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27

[국방TV] 토크멘터리 전쟁사 (1회-200회)

      

1회. 제1차 세계대전 (1)
  
2회. 제1차 세계대전 (2)
  
3회. 6.25 전쟁
  
4회. 걸프전쟁
  
5회. 미국독립전쟁
  
6회. 임진왜란 (1)
  
7회. 임진왜란 (2)
  
8회. 아편전쟁
  
9회. 제2차 세계대전 (1)
  
10회. 제2차 세계대전 (2) 태평양전쟁 
  
11회. 제2차 세계대전 (3) 태평양전쟁2 
  
12회. 제2차 세계대전 (4) 유럽-북아프리카 전선 
  
13회. 제2차 세계대전 (5) 독소전쟁 
  
14회. 첩보전
  
15회. 기이한 전쟁사
  
16회. 테러와의 전쟁
  
17회. 6.25 전쟁 (2) 북진
  
18회. 페르시아 전쟁
  
19회. 펠로폰네소스 전쟁
  
20회. 전국시대 통일전쟁
  
21회. 알렉산드로스 정복전쟁 
  
22회. 한 무제의 흉노전쟁
  
23회. 포에니 전쟁
  
24회. 카이사르의 전쟁
  
25회. 팍스 로마나 전쟁
  
26회. 위-촉-오 삼국전쟁
  
27회. 바이킹워
  
28회. 몽골전쟁사 (1) 칭기즈칸의 정복전쟁 
  
29회. 몽골전쟁사 (2) 몽골제국의 정복전쟁 
  
30회. 스페셜 1.5 중간 결산 
  
31회. 판도를 바꾼 작전사
  
32회. 인류의 역사를 바꾼 무기들 
    
33회. 영화 속 전쟁이야기
  
34회. 스페셜 시리즈 여전사 열전 
  
35회. 비잔티움 제국 전쟁사 (1)
  
36회. 비잔티움 제국 전쟁사 (2)
  
37회. 십자군 원정 (1)
  
38회. 십자군 원정 (2)
  
39회. 독립전쟁특집 한국편
  
40회. 독립전쟁특집 세계편
  
41회. 십자군 전쟁 (3)
  
42회. 십자군 전쟁 (4)
  
43회. 고구려-수나라 전쟁편
  
44회. 고구려-당나라 전쟁편
  
45회. 삼국시대(1) - 한강을 점령하라
  
46회. 삼국시대(2) - 신라의 삼국통일
  
47회. 삼국시대(3) - 나-당 전쟁
  
48회. 사찰의 강자 - 승병
  
49회. 스페인-잉카 정복 전쟁 (1)
  
50회. 스페인-잉카 정복 전쟁 (2)
  
51회. 백년전쟁 (1)
  
52회. 백년전쟁 (2)
  
53회. 제1차 세계대전 - 갈리폴리 전투 (1)
  
54회. 제1차 세계대전 - 갈리폴리 전투 (2)
  
55회. 오스만 제국의 성장기
  
56회. 비잔티움의 최후 편
  
57회. 로도스 공방전 (1)
  
58회. 로도스 공방전 (2)
  
59회. 레판토 해전 (1)
  
60회. 레판토 해전 (2)
  
61회. 레전드 배틀
  
62회. 이탈리아 삼국지 - 이탈리아 전쟁 (1)
  
63회. 이탈리아 삼국지 - 이탈리아 전쟁 (2)
  
64회. 스페인 무적함대 (1)
  
65회. 스페인 무적함대 (2)
  
66회. 고려 vs. 거란 전쟁 (1)
  
67회. 고려 vs. 거란 전쟁 (2)
  
68회. 고려의 여진 정벌 (1)
  
69회. 고려의 여진 정벌 (2)
  
70회. 다시 만나고 싶은 전쟁 영웅들
  
71회. 고려 vs. 몽골 전쟁 (1)
  
72회. 고려 vs. 몽골 전쟁 (2)
  
73회. 여몽연합군 vs. 삼별초 (1)
  
74회. 여몽연합군 vs. 삼별초 (2)
  
75회. 1차 중동전쟁 (1)
  
76회. 1차 중동전쟁 (2)
  
77회. 1차 중동전쟁 (3)
  
78회. 1차 중동전쟁 (4)
  
79회. 2차 중동전쟁 (1)
  
80회. 2차 중동전쟁 (2)
  
