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들이 심리학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다. 당시 경제학계는 다른 학문에 한눈팔면 종신교수가 되는 데 불이익을 받는 분위기였지만, 인간 심리를 분석하여 경제 현상을 설명할 필요성을 느낀 젊은 경제학자들이 등장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그러한 경제학자 중 한 명이 리처드 탈러다.
리처드 탈러는 사람들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1) 즉사할 확률이 1/1000일 때 이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얼마를 지불하겠는가? (2) 1/1000의 확률로 즉사할 수 있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대가로 얼마를 받을 것인가?”
기존 이론에 따르면 (1)과 (2)는 동일해야 하는데, 실제 많은 사람들은 두 금액을 다르게 답했다. 위험을 제거하는 비용으로 내려는 금액과 위험을 감수하는 대가로 받으려는 금액이 일치하지 않았던 것이다. 여기서 리처드 탈러는 이렇게 생각을 했다. ‘이 주제는 흥미로운 주제다. 그런데 학위를 받으려면 다른 학생들과 비슷한 주제로 논문을 써야겠다.’
탈러는 당시 다른 학자들이 다루는 주제와 비슷한 주제로 박사논문을 써서 학위를 받고 로체스터경영대학원 조교수가 되었다. 그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원래 다루고 싶어 했던 주제를 연구했고, 지금은 시카고 대학에 있다. 탈러가 쓴 책 중 『넛지』는 한국어로도 번역되었다.
이렇듯 능력자는 자기가 별 관심 없는 주제를 가지고도 경제학 박사를 받는다. 그런데도 자기계발서 작가들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고 열정을 불태우고 노력하면 성공한다고 말한다. 말 같지도 않은 이야기다. 능력자들은 원하지 않은 것도 잘 하고 비-능력자는 원하는 것도 잘 못한다.
물론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다. 비-능력자는 원하는 것이든 원하지 않는 것이든 잘 못한다. 어차피 못할 것이니,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을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너는 어차피 망할 거니까 해보고 싶은 것을 하고 망하는 게 좋다”고 자기계발서를 쓰면 그 책 읽고 독자가 망하기 전에 자기계발서 작가와 출판사가 먼저 망한다. 그런 식으로 사실을 말하는 책을 시중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아마도 이 때문일 것이다.
* 참고 문헌: 저스틴 폭스, 『죽은 경제학자들의 만찬』, 윤태경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2010), 215쪽.
(2016.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