래전에 절판되어서 이것도 스캔해야 하는 판이었다. 『쿤의 주제들』를 출판했던 이화여대 출판부에 문의했다. 이화여대 출판부에서는 저작권 계약 등의 문제 때문에 복간 계획이 없다고 했다. 나는 서울대 출판부에 다시 연락했다. 서울대 출판부에서는 이번에도 긍정적인 답변을 보냈는데, 이미 다른 출판사에서 출판했던 책이므로 규정상 3분의 1 이상 개정해야 출판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과학철학 인력 등을 대충 따져보니 『쿤의 주제들』 복간 작업에 내가 동원될 가능성은 없었다. 잔심부름이나 허드렛일 정도는 하겠으나 번역 작업에 동원되지는 않을 것이다. 기쁜 마음으로 전 지도교수님께 출판부로부터 받은 답변을 전달했다.

서울대 출판부의 답변을 이메일로 보내자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한참 말씀하셨는데 간단히 줄이자면, “교재에 대한 생각은 하기는 했는데, 교재를 만들면 아마도 표준 교재로 쓰일 것이므로 10년을 내다보고 만들어야 하므로 준비가 필요하고, 당장 작업에 착수할 수는 없겠지만 해야 하는 일”이고 “어쨌거나 수고했다”는 것이었다. 그 후로 교재 작업과 관련하여 선생님께 여쭤본 적은 없는데, 선생님이 워낙 신중하기가 아이작 뉴튼 같은 분이라, 10년을 내다보고 교재를 만들다가 10년 뒤에 완성되는 것은 아닌가 모르겠다.

하여간, 진양호를 보면서 학술대회에 대한 나름대로의 구상을 일행에게 말했는데, 말하면서 거리낄 것이 전혀 없었다. 진양호 전망대에서 본 경치가 탁 트여서였는지, 아니면 내가 몇 년 안에 학회 총무이사가 되지 않을 것이고(교수 임용) 총무간사가 다시 되지도 않을 것이어서(내 뒤 순번 대학원생들이 모두 도망가는 대재앙) 그에 대한 업무 부담이 전혀 없어서였는지는 모르겠다.




(2022.08.01.)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예언한 알라딘 독자 구매평 성지순례

졸업하게 해주세요. 교수되게 해주세요. 결혼하게 해주세요. ​ ​ ​ ​ ​ * 링크: [알라딘] 흰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소설 ( 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4322034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