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rry Laudan (1984), Science and Values: The Aims of Science and Their Role in Scientific Debate (Berkele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pp. 67-102.
래리 라우든, 「4장. 과학적 변화의 전체론적 상에 대한 분석」, 『과학과 가치』, 이유선 옮김 (민음사, 1994), 113-162쪽. ]
1. 과학적 변화의 단위에 대한 쿤의 견해
(Kuhn on the Units of Scientific Change)
2. 퍼즐 조각의 해체 (Loosening Up the Fit)
3. 방법론에 대한 쿤의 비판 (Kuhn’s Critique of Methodology)
3.1. “공유된 기준의 애매성”에 관한 논증
(The “Ambiguity of Shared Standards” Argument)
3.2. “규칙의 집합적인 무모순성”에 대한 논증
(The “Collective Inconsistency of Rule” Argument)
3.3. 변화하는 기준에 대한 논증 (The Shifting Standards Argument)
3.4. 문제의 비중에 관한 논증 (The Problem-Weighting Argument)
■ 이 글의 목적 [pp. 67-68, 113-115쪽]
-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가 큰 충격을 준 것은 헴펠, 포퍼, 카르납 등의 경험론에 직접적으로 도전했기 때문. 쿤이 옳다면 당시 지배적인 방법론적 주장들이 틀린 것.
- 쿤의 메시지는 매우 불명확함.
• 이론들이 언제나 공약불가능하여 경쟁하는 과학자들이 서로 오해한다는 것인가, 경쟁 이론의 문제해결 능력이 객관적으로 비교될 수 있으면서 그렇다는 것인가?
• 쿤은 새로운 이론의 수용이 정말로 “개종 경험” 같은 것이라고 믿었는가?
- 1962년 이후 쿤의 저작 대부분은 『구조』의 애매성과 혼란을 명료화하기 위한 것
• 후기 저작에서 쿤이 실증주의자처럼 보인다는 지적도 있음.
• 라우든은, 한때 쿤이 취했던 입장의 날카로움이 제거되었더라도 몇 가지 논쟁점들은 남았으므로, 그러한 평가가 공평하지 않다는 입장.
- 라우든은 그물형 모형이 쿤의 설명보다 더 만족스러운 설명임을 밝히고자 함.
1. 과학적 변화의 단위에 대한 쿤의 견해
(Kuhn on the Units of Scientific Change)
■ [pp. 68-69, 115-116쪽]
- 쿤의 패러다임 개념은 애매함.
- 패러다임의 중심적인 의미
• 의미(1): 자연 대상을 분류하고 설명하는 개념적인 틀을 제공함.
• 의미(2): 대상을 연구하기 위한 적절한 탐구 방법・기술・도구를 지정함.
• 의미(3): 다른 패러다임의 지지자들은 다른 인식적 목표나 이상의 집합을 옹호함.
■ [pp. 69-70, 116-117쪽]
- 어떤 패러다임에서 다른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은, 세 가지 수준의 변화를 겪음.
• 존재론 → 다른 존재론, 방법론 → 다른 방법론, 인식적 목표의 집합 → 다른 인식적 목표의 집합.
• 쿤: 이러한 변화는 순차적이라기보다는 동시에 일어남.
- 계층적 모형에 대한 고전적 해석과 쿤의 대안
• 유사점: 사실적・방법론적・가치론적 층위의 주장들 사이의 정당화 상호작용을 강조함. 가치와 기준은 더 낮은 층위에서 경쟁 견해들 사이의 선택 기준을 제공함.
• 차이점: 계층적 모형은 핵심적인 가치론적・방법론적 공약(commitment)이 어떤 시대의 과학에 걸친 공통 속성이라고 함. 쿤은 두 패러다임 사이에 방법론적・가치론적 균열이 존재한다고 함.
- 쿤의 입장의 결함: 계층적 접근을 충분히 내면화해서 계층적 접근이 붕괴할 때마다 합리적 선택의 가능성을 제시하지 않음.
