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02

미모를 잃어가는 화천이



지난 달이었나, 화천이 코가 빨갛게 퉁퉁 부어올랐다. 고양이끼리 싸워서는 그렇게 다치지 않는다. 어머니는 화천이가 뱀한테 물려서 그렇게 된 것 같다고 하셨다. 며칠 전에도 화천이가 뱀을 물고 대문 안으로 들어오려고 해서 어머니는 소리 지르고 빗자루로 때리고 해서 겨우 집 밖으로 쫓았다고 한다. 화천이가 물고 있는 뱀이 몸통으로 화천이의 얼굴이며 목이며 칭칭 감았는데도 화천이는 끝까지 뱀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밥을 안 주는 것도 아니고 주인이 예뻐하지 않는 것도 아닌데, 화천이는 괜히 밖을 돌아다니면서 두더지를 잡아 오고 뱀하고 싸운다. 화천이 오기 전에 살던 고양이도 안 그랬고 화천이가 낳은 새끼들도 안 그런다. 화천이만 그런다.

화천이가 어렸을 때는 참 예뻤는데 점점 미모가 망가진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시골 살면 미모를 유지하기 어렵다.






(2016.10.02.)


2016/12/01

주입식 교육 때문에 노벨상 못 받는 것인가?

   

  

한국 언론에는 심심하면 주입식 교육을 비판하는 내용이 나온다. 한국 교육은 주입식 교육이고 학생들의 창의성을 죽이는 교육이고 그래서 노벨상을 못 탄다는 것이다. 내 기억으로는 20년 전에도 언론에서 똑같은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 지금도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도 항상 똑같다. 외국처럼 토론 수업을 해야 한다는 거다. 그런데 장하석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물리학을 사랑하고 공부하겠다고 대학에 갔는데 학교에서 받은 물리학의 이미지는 달랐다. 물리학 시간에 알고 싶은 게 있어 질문하면 그건 철학적 문제인데 그런 생각을 안 해도 되고 문제만 풀라고 얘기한다. 미국의 최고 학교인데도 그랬다. 4년 동안 그런 얘기 듣다가 화가 났다. [...] 어떻게 보면 강훈련을 시키는 학교이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 칼텍은 과학의 신병훈련소라고 불리는 학교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정통적인 공부를 하라는 것이다.”

한국 언론은 한국 학생들은 입시 때문에 학습 자체에 관한 흥미가 떨어지는데 외국 학생들은 배우는 것 자체를 재미있어 한다고 보도한다. 그런데 장하석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미국, 영국에서 창의력 기르는 교육 한다고 해도 생각같이 쉽게 되지는 않는다. 외국에서도 과학 교육 지겨워하는 학생 많다. 왜냐면 선생이 아무리 훌륭하고 재미있게 가르친다고 해도 물리학 같으면 공식 배워서 숫자 대입해 문제 푸는 것이 기본이다. 생물학과 화학에서 외울 것은 외워야 하고.”

이상하지 않은가.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렇게 이상할 것도 아니다. 언론에서는 중국과 일본은 한국과 교육 문화가 비슷하다고 하는데 이미 노벨상을 여러 번 탔다. 한국 교육이 주입식이라서 노벨상을 못 받는 거면 왜 중국과 일본은 노벨상을 받았겠는가.

노벨상은 연예대상 같은 것이 아니어서 올해 연구 잘 한다고 내년에 받는 상이 아니다. 올해 한국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그건 20-30년 전에 한 연구로 받는 거다. 존 내쉬 같은 사람들은 1950년에 쓴 박사논문으로 1994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으니 노벨상 받는 데에 40년 넘게 걸린 셈이다. 한국 언론은 20-30년 전에 한국에서 어떤 연구를 했는지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왜 노벨상을 언제 받느냐고 아우성인가?

한국 학계의 연구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고 세계적인 학술지에 논문을 싣는 학자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래도 당분간은 한국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기 힘들 것이다. 노벨상을 받을만한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올해 내놓아도 그 것으로 노벨상을 받는 것은 20-30년 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한국 언론은 앞으로 최소 20-30년 간 기사거리나 방송 소재가 없을 때마다 별다른 분석 없이 “한국은 노벨상을 왜 못 받나. 이게 다 창의성을 갉아먹는 주입식 교육 때문이다”라고 하며 안달복달할 수 있다.

달리 생각해본다면, 주입식 교육이 정말로 비판 능력을 망가뜨리기 때문에 매년 노벨상 수상자 발표 기간마다 언론에서 개소리를 내보내도 아무 문제가 안 생기는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언론에서 쉽게 분량 때우려고 그러는 것은 그렇다고 치더라고, 그런 뻔한 개소리를 보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호응하며 노벨상 타령을 따라하는 것은 비판 능력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 뱀발: 한국 학계의 연구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고 세계적인 학술지에 논문을 싣는 학자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은 철학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도 언론에서는 인문학이 죽어서 20년보다 연구가 퇴보했다고 개뻥친다.

