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09
[강연] 유재원
2017/12/07
갯벌에서 게 잡기
집에서 차로 20-30분 정도 가면 바다가 있다. 썰물 때를 맞추어 갯벌에 들어가서 게를 잡았다. 한참 갯벌을 돌아다니는데 20-30대로 보이는 여자 둘이서 게를 한 마리를 두고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가족을 따라 갯벌에 온 모양인데 그 두 사람은 게를 잡을 집게와 잡은 게를 담을 통도 안 가지고 맨몸으로 있었다. 다른 가족들은 멀리 어디로 간 모양이었다. 한 명이 겨우 손으로 작은 게를 잡았는데 게를 가져가지도 못하고 놔주지도 못했다. 두 사람이 하는 이야기가 내 귀에 들렸다. “이거 못 가져가겠다. 저 아저씨 주자.” 그 말을 듣고 나는 두 사람 근처에서 얼쩡거리면서 돌덩이를 뒤적거렸다.
나는 그 사람들한테서 게를 받은 다음 다른 곳으로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갯벌을 돌아다니는 게 한 마리를 더 발견하고 또 잡지도 못하고 놓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했다. 그냥 나한테 넘기면 되는데 넘기지 않고 그렇게 고생하고 있었다.
게를 두고 한참 고생하던 두 사람이 나한테 다가왔다. “아저씨, 이 게 가지세요.” 나는 고맙다고 하고 다른 곳으로 가려는데 한 사람이 내가 들고 있는 통 속을 보더니 이렇게 물었다. “우와, 아저씨는 이런 거 전문적으로 잡는 분이세요?” 갯벌에 돌아다니는 게는 죄다 작은 게인데 어떻게 이렇게 큰 게를 잡느냐는 것이었다. 내가 그 동네 근처에서 자라기는 했지만 바다에서 게를 잡는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나는 내가 무슨 일 하는지는 말하지 않고 이렇게만 말했다. “큰 돌 밑에 큰 게가 살고 작은 돌 밑에 작은 게가 살지요.”
큰 돌 밑에 큰 게가 숨어 있는 건 당연한 건데, 생각해보니 윗사람에게 아부하기 좋은 말인 것 같다.
좋은 예)
- A: “선생님 박사 제자 중에 ◯◯◯ 박사가 이번에 교수가 됐다면서요?”
- B: “그... 뭐... ◯박사가 재능이 있고 그... 워낙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 그런 것이 아니겠나 싶네만은...”
- C: “갯벌에서도 큰 게는 큰 돌 밑에 사는 법이지요.”
- B: “뭐.. 그 말이 이 상황에 꼭 들어맞는 말인지는 모르겠네만은... 허허허허.”
나쁜 예)
A: “왜 내 지도학생이 되려고 하는가?”
B: “큰 돌 밑에 큰 게가 살고 작은 돌 밑에 작은 게가 사는 법인지라...”
A: “자네는 지금 나를 능멸하는 건가?”
B: “아닙니다요, 아닙니다요!”
(2017.10.07.)
2017/12/06
친척 할머니네 똑똑한 개
2017/12/04
고양이들의 추석 연휴
2017/12/03
[한국 가요] 원타임 (1TYM)
1TYM - One Love
( www.youtube.com/watch?v=Bzv4XX0lUDc )
1TYM - Without You
( www.youtube.com/watch?v=Fn1hSDVRbwA )
(2018.11.01.)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예언한 알라딘 독자 구매평 성지순례
졸업하게 해주세요. 교수되게 해주세요. 결혼하게 해주세요. * 링크: [알라딘] 흰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소설 ( 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43220344 ) ...
-
<죽으면 되는 것이다> 짤은 『고우영 십팔사략』 10권 96쪽에 나온다. 후량-후당-후진-후한-후주-송으로 이어지는 5대 10국 시대에서 후한이 망할 때 풍도가 유빈을 죽인 일을 그린 것이다. 907년 주전충이 당을 멸망시키고 후량(後粱...
-
대학원에는 학위를 받으면 학위 논문을 제본해서 주변 사람에게 주는 풍습이 있다. 예전과 달리 오늘날에는 논문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공개되지만 여전히 학위 논문을 제본해서 나누어주는 풍습이 남아있다. 어떤 행동 유형이 관례로 자리 잡으면 그 자체로 관성을...
-
최재천 교수는 교회에 다닌다고 한다. 생물학자가 어쩌다 교회에 다니게 된 것인가? 『다윈 지능』에서 최재천 교수는 다음과 같은 일화를 소개한다. 어느 날 목사님(강원용 목사)은 설명을 마치고 일어서려는 내게 이렇게 물으셨다. “최 교수는 진화론자인데 ...
-
누군가 잘 나간다는 생각이 들 때쯤이면 그에게 “문화 권력”이라는 수식어가 들러붙는다. “권력”이라는 건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킬 수 있는 힘”을 말하는데 “문화 권력”이라고 불리는 건 그냥 그 사람이 요새 잘 나간다는 말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김용...
-
고등학교 사회탐구 <윤리와 사상>에서는 헤겔 변증법도 가르친다. 놀라운 일이다. 나는 학부에서 철학을 전공했지만 헤겔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전혀 모르고, 다만 철학 전공자들을 괴롭혀온 나쁜 놈이라고만 알고 있다. 대학원도 철학과로 왔지만...
-
[ Paul Oppenheim and Hilary Putnam (1958), “Unity of Science as a Working Hypothesis”, Minnesota Studies in the Philosophy of Scien...
-
농협에서 <금융거래정보 등의 제공 사실 통보서>를 우리집에 보냈다. 서울북부지방검찰청에 아버지의 계좌 거래내역을 제공했다는 내용이었다. 검찰청에서는 왜 농협에 아버지의 계좌 거래내역 정보제공을 요구했는가? 몇 년 전, 아버지는 녹색 무슨 협...
-
越女詞 월 지방 처녀들 노래 其 1 長干吳兒女 장간에 사는 오 땅 아가씨 (장간오아녀) 眉目艶新月 눈썹과 눈이 초승달처럼 아름답네 (미목염신월) 屐上足如霜 나막신 신은 서리 같은 발 (극상족여상) 不着鴉...
-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자 서점에서 한강 작가가 쓴 소설이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많이 팔리고 있다고 한다. 중고서점도 예외는 아니다. 원래 『채식주의자』 중고 매물이 너무 많아서 온라인 중고서점에서 최저가가 500-1,000원대였는데, 한강...
-
집 나갔던 수컷 고양이가 돌아왔다. 다섯 달만인가 싶다. 암컷 고양이는 주로 집에 있고 동네 마실을 다녀도 곧 집에 돌아오는데, 수컷 고양이는 집에 있는 시간보다 밖에 돌아다니는 시간이 많고 특히 발정기가 되면 며칠씩 집에 안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