■ [pp. 70-71, 117-119쪽]
- 쿤은 패러다임 변화를 과학 공동체의 갑작스럽고 전역적인 단절로 보이게끔 묘사함.
- 쿤은 과학적 변화를 비-이성적이거나 비-합리적인 과정으로 보았다고 비판받음.
• 이런 인상을 준 것은 부분적으로는 부적절한 용어에도 이유가 있음.
• 예) 개종 경험
• 그러나 단순히 용어만의 문제가 아님.
• 과학적 충성(scientific allegiance)의 대규모 변화가 일어나는 방식을 기술하지 못함.
- 더 근본적인 결함은, 개별 패러다임이 전체적이고 정적인 성격을 가진다고 주장한 것.
• 한 패러다임에서 다른 패러다임으로의 이행을 조정하고 합리화하는 과학의 특징을 누락함.
- 이 장의 목적: 패러다임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이해하기에 전에, 패러다임의 퍼즐조각이 어떻게 맞물리는지에 대한 쿤의 관점을 철저하게 수정해야 함을 보이는 것.
2. 퍼즐 조각의 해체 (Loosening Up the Fit)
■ [pp. 71-73, 119-122쪽]
- 쿤의 세계관 모형
• 과학 공동체 내의 한 집단은 특정한 “큰 그림”(big picture)을 받아들임.
• 그림은, 자연에 대한 특정한 존재론에서의 묵인, 자연을 탐구하는 일련의 규칙에서의 수용, 자연 탐구의 목적론에 대한 일련의 인식적 가치의 고수를 요구함.
• 대규모의 과학적 변화는 그러한 세계관을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것을 포함함.
• 낡은 그림의 핵심 요소들에 대한 동시적인 거부 & 그에 대응하는 다른 요소의 수용
- 과학적 변화가 전체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어떻게 개종 경험이 아닐 수 있는가?
• 과학자들의 이론 평가 기준이 인식 목표가 다른 체계들의 기준에 근거한다면, 과학적 변화는 스타일이나 취향의 변화일 것임.
• 누구의 기준이나 목표가 상대적으로 더 나은지 물을 수 없으므로, 한 패러다임이 다른 패러다임보다 더 낫다고 할 수 있는 기반이 없음.
- 쿤은 각 패러다임이 다른 패러다임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지만 자신의 기준을 충족시키므로 일종의 자기강화적인 유아론을 낳는다고 함.
• 패러다임 변화가 이성적 또는 합리적인 과정이 될 수 없다는 것.
- 쿤의 텍스트는 그러한 구성을 시인하는 것으로 보여서 논쟁이 격화됨.
• 예) 프리스틀리와 라부아지에. 당시 사람들이 산소설로 바꾼 것이 합리적인 것처럼 프리스틀리가 플로지스톤 이론을 고집한 것도 합리적임.
• 프리스틀리가 진 것은 프리스틀리의 패러다임이 객관적으로 더 못해서가 아니라, 핵심 문제에 관한 라부아지에와 돌턴의 견해에 당시 화학자들이 동조했기 때문.
- 함축: 패러다임 간의 논의가 합리적으로 종식될 수 없음.
• 논쟁이 끝난다면 외적 요인에서 원인을 찾아야 함.
• 과학철학자들은 이 부분을 비판함.
■ [pp. 73-75, 122-125쪽]
- 라우든: 합의 형성의 문제는 두 가지 근본적인 수정을 통하여 해결할 수 있음.
• 수정(1): 정당화의 계층적 관점을 그물형 모형으로 대체하여 인식적 가치를 “협상가능한” 것으로 만들어야 함.
• 수정(2): 쿤의 세계관이나 패러다임의 전체론적인 성격을 거부해야 함.
• 세계관의 구성요소가 개별적으로 협상가능하며 조금씩 대체가능하다면 해결됨.
