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들이 승객들한테 말을 걸어서 짜증났다는 이야기를 가끔씩 듣는다. 택시기사가 새누리당을 지지해서 승객이 기사와 싸웠다는 이야기도 몇 번 들었다. 내 경우에는, 택시기사가 쓸데없이 말을 건 적도 별로 없고 정치 이야기를 한 적도 거의 없다. 대신, 택시기사가 주행 내내 음담패설을 한 적은 있다. 택시기사가 미친놈이었다.
흔히들 아저씨들이 하는 음담패설은, 본인들이 신동엽도 아니면서 주제 파악 못하고 유머 감각을 자랑하거나 사회통념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롭고 소탈한 사람인 척 하려고 할 때 벌어지는 일련의 참담한 일이다. 그래도 음담패설을 하기 전에는 분위기를 살피거나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 이 택시기사는 미친놈이었고 나를 포함한 승객들이 탑승하고 택시문을 닫자마자 인사말처럼 음담패설을 시작했다.
음담패설이라는 것이 재치나 해학이 있어야 하는데, 이 택시기사가 하는 음담패설은 그런 것은 하나도 없고 원색적이기만 했다. 김형곤이나 최병서 같은 옛날 개그맨들이 하는 음담패설에도 스토리텔링이 있고, 『고금소총』 같은 옛날 책에 나오는 음담패설에도 은유와 비유가 있는데, 택시기사의 음담패설에는 밑도 끝도 없이 무작정 원색적인 이야기만 있었다. 이야기를 하다 야한 이야기를 한두 마디 한 것도 아니고 신촌에서 낙성대까지 가는 내내 그런 이야기만 했다. 내가 들은 야한 이야기 중에 이렇게 재미없고 더럽고 불쾌한 이야기는 처음이었다. 승객 중 아무도 그 이야기에 동조하거나 호응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는데도 택시기사는 혼자 계속 이야기를 했다. 보통 미친놈이 아니었다. 택시에 나 포함해서 남자만 네 명 탔는데 하도 불쾌해서 승객들이 항의하고 화내고 택시기사와 싸우게 되었다.
택시기사 아저씨의 메시지는 단순했다. 남자는 거시기만 크면 장땡이다, 거시기만 크면 아무 것도 안 해도 된다, 여자가 다 먹여 살려주니까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신촌에서 낙성대까지 가는 내내 그 이야기만 한 것이다.
나는 기숙사 입구에서 택시에서 내렸다. 내가 겪은 일이 하도 황당해서 피식피식 웃으면서 혼자 기숙사로 걸어갔다.
‘저 아저씨는 남자가 거시기만 크면 일 안 해도 된다면서 본인은 저렇게 밤늦게까지 일을 하고... 어?’
택시기사도 나름대로 불쌍한 아저씨였던 모양이다.
(2017.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