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athy O’Neil (2016), Weapons of Math Destruction: How Big Data Increases Inequality and Threatens Democracy (Crown).
캐시 오닐, 「5장. 무고한 희생자들: 가난이 범죄가 되는 미래」, 『대량살상 수학무기』, 김정혜 옮김 (흐름출판, 2017), 148-180쪽. ]
5.1.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5.2. 불심검문이 오히려 범죄자를 양산한다?
5.3. 공정성 대 효과성
5.4. 가난이 범죄가 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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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실베니아 레딩은 탈공업화 시대에 힘든 시간을 보냈다. 2011년에는 빈곤자 비율이 무려 41.3%에 달해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도시가 되었다.(2012년엔 디트로이트가 넘겨받았다.)
재정이 악화되자 시 당국은 경찰 인력을 45명이나 줄였다.
그러나 치안 공백은 생가지 않아야 했다.
2013년 경찰서장은 캘리포니아 산타크로즈에 있는 빅 데이터 스타트업 프레드 폴(Pred Pol)이 개발한 범죄예측 소프트웨어를 도입했다.
프로그램은 시간별로 범죄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보여줬다.
경찰들은 이제 우험 지역을 집중적으로 순찰하여 범죄에 대응했다.
그 결과 프로그램 도입 후 강도 사건이 23%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각 대도시들은 범죄예측프로그램을 다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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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예측프로그램은 야구 수비 시프트와 비슷하다.
하지만 프레드 폴은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핵심 변인은 각 범죄의 유형과 발생 장소 그리고 발생 시점이다.
아주 공정한 것 같긴 하다. 그러나 이런 곳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범죄는 강조와 차량 절도 같은 중대 범죄가 아니다.
살인이나, 방화, 폭행 같은 경찰에 신고가 들어오는 범죄는 1군 범죄라고 부른다.
반면 부랑죄(vagrancy), 적극적 구걸(aggressive panhandling), 마약 소량판매 등은 2군 범죄로 분류한다.
이런 경미한 방해(nuisancd) 범죄는 경찰이 현장에서 직접 목격하지 않으면 범죄로 기록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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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동네에서 경미한 범죄는 흔한 일이다.
그냥 반-사회적 행동(antisocial behavior, ASB)라 부른다.
범죄예측 프로그램은 그런 지역을 경찰이 다니게 해 범죄로 처리하게 만든다.
그리고 교도소는 피해자가 없는 범죄(victimless crime)를 저지른 수많은 범죄자들로 넘치게 된다.
5.1. 귀게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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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학자 조지 켈링은 ‘깨진 유리창 경찰 활동'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주위 환경이 지저분하고, 무질서하면 사람들은 일탈행위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경범죄와 일탈적 범법행위가 무질서한 환경을 조성하면 법을 준수하는 선량한 시민들이 쫓기듯 그곳을 떠나게 되고 그들이 빠져나간 어둡고 턴 빈 거리는 중범죄를 잉태한다.
이에 대해 깨진 유리를 다시 끼우고, 낙서를 지우면 거리 질서가 회복된다.
이런 주장은 1990년대 무관용 운동(sero-tolerance campaign)으로 이어졌다.
뉴욕 경찰은 지하철에 무임승차하는 청소년을 체포했고 이전에는 훈방했을 마리화나나 담배를 나눠 피우다 적발된 사람들을 일일이 연행했다.
그들은 경범죄와 중범죄를 연기와 불의 관계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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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 폴은 경범죄를 가장 정확히 예측했다.
취객은 매번 똑같은 담벼락에다 오줌을 싸고, 마약 중독자는 언제나 똑같은 공원 벤치에 널브러져 있지만 자동차 절도범이나 강도는 경찰 동태를 은밀하고 치밀하게 예상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며 매번 다른 장소에서 범행을 저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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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할권에서 범죄 지도는 대부분 빈곤층을 겨냥한다.
빈곤 지역에서 체포건수가 많다는 사실은 사회 중상위층에 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통념을 확인시켜 준다.
하지만 경찰이 강력 범죄 말고 다른 범죄에 초점을 맞추면 어떨까? 즉 부자들이 저지르는 범죄 말이다.
