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죽지 않고 살고 싶다. 그러나 많이 알고 싶지는 않고, 딱 기죽지 않을 만큼만 알고 싶다. 어디 가서 기죽지 않고 아는 척 할 만큼만 알려주는 문화의 마지노선 배수의 진. 정말 오랜만에 저희가 적임자를 만나서 이 코너를 부활시켰습니다.
헤어스타일로 철학을 하는 철학자 강유원 박사님 모시고 저희가 이 시간을 진행하기로 할 텐데, 광고를 듣고 배수의 진, 오랜만에 부활한 배수의 진 시간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 김어준: 안녕하십니까.
- 강유원: 예, 안녕하십니까.
- 김어준: 헤어스타일이 오늘은 좀 차분한 것이, 흐음...
- 강유원: 예, 오늘 물 묻은 상태에서 잠을 자서 그렇게 됐습니다.
- 김어준: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헤어스타일이 있는데 오늘은 굉장히 차분하시고...
- 강유원: 원하시면 제가 다음에 그렇게 만들어서 오도록 하겠습니다.
- 김어준: 저희 강유원 박사님은 헤어스타일로 철학을 하시고...
- 강유원: 차력도 합니다. (웃음)
- 김어준: 헤어스타일로...
- 강유원: 몸도 만들고 있습니다.
- 김어준: 여러분은 누구를 떠올리시면 되냐면, 과거 배추머리 김병조 씨였던가요? 그 머리를 조금 더 뻥튀기하면 나오는 헤어스타일입니다.
- 강유원: 고맙습니다.
- 김어준: 배수의 진을 저희가 부활을 시켰는데, 저희가 박사님 때문에 부활시켰습니다.
- 강유원: 아 그래요? 저도 배수의 진을 치고 임해보겠습니다.
- 김어준: 배수의 진 코너의, 저희 코너의 취지는 이런 겁니다. 아시겠지만 오랜만에 다시 한 번 말씀드려 보자면, 우리가 먹고살기 바쁜데 이 세상 모든 일을 다 알고 살 수는 없잖습니까?
- 강유원: 그렇죠. 그래서도 안 되고.
- 김어준: 그런데 어디 가 가지고 무슨 주제가 나왔는데 그 주제에 대해서 한두 마디 정도 안 하면 기죽고 그래서 한두 마디 정도는 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우리가 전공자들처럼 원서를 다 공부할 수는 없잖습니까. 한두 마디 촥 치고 탁 빠지고 (쿡쿡) 그럴 때 필요한 최소한의 덕목.
- 강유원: 좋습니다.
- 김어준: 삶의 태도가 얍삽하긴 하나...
- 강유원: 얍삽한 거 아니에요. 얍삽한 거는 20분 정도 되는 시간 투자해서 들어서 외우지도 않고 아는 체 하는 게 얍삽한 거고, 이번 시간에 제가 알려드리는 것은 외우시면 됩니다. 암기사항을 쫙 준비해 가지고 왔으니까.
- 김어준: 이것은 문화적 삶의 처세를 가르치는...
- 강유원: 처세라기보다는 이것도 배수의 진입니다만 그거 처세술 아냐 하고 누가 물어보면 삶의 태도지. (웃음) 또는 이게 옷 브랜드가 있거든요. ‘모두스 비벤디’라고 하는 브랜드 기억하시죠? 이게 라틴어인데 삶의 방식이라는 말이에요.
- 김어준: 아....
- 강유원: 이게 나의 ‘모두스 비벤디’야 이러면 됩니다.
- 김어준: (폭소)
- 강유원: 이거 외우시면 됩니다. ‘삶의 방식’. 모두스가 ‘방식’이라는 말이고요, 비벤디가 ‘삶의’라는 말인데, 한 가지 더 알려드리자면 라틴어는 불어와 마찬가지로 형용사가 뒤에 있습니다. (웃음) 삶의 방식, 모두스 비벤디. 너무 굴리시면 안 되고요, 굴릴만한 발음이 없습니다.
- 김어준: “나의 모두스 비벤디지” 하면서 표정을 싹 굳히는 거죠.
- 강유원: 약간 시선을 한시 방향으로 돌리면서 어금니를 한쪽으로 딱 앙다물고 얘기하면 됩니다. 발음이 딱 나오거든요. “모두스 비벤디” 이렇게. (폭소)
- 김어준: 철학을 전공하셨잖습니까. 지금처럼 구체적이고 디테일하게 알려주세요. 어금니 깨물고 한시 방향 “모두스 비벤디” 이렇게.