81회. 2차 중동전쟁 (3)
  
82회. 3차 중동전쟁 - 6일 전쟁의 서막
  
83회. 3차 중동전쟁 - 6일 전쟁: 이스라엘의 전격전
  
84회. 3차 중동전 - 예루살렘을 장악하라
  
85회. 4차 중동전 - 욤키푸르 전쟁 (1)
  
86회. 4차 중동전 - 욤키푸르 전쟁 (2)
  
87회. 4차 중동전 - 욤키푸르 전쟁 (3)
  
88회. 4차 중동전 - 욤키푸르 전쟁 (4)
  
89회. 여원의 일본 원정 (1)
  
90회. 여원의 일본 원정 (2)
  
91회. 영화 속 전쟁이야기 - 덩케르크
  
92회. 영화 속 전쟁이야기 - 화이트 타이거
  
93회. 영화 속 전쟁이야기 - 컴뱃
  
94회. 전쟁의 패러다임에 변화를 준 용병 (1)
  
95회. 전쟁의 패러다임에 변화를 준 용병 (2)
  
96회. 현대판 용병 (1)
  
97회. 현대판 용병 (2)
  
98회. 일본 전국시대 통일전쟁 (1)
  
99회. 일본 전국시대 통일전쟁 (2)
  
100회. 100회 특집 - 미래전쟁 (1)
  
101회. 100회 특집 - 미래전쟁 (2)
  
102회. 일본 전국시대 통일전쟁 (3)
  
103회. 일본 전국시대 통일전쟁 (4)
  
104회. 일본 전국시대 통일전쟁 (5)
  
105회. 일본 전국시대 통일전쟁 (6)
  
106회. 일본 전국시대 - 운명의 종착점 (1)
  
107회. 일본 전국시대 - 운명의 종착점 (2)
  
108회. 일본 전국시대 - 운명의 종착점 (3)
  
109회. 일본 전국시대 - 세키가하라 전투의 전말
  
110회. 일본 전국시대 - 오사카 공방전
      
111회. 동북아시아의 적, 왜구의 등장
  
112회. 왜구를 막자, 고려의 반격
  
113회. 대마도를 정벌하라
  
[번외편] 국방개혁을 말하다 1부
  
[번외편] 국방개혁을 말하다 2부
  
114회. 동북아에 몰아친 피의 기록 - 명나라의 왜구 소탕작전 (1)
    
115회. 동북아에 몰아친 피의 기록 - 명나라의 왜구 소탕작전 (2)
   
116회. 조선의 여진정벌 (1) - 새나라, 새 군대를 세워라
  
117회. 조선의 여진정벌 (2) - 새나라, 새 군대를 세워라
   
118회. 조선의 여진정벌 (3) - 세종의 큰그림과 여진 정벌
  
119회. 조선의 여진정벌 (4) - 조선의 1차 여진정벌
  
120회. 조선의 여진정벌 (5) - 끝나지 않은 여진과의 전쟁
   
121회. 조선의 여진정벌 (6) - 여진 정벌이 위기에 봉착하다
  
122회. 조선의 여진정벌 (7) - 마지막 이야기
  
123회. 유럽 근세 전쟁의 시작
  
124회. 유럽 근세전쟁 - 30년 전쟁의 서막
  
125회. 유럽 전역을 뒤흔든 30년 전쟁 (1)
   
126회. 유럽 전역을 뒤흔든 30년 전쟁 (2)
   
127회. 유럽 전역을 뒤흔든 30년 전쟁 (3)
  
128회. 구스타프의 군사개혁
  
129회. 30년 전쟁 최고의 격전 - 뤼첸전투 (1)
  
130회. 30년 전쟁 최고의 격전 - 뤼첸전투 (2)
  
131회. 30년 전쟁 마지막 이야기
  
132회. 전설의 전쟁
  
133회. 영국 vs. 아르헨티나 영토분쟁, 포클랜드 전쟁 (1)
  
134회. 영국 vs. 아르헨티나 영토분쟁, 포클랜드 전쟁 (2)
  
135회. 영국 vs. 아르헨티나 영토분쟁, 포클랜드 전쟁 (3)
  
136회. 포클랜드 전쟁 - 마지막 이야기
  
137회. 제2차 미-영 전쟁 (1)
  
138회. 제2차 미-영 전쟁 (2)
  
139회. 제2차 미-영 전쟁 (3)
  