* 링크: [중앙일보] “쓸데없다는 판단 너무 일찍 하지 마라, 누군가엔 쓸 데 있어” / 배영대의 지성과 산책

( http://news.joins.com/article/20645840 )

(2016.10.01.)

2016/11/28

동전 노래방에 가보니

     

며칠 전 혼자서 동전 노래방에 갔다. 술 한 방울 안 마시고 노래방에 간 건 거의 처음인 것 같다. 두 사람 겨우 들어갈 만한 공간이라 소리도 안 울리고 내가 부르는 노래가 비교적 정확하게 들렸다. 게다가 말짱한 맨 정신이었다.
  
내가 부르는 노래가 내 귀에 들리는데 이건 내가 부르는 거지만 너무 한다 싶을 정도로 못 불렀다. 이런 건 세상 어느 누구도 듣지 말아야 하는데 왜 나는 내 돈 내고 이런 걸 듣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이래서 망나니가 손에 피를 묻히기 전에 술을 마시듯 사람들이 노래방 가기 전에 술을 마시는 건가 싶을 정도였다. 
  
심란해서 노래방에 갔는데 내가 부른 노래를 내가 듣고 더 심란해졌다. (노래방 가기 전부터 마실 생각이긴 했지만) 집에 돌아와 맥주를 약간 마셨다. 언제나 그렇듯이 술을 적당량 마시니 기운이 상쾌해지고 마음이 안정되고 청량감이 들고 오늘까지는 망했지만 내일은 내가 모를 새로운 희망이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역시나 술만한 것은 없는 것 같다.
  
  
(2016.09.28.)
    

2016/11/27

[EBS 인문학 특강] 이석재 교수의 <격동의 시대, 근대철학이 답하다> (총 8강)

   
1강. 세계관의 충돌과 화해
  
2강. 데카르트 - 감각이 아닌 이성의 힘
  
3강. 데카르트 - 정신과 육체의 결합
  
4강. 흄 - 경험의 힘과 한계
  
5강. 흄 - 자연 속의 인간
   
6강. 칸트 - 세계가 우리를 따른다
  
7강. 칸트 - 자율적 존재로서의 인간
  
8강. 서양 근대와 오늘의 우리
  
  
(2016.06.29.)
      

2016/11/25

능력자는 하기 싫은 것도 잘 한다 − 리처드 탈러 편

     

경제학자들이 심리학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다. 당시 경제학계는 다른 학문에 한눈팔면 종신교수가 되는 데 불이익을 받는 분위기였지만, 인간 심리를 분석하여 경제 현상을 설명할 필요성을 느낀 젊은 경제학자들이 등장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그러한 경제학자 중 한 명이 리처드 탈러다.
  
리처드 탈러는 사람들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1) 즉사할 확률이 1/1000일 때 이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얼마를 지불하겠는가? (2) 1/1000의 확률로 즉사할 수 있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대가로 얼마를 받을 것인가?”
 
기존 이론에 따르면 (1)과 (2)는 동일해야 하는데, 실제 많은 사람들은 두 금액을 다르게 답했다. 위험을 제거하는 비용으로 내려는 금액과 위험을 감수하는 대가로 받으려는 금액이 일치하지 않았던 것이다. 여기서 리처드 탈러는 이렇게 생각을 했다. ‘이 주제는 흥미로운 주제다. 그런데 학위를 받으려면 다른 학생들과 비슷한 주제로 논문을 써야겠다.’
  
탈러는 당시 다른 학자들이 다루는 주제와 비슷한 주제로 박사논문을 써서 학위를 받고 로체스터경영대학원 조교수가 되었다. 그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원래 다루고 싶어 했던 주제를 연구했고, 지금은 시카고 대학에 있다. 탈러가 쓴 책 중 『넛지』는 한국어로도 번역되었다.
  
이렇듯 능력자는 자기가 별 관심 없는 주제를 가지고도 경제학 박사를 받는다. 그런데도 자기계발서 작가들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고 열정을 불태우고 노력하면 성공한다고 말한다. 말 같지도 않은 이야기다. 능력자들은 원하지 않은 것도 잘 하고 비-능력자는 원하는 것도 잘 못한다.
  
물론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다. 비-능력자는 원하는 것이든 원하지 않는 것이든 잘 못한다. 어차피 못할 것이니,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을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너는 어차피 망할 거니까 해보고 싶은 것을 하고 망하는 게 좋다”고 자기계발서를 쓰면 그 책 읽고 독자가 망하기 전에 자기계발서 작가와 출판사가 먼저 망한다. 그런 식으로 사실을 말하는 책을 시중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아마도 이 때문일 것이다.
  
  
* 참고 문헌: 저스틴 폭스, 『죽은 경제학자들의 만찬』, 윤태경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2010), 215쪽.
  
  
(2016.09.25.)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예언한 알라딘 독자 구매평 성지순례

졸업하게 해주세요. 교수되게 해주세요. 결혼하게 해주세요. ​ ​ ​ ​ ​ * 링크: [알라딘] 흰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소설 ( 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4322034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