- 강유원: 네.
- 김어준: 20분 내에 대단히 바쁘게 돌아가거든요.
- 강유원: 예, 저 그런 거 대단히 좋아합니다.
- 김어준: 철학. 그래서 오늘 첫 시간은 철학을 하기로 했습니다.
- 강유원: 아, 철학...
- 김어준: 최근에 그 ‘자크 데리다’라고 죽었잖아요.
- 강유원: 아, ‘자크와 콩나무’라는 게 있죠. 전 그 사람 생각나요. 자크 데리다 하면 자크와 콩나무 생각나요. 자크 데리다 보면 별로 중요한 철학자 아닙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스펠링 몰라도 되고, 자크와 콩나무 읽었다는 게 더 중요하지 자크 데리다를 읽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철학계에서는요, 죽은 지 50년 지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평가하지 않는 것이 기본적인 관습입니다. 철학의 역사가 2500년이나 되다 보니까 아직 옛날 사람들, 1000년 전에 죽은 사람에 대해서도 공부할 게 많아요. 엊그저께 배운 사람들 다룰 시간 없어요. 그러니 요즘 사람들 신경 쓰지 마시고, 그리고 1952년 이전에 죽은 사람에 대해선 저작권이 없거든요. 국제 저작권협회 규약에 따르면. 그 이후에 죽은 사람들 번역하면 돈만 들어요. 번역할 필요 없습니다.
- 김어준: (웃음)
- 강유원: 지금 예를 들어서 그... 칸트 같은 사람 18세기, 1800년대 사람인데 이 사람들 아직 연구 안 끝났습니다. 그러니 1900년대, 2000년에 죽은 철학자를 우리가 돌볼 틈이 없어요. 제가 분명하게 이렇게 말씀드리는데, 자크 데리다 해체주의다, 해체다, 이러면 해체공법 이런 거만 알고 계시면 됩니다.
- 김어준: (폭소)
- 강유원: 뭘 해체하는지 관심 안 가져도 됩니다. 그러면 이렇게 얘기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이렇게 나옵니다. 자크 데리다라든가 들뢰즈라던가 가타리 이런 애들 나오잖아요. 이런 등등이 주제가 되잖습니까, 그러면 “그것에 대한 모두스 비벤디는, 철학은 너무 역사가 깊기 때문에 아직 20세기나 21세기 사람을 다룰 만큼 한가하지 않아”, 이렇게 하면 됩니다. 이 이상은 얘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 김어준: (폭소)
- 강유원: “우리나라에 프랑스어를 제대로 하는 사람이 없잖아. 원전이 아직 다 번역되지 않았기 때문에 논의는 시기상조지”, 이렇게 (웃음) 간단하게 해결됩니다. 최근에 유행하는 유명한 사람에 대한 모두스 비벤디 나왔습니다. 제가 전공이 해겔 철학인데 서양철학사에서 현대철학으로 봅니다. 데리다 이런 사람은 애기죠. 신생아들이죠. 신생아의 안마를 할 수가 없어요. 자크 데리다 하면 “아, 철학의 신생아, 애기들이네.” 이렇게 하면서 “완전히 번역된 원전도 없잖아. 우리가 지금 논의할 수 있는 문제가 없고 시기상조야. 렉시콘이 안 나왔거든. 렉시콘이라는 게,” 스펠링 적으세요, L.E.X.I.C.O.N.
- 김어준: (받아 적듯 따라함)
- 강유원: 렉시콘이라는 게 이제 철학자가 사용한 용어들을 정리한 사전입니다.
- 김어준: 이야, 이거 중요하네.
- 강유원: 렉시콘입니다. L.E.X.I.K.O.N.이라고 쓰기도 합니다. 라틴어에서 기원한 말인데 영어에서도 쓰이고 독일어에선 K.O.N. 철학하는 업계에서는 다 통하는, 동종업계 종사자들은 다 쓰는 겁니다. “렉시콘이 아직 안 나왔잖아.” 지금 몇 가지 키워드를 알려드렸습니다. “렉시콘 없는 철학자는 의미가 없어!”, 이렇게 간단하게 해결이 됩니다.
