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10

화천이의 육아



새끼들은 뛰어다니고 장난치고 노는 동안, 화천이는 곁에서 새끼들을 지켜보고 있다. 바닥에 배를 깔고는 안 보는 척 고개를 돌리고 있지만, 새끼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화천이는 새끼들을 따라 같이 이동한다. 수시로 눈가를 핥아 눈곱을 떼어주고 젖을 물린다. 새끼들은 화천이 밥을 빼앗아 먹을 정도로 자랐지만 여전히 화천이의 젖을 먹고 있다.









새끼들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면서 화천이가 따라다녀야 하는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새끼들이 현관문 근처에서 놀 때는 현관문 앞에서만 지키고 있으면 되었지만, 이제는 새끼들이 대문 안팎을 오가며 뛰어놀기 때문에 화천이는 대문 근처에서 새끼들을 지키고 있다.

화천이는 새끼들이 뛰어노는 동안은 낮잠을 자지 않는다. 눈을 붙이더라도 언제라도 움직일 수 있는 자세로 눈을 붙인다. 새끼들이 낮잠을 자면 그제서야 화천이도 낮잠을 잔다. 새끼들을 따라다니며 챙기느라 피곤한지, 화천이는 거의 널브러져서 낮잠을 잔다.

육아가 힘들기는 힘든 모양이다.






(2021.09.10.)


2021/11/09

내가 <청년정의당>에 보낸 의견



<청년정의당>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솔직히 뭘 하는 곳인지는 모르겠는데, 하여간 청년들하고 뭘 하려는 모양이다. 어차피 나는 나이가 서른일곱 살이나 먹었기 때문에 <청년정의당>하고 별반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청년정의당>에 제안할 만한 내용이 생각나서 한 가지를 건의했다.

내가 건의한 것은, <청년정의당>에서 대학원생을 어떻게 끌어들일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 대학원생을 끌어들여야 하는가? 대학사회에서 약자라서? 합당한 대우를 못 받아서? 아니다. 대학원생이 중요한 이유는 그들 중 일부가 미래에 교수나 기타 전문가가 될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정의당>이 수권 정당이 되려면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도 필요하겠지만 전문가가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전문가를 섭외하는 것은 쉽지 않고 시간과 노력과 비용도 많이 든다. 대학원생들 중 일부는 멀지않은 미래에 교수나 전문가가 될 것이니, 대학원생 때 친해지거나 거리를 좁혀놓으면 이후 교수나 전문가가 되었을 때 섭외할 때 드는 여러 가지 비용이 줄어들 것이다.

내가 이렇게 의견을 제시하자 내 의견을 접수한 사람은 “그동안 고민하던 부분이고 의견을 주셔서 정말 고맙다”고 답변했다. 나는 말을 꺼낸 김에 몇 마디를 더 했다.

나는, 혹시라도 대학원생에게 관심을 보인다면, 공대 대학원생 쪽을 뚫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나 금융공학이라든지 원자핵공학 쪽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그 분야를 뚫을 수 있다면 다른 분야를 뚫는 것은 그보다는 쉬울 것이다. 그리고 혹시라도 문사철 쪽 대학원생들이 과대대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이 점에 유의해야 한다. 문사철 쪽이 대학원이 공대 등에 비해 열악한 것이 맞고, 대학원 환경 개선이나 대학원생 처우 개선에 관한 조치가 필요할 수도 있으나, 억울한 일이 있으면 억울한 일을 해결하는 선에서 끝나야지 문사철 쪽 사람들이 과대대표 되면 <정의당>이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 있다. 그렇다고 하여 인문대 쪽 대학원생들을 배제하는 것은 옳지 않으니, 공대 쪽 대학원생 풀을 늘려서 균형을 잡고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이 정도만 의견을 말했고 접수자는 “감사하다”고 답변했다. 그렇게 의견 접수는 끝났다.

