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athy O’Neil (2016), Weapons of Math Destruction: How Big Data Increases Inequality and Threatens Democracy (Crown).
캐시 오닐, 「7장. 일정의 노예: 알고리즘의 노예가 된 노동자들」, 『대량살상 수학무기』, 김정혜 옮김 (흐름출판, 2017), 208-236쪽. ]
7.1. 인간, 진정한 부속품이 되다
7.2. 사다리 걷어차기
7.3. 생산성을 점수화하기 위한 시도들
7.4. 심슨의 역설
7.5. 우리가 저항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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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직장인 사이에 최근 유행하는 말이 있다. ‘클로프닝’(clopening)이다.
가게 종업원이 밤늦게까지 일하다가 매장 문을 닫고 퇴근 한 다음, 불과 몇 시간 후 새벽 동트기 전에 다시 출근해서 문을 여는 것을 가리키는 말
이는 기업 입장에서 볼 때 물류(logistics)적으로 타당한 업무방식이지만 노동자 입장에서는 수면 부족과 빡빡한 일정에 쫓기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종잡을 수 없는 근무 일정이 갈수록 보편화되고 있다.
이 업무 방식으로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스타벅스, 맥도날드, 월마트 같은 업장에서 일하는 저임금 노동자이다.
209-
효율성을 강조하는 WMD는 종업원들을 기계 부품처럼 취급하는 노동시장이다.
클로프닝은 이런 추세에서 나온 결과물 중 하나에 불과하다.
감시활동이 다양한 작업장으로 확대됨에 따라 클로프닝은 빅 데이터 경제에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려는 보편적 관행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7.1. 인간, 진정한 부속품이 되다
210-
오늘날 사업체들은 고객들이 언제 오는지를 분석해 시간대별로 정확히 종업원이 몇 명 필요한지를 계산할 수 있다.
목표는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바쁜 시간에는 종업원들을 추가 배치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종업원 수를 최소한으로 두는 식이다.
211-
비용절감으로 오는 고통은 온전히 종업원 몫이다.
과거 일정관리 시스템을 따를 때는 종업원들이 자기 근무시간을 예측하고 약간이나마 휴식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물론 기업주가 보기엔 낭비되는 시간이었다.
어떤 종업원은 그 시간에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기도 했다. 오늘날에는 소프트웨어가 업무를 관리함에 따라 종업원들 근무시간은 분단위로 빡빡하게 짜인다.
프로그램이 근무를 요구하면 언제든 따라야 한다.
7.2. 사다리 걷어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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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요식업 분야 종업원 중 2/3, 소매업체 종업원 중 과반이 근무일정 변경을 길게는 1주일, 짧게는 하루나 이틀 전에 통보받는다.
결과적으로 직원들은 교통편을 구하거나 아이 맡길 곳을 찾느라 종종걸음 치게 된다.
이런 뉴욕타임즈 보도 이후 기업들은 개선하 겠다고 다투어 약속했으나 1년 후에 다시 확인한 결과 변한 건 없었다.
스타벅스 경우, 관리자가 자기에게 할당된 인건비 예산을 초과하면 해당지역 총괄책임자가 신경을 곤두세운다는 증언도 나왔다.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말이다.
214-
일정관리 시스템 대부분은 응용수학 가운데 한 분야로 각광받는 특정 학문에 뿌리를 두고 이다.
이를 오퍼레이션 리서치(operation research, OR)라고 한다.
OR의 역사는 수 세기를 거슬러 올라간다.
작물 재배 계획을 세우는 농부, 물자수송을 담당하는 고속도로 건설계획을 세우는 토목공학자에게 도움을 주었다.
OR이 본격적으로 학문으로 자리 잡게 된 계기는 2차 세계대전 때다.
214-
전쟁이 발발하자 미국과 영국 군대는 전쟁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자원 배분과 사용을 최적화하기 위해 수학자들을 동원했다.
연합국은 다양한 형태로 교환비율(exchange ratio)을 추적했다.
