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omas S. Kuhn (1996), 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s (3rd ed.), University of Chicago Press, pp. 23-34.
토머스 S. 쿤, 「3장. 정상 과학의 성격」, 『과학혁명의 구조』, 김명자・홍성욱 옮김 (까치, 2013), 90-105쪽. ]
■ [p. 23, 90-91쪽]
- 질문(1): 어떤 집단의 단일한 패러다임 수용이 허용하는 더 전문화되고 난해한 연구의 본성은 무엇인가?
- 질문(2): 패러다임이 최종적으로 수행된 연구를 표상한다면, 패러다임은 통합된 집단에 어떤 해결 과제를 남겨놓는가?
- 확립된 용법에서, 패러다임은 수용된 모형(model)이나 유형(pattern)
- 모형이나 유형보다 더 좋은 단어가 없어서 쿤은 ‘패러다임’(paradigm)을 사용함.
- ‘모형’이나 ‘유형’은 ‘패러다임’을 정의하는 데 적합하지 않음.
- 문법에서 패러다임은 사례들을 복사하도록 허용하는 기능을 하며, 그러한 사례들은 패러다임을 대체할 수 있음.
• 예) ‘amo’, ‘amas’, ‘amat’는 라틴어 동사의 활용에서 ‘laudo’, ‘laudas’, ‘laudat’를 얻는 데 쓰이는 패턴을 나타내기 때문에 패러다임임.
- 반면, 과학에서 패러다임은 모방의 대상이 아니며, 새로운 조건이나 더 엄격한 조건에서 더 명확하고 구체화되어야 하는 대상임.
■ [pp. 23-24, 91쪽]
- 처음 출현할 때 패러다임은 전망과 정확도가 제한됨
• 패러다임은 전문가 집단이 시급하다고 느끼게 된 몇몇 문제를 푸는 데에 경쟁 상대들보다 훨씬 성공적이라는 이유로 그 지위를 획득함.
• 더 성공적이라는 말은 단일한 문제에 대한 완벽한 성공이나 많은 문제에 대한 상당한 성공이 아니라, 선별적이고 불완전한 예제들에서 발견될 수 있는 성공의 약속임
예) 프톨레마이오스의 행성 궤도 계산, 갈릴레오의 관성, 라부아지에의 천칭 저울 사용 등
- 정상과학은 성공의 약속이 현실화되면서 이루어짐
• 패러다임이 흥미로운 사실에 대한 지식을 확장함
• 그러한 사실들과 패러다임의 예측의 일치 정도를 높임
• 패러다임 자체를 더욱 명료화시킴
■ [p. 24, 91-92쪽]
- 대부분의 과학자가 생애 내내 “마무리 작업(mopping-up operation)”에 종사함
• 마무리 작업이 정상과학을 구성함
• 정상 과학의 연구는 패러다임이 이미 제공한 그러한 현상과 이론을 명료화하는 것. “패러다임은 제공하는 미리 만들어지고 고정된 상자 속으로 자연을 밀어 넣는 시도”
• 과학자들은 새로운 이론의 창안을 목적으로 하지 않음.
• 정상과학 연구가 지향하는 것은 패러다임이 제공한 현상과 이론을 명료화하는 것.
■ [pp.24-25]
- 정상 과학이 탐구하는 영역은 극히 작고, 그 활동은 지극히 제한된 시야만 가짐
- 쿤은 이러한 제한이 과학의 발전에서 불가결한 것이라고 함
- 상당히 난해한 문제의 작은 영역에 주의를 집중하므로, 패러다임은 과학자들이 자연의 어느 부분을 상세히 탐구하도록 만듦.
- 이러한 장점이 있어도 하나의 패러다임에 계속 묶여 있다면, 심각한 결함 아닌가?
- 쿤은 패러다임이 효과적으로 작용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언제든지 그 연구를 구속하는 제약을 완화시키는 내장된 메커니즘을 정상과학이 가진다고 함
■ 정상과학의 문제 유형 - 사실의 결정 (1) [pp.25-26]
- 패러다임이 사물의 본성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을 밝히는 부류
- 패러다임은 자신의 문제를 푸는 데 그 사실들을 사용하여, 그 사실들을 더 다양한 상황에서 더 정확하게 결정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듦
예) 별들의 위치와 광도, 행성의 주기, 물질의 비중, 열 전도도, 전기 전도도, 유전율, 투자율, 스펙트럼의 파장과 강도, 화학 조성과 분자량, 용액의 끓는점과 어는점 등에 대한 측정과 조사
- 이를 위해서 복잡한 장치들이 고안되어야 함
예) 고대의 천문대부터 현대의 입자가속기까지
- 신기하고 새로운 발견을 해서가 아니라, 이미 알려진 종류의 사실을 재정립하는 데에 필요한 매우 정밀하고, 신뢰도가 크며, 적용 범위가 넓은 방법을 찾아내는 일
■ 정상과학의 문제 유형 - 사실의 결정 (2) [pp.26-27]
- 패러다임 이론에서 유도되는 예측들과 직접 비교할 수 있는 사실을 결정하는 것
예) 코페르니쿠스의 예측을 확인하려고 연주시차의 측정을 위한 특별한 망원경을 만든 것
예) 뉴턴의 제2법칙을 증명하기 위해 애트우드 기계를 만든 것
예) 빛의 속도가 수중보다 공기 중에서 더 빠르다는 것을 증명한 푸코의 장치
- 이러한 활동은 단지 사실의 축적을 위해서 행해진 활동이 아니라, 자연과 이론을 더 가깝게 일치되도록 만든 작업
- 이러한 부류의 시도는 유형(1)보다 더 패러다임 의존적