140회. 기묘한 전쟁
  
141회. 3.1운동 100주년 특집 (1)
   
142회. 3.1운동 100주년 특집 (2)
  
143회. 2차 세계대전의 비밀 병기, 유보트 (1)
   
144회. 해저의 암살자, 유보트 (2)
  
145회. 해저의 암살자, 유보트 (3)
  
146회. 제2차 세계대전 대서양 전투 (1)
  
147회. 제2차 세계대전 대서양 전투 (2)
  
148회. 제2차 세계대전 대서양 전투 (3)
  
149회. 영국내전 (1)
   
150회. 영국내전 (2)
  
151회. 영국내전 (3)
  
152회. 영국내전 (4) - 왕위 계승 전투
   
153회. 거대한 전쟁의 서막 프로이센의 등장
  
154회. 프로이센의 군사 개혁
  
155회. 오스트리아 왕위 계승 전쟁 (1)
  
156회. 오스트리아 왕위 계승 전쟁 (2)
  
157회. 오스트리아 왕위 계승 전쟁 (3)
  
158회. 18세기 유럽전쟁 - 프랑스군 vs 국본군
  
159회. 18세기 유럽 전쟁 - 플랑드르 전선
  
160회. 18세기 유럽전쟁 - 프로이센 vs 오스트리아
   
161회. 18세기의 세계대전, 7년전쟁
  
162회. 18세기 세계대전의 서막 비긴즈
  
163회. 근세 전쟁사 - 7년 전쟁 (1)
  
164회. 근세 전쟁사 - 7년 전쟁 (2)
  
165회. 근세 전쟁사 - 7년 전쟁 (3)
   
166회. 슐레지엔 리턴매치 로이텐 전투
  
167회. 프로이센 vs. 러시아 조른도르프 전투
  
168회. 7년 전쟁 - 프리드리히 최악의 위기 (1)
    
169회. 7년 전쟁 - 프리드리히 최악의 위기 (2)
  
170회. 프리드리히 & 마리아 테레지아의 최후
  
171회. 명화 속 전쟁이야기 (1)
  
172회. 명화 속 전쟁이야기 (2)
  
173회. 명화 속 전쟁이야기 (3)
  
174회. 명화 속 전쟁이야기 (4)
  
175회. 17세기 동아시아 패권 - 누르하치의 부흥 (1)
  
176회. 17세기 동아시아 패권 - 누르하치의 부흥 (2)
  
177회. 명나라 vs. 누르하치, 전쟁의 시작
  
178회. 동아시아 전쟁사 - 사르후 전투 (1)
  
179회. 동아시아 전쟁사 - 사르후 전투 (2)
  
180회. 동아시아 전쟁사 - 영원성 전투 
  
181회. 동아시아 전쟁사 - 정묘호란
  
182회. 동아시아 전쟁사 - 조선의 비극 병자호란 (1)
  
183회. 동아시아 전쟁사 - 조선의 비극 병자호란 (2)
  
184회. 동아시아 전쟁사 - 남한산성 수성전 (1)
  
185회. 동아시아 전쟁사 - 남한산성 수성전 (2)
   
186회. 동아시아 전쟁사 - 이자성의 난
  
187회. 진주만 공습
  
188회. 진주만 공습 (2)
   
189회. 진주만 공습 (3)
   
190회. 태평양 전쟁의 서막
  
191회. 전쟁사 비하인드 - 사랑과 전쟁
  
192회. 나폴레옹의 등장, 툴롱 전투 (1)
  
193회. 나폴레옹의 등장, 툴롱 전투 (2)
  
194회. 나폴레옹 이탈리아 원정 (1)
  
195회. 나폴레옹 이탈리아 원정 (2)
  
196회. 나폴레옹 이탈리아 원정 (3)
  
197회. 나폴레옹 이탈리아 원정 (4)
  
198회. 프랑스 vs 오스트리아 - 마렝고 전투
  
199회. 나폴레옹, 황제가 되다
  
200부 프랑스 vs. 영국 트라팔가 해전
  
  
(2020.05.29.)
        