- 김어준: 마음이 훈훈해지고 있습니다, 갑자기. 저는 얼마 전에 자크 데리다 기사가 나오는데 아니 나는 이 사람이 누군지 모르는데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 죽었다길래, 그런데 나는 모르겠고 해서 약간 안타까움도 들고, 남들에게 뒤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자크 데리다를 누가 말하면 기죽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 강유원: 아, 그러세요? 일단 렉시콘까지는 얘기하신 다음에 “그건 그렇고 자크와 콩나무 읽어봤나?” 이렇게.
- 김어준: (폭소)
- 강유원: 동화 안 읽으면 기본이 안 된 거거든요 가정환경 안 좋았다는 증거가 되고 어렸을 때 막 이렇게 형편이 안 좋아서 이상한 데 다녔다는 증거가 나오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철학을 논할 때가 아니에요. 동화책이 우리의 기본이지. “자크와 콩나무 읽어봤나?” 그걸로 가시면 상대는 완전히 제압되는 거죠. 그리고 유유히 “그럼, 나 이만 동화나 읽으러 가겠네” 하면서 떠나면, 간략하게 해결이 됩니다.
- 김어준: 최근 수십 년간 철학은 한꺼번에 해결이 되고 오래된 양반들.
- 강유원: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이런 것이 있는데 이 철학이 뭐냐, 본격적인 철학 담론이 진행되는데 “철학이 뭐야?” 이러면 플라톤이 말한 철학의 정의를 머릿속에 담고 계셔야 돼요. 철학이 무엇이냐 하는 것부터 연구하잖습니까. 철학이 무엇인가 하면, 플라톤 먼저 말씀드리면, 플라톤 스펠링이 P.L.A.T.O.N. 이에요.
- 김어준: 으하하하!
- 강유원: 그런데 영미권에서는 P.L.A.T.O.라고 쓰거든요. 그래 가지고 “플레이토”라고 읽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아리스토틀”이라고 쓰기도 하거든요. 어떤 사람들은, 당황하면 안 돼요, P.L.A.T.O.N.하고 P.L.A.T.O.가 동일인물을 가리키는 거예요. 형제를 가리키는 게 아니에요.
- 김어준: T.O.N.하고 T.O.하고
- 강유원: 어, 이게 제가 실제로 철학 개론 강의할 때 “이 두 사람이 형제냐?” 하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거든요. 형제가 아니라 번역본 따라서 달리 쓴다. 플라톤이 말한 철학의 정의가 뭐냐면, 적으십쇼, ‘대상을 지적으로 가장 탁월하게 취급하는 능력’.
- 김어준: (받아 적듯 한 단어씩 따라함)
- 강유원: 으음, 이게 이제 철학의 정의에요. 여기서 핵심은 탁월한 능력에 있어요.
- 김어준: 탁월한 능력...
- 강유원: 철학은 철학과에서 배우는 과목 다 배웠다고 철학을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서양철학사를 외웠다 이랬다고 철학을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플라톤의 정의에 따르면 대상을 지적으로 탁월하게 취급하는 능력이기 때문에 능력을 기르는데 철학의 핵심이 있습니다. 철학의 정의가 이거니까 우리가 대화를 하다가 헤겔이 어땠네 니체가 어땠네 데리다가 어땠네 하잖아요? 그때 이제 다소곳이 들어줍니다. 계속 들어주다가, 그때 한 마디 할 수 있는 거죠. “내가 알기로는 플라톤이 철학은 대상을 지적으로 가장 탁월하게 취급하는 능력이라고 했는데, 그 사람들을 공부해서 당신은 어떤 능력을 길렀어?”
이렇게 딱 물어보면 답이 막히게 되어있어요. “그럼 그것을 배워서 가령, 우리 눈앞에 보이는 핸드폰에 대해 탁월하게 취급해봐. (웃음) 능력 있나? 그럼 자네는 철학의 기본 정의도 안 되어있는 상태에서 지금 암기만 한 거야. 마치 수능 시험공부 하듯 한 건데 그건 아니라고. 철학은 능력을 기르는 데 있어. 대상을 지적으로 가장 탁월하게 취급하는 능력.”
일단 거기서 출발하는 거예요. 그럼 상대가 무슨 얘기를 계속 하거든요. 그런 경우에 그런 사람들이 대개 그렇게 당하면, 더 어려운 단어 독일어 불어 섞어가며 막 얘기를 하거든요. 계속 듣습니다. 그러다가 탁 한마디 합니다. “외국어 능력 말고.”