- 쿤은 세계관의 어떤 구성요소는 수정가능하지만, 세계관의 중심 공약인 “중핵”(hard core)은 수정될 수 없다고 함.
• 쿤은 완고한 전체론자. “경쟁 패러다임 간의 전환은 [...] 게슈탈트 변환처럼 시기에 따라 일어나는 단계를 설정할 수 없다. 한꺼번에 일어나든지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 라우든: 과학자의 존재론, 방법론, 가치론 사이에 복합적인 정당화의 상호관계가 성립함.
• 어떤 과학자의 방법론이 그의 존재론을 정당화하지 못하거나, 그의 방법론이 그의 인식적 목적을 실현시키지 못하거나, 그의 인식적 목적이 유토피아적임이 드러나면, 과학자는 자신의 세계관의 구성요소를 다른 것으로 대체할 근거를 가지게 됨.
• 그러나 모든 것을 바꿀 필요는 없음.
O¹ & M¹ & A¹ … (1)
O² & M¹ & A¹ … (2)
O¹ & M² & A¹ … (3)
O¹ & M¹ & A² … (4)
- 선택은 (1)과 (2), (1)과 (3), (1)과 (4) 사이의 선택이 될 수도 있음.
- 경쟁자들 사이에서도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근거를 찾을 수 있음.
• 이러한 공통점이 존재한다면, 선택을 기호나 취미의 문제로 볼 이유가 없음.
- 문제: 실제 변화가 이렇게 일어나는가?
• 과학사에서 거대한 전환은 이러한 단계적 분석이 맞지 않는 것으로 보임.
- 역사적 혁명의 수많은 점진적인 변화를 단절적인 전환으로 파악하는 것은 아닌가?
■ [pp. 75-78, 125-129쪽]
- 어떤 세계관이나 전통에 대한 합의가 궁극적으로 다른 것에 대한 합의로 나아가며, 여기서 과학자들은 두 경쟁 패러다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가정하자.
- 과학의 어느 분야에서 작용하는 가치를 A₁, 방법을 M₁, 이론을 T₁, 이들의 집합이 C₁라면
• A₁은 M₁을 정당화하고 T₁과 조화를 이룸.
• M₁은 T₁을 정당화하고 A₁의 실현 가능성을 보여줌.
• T₁은 M₁을 제약하고 A₁을 예화함.
- 누군가 T₁를 대체할 T₂를 제안한다고 하자.
• 규칙 M₁이 논의되고 M₁은 T₁보다 T₂를 선호할 근거를 가리킬 것.
- T₁를 T₂로 대체했다고 하자.
• 시간이 지나면서 과학자들은 M₁에 유보적인 태도 & 그보다 더 나은 M₂를 제안
- M₁와 M₂ 중 하나가 선택되어야만 함.
• 이러한 선택은 우리의 목적을 실현하는 데 더 유망할 것을 요구함.
• 이러한 결정은 경험적인 문제이므로, A₁과 T₂는 M₁와 M₂ 중 어떤 것이 A₁를 보장하는 데 적합한지 논의함.
- 공유된 가치 A₁를 실현시킬 상대적 효율성을 비교할 때, M₁보다 M₂가 낫다고 가정하자.
• 과학자들이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면 M₂는 M₁을 대체할 것.
• 새로운 이론 T₃, T₄, ..., Tₙ,이 나타나면 M₂의 평가받게 됨.
- 우리가 기본적인 가치 그 자체에 도전하는 경우를 상상해보자.
• A₁의 어떤 요소가 실현불가능함을 시사하는 새 증거가 나오거나, 과학 공동체가 수용한 이론이 A₁에 표현된 가치를 예화하지 못함이 드러나는 경우.
• 과학 공동체에서 A₁를 버리고 A₂를 선택할 것.
- 계층적 모형은 위와 같은 설명을 하지 못할 것.