교환비율은 운영연구라고도 하는데 연합국이 사용한 자원과 파괴된 추축국 자원을 비교하는 것을 말한다.
1945년 3월-8월에 진행된 기아 작전(Operation Starvation)에서 제21폭격기 사령부는 식량 등 물품이 일본 영토에 무사히 도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본 상선을 파괴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OR팀은 침몰한 일본 상선 각각에 대 한 기뢰 부설 폭격기 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교환비율을 40:1이 약간 넘는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침몰한 일본 선은 606척이고 격추된 폭격기는 15대였다.
이 작전은 아주 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OR이 갖는 효용성을 확인한 군부와 대기업은 종전 후 이 분야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해 경제 전 분야에 적용시켜 물류와 유통 방식을 급격하게 변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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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동차 업계가 1960년대에 도입한 JIT(just-in-time)은 일본 자동차 업계를 획기적으로 발전 시켰는데 이는 마치 산업 전체가 고유한 항상성 조절시스템(homeostatic control system)을 갖춘 유기체처럼 움직이게 했다.
JIT(just-in-time): 생산에 맞춰 부품을 공급하는 방식
JIT는 성과를 인정받아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됐다.
아마존, 페덱스, UPS 같은 물류처리가 중요한 기업에서는 JIT가 핵심적인 도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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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관리 소프트웨어는 JIT 경제를 확장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적기에 공급되는 것이 잔디 깎는 기계의 칼날이나 휴대전화 액정이 아니라 사람들, 그것도 대개 돈이 절실한 사람들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들은 사람인데 부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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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저임금 노동력의 과잉 공급이 노동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
사람들은 일자리에 목말라 있다. 많은 사람들이 기껏해야 시간당 8달러를 받는 일자리에 매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동자는 사실상 아무런 협상력을 갖지 못한다.
이는 소매유통업과 요식 업계 공룡들이 과도한 이탈을 겪지 않으면서도 갈수록 불합리해지는 일정을 소화하도록 종업원들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이유다.
종업원들 삶은 피폐해지고 지옥처럼 될수록 기업들 곳간엔 돈이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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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일정관리 소프트웨어는 지독히도 끔찍한 WMD다.
재닛은 학교에 다니며, 아이를 홀로 낳아 키우는 미혼모이다.
그녀는 종잡을 수 없는 근무 시간 때문에 학업을 계속할 수 없었다.
이는 그녀가 더 나은 직장으로 이직할 가능성을 없앴으며, 공급과잉 상태인 밑바닥 노동시장을 전전하게 만들었다.
불규칙적인 장시간 근무는 노동자들이 더 나은 근무 조건을 요구하거나 스스로 조직화하는 것을 힘들게 만든다.
218-
일정관리 소프트웨어는 노동자들이 주 30시간 미만으로 일하도록 제한한다.
주 30시간 미만 노동은 건강보험에 가입할 자격을 가지지 못한다.
설상가상으로 혼란스런 일정 때문에 노동자 대부분은 부업을 할 수도 없다.
물론 그들 자녀에게도 피해는 고스란히 전가된다.
아이는 평범한 일상을 경험하지 못한 채 성장한다.
7.3. 생산성을 점수화하기 위한 시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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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연구진은 뱅크오브아메리카 콜센터 상담원 행동을 분석했다.
팀별 생산성 차이가 나는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연구진은 상담원에게 소시오-메트릭 배지(sicio-metric badge)를 착용하도록 요청했다.
이는 상담원 동선을 추적하고, 어조와 제스추어를 16밀리 초 단위로 측정했다.
또 그들이 서로를 마주볼 때는 물론이고 각장 얼마나 말을 하고 상대방 말을 얼마나 들어주는지, 얼마나 끼어드는지를 기록했다.
결과는 놀랍게도 동료 간 교류가 많은 팀 즉 사회성이 높은 팀일수록 고객 요구에 가장 신속하고 가장 효율적으로 반응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따라서 BOA가 상담원에게 서로 어울리는 시간을 더 많이 갖도록 권장하자 콜센터 전체 생산성이 치솟았다.