21세기 들어 금융 제국을 지배하는 군주들은 흥청망청 돈 잔치를 벌였다.
그들은 거짓말을 했고 고객들이 돈을 잃는다는 쪽에 수십억 달러를 베팅했으며, 금융사기를 저질렀고, 신용평가기관을 매수했다.
금융 제국에서 일어난 엄청남 범죄로 인해 세계 경제는 거의 5년간 파탄을 겪었다.
수백만 사람들이 집과 일자리, 건강보험과 가족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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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금융권에 무관용 전략을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현실은 불가능하다.
경찰은 금융범죄를 단속할 전문지식이 없다.
그들이 받는 훈련, 방탄조끼 등등 경찰 임무와 관련된 모든 것은 빈민가를 정조준 하는데 맞춰져 있다. 화이트 칼러 범죄를 단속하는 데는 전통 적인 경찰과 다른 도구와 기술을 가진 조직이 필요하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 때 금융인은 아무도 체포되지 않았다. 그들은 아무 상처를 입지 않고 멀쩡히 살아남았다. 경찰은 시대 변화에 맞게 관점 전환을 해야 하고, 입법부는 그에 맞는 법을 만들어야 함.
5.2. 불심검문이 오히려 범죄자를 양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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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문-질문-몸수색(stop, question, frisk)정책이 있다. 간단히 불심검문이라 한다.
이 관행은 데이터가 주도하는 컴스탯 시대에 급격하게 증가했다.
경찰은 불심검문을 범죄여과장치라고 주장한다.
2002년 뉴욕 시장이었던 블룸버그가 범죄 예방을 위해 시행한 불 심검문 정책은 시민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그후 10년 동안 불심검문건수는 600% 증가해 거의 70만 건에 육박했다.
피검자 대부분은 무고한 시민이었다.
그들에게 이런 경험은 매우 불쾌하고, 짜증스러울뿐더러 심지어 모욕적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많은 시민이 뉴욕이 범죄가 감소했으며 그만큼 안전해졌다고 느꼈다.
1990년 2,245건이었던 살인사건이 2011년에는 515건으로 줄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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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검문자 85%는 젊은 흑인이나 히스패닉 남성이었다.
심지어 유색인종 상당수가 불심검문을 거듭 받은 지역도 있다.
그런데 강력 범죄에 연루된 피검문자는 겨우 0.1%에 불과했다.
이 정책으로 예전 같으면 단속되지 않았을 경미한 범죄로 많은 사람들이 검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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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심검문은 WMD를 닮은 면이 몇 있다.
가령 불심검문은 유해한 피드백 고리를 활성화시킨다.
흑인 수천 명과 히스패닉 남성이 피 부색 때문에 불심검문을 받았다.
더욱이 그들 중 상당수는 소소한 위법 행위와 경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붙잡혔다.
매주 토요일 밤마다 남학생회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아무도 그로 인해 처벌을 받지 않는 그런 범죄 때문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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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연방 지방법원 시라 샤인들린 판사는 불심검문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샤인들린 판사는 경찰들이 습관적으로 백인이었다면 검문당하지 않았을 사안으로 인해 흑인과 히스패닉 사람들을 검문했다고 지적했다.
5.3. 공정성 대 효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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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MD를 조사하다 보면 종종 공정성과 효율성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
미국 법률 전층은 공정성을 강조한다.
이에 따라 유능한 변호사를 고용할 수 있는 범털들은 법망을 쏙 빠져나간다.
유죄를 받으면 불복해 항소할 권리가 있는데 이는 시간과 자원을 소모시킨다.
반면 WMD는 효율성을 선호한다.
본질적이고 측정되고 셀 수 있는 데이터에 기반을 두기에 가능한 일이다.
반면 공정성은 부정형인데다 정량화하기 어렵다는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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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공정성은 WMD 변수에서 배제되고 불공정이라는 산업 제품이 대량생산된다.
WMD를 공장이라고 하면 불공정성은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매연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공정성을 위해 효율성을 어느 정도 희생시킬 수 있느냐는 것이다.
국가안보국의 도청은 어느 한계까지 허용되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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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문제는 평등성이다.
엄격하게 평등의 원칙을 적용하여 불심검문이 시행된다면 어떨까?