• T₂M₂A₁에서 T₂M₂A₂로 이행하는 것을 합리적으로 숙고하지 못할 것.
• 계층적 모형의 정당화는 방법에서 이론으로 내려가는 것이므로, 이론 수준에서 허용가능한 방법에 관한 견해를 형성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음.
- 미시적인 수준에서 믿음 변화의 연속이 합리적인 사건의 연속이지만, 시간 간격을 압축하면 세계관의 근본적인 변화로 보일 수 있음.
■ [pp. 78-79, 129쪽]
-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단일-전통적 패러다임 변화”에 관한 것.
• 경쟁 세계관의 유용성에 자극받지 않고, 특정 패러다임의 역학에 내재된 발전에 의해 패러다임 변화를 겪는 과정
- 다-전통적 패러다임 변화 문제는?
• 경쟁 패러다임 간의 경쟁에서 발생하는 기본적인 세계관의 변화 문제
■ [pp. 79-81, 129-132쪽]
- 두 복합체(C₁와 C₂)가 이미 충분히 전개되었고 서로 완전히 다른 것이고, C₁의 기준으로도 C₁의 중심 이론이 C₂의 이론보다 안 좋게 보인다고 가정하자.
• 쿤은 이러한 것이 가능하지 않다고 함.
- C₁의 방법과 기준이 C₁와 관련된 이론에 인식적 노드를 제공한다는 보장은 없음.
• C₁의 경쟁 패러다임이 C₁에서 전개된 이론보다 C₁의 방법론적 요구를 더 잘 충족시킬 수 있음.
• M₃이 M₁보다 C₁의 목적을 실현하는 데 더 나은 전망을 제시하고, M₃가 C₁의 이론보다 C₂의 이론에 인식적 노드를 제공할 수 있음.
• C₁의 목표가 C₁의 이론과 조화롭지 못하고, C₂의 인식적 가치가 C₁의 이론에 의해 전형화 될 수 있음.
• 여기서 유일한 합리적 행위는 C₁를 포기하고 C₂를 선택하는 것.
- 그러나 그물형 모형이 허용한 전환에서는, 다른 패러다임이나 세계관으로의 이행이 단계적인 과정일 수 있음.
• C₁의 옹호자는 C₁의 방법과 가치를 유지하면서 C₂의 이론을 상당 부분 받아들임.
• 다음 단계에서 C₁의 가치를 유지하면서 C₂의 방법을 받아들임.
• 마지막으로, C₂의 가치까지 공유하게 됨.
• 예) 윌리엄 휴웰의 변화는 데카르트 물리학이 뉴튼의 자연철학에 항복하는 과정
- 다-패러다임 상황에서 합의형성 문제의 해결은, 단일-전통적 변화의 변형된 사례일 뿐임.
- 점진론적 모형은 쿤의 전체론적 모형보다 더 많은 역사적 기록의 지지를 받는가?
■ 사례(1): 방법론적 수준의 전환 [pp. 81-83, 132-134쪽]
- 베이컨의 시대부터 19세기 초까지 과학자들은 귀납 추론의 다양한 규칙들에 동의했음.
• 관찰가능한 물체만이 전통적인 귀납법을 적용할 유일한 대상이고 속성이므로, 일치법, 차이법, 공변법 등의 규칙은 어떠한 이론적 존재자나 가설적 존재자도 배제함.
• 뉴튼: “나는 가설을 만들지 않는다.”
- 19세기 말 이러한 방법론적 입장은 주요 과학자의 저작에서 대부분 사라짐.
• 1860년대-1870년대 전후로 관찰불가능한 존재자를 가정하는 것은 정당하며, 전통적 귀납추론의 규칙 대부분이 가설 연역법의 논리에 의해 파기되었다고 믿기 시작함.
- 1800년-1860년에 매거법과 제거법이 버려지고 가설법이 등장함.