윤지선 박사의 한남충 보이루 논문에 대한 가짜 논문을 쓰려다가



최근에 BJ 보겸이 자기가 여성 생식기에 인사하는 사람으로 학술논문에 실렸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보겸의 유행어이자 인사말인 “보이루”가 ‘보겸+하이루’가 아니라 ‘보*+하이루’인 것으로 윤지선 박사의 논문에 실렸다는 것이다. 당사자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해당 영상을 보는 내내 웃었다. 당사자로서는 미칠 일이겠지만 어쨌든 웃긴 일이기 때문이다.

동료 대학원생 중에도 해당 영상을 본 사람들이 있었다. 동료 대학원생은 이번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하던 중 나에게 소칼처럼 한 번 해보는 것 어떠냐고 제안했다. 나라면 충분히 소칼처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소칼처럼 한다는 것은, 최소한의 여과 장치가 없는 학술지에 가짜 논문을 투고한 다음 해당 논문이 게재되면 그 논문이 왜 가짜 논문인지를 밝혀서 해당 학술지를 엿 먹이는 것을 말한다. 아무래도 분석철학 쪽 대학원생 중 상당수는 소칼 식 정의구현에 대한 로망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마음먹고 시간만 조금 들이면 충분히 소칼처럼 할 수 있을 것 같다. 동료 대학원생들이 어디서 허튼 소리를 주워오면, 나는 그런 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마치 피카소의 <황소> 연작처럼 단계별로 보여준다. 대륙철학을 정통으로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그와 달리 생각나는 대로 헛소리를 지껄이고 대륙철학의 개념어를 몇 개 뿌려놓고는 존재론이니 인식론이니 하는 소리나 늘어놓는 일은 쉬운 일이다. 술 먹다가도 할 수 있고 똥 싸다가도 할 수 있다. 지적인 작업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동물적 감각이나 야생적 본능 같은 것으로 대충 후려치면 되는 일이다.

어떤 식으로 가짜 논문을 쓰면 될지도 금방 떠올랐다. 문제가 된 「‘관음충’의 발생학: 한국남성성의 불완전변태과정(homomorphism)의 추이에 대한 신물질주의적 분석」이라는 논문은 저자가 ‘관음충’, ‘한남충’ 할 때의 벌레 충(蟲)에 꽂혀서 불완전변태과정 같은 소리나 덧붙인 것에 불과하다. 저자가 아무 말이나 했다는 것은 논문 초록에도 나온다. 초록에 “한남유충-관음충-한남충이라는 용어가 배태하고 있는 곤충 군집체의 형태발생학적 착상(conception, idea)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본 논의의 배경(background)으로 삼고자 한다”라고 하는데, 이는 작정하고 말장난하겠다는 말을 어렵게 꼬아놓은 것에 불과하다. 한국 남성이 어떤 사회화 과정을 거쳐서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가지게 되는지를 진지하게 연구하려면 힘드니까, 아니면 애초부터 그런 연구를 할 능력이 안 되니까, 벌레 충(蟲)에 근거해서 벌레 생장과정에다가 신문기사 몇 개 뿌려놓겠다는 것이다.

만일 ‘한남충’ 대신에 ‘한남균(菌)’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졌다면 논문의 저자는 곤충 군집체의 형태발생학적 착상 대신 한남균에 대한 세균학적 접근이나 미생물학적 접근을 했을 것이다. 한남충이나 한남균이나 결국은 그놈이 그놈인데 왜 한남충일 때는 곤충의 생태로 접근하고 한남균일 때는 세균의 특성으로 접근해야 하는가? 애초부터 그딴 접근 방식 자체가 정신 나간 짓이기 때문이다. 「‘관음충’의 발생학」의 핵심은 인간이 아닌 동물로 비유된 인간 집단을 해당 동물의 생태와 연관 지어서 개소리를 한다는 것이다. 전혀 관련 없는 두 대상이나 집단을 아무렇게나 엮어서 아무 말이나 하는 것은 윤지선 박사의 논문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다.

윤지선 박사의 논문과 비슷한 방법으로 가짜 논문을 쓰려면, 동물 이름과 관련된 명칭으로 불리는 여성 혐오 집단을 골라서 해당 동물의 생태를 해당 집단의 행태와 억지로 끼워 맞추기만 하면 된다. 여성 혐오 집단 중 동물의 이름으로 불리는 것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바로, 제비족이다. 여자들을 꼬셔서 등쳐먹는 사람을 이전 세대에서는 제비족이라고 불렀다. 제비족과 픽업아티스트는 여자를 일종의 정복의 대상이자 포획물로 본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제비족은 스스로를 제비족이라고 하지는 않는 반면 픽업아티스트는 당당하게 자신을 픽업아티스트라고 소개하며 일종의 합법적 영리행위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 지점에서 살짝 비틀면 대충 가짜 논문의 구도가 나온다.