그런데 어떤 식으로 대학원생을 꼬셔야 하는가? 그게 쉽지 않을 것이다. 나도 당원이기는 하지만 당비 내는 것 말고는 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아예 정당 근처도 안 가본 사람들한테 어떻게 접근해서 어떻게 꼬실 것인가? 정당의 접근에 대학원생들이 심리적인 부담감을 가지게 된다면 이러한 계획은 확실하게 망할 것이다. 적절한 수준은, 어떤 현안이 터졌을 때 그와 관련된 분야의 대학원생에게 간단한 문의를 할 수 있는 정도일 것이다. 가령, 에너지 문제 관련해서 사회적인 쟁점이 생기면 원자핵공학과 대학원생한테도 물어보고 태양광 발전 관련 대학원생한테도 물어보는 것이다. 그렇게 창구가 뚫리면 비공개로 관련 분야 대학원생들 모아놓고 의견도 구하고 교수 동향, 업계 동향 등을 파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왜 비공개로 해야 하느냐 하면 공개적으로 했을 때 지도교수가 안 좋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여간 이런 식으로 해당 업계 종사자의 말을 진지하게 듣는다면 아무리 정치색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마음이 어느 정도는 움직이게 될 것이다. 내가 아는 어떤 분은, 평생 민주당 계열 정당에만 투표해왔는데 민자당 계열 정당 시의원이 민원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자 다음 선거 때 시장은 민주당을 찍더라도 시의원은 그 의원을 찍겠다고 했다. 사람은 원래 그렇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의미한 이야기를 하지도 않으면서 자기들이 하는 말을 정치인들이 들어야 한다고 우긴다. 그런 말을 귀담아 듣는 정당은 망할 수밖에 없다. 유의미한 이야기를 이미 하고 있거나 앞으로 할 사람들의 말을 다른 정당보다 먼저 들어야 할 것이다. 대학원생들과 적절한 거리에서 주기적으로 접촉한다면, 15년 정도만 꾸준히 그렇게 한다면, 꼬셔놓은 대학원들 중 일부는 교수가 될 것이고 아마도 상당한 수준의 전문가 풀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다른 거대 정당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훨씬 정확하게 정세를 분석하고 방향을 제시하고 질 높은 정책을 생각하는 정당이 될 것이다. 입시 교육 시키면 인성이 파괴되니까 미적분을 안 배우게 하고 대신 악기를 배우겠다고 하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정책은 나오지 않게 될 것이다. 또한 청년 정치한다면서 청년 유한계급들이나 까불게 하는 것보다는 비용도 적게 들고 효과도 더 좋을 것이다.

<청년정의당>에서 대학원생들을 효과적으로 잘 꼬셨으면 좋겠는데, 그와 별개로 나는 청년도 아니고 철학 전공에다 교수가 될 법하지도 않기 때문에, 그런 모임 같은 것이 실제로 생긴다고 해도 참여하지 않을 생각이다. 아는 공대 대학원생이 생기면 어떻게 꼬셔서 연락이 닿게 하도록 할 수는 있겠다.

* 뱀발

내 나이가 만으로는 35세인데 분류에 따라 청년에 속하기도 하나보다. 어쨌든 내가 생각하는 활동이 실제로 이루어질 때쯤이면 이미 나는 장년일 것이므로 <청년정의당>의 대상은 아닐 것이다.

(2021.09.09.)


2021/11/07

화천이와 사자소학



요새 화천이 울음소리 때문에 아침에 잠을 깨는 경우가 많다. 화천이가 새끼들을 부르느라고 낮게 “아우-으허엉” 하는 소리를 내며 집 근처를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새끼들이 없어졌나 하고 밖을 나가보면 새끼들이 마당 건너 창고에서 뛰어놀고 있다. 화천이는 새끼들을 찾으라 집 주변에서 이상한 소리를 내며 돌아다니는데 이 놈의 새끼들은 자기 어미가 그러든 말든 뛰어노느라 정신이 없다. 결국 화천이가 창고까지 가서 새끼들을 불러온다. 어떤 날은 화천이가 또 한참 찾는데 창고에도 새끼들이 없었다. 새끼들은 뒤뜰에서 놀고 있었다.

가장 황당했던 것은 화천이가 현관문 근처에 있는데도 화천이가 새끼들을 찾지 못했던 경우다. 화천이가 또 아침부터 이상한 소리를 내며 새끼를 부르며 돌아다녔고, 화천이가 내는 소리에 나도 잠을 깼고, 이번에는 새끼들이 고양이 집 앞에 쌓아놓은 상자에 모두 들어가서 자고 있었다. 어미 고양이가 부르면 빨리 깨서 가야지, 어미가 자기들을 부르든 말든 알 바 아니라고 자고 있으니까 결국 내가 잠에서 깬 것이다. 화천이가 새끼들이 자기 코앞에 있는 줄도 모르고 계속 울고 돌아다녀서, 나는 새끼들이 들어있는 상자를 땅바닥에 내려놓고 화천이를 불렀다. 화천이는 상자에 담긴 새끼들을 보더니 그 상자 속으로 들어갔다.