• 이러한 방법론적 전환은 당시의 혁명과 특별히 연결할 수 없음.
• 가설법은 존재론이나 과학적 가치의 변화에 의지할 수밖에 없으므로 19세기 과학에서 정설이 되지 않았음.
• 이러한 방법론적 혁명은 과학의 특정한 연구프로그램과 독립적이지만, 과학적 탐구의 일반적인 경향을 반영하지 않는 것도 아님.
- 패러다임 전환이 없는 상태에서 방법론적 입장의 재조정됨.
■ 사례(2): 인식적 가치의 변화 [pp. 83-84, 134-136쪽]
- 과학의 인식적 목표로서의 “오류불가능한 지식”의 폐기와 같은 사례
- 19세기를 거치면서 과학에 대한 관점은, 확실성을 추구하는 것에서 개연성이 높고 잘 시험되는 이론을 만든다는 다소 완화된 프로그램으로 바뀜.
•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과학자들은 논증가능하고 자명한 확실성을 가지는 이론을 추구.
• 경험론자와 합리론자도 과학의 목표는 확실하고 오류불가능한 지식의 산출이라고 함.
• 19세기 말 과학자들의 목표는 기껏해야 고도의 개연성을 가진 지식.
• 20세기 과학자들의 목표에서 확실성, 오류불가능성, 파기불가능성은 사라짐.
- 이러한 깊은 전환은 새로운 과학적 패러다임이나 연구프로그램의 출현과 관련되지 않음.
• 시기는 이러한 전환이 과학적 세계관이나 패러다임의 변화와 독립적임을 보여줌.
• 19세기의 어떠한 새로운 과학적 전통이나 패러다임도 오류가능주의적 가치론과 특별히 관련되지 않음.
• 오류가능주의는 20세기 중후반의 주요한 과학적 연구프로그램과 관련됨.
• 원자론자와 반-원자론자, 파동론자와 입자론자, 다윈주의자와 라마르크주의자는 모두 과학이론의 오류가능성과 논증불가능성에 관한 새로운 합의에 도달함.
- 가치상의 변화와 근본적인 존재론이나 방법론의 변화는 깔끔한 동형성을 보이지 않음.
• 변화는 분명히 모든 수준에서 일어나며 때때로 동시에 일어나지만, 한 수준에서의 변화와 다른 수준에서의 변화 사이에 공변성은 없음.
[pp. 84-87, 136-140쪽]
- 과학적 변화가 언제나 동시에 일어나는 것은 아니므로, 세 가지 수준 중 한두 개의 수준을 유지하면서 문제가 되는 수준을 수정할 수 있음.
• 이러한 (잠정적으로) 고정되고 그래서 공유된 관점은 삼각형 형태를 제공함.
• 이론, 방법론, 가치론이 일종의 정당화의 삼각형 속에 함께 존재하므로, 우리가 의견불일치하고 남은 영역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 가능함.
• 미결정성이 언제나 유효한 가능성으로 남아있으므로, 경합되지 않은 수준들(uncontested levels)이 항상 논쟁을 해결하지는 않음.
• 그러나 이는 쿤의 주관주의적 논제를 뒷받침하지 않음.
- 쿤은 (a)에서 (b)로 슬쩍 넘어감.
• (a) 과학자들이 공유하는 가치가 어떤 상황에서는 두 경쟁 이론 사이에서 선호를 애매하지 않게 산출할 수 없다는 올바른 주장
• (b) 과학자들이 공유하는 가치가 경쟁 패러다임 간의 선호를 보증하기에 절대로 충분할 수 없다는 잘못된 주장
- 그러나 과학자들이 동의하는 규칙, 평가기준, 가치가 적용하기에 너무 애매하여 어떤 이론이나 패러다임도 만족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는 없음.
• 이론들이 어떤 규칙들이나 표준들의 집합에 의해 미결정될 때도, 많은 이론들은 적절한 규칙에 의해 배제될 수 있음.