우선, 해방 이후에 일어났던 여성 관련 추문들을 조명하면서 제비족과 픽업아티스트의 계보가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살펴본다. 계보가 잘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대충 그럴듯하게만 지어내면 되니까 크게 상관은 없다. 제비족에서 픽업아티스트까지 이어지는 허구적인 계보를 만든 다음, 여성에 대한 착취는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 수법이 연성화되고 합법적인 영역에 들어오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이는 마치 조류인 제비에서 인간인 호모 픽업티우스로 진화한 것과 같다면서 여성 착취에 대한 진화학적 접근을 한다고 주장한다. 제비족이든 픽업아티스트든 여성을 포획물로 보았다고 말한 다음, 포획물이라는 단어가 나왔으니까 사냥을 분류하면서 논의를 시작하는 플라톤의 『소피스테스』를 인용한다. 플라톤 이름이 나온 김에 플라톤이 남성우월론자였고 서양 백인들은 다 그 모양이었다고 하면서 아무 말이나 털어 넣으면 된다. 이렇게 해도 개소리쟁이들은 논의가 풍부하다며 속없이 좋아할 것이다.

「‘관음충’의 발생학」을 실을 정도의 학술지라면, 한국남성을 규정하는 용어로 한남충이 아니라 한남균이 더 적합하다고 하면서 논의를 전개해도 낚일 것이고, 제비에서 호모 픽업티우스로의 진화를 가지고 논의를 전개해도 낚일 것이다. 내가 만든 가짜 논문이 게재된 다음 그것이 왜 망한 논문인지를 설명한 해설서를 공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난장판이 벌어질 것이다. 어떤 난장판이 벌어질지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런데 <한국연구자정보>에 등록된 내 정보를 수정하다가 생각을 바꾸었다. 내가 아직 그런 짓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다.

대학원 수업을 검색하다가 선생님들의 논문 실적이 궁금해서 <한국연구자정보>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다. 해당 홈페이지에 오랜만에 들어간 김에 내 정보도 확인해 보았다. 나는 대학원에 대롱대롱 매달린 대학원생이지 아직 연구자는 아니지만, 어쨌든 석사학위가 있어서 <한국연구자정보>에 연구자로 등록되어 있다. 학사학위 기록 없이 석사학위 기록만 있어서, 나는 학사학위를 받은 학교와 시기를 등록했다. 내가 학부에서 전공과 관련하여 배운 것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학부 출신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 상도덕(원산지 표시)에 부합한다고 생각하여 그렇게 한 것이다. 학위 정보를 수정하고 논문 실적란을 보았다. 내가 쓴 논문이라고는 석사학위 논문뿐이니 당연히 논문 실적란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빈 칸을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번에 가짜 논문을 쓰면 그게 내 첫 논문 실적이 되겠네?’ 이 시점에 소칼 같은 짓을 하면, 나는 진짜 논문을 쓰기 전에 가짜 논문부터 쓴 미친놈이 된다.

소칼 이후로도 사이비 논문이나 게재하던 학술지를 응징한 사례는 종종 있었다. 그러한 정의구현을 한 사람들은 모두 자기 분야에서 연구 능력을 인정받던 중견 연구자였다. 그들과 달리 나는 아직 연구자도 아니다. 그러니 나는 정의구현까지는 할 수 있지만 그 뒷감당을 할 수 없다.

내가 그런 정의구현을 한다면 온 철학계가 다 좋아할 것이다. 한남충 같은 소리나 하는 논문이 학술지에 실리면 정상적인 대륙철학 전공자들까지 괜히 욕먹게 되는데, 분석철학 쪽 대학원생이 그런 것들을 대신 손 봐주면 대륙철학 전공자들로서는 자기 손에 피 안 묻히고 똥을 처리하게 되니 좋아할 것이다. 분석철학에서도 드디어 한국에서도 소칼 식 정의구현이 나왔다고 좋아할 것이다. 동양철학도 서양철학 쪽에서 싸움 났다면서 좋아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나를 보호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대륙철학을 잘 모르지만, 대륙철학이나 대륙철학 전공자를 존중하고, 문학이나 인류학이나 사회학 같은 데서 대륙철학 가지고 아무 말이나 하는 것을 대륙철학 전공자에 대한 모욕 비슷한 것으로 여긴다. 나를 개인적으로 아는 대륙철학 전공자들도 내가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대충은 알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나를 보호해줄 것인가? 그러기에는 좀 곤란할 것이다.