- 김어준: (폭소)
- 강유원: 딱 이렇게 가주면, 플라톤 인용하면 어떤 사람을 전공한 사람이건 간에 한 수 접히거든요. 화이트헤드라는 영국의 철학자가 “서양철학은 플라톤의 각주에 불과하다”, 이런 말을 했거든요.
- 김어준: 각주에 불과하다?
- 강유원: 예. 그러니까 거기다가 덧붙이면 되는 거죠. “지금 플라톤부터 해야 하지 않겠나.”
- 김어준: (폭소)
- 강유원: 각주 아닌가, 나머지는.
- 김어준: 각주라고 한 사람 누구라고요?
- 강유원: 화이트헤드, 흰머리, 백두. 외우기 쉽습니다. 스펠링 다 아실 거예요. W.H.I.T.E.H.E.A.D. 화이트헤드.
- 김어준: 이 사람이, 서양철학은 플라톤의 각주에 불과하다?
- 강유원: 네. “화이트헤드가 각주에 불과하다고 하지 않았나.” 네, 그렇게까지 딱 정리가 되고 서양철학사에 나오는 지식인 많이 외운다고 해서 플라톤이 말하는 능력이 길러지는 게 아니다. 나는 그런 점에서, 그렇게 해서 대상을 탁월하게 취급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니까, 많은 대상에 대해서 각자 각자 연구해야 한다고 봅니다. 헤드폰 연구하고 마이크 연구하고 안경 연구하고 PDA 연구하고 시계 연구하고 그 다음에, 이 연구를 많이 한 다음에, 연구 많이 한 다음에 연구 성과를 모아서 그것을 지적으로 정리하는 게 철학 연구다, 저는 이렇게 보는 거죠.
그럼 그 사람은 이렇게 대답하는 거죠. “좋다. 그럼 나는 철학사 공부한 게 잘못이라 치자. 그럼 당신은 뭘 하는 거냐?” 저는 이렇게 대답하죠. “철학사는 최후의 학문이기 때문에, 나는 아직 할 때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게 올바로 보는 겁니다. 훌륭한 변명도 되고, 올바른 태도도 됩니다. 요즘에 대학에 철학과 학생들이 자기네 과에서 배우는 과목만 제대로 하면 끝났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에요. 그거는 이제, 착각하는 겁니다. 능력을 기르는데 핵심이 있습니다.
그러면 이제 두 번째, 그 능력을 어떻게 기르느냐? 철학을 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자기가 지금 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 돼요. 우리가 흔히 인생철학 그러잖아요. 인생을 살면서, 회사를 다니면서 회사를 대충 다니는 사람 있죠? 열심히 다녀야 해요. 채팅을 하고 있다, 열심히 해야 해요.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열심히 해야 해요 그렇게 열심히 하면서 갈 데까지 가보는 거 있죠. 철저하게 철학을 하는 기본입니다.
- 김어준: 자기가 하는 일의 본질과 그것을 깨닫는 것이 철학적 사유의 기본이다?
- 강유원: 그렇죠. 그런 다음에 더 한 가지 덧붙이자면, 자기가 하는 것이 어떤 일인지를 날마다 기록을 하면 자기가 생각한 것을 돌이켜 볼 수 있는 자료가 되거든요. 두 가지만 하면 돼요. 지금 현재 하고 있는 일 열심히 할 것 둘째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철저하게 기록할 것.
그래서 철학자들의 책을 읽어보면 대단치 않거든요. 우리가 보기에 어려운 말 쓰는 것 같거든요. 그런데 그렇지 않아요. 철학자들이 제기하는 증명이라는 게, 이게 중요한 겁니다, 귀 기울여 주세요, 철학자들은 철학책에 나오는 문제는 답이 없는 것이거든요. 의문을 갖기 시작해요. 의문을 가지고 있어요. 평생 연구를 하다가 혼자 하니깐 짜증나니까, 책을 쓰는 거예요. 니들도 한번 죽어봐라.
- 김어준: (폭소)
- 강유원: 책을 씁니다. ‘평생 고민했는데 안 풀렸어. 나 혼자 고민하기 억울해. 먹고 살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이런 것까지 했단 말이지? 억울해. 니들도 한번 해봐.’ 이렇게 나온 책이거든요. 그래서 2천 년 전에, 플라톤 같으면 2500년 전에 나온 그 책을 아직도 읽는 거죠. 아직도 안 풀렸어요. 플라톤이 지금 웃고 있어요. “약 오르지?” 하면서 웃고 있어요.