• 과학 논쟁에서 한 학파가 그러한 규칙들을 위반하는 이론을 지지하면, 그 규칙은 그 이론을 논쟁에서 제거할 것.
- 세 수준에서의 동시 변화가 매우 드물다는 사실은, 대부분의 과학적 변화의 사례가 논쟁하는 학파들 사이의 다양한 수준들에서, 유의미한 수준의 합의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
• 특정 이론에는 불일치를 보이면서도 이론 평가의 규칙에 관하여 일치할 수 있음.
• 이론과 규칙에 관해서 불일치하면서도 동일한 인식적 가치를 받아들일 수 있음.
• 동일한 이론과 규칙을 받아들이면서도 인식적 가치에 불일치할 수 있음.
• 각 학파가 공유하는 믿음이나 기준으로 결정될 수 없는 문제에 대한 논쟁에서도, 규칙이 있으며 논쟁중인 논증이 그 규칙을 지키거나 위반하는지 알 수 있음.
3. 방법론에 대한 쿤의 비판 (Kuhn’s Critique of Methodology)
[pp. 87-88, 141-142쪽]
- (콰인, 헤세, 굿맨 등) 몇몇 학자들은 규칙이나 과학적 평가의 원리가 이론 선택에 미결정적이라고 주장함.
• 이러한 관점은 많은 결함을 가짐.
- 쿤의 견해의 장점은 미결정성의 사례를 “국소화”하고 구체화했다는 것.
• 과학자들이 패러다임들 중에서 선택을 요구받는 상황을 검토하면, 적절한 증거와 방법론적 기준으로는 어떤 패러다임이 다른 패러다임보다 우월함을 찾을 수 없다는 것
• 이는 전역적인 미결정성의 형태와 대조됨.
- 쿤은 국소적 미결정성에 대하여 네 가지 논증을 제시함.
• 방법론적 규칙과 기준이 과학자의 선택을 제한하더라도, 그러한 기준이나 규칙은 패러다임의 선택을 배제하거나 보증하는 데는 불충분하다는 것.
3.1. “공유된 기준의 애매성”에 관한 논증
(The “Ambiguity of Shared Standards” Argument)
[pp. 88-89, 142-143쪽]
- 첫 번째 논증은, 경쟁 패러다임의 옹호자들이 공유하는 방법론적 규칙이나 기준의 애매성에 관한 것.
[p. 89, 143쪽]
쿤의 생각은, 과학자들이 자신들의 이론이나 패러다임 선택을 정당화할 때 명시적으로 언급하는 공유된 표준이나 기준, 규칙이 “애매하고”, “부정확해서” “동일한 기준을 공유하는 개인들이 구체적인 사례에 적용할 때 서로 의견을 달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유하는 기준이 애매하기 때문에 두 과학자는 “똑같은 기준”에 동의할 수 있지만 대립되는 관점을 지지할 수 있다.
[pp. 89-90, 143-144쪽]
쿤은 객관적이고 주관적인 요소의 혼합 형태일 수밖에 없다고 결론지었다. 공유하는 기준이 아마도 객관적이라면 너무 무정형하고 애매해서 특정한 선호성을 보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쿤은 공유된 규칙이 이론 선택을 정당화하기에는 너무 모호하고, 그런 모호함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이 그것을 가지고 선택을 하기 때문에, 그런 선택은 그의 동료 과학자들의 선호성과 구별되는 개별적이고 주관적인 선호성에 기초할 수밖에 없다고 믿는다.
[pp. 90-91, 144-145쪽]
- 이러한 쿤의 주장은 모든 과학자들의 이론 선호성에 대한 근거가 자신의 동료 과학자들과 다르다는 결론으로 간다. 물리학자의 수만큼 다양한 대답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쿤은 과학적 기획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 공동체와 사회화 과정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쿤은 모든 과학자들이 이론 선호성에 대한 자기 나름의 근거를 가지며, 동일한 패러다임의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이론 선호성의 근거에 관해 실제적인 합의가 없다는 개인주의적인 관점에 도달한다.