분석철학 쪽도 마찬가지다. 내가 누구의 지시를 받고 한 것도 아니고 혼자서 취미생활로 한 것인데 괜히 나를 옹호했다가는 분석철학 대 대륙철학의 구도로 오해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분석철학 쪽에서도 아무도 나를 보호하기 위해 나서지 않을 것이다. 잘 해봐야 “걔가 애는 착한데 왜 그랬나 모르겠어요. 나쁜 의도는 아니었을 겁니다”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니까 연구윤리 무슨 위원회 같은 데 회부되면 나는 꼼짝없이 처벌받게 될 것이고 연구자로 데뷔하기 전에 은퇴 당하게 될 것이다. 업무방해죄 등으로 잡혀가서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런 위원회에서 징계 받지 않고 법적인 처벌도 받지 않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어쨌거나 나는 진짜 논문 쓰기 전에 가짜 논문부터 쓰기 시작한 사람으로 학계에서 낙인찍힐 것이다. 학술대회 같은 데서 발표하다가 발표문에 미진한 내용이 있으면 사람들이 대놓고 말하지는 않더라도 다들 속으로 ‘사기 칠 때는 그렇게 잘 하더니...’ 하고 생각할 것이다. 내가 좀 까불고 다니면 지금보다는 형편이 나아지겠지만 그래도 안 까불고 근근이 사는 것은, 대외적으로 까불어제끼고 돌아다니는 것이 망한 대학원생의 표지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멀쩡한 논문도 못 쓰고 있으면서 가짜 논문이나 써서 물의를 일으키면 다들 나를 실력 없는 관심종자로 볼 것이다. 내가 실력이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관심종자는 아니다.

언젠가 멋진 가짜 논문을 쓰기는 쓸 건데 그 전에 훨씬 더 멋진 진짜 논문을 많이 써놓아야 한다. 언제 진짜 논문을 쓰려나 모르겠다.

(2021.02.27.)


2017/04/26

[과학철학] Friedman (2001), Lecture II “Historical Perspectives on the Stratification of Knowledge” 요약 정리 (미완성)

     

[ Michael Friedman (2001), Dynamics of Reason (CSLI Publications), pp. 25-46.
  마이클 프리드만, 「II. 지식의 계층화에 관한 역사적 조망」, 『이성의 역학』, 박우석・이정민 옮김 (서광사, 2012), 57-84쪽. ]

 

45-46, 
- 콰인의 그물망으로서의 지식체계 그림(picture)
- 프리드먼은 콰인에 반대하여 계층화・차별화된 지식체계 그림을 대안으로 제시함.
• 이 체계는 세 가지 주요 부분으로 구분됨.
- 수준(1): 가장 밑에는 경험 자연과학의 개념과 원리가 있음.
•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과 같은 법칙들은 경험적 시험 과정에 직접 대면함.
- 수준(2): 구성적 선험원리
• 기하학과 역학의 기본 원리들이 여기에 해당하며, 이러한 원리들이 있을 때만 첫째 수준의 원리를 정식화하고 경험적으로 시험할 수 있음.
• 쿤의 패러다임이 바로 이 부분에 해당함.
- 수준(3): 철학적 메타-패러다임 또는 메타틀(meta-framework)
• 두 번째의 원리들/패러다임에 혁명 전 전환이 일어날 때 그러한 전환을 촉발시키고(motivate) 지지하는(sustain) 역할을 함.
 


(2021.08.22.)
    

2017/04/25

졸업 소감

   

졸업이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은 상급 과정에 들어갈 때나 적용되는 말인데, 다행히 이번 졸업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되었다. 안 쫓아내고 무사히 졸업하게 해준 철학과 대학원과 나를 박사과정생으로 받아준 과학사-과학철학 협동과정에 감사하다. 여러 선생님들께 모두 감사하지만 특히나 여러모로 신경 써주신 지도교수님께 감사하다.
  