- 김어준: 아주 오래된 건 플라톤으로 제끼고 최근의 것은 애잖아 하면서 제끼고, 이제 중간에 있는 사람들을 어떡할까요. 칸트도 등장하고.
- 강유원: 제가 이제 핵심적으로 반드시 외워야 할 철학자 네다섯 명을 짚어드리겠습니다. ‘플라톤’ 외우셔야 되고, ‘아리스토텔레스’ 외우셔야 합니다. 속된 말로 기본안주. 체계적으로 철학을 한 사람은 두 사람이고요, 중세시대 들어오면 ‘토마스 아퀴나스’라고 있습니다. 니체가 어떻네 하이데거가 어떻네 그러면 딱 한 마디 하세요. “그 사람들 체계를 세운 사람은 아니잖아. 시스템은 아니잖아.” 흔히 하는 말로 잔챙이라고 하죠.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토마스 아퀴나스, 칸트, 헤겔, 다섯 명입니다. 외우십시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토마스 아퀴나스, 칸트, 헤겔.
- 김어준: 니체는 안 들어가나요?
- 강유원: 아... 애기는 아닌데요, 중학생 쯤 됩니다. 그리고 니체는, 이건 제 개인적인 편견일지 모르지만, 니체 좋아하는 사람은 다 파시스트입니다.
- 김어준: (폭소) 플라톤, 소크라테스.
- 강유원: 아, 아니에요. 아리스토텔레스. 아리스토텔레스, 토마스 아퀴나스, 칸트, 헤겔. 칸트를 예로 들어 말하여 보면, 칸트 같은 경우는 엑기스주의자에요. 책 제목 보면 순수이성비판. 책 제목에 순수 썼습니다. 엑기스. 이 사람은 경험 세계를 돌보지 않아요. 순수한 사람이니까, 도덕도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정 따위는 생각지도 않고 그냥 간단하게 “너의 마음의 깨끗함을 믿고 살아라”,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칸트하고 플라톤하고 딱 연결되는 사람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온갖 잡다한 걸 다 연구하고 살아요.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체계 전체를 살펴보면 잡다함의 극치거든요. 그게 바로 헤겔하고 연결됩니다. 그러니까 네 명 하고 중간에 중세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 끼워 넣으면 되는 겁니다.
- 김어준: 플라톤과 칸트 연결해주시고 아리스토텔레스하고 헤겔하고 연결해주시고, 다했습니다.
- 강유원: 철학은 두 개의 사조가 있습니다. 순수주의자 플라톤과 칸트, 잡다주의자 아리스토텔레스와 헤겔. 중간에 토마스 아퀴나스를 끼워주고. 토마스 아퀴나스는 넣어줘야 합니다. 중세 철학자 하나는 넣어줘야 합니다.
- 김어준: 다 했네요.
- 강유원: 다 했습니다.
- 김어준: 철학은 크게 두 부류가 있는데, 순수주의자 플라톤과 칸트, 잡다주의자 아리스토텔레스와 헤겔, 중세에 토마스 아퀴나스 넣어주고, 다른 사람은 “체계를 세운 사람은 아니잖아.”
- 강유원: 아이, 잔챙이라고 하죠.
- 김어준: (웃다가 얼른 말을 받아) 최근에 50년은 애기잖아. 아직 렉시콘이 안 나온 거 아냐? (폭소)
- 강유원: 아, 많이 하셨네요. 이런 기본적인 모두스 비벤디를 가지고 접근해야겠지. 이렇게 정리하고, 열심히 해봐.
- 김어준: 자크와 콩나물은 읽었나?
- 강유원: 아, 이거 마지막에 쐐기를 박을 때. “동화책 중요해~ 삶의 모두스 비벤디를 다시 정리해야겠는데, 소공자도 읽게나. 동화 중요해.” (웃음)
- 김어준: 렉시콘.
- 김어준: 저희가 마지막으로 정리해볼까요. 플라톤과 칸트, 아리스토텔레스와 헤겔, 잡다주의자들, 토마스 아퀴나스 중간에 끼워주고, (키득거리며) 렉시콘 외워주고, 모두스 비벤디. 철학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출처: CBS <김어준의 저공비행> 2004년 10월 13일(수) 방송
(2015.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