예) 『프린키피아』가 없었다면 애트우드 기계를 이용한 측정은 의미 없음
■ 정상과학의 문제 유형 - 사실의 결정 (3) [pp.27-30]
- 패러다임 이론을 명료화하기 위해서 수행된 경험적인 연구
- 패러다임 이론에 남아있는 일부 모호한 점들을 해결하고, 이전에는 단지 관심을 끄는 것에 그쳤던 문제들을 해결
- 실험 유형1: 물리적 상수를 결정
예) 중력 상수, 아보가드로 수, 줄의 상수, 전자의 전하 등
- 실험 유형2: 실험 정량적인 법칙을 얻기 위한 시도
예) 보일의 법칙, 쿨롱의 법칙 등
- 실험 유형3: 패러다임을 명료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실험
예) 칼로릭 이론(caloric theory)
실험 유형3 설명 [pp.29-30] 98-99
- 칼로릭 이론의 모범적인 응용 사례는 혼합이나 상태 변화에 따른 온도 변화
- 열은 빛의 흡수, 화학 반응, 마찰, 기체 압축 등 여러 가지 다른 방식으로 방출되거나 흡수될 수 있었으나, 이러한 다양한 상황에 칼로릭 이론을 적용하는 방법은 분명치 않았음
예) 압축에 의한 발열에 대한 칼로릭 이론의 가능한 답은 두 가지
- 가능한 답1: 진공도 열용량을 가진다 → 압축에 의한 발열은 진공과 기체의 혼합에 따른 결과
- 가능한 답2: 압력 변화에 따라 기체의 비열이 변화한 결과로 해석
- 실험은 칼로릭 이론이 적용 영역을 확장할 때 발생하는 모호성을 제거
■ 정상과학의 문제 유형 - 이론적 탐구 (1) [pp.30-31]
- 단순히 기존 이론을 이용해서 고유의 가치를 지닌 사실적 정보를 예측하는 일
예) 천체력의 제작, 렌즈 특성 계산, 전파의 전파 곡선 작성 등
- 패러다임의 새로운 응용을 제시하기 위한 것, 또는 이미 이루어진 응용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것
- 연구 동기: 이론과 자연의 접촉점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당면하는 난관
- 과학 연구의 범위와 정확성을 모두 증진시키는 것은 어려움
- 오늘날 물리학과 대학원생이 똑같은 법칙에서 유도할 수 있는 것에 비교하면, 뉴턴의 응용은 그 범위에서나 정확성에서나 훨씬 뒤떨어짐
- 뉴턴이 성공한 것은 케플러의 법칙과 조수 운동을 설명한 정도이며, 그것도 아주 정확하게는 설명하지 못함
-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론의 개선이 필요함
■ 정상과학의 문제 유형 - 이론적 탐구 (2) [pp.31-33]
- 이론과 사실의 일치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이론을 발전시키는 일
예1) 뉴턴의 법칙들을 진자에 적용할 때의 물리적 근사
예2) 행성들은 케플러의 법칙을 정확히 따르지 않음. 뉴턴은 케플러의 법칙들을 유도하기 위해서 행성 사이의 인력을 무시함
- 뉴턴 이론의 한계는 뉴턴의 후계자들에게 매력적인 이론적인 문제를 많이 남김
- 오일러, 라그랑주, 라플라스, 가우스 등은 이러한 뉴턴 패러다임과 천체 관찰 결과 사이의 일치를 증진시키는 데 많은 기여를 함
- 18세기 수학자들은 유체역학이나 진동하는 현의 문제와 같은 복잡한 물리적 상황을 다루는 수학적 기법들을 탄생시킴
■ 정상과학의 문제 유형 - 이론적 탐구 (3) [pp.33-34]
- 패러다임 명료화를 위한 이론적 작업
- 대표적인 유형은 이론의 재정식화
- 18-19세기 유럽 대륙의 과학자들은 뉴턴 역학과 동등하면서도 논리적・심미적으로 더 만족스러운 형태로 재구성하기 위해 노력함
예) 라그랑주 역학이나 해밀턴 역학
- 이러한 결과물은 뉴턴 방식의 정식화로는 풀기 어려웠던 문제들도 일관된 방식으로 해결함
한편 패러다임 명료화를 위한 이론적 작업에는 앞서 사실적 탐구에서 다루었던 패러다임 명료화 작업도 포함된다. 앞서 예로 들었던 쿨롱의 장치의 성공은 이론에서의 정련도 함께 이루어졌다는 것을 말해준다. 쿨롱은 사실과 이론 모두를 다루고 있었고, 그 연구 결과는 단순히 새로운 정보가 아니라 보다 정확한 패러다임을 산출했으며, 그것은 그들이 연구를 시작했던 원래의 형태가 지닌 모호함을 제거함으로써 얻어졌다. “정상과학에서의 다른 어느 유형보다도 패러다임 정련의 문제는 이론적이면서도 동시에 실험적이다.”
[p.34] 105
- 위의 세 가지 유형이 실험적/이론적 정상과학의 전부인 것은 아님. 정상과학 문헌에는 비상적인 문제들도 들어 있고 이러한 문제 풀이는 과학 활동을 전반적으로 가치 있게 만들어줌
- 비상적인 문제는 원한다고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정상과학의 진보에 의해서 마련된 특별한 경우에 한해서만 출현함. 그러므로 아무리 뛰어난 과학자가 다루는 문제라고 해도 대부분은 위에서 요약한 세 가지 범주 가운데 하나에 속하게 됨.
(2017.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