- 쿤이 말하듯, 공유하는 기준 또는 집합적인 기준이 개별적이고 주관적인 기준에 의해 보충되는 사례를 만들어냈는가?
[p. 91, 145-146쪽]
- 과학자들이 사용하는 규칙, 기준, 가치들은 쿤이 말하는 것처럼 애매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쿤의 논증은 우연적인 사례를 인용하는 것으로 확립될 수 없으며, 과학자들이 공유하는 방법론적 규칙의 본질 자체에 그런 규칙이나 기준을 적용을 비결정적인 것으로 만드는 요소가 있음을 밝혀야 하는데, 쿤은 이런 결론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왜냐하면 쿤이 틀렸기 때문이다.
- 쿤이 틀린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단지 과학자들이 폭넓게 받아들이는 구체적인 사례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론적 규칙을 만들어내면 된다.
[pp. 91-92, 146-147쪽]
- 우리는 이론이 내적으로 정합적이라는 것의 의미를 알고 있다. 이론이 수용된 믿음과 모순되지 않는다는 말의 의미를 안다. 또한 무모순성 개념은 애매하지 않다.
- 과학 공동체에서 폭넓게 받아들이는 어떠한 규칙이나 기준은, 쿤이 방법론적 기준의 전반적인 성격으로 기술하는 의미의 다양성을 보여주지 않는다.
[p. 92, 147-148쪽]
- 방법론적 사례들
예) 이론이 연역적으로 완결되어 있어야 한다거나, 통제된 실험을 거쳐야 한다는 등의 요구에서 완결이나 통제 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관하여 과학자들의 혼란이나 의견 불일치가 생기지 않는다.
3.2. “규칙의 집합적인 무모순성”에 대한 논증
(The “Collective Inconsistency of Rule” Argument)
[pp. 92-93, 148쪽]
- 쿤은 공유하는 규칙과 기준을 집합적으로 취할 때 “계속해서 서로 갈등을 겪는 것으로 드러난다”고 주장한다.
예) 두 과학자는 경험적 정확성과 일반성이 이론의 바람직한 특징이 될 수 있다는 데에 동의한다. 그런데 한 이론이 다른 이론보다 더 정확한 반면 일반성이 떨어지는 경우, 어떤 이론을 받아들일지에 대한 판단은 과학자마다 다를 수 있다.
- 쿤은 “다양한 개인들이 다양한 가치에 부여하는 상대적인 중요성이 개인의 선택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pp. 93-94, 148-150쪽]
- 쿤의 자유로운 규칙에 의해서도 과학자는 자신이 원하는 아무 방향으로나 갈 수 있지 않다.
- 쿤의 견해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과학적 의견의 불일치를 예상할 수 있다. (i) 어떤 유용한 이론도 모든 제약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ii) 현존하는 모든 이론은 경쟁이론이 충족시키지 못하는 제약 조건을 충족시킨다. 라우든은 이러한 사실은 과학자들이 자신의 인식적 가치를 재조정하는 첫 번째 자극제가 된다고 말했다.
- 쿤의 주장은 방법론적 규칙의 집합이 내적으로 일관되지 못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관된 방법론적 기준이 많기 때문에 쿤의 외삽법을 거부할 이유가 충분하다.
예) 『논리학 체계』(System of Logic)에서, 밀은 인과적 가설의 건전함을 평가하기 위한 규칙이나 기준의 집합을 제시했는데, 밀의 방법은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많은 연구 분야에서 사용된다. 베이컨이나 데카르트, 뉴턴, 허셀의 유명한 추론의 공준이 내적으로 일관된다.
3.3. 변화하는 기준에 대한 논증 (The Shifting Standards Argument)
[p. 95, 151-152쪽]
- 쿤의 방법론 비판에서도 역시 중요한 것은 과학자들마다 기준을 다르게 생각한다는 일련의 논증이다.
