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서 비상대책위원장을 했던 청년 정치인이 쿠팡 아르바이트 하루 해본 경험을 페이스북에 올렸고, 그 글이 신문 기사로 다루어졌다. 기사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쿠팡 알바를 하고 왔다”며 “새벽 1시부터 오전 9시까지 19만9548원. 추가수당이 붙어 꽤 짭짤한 금액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알바나 하라는 댓글이 그동안 못해도 천 개는 달렸을 것”이라며 “정치에 입문하기 전에도 약국, 카페, 서빙, 전단지, 레스토랑 주방을 포함해 다양한 알바를 해봤다”고 꼬집었다.
[...] 그는 “레일 위로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상품들. 과자, 세제, 쌀, 가구 박스, 그리고 생수. 여섯 개짜리 네 묶음을 한 번에 주문한 고객에게는 잠시 원망이 스쳤다”고 토로했다.
이어 “네 시간 반을 일하고 꿀 같은 휴게시간이 주어졌다. 30분이 3분처럼 흘러갔다”며 “눈꺼풀은 천근만근에 발도 허리도 아파 집에 가고 싶다는 충동이 아주 잠시 올라왔지만 조퇴를 하면 추가 수당을 받을 수 없다는 현실이 그 마음을 잘 눌러냈다”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은 “쉬는 시간이 끝나고 업무에 다시 투입되자마자 레일 위로 물건들이 폭포처럼 쏟아졌다”며 “잡생각이 들어올 자리를 아예 주지 않는 일이 지금 내겐 필요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
그는 “8시간을 꽉 채운 후 퇴근해 집에 오자마자 땀먼지를 씻어내고 네 시간을 죽은 듯 잤다”며 “발이며 팔이며 다리며 안 아픈 곳이 없다. 며칠은 근육통과 살아야하겠다”고 맺었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 당시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줄줄이 성범죄를 저질러서 문제가 심각해지니까 대충 20대 여자 아무나 데려와서 액땜한 건데, 본인만 그 사실을 모르고 마치 정치적 거물인 양 행세하니, 사람들이 “아르바이트나 해라”라고 악플을 단 것이다. 그것을 보고 “흥! 나도 쿠팡 아르바이트 해봤다!” 하면서 일종의 기 싸움 비슷하게 하면 누가 좋다고 하겠나? 이제 민주당이 여당이 되었으니 사방에서 나 잘났소 하면서 이놈 저놈 몰려올 것이다. 겨우 쿠팡 아르바이트 하루 해본 것으로 어떻게 내년 지방선거 공천을 받을 수 있겠나?
쿠팡에서 하루 일해보고 근육통이 오겠네 안 오겠네 하니 한심한 노릇이다. 쿠팡 일로 먹고사는 사람도 있다. 그런 철딱서니 없는 소리나 하면서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겠는가? 차라리 농촌에 가서 동남아 여자들하고 같이 깻잎을 따면서 그들에게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페이스북에 썼다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정치인은 연예인이 아니다. 사람들이 정치인의 서사에 관심이 있는 것은, 그 개인이 궁금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떻게 주변 사람들이나 공동체의 열망을 대변하면서 성장하는지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누가 바지 사장의 서사를 궁금해하겠는가? ‘이주 여성+농촌’으로 풀어야 그나마 들을 만하지. 동남아에서 온 여성 노동자들의 고향 이야기, 남편과 시댁 이야기, 자식 이야기, 동네 이야기가 20대 철부지의 근육통 이야기보다는 훨씬 더 영양가가 있겠다.
류호정이 어떻게든 다시 정치해 보려고 <조선일보>에 조숙한 초등학생 같은 글을 쓰는 것도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저 정도로 감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든 정치 다시 해보겠다고 애쓰는 것을 보니, 안타까우면서도 보기 싫고 안 됐다는 마음도 들고 그렇다. 사람이 한 번 정치 쪽에 가서 언론에 몇 번 오르내리면 원래 자리로 못 돌아오나보다.
* 링크: [이코노미스트] “알바나 하라”길래…‘쿠팡 알바’한 박지현 “19만9548원 벌어”
( https://economist.co.kr/article/view/ecn202509030042 )
(2025.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