새끼 고양이와 어미 고양이를 크는 것을 보면 어린 아이와 엄마를 보는 것 같다. 아이는 하루종일 팔짝팔짝 뛰어놀고 장난치고 어디로 계속 돌아다니고, 엄마는 그 아이를 찾고 부르고 데려와서 밥을 먹인다.

어제는 비가 오려고 아침부터 날이 흐렸다. 아침부터 새끼들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화천이는 또 새끼를 찾아 울며 돌아다녔다. 나는 새끼 고양이들이 또 그러려니 하고 시청 공무원, 업체 사장과 직원, 마을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갔다. 경찰서까지 갔다가 집에 왔는데도 화천이 새끼들은 없었고 화천이는 계속 울면서 집 근처를 돌아다녔다.

예전에 수컷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물어간 적은 있으나, 이제는 많이 자라서 물어갈 수도 없게 되었다. 주변에 새끼 고양이를 잡아갈 다른 들짐승도 없지만, 설령 들짐승이 물어간다고 해도 네 마리를 모두 물어갈 리는 없다. 새끼들이 크면서 어미 고양이가 새끼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사냥하는 것을 가르치기도 하지만, 그랬다면 화천이가 저렇게 애타게 울면서 돌아다니지는 않았을 것이다. 도대체 새끼들은 어디로 간 것인가?

오후부터 비가 많이 오기 시작했다. 새끼들은 보이지 않았고, 화천이는 계속 울면서 비를 맞으며 집 근처를 돌아다녔다. 그러다 해가 졌고, 그 와중에도 화천이는 새끼를 부르는 이상한 소리를 냈다.

밤이 될 때까지 새끼들은 없고 화천이는 애타게 울고 있으니까, 나는 새끼들이 어떻게 잘못된 것은 아닌지 걱정하게 되었다. 새끼 고양이가 비를 많이 맞으면 저체온증으로 죽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니 무슨 문제가 생겼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나는 화천이한테 새끼 간수를 좀 잘 하지 그랬냐고 말했는데, 화천이는 사람 말을 못 알아들으니까 계속 새끼 찾는 소리만 냈다. 나도 집 근처를 돌아보았지만 새끼들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

예전 같으면 새끼들이 이 정도 자랐으면 옆 동네 5일장에 나오는 고양이 장수 아주머니에게 새끼들을 넘겼을 텐데, 코로나19 때문에 고양이 장수 아주머니도 장에 안 나오기도 하고 어머니도 바쁘고 해서 새끼들이 집에서 계속 지냈다. 차라리 새끼들을 고양이 장수에게 넘겼다면 다른 집에서 잘 살았을지도 모르는데 괜히 계속 키우다가 잘못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나서 그 다음 날 아침, 화천이 새끼 네 마리 모두 현관문 앞에서 자고 있었다. 어머니가 새벽에 나가면서 보니 화천이 새끼들이 집 근처에 있는 작은 비닐하우스에서 뛰어놀다가 대문으로 들어오고 있었다고 한다. 새끼들은 자기 어미가 걱정하는 줄도 모르고 대문 밖에 나가서 비닐하우스에서 놀다가, 비가 오니 거기서 자고 온 것이다. 화천이는 자기 새끼들이 그렇게 속없는 놈들인 줄도 모르고 그렇게 하루종일 애타게 울면서 비를 맞으며 돌아다녔다.

철없이 돌아다니는 화천이 새끼들과 그런 새끼들을 찾으러 돌아다니는 화천이를 보니, 왜 『사자소학』 같은 데서 부모가 부르면 빨리 대답하고 나오라(父母呼我 唯而趨進)고 했으며, 나갈 때는 반드시 알리고 돌아오면 반드시 얼굴을 보이며 먼 곳에 가서 놀지 말고 놀더라도 반드시 일정한 곳에 있으라(出必告之 反必面之 愼勿遠遊 遊必有方)고 했는지를 대충 알 것 같았다.

(2021.09.07.)


[외국 가요] 빌리 홀리데이 (Billie Holiday)

Billie Holiday - I’m a fool to want you ( www.youtube.com/watch?v=qA4BXkF8Dfo ) ​ Billie Holiday - Blue Moon ( www.youtube.com/watch?v=y4b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