모든 사람이 검문을 받고, 강아지 산책 중 배설물을 치우지 않은 사람은 체포될 것이다.
더 많은 음주운전자가 적발되고, 모든 범죄가 낱낱이 까발려져 세상에 드러날 것이다.
가끔은 경찰이 고급 요트에 들이닥쳐 수영복만 입은 부자들을 붙잡아 팔을 비틀고 수갑을 채우며 욕설과 악담을 퍼부을지도 모른다.
정의는 사회의 한 부분이 다른 부분에 가하는 것이어서는 절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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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범위험성 지수에 따라 가난한 동네 범죄자는 더 무거운 형량을 받고 교도소에 수감된다.
그들은 실직자에 교육 수준이 낮을 뿐만 아니라 전과 기록이 있을 가능성이 높고 주변 지인들도 다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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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재범위험성모형에는 논리적 오류가 있다.
재범위험성 모형은 ‘고위험’ 범죄자들을 사회와 오래 격리시킬수록 사회가 더 안전해진다는 가정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인다.
이를 아마존닷컴과 비교해 보자.
온라인 유통 공룡인 아마존은 형사사법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재범(재구매)에 고도로 집중한다.
아마존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재구매하기를 바란다.
아마존이 사법 시스템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면 첫 번째 단계는 잠재적 재범자로서 고객들에게 점수를 매기는 일일 것이다.
특정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이 특정 우편번호를 사용하는 지역의 거주자이거나 대졸자라면 아마존은 이 데이터를 토대로 그들에게 관련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등 마케팅 노력을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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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러-스미스 교수는 텍사스 해리스 카운티 형사법원이 보관중인 기록 260만 건을 조사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수감 기간이 긴 재소자일수록 출소 후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고, 푸드 스탬프를 비롯한 다양한 지원에 의존하는 빈곤층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또한 재범 위험율도 수감 기간이 짧은 사람들에 비해 높았다.
5.4. 가난이 범죄가 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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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경찰은 최첨단 장비로 무장하여 시민들 대한다.
안면인식프로그램이나 지문인식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이는 조만간 훨씬 광범위한 감시활동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보스턴 경찰은 야외 콘서트에서 수천 명 관중을 스캔하여 수배자를 찾아낼 수 있 다.
웸블리 경기장에서 환호를 지르는 관중 중에 테러 용의자를 찾은 일도 가능하다.
이렇게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감시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현재 다음 단계로는 잠재적 범죄자들을 색출하는 방향으로 초점이 옮겨가면서 범죄다발 동네나 범죄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은 물론 개개인으로까지 감시 대상이 확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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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고교 중퇴자 맥 대니얼은 자신도 모르게 강력 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높은 400명 명단에 올라갔다.
어느 여름 날 초인종이 울려 현관문을 열어보니 경찰이 서 있었다.
맥 대니얼은 당시 자신은 총기류 관련 전과가 없었고 강력 범죄 혐의로 기소된 적도 없었다.
단지 위험하기 그지없는 웨스트사이드 지역 오스틴에 살았던 맥 대니얼은 그곳에 사는 젊은이들 대부분처럼 이런저런 경미한 위법 행위를 저질렀고, 지인들 중에 범법자가 많았다.
맥 대니얼은 경찰이 경찰 당국이 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행동을 조심하라고 경고했다고 인터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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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성 측면에서 보면 맥 대니얼이 그 가난하고 위험한 동네에서 성장한 것은 자신이 원해서가 아니다.
그냥 운이 나빴을 뿐이다.
그는 예전부터 범죄에 둘러싸여 있었고, 범죄에 연루된 사람도 많이 알았으며, 다른 애들처럼 학교가 따분해 다니지 않았다.
그래서 요주의인물이 되었고 경찰에서 감시해야 하는 존재가 되었다.
경찰은 먼저 맥 대니얼 동네에서 신뢰를 얻어야 했다.
많은 경찰들은 체포를 치안과 동일시한다.
프레드 풀 같은 범죄예측모형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경찰의 감시를 정당화하고 이를 더 강화하고 있다.
이는 또 의도와 달리 범죄율도 높아지는데 일조하고 있다.
(2023.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