물론 직원들 행동을 추적하는 데이터 연구는 직원을 퇴출시키는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
225-
WMD 대다수는 현실을 반영해 수정하기보다는 원하는 현실을 창조한다.
관리자들은 모형이 계산한 점수가 이익을 증대시키기 위해 기꺼이 이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근거를 가주어서 인간이라면 망설일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있게 도와준다고 생각한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직원을 해고하면서 그 같은 결정에 대한 책임을 객관적인 숫자에 떠넘기는 것이다.
그들에겐 숫자가 진실을 담고 있는가 여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7.4. 심슨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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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교육이 실패한 증거는 학생들 SAT 점수가 하락했다는 데서 알 수 있다.
1963년부터 1980년 사이에 어휘력 점수는 50점, 수 학점수는 40점 떨어졌다.
위원회는 책임이 교사에게 있다고 규정했다.
교사는 교육자이자 아동 보호자이며, 노동자다. 어떤 교사는 교사 평가에서 100점 만점에서 6점을 맞았다.
당국은 그에게 점수를 올리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해온 대로 학생을 가르쳤는데 이듬해엔 96점이 나왔다.
같은 방식으로 수업한 같은 교사를 같은 평가 모형으로 평가했는데 1년 만에 90점 차이가 났 다.
교사를 평가하는 가치부가모형이 얼마나 엉터리인지를 증명하는 얘기다.
출발점은 통계적 오류에서 시작되었다.
그들은 통계자료를 자기에 입맛에 맞춰 잘못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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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 성적이 하락한 이유는 그 기간에 빈곤층 학생과 소수 인종 학생을 더 많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통계학자들이 SAT 응시자의 부모 소득수준에 따라 평균점수를 계산해 보았더니 빈곤층에서 부유층까지 모두 점수가 상승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통계는 해석이다. 이를 심슨의 역설(Simson’s Paradox)라고 부른다.
이는 추세를 나타내는 전체 데이터를 하위 그룹으로 나누면 각각 하위그룹에서는 전체와 정반대되는 추세가 나타나는 현상을 일컫는다.
기껏 25-30명인 학생을 뉴욕 공립학교 인원 110만 명 시험 점수와 같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7.5. 우리가 저항해야 하는 이유
234-
많은 WND와 마찬가지로 교사를 평가하는 가치부가모형도 좋은 의도에서 만들어졌다.
2001년 부시 행정부는 표준시험을 의무화하는 아동낙오 방지법(No Child Left Behind, NCLB)을 제정했다.
이 법은 연방정부 재정지원을 학생 학업성취도 결과와 연계함으로써 학교에 커다란 부담을 주었다.
뒤이은 오바마 행정부는 임기 초기부터 NCLB가 가난하고 사회적 소외된 지역 교육구를 불리하게 작용할 거라고 판단하여 그런 지역구들을 NCLB에서 면제해 주었다.
2015년 말 성취도 시험에 대한 교사들 관심은 극적인 전환을 가져왔다.
먼저 미국 의회와 백악관은 NCLB를 폐지하고 대신 주 정부에 부실한 학군을 회생시키는 방법을 직접 개발할 수 있는 더 많은 재량권을 부여하는 법률을 제정하기고 합의했다.
그리고 뉴욕 주지사 쿠오모는 교사 평가를 4년 간 중단했다.
이런 요구는 학부모로부터 나왔다.
아이들이 시험 준비에 정작 필요한 공부를 할 시간을 빼앗긴다는 이유였다.
늘 공정성과 효율성 문제는 충돌한다.
한국 좌파 교육감이 도입에 열을 올리는 혁신학교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찬사와 함께 대입 준비를 망친다는 비난을 동시에 받고 있다.
학생들은 어릴 적 방임 상태로 있으면 성인이 되어 그 시절을 원망한다.
(2023.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