대학원 사람들이 다들 나한테 잘 해주었다. 신경 써주는 동료도 있었고, 술 사주는 선배 형님도 있었고, 맛있는 거 사주는 선배 누님도 있었다. 다들 감사하게 생각한다. 대학원 들어오기 전에 나는 ‘진중권이 석사니까 내가 박사 받으면 진중권을 이기지 않겠냐’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했는데, 대학원에 들어와 몇 년 지내면서 학위만 받아먹고 튀는 사람이 아니라 이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학문 공동체에 도움이 될 만한 작업을 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학부 졸업할 때 동아리에서 졸업전을 하지 않았다. 동아리 회칙에 졸업을 앞둔 사람은 졸업전을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나는 그 졸업이 학부 졸업인지 석사 졸업인지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을 악용하여 졸업전을 미루었다. 석사 졸업 때도 졸업전을 못 했으니 이제 박사 졸업할 때 졸업전을 해야 하는데, 괜히 박사 졸업전이라고 해놓고 글씨를 못 쓰면 전시회 분위기만 이상해지고 뒷말만 나올 테니 괜한 짓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나는 여전히 동아리에 애정이 있다.
  
졸업식 끝나고 학부 동문들하고 저녁을 먹었다. 그 자리에서 말은 안 했지만 알게 모르게 나를 응원해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 날 술자리에서 나는 대강 이렇게 말했다.
 
“학부 졸업한 지 몇 년 지났지만, 학부 때 어떤 사람들하고 무엇을 했는지 잊지 않고 있습니다. 같이 할 수 있는 것은 같이 하고 도울 수 있는 것은 돕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돈 있는 사람은 돈을 보태고 재주 있는 사람은 재주를 보태는 것이 옳은데, 저는 이왕이면 돈 많이 내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7년 안에 출판시장에서 강신주를 잡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다들 감사하다. 감사한 마음뿐이다.
  
  
  
  
(2017.02.25.)
     

2017/04/24

[중국사] 사마천 『사기』 권61 「백이 열전」 요약 정리

   
- 태사공은 말한다: 공자는 오태백, 백이 같은 사람을 자세히 언급하며, 허유와 무광이 고결한 인물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왜 『시경』과 『서경』에는 그들에 관한 기록이 없는가?
  
- 공자는 백이와 숙제가 원망하는 마음이 없었을 것이라고 하지만, 사마천은 백미가 슬펐을 것이라고 본다. 「채미가」가 그 근거이다.
- 백이와 숙제는 고죽국 군주의 아들.
• 고죽국 군주가 아우인 숙제에게 뒤를 잇게 하려고 하자 형인 백이가 도망갔고 숙제도 도망가서 고죽국 사람들은 둘째 아들을 왕으로 세움.
- 백이와 숙제는 서백창(주 문왕)에게 몸을 맡기려고 했으나 찾아갔을 때는 서백창은 이미 죽었고 서백창의 아들 주 무왕이 은 주왕을 치려고 함.
• 백이와 숙제는 주 문왕의 말고삐를 잡고 간언함.
• 무왕 곁에 있던 신하들이 그들의 목을 치려고 했으나 태공이 보호하여 돌려보냄.
- 무왕이 은나라를 평정하고 제후들은 주나라를 종주로 삼음.
- 백이와 숙제는 주나라 백성 되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 주나라 곡식을 먹지 않고 수양산으로 들어가 고사리를 뜯어먹음. 이들은 수양산에서 굶어 죽음.
  
- 어떤 사람은 말했다. “하늘의 이치는 사사로움이 없어 항상 착한 사람과 함께 한다.”
• 백이와 숙제는 굶어죽었고, 공자 제자 중 안연은 가난하게 살다 젊은 나이에 죽었다.
• 도척은 마음대로 잔인한 짓을 했지만 천수를 다 누렸다.
• 이러한 것이 하늘의 도리라면 이것은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
  
- 어찌하여 사람들은 부귀한 사람을 중시하고 맑은 사람을 하찮게 여기는가?
- 백이와 숙제가 어진 사람이지만 공자가 칭찬하고 나서 그 명성이 더 드러났고, 안연이 학문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공자가 칭찬한 후 더 두드러지게 되었다.
- 덕행을 닦아 명성을 세우고자 하는 사람이라도 덕행과 지위가 높은 선비를 만나지 못한다면 어떻게 후세에 이름을 남길 수 있겠는가?
  
  
(2017.01.19.)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예언한 알라딘 독자 구매평 성지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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