- 서로 다른 패러다임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서로 다른 방법론적 규칙이나 평가 기준을 가지게 될 것이다.(약한 주장)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날 때마다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 개념, 설명을 지배하는 기준이 변화”를 일으킨다.(매우 강한 주장)
[pp. 95-96, 152-153쪽]
- 과학자들이 때때로 서로 다른 방법론에 동의한다는 쿤의 주장은 옳지만, 기준이나 규칙에 관한 의견 불일치가 과학적 존재론의 근본적인 문제에 관한 의견 불일치와 맞아떨어진다는 쿤의 주장은 틀렸다. 기본적인 이론에 관한 방법론적 불일치와 사실적 불일치는, 패러다임 간의 논쟁이 본질적으로 해결 불가능성을 지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공변성을 보여주지 않는다.
- 라우든의 “점진적 변화”는 쿤의 해결불가능성에 관한 주장이 왜 유효하지 않은지 보여준다.
[p. 96, 153쪽]
3.4. 문제의 비중에 관한 논증 (The Problem-Weighting Argument)
[pp. 96-97, 153-154쪽]
쿤은 경쟁 패러다임의 옹호자가 다양한 문제의 해결에 대해 여러 가지 다른 중요성의 정도를 부여한다고 주장함. 그는 이 때문에 이론의 지지도에 관해 의견 불일치가 나타난다고 말함.
[p. 97, 154-155쪽]
- 여기서 쿤은 나누어 볼 수 있는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다룬다. (i) 과학자들이 다른 설명의 기준이나 해결의 기준을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 (ii) 서로 다른 패러다임 속에서 활동하는 과학자들이 여러 가지 다른 문제들을 해결하기를 원하며, 그래서 이론의 장점에 대한 그들의 평가는 일반적으로 다르다는 주장
- 서로 다른 패러다임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어떤 문제가 해결되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인지에 대해 종종 의견 불일치는 보인다는 쿤의 주장은 옳다. 하지만 경쟁 패러다임 간의 논쟁에서 결론을 내릴 수 없는 것이 불가피하다거나 과학적 탐구의 통상적인 자료를 벗어난 요소를 가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인 것은 아니다.
[pp. 97-98, 155-156쪽]
- 우리는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두 가지 의미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 어떤 문제는 과학자가 단지 호기심을 가진다는 의미에서 중요할 수 있고 긴급한 사회・경제적 이유가 있어서 중요한 경우도 있다.
- 그러나 이 같은 문제의 중요성의 의미는 특정한 인식적 의의나 시험적인 의의를 가지지 못한다. 우리의 논의에서 적절한 의미를 갖는 중요성은 우리가 인식적 중요성 또는 시험적인 중요성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pp. 98-99, 156-157쪽]
- 쿤의 관점이 과학의 인식론에 대해 어떠한 의의를 가진다면, 우리는 서로 다른 패러다임의 옹호자들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식적 중요성의 정도를 각각 다르게 할당하는 상황을 설정해야 한다. 쿤의 논제는 이 문제에 대한 인식적 비중의 할당에 관하여 누가 옳은지 결정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제는 없다는 것이다.
- 그러나 이는 잘못되었고 설사 맞다고 해도 논증이 된 것은 아니다. 과학철학자들은 오랫동안 과학적 인식론의 일차적인 기능이 증거를 반증하거나 입증하는 부분에 관한 (인식적) 중요성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증거 이론의 요점은 어떤 사례를 입증하거나 반박하는 데 어느 정도 인식적 중요성을 지적하여 증거의 의의에 대한 평가를 탈주관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어떤 이론의 능력이 다른 문제를 해결하는 그 이론의 능력보다 더 인식론적으로 의미 있다면, 우리는 그러한 인식적 선호성의 근거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2018.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