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개인적인 인연이 없는 사람의 장례식에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마도 호상이었다면 가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이 적은 시간에 조문하려고 오전에 갔다. 11시쯤 장례식장에 도착했는데 그 때도 조문객이 줄을 이었다. 조문객이 많아 한 사람씩 절을 하지 못하고 수십 명씩 같이 묵념을 하고 유족과 인사를 했다. 그렇게 했는데도 조문객이 많아서 한동안 줄 서서 기다려야 했다. 흐느끼는 사람, 말없이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간간이 있었다. 장례식장 안의 한쪽 벽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내용을 적은 노란색 메모지가 가득 붙어있었다. 조문보를 보니 목메었다. 조문을 끝내고 곧바로 장례식장에서 나왔다.
버스를 타고 학부 때 다녔던 학교로 갔다. 학부 때 자주 가던 순대국밥집이 아직도 있다. 요즈음도 식사 시간 때 그 근처를 지날 일이 있으면 그 가게에서 밥을 먹는다. 1년에 한두 번 정도 가는 것 같다. 내가 학부를 졸업한 지 10년이 되었지만 학부 때 하도 많이 가서 그런지 주인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지금도 나를 알아보신다.
작은 가게에는 주인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순대국밥을 거의 다 먹은 아저씨 한 명이 있었다. 주인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나를 반갑게 맞으며 어쩐 일이냐고 묻기에, 나는 장례식장에 다녀오는 길에 왔다고 했다. 곧 순대국밥이 나왔다. 내가 순대국밥을 몇 숟가락 먹었을 때, 옆자리에 있던 아저씨는 식사를 마쳤다. 그 아저씨가 가게를 나가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나에게 물었다. “거기 어떻게 다녀오셨어요?” 나는 “개인적으로 아는 것은 아니지만 다녀왔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그 아저씨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의원님 재선할 때 선거운동을 했어요. 마음이 참 안 좋아요.”
(2018.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