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28

노인들이 스탠드업 코미디를 배우게 된다면



오랜만에 동료 대학원생들하고 저녁 때 맥주를 마셨다. 서로 근황과 새로 진학한 대학원의 지도교수 이야기를 하다가, 나이 이야기를 거쳐, 늙는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보다 몇 살 어린 대학원생은, 나이 들면서 나타나는 제일 대표적인 현상은 말이 많아지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 유효한 것이든 아니든 아는 것이 늘어나는 것은 맞는데, 지식을 뽐내고 싶은 욕구를 밖에서 해소하지 않으면 집에 들어와서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게 되고 꼰대처럼 말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결국 하던 일도 그만두게 될 것이고 평생 해온 일에 대한 지식이나 노하우를 자랑할 자리도 없어지게 된다. 새로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렵고 구한다고 해도 저숙련 단순 노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문제는 늙을수록 절제력은 약해진다는 점이다. 자식들에게 무가치하고 재미없는 이야기를 줄줄 늘어놓는 게 그리 이상하지 않다.

말하고 싶은 욕구를 어디서 해소해야 할까? 새로 취미를 배우는 것도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일단 젊었을 때처럼 기술을 빨리 습득하지 못할 것이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입장이면 가르치는 사람이 시키는 대로 무언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다. 노래 교실 같은 데를 다니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기는 하지만, 노래를 불렀다고 자기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말하고자 하는 욕구가 줄어들지는 의문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있다. 만 65세 이상을 위한 스탠드업 코미디 강좌다.

스탠드업 코미디를 내가 해본 적이 없어서 자신 있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노인들이 스탠드업 코미디를 배우면 말하고자 하는 욕구가 해소되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관객들의 공감대를 생각하면서도 자기 경험의 특이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고, 내용을 어떻게 전달할지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관객들이 웃고 안 웃고는 명확한 것이라서 꼰대처럼 자기 말이 맞다고 우기기도 힘들 것이다. 선배나 선생에게서 말하는 방법이나 습관에 대한 지적을 받게 될 텐데, 아무리 나이가 많다고 해도 그러한 지적을 받아들이지 않기도 힘들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일상생활에서의 언어 사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렇게 동네마다 스탠드업 코미디 강좌가 생기고 어느 정도 층이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 만 65세 이상만을 대상으로 스탠드업 코미디 경연대회를 해서 우승자를 뽑고, 우승자는 홍대 같은 데 있다고 하는 코미디 클럽에서 공연할 기회를 주는 것은 어떨까? 스탠드업 코미디언을 선망하는 노인들이 생기게 된다면, 늙어가면서 말이 많아지는 것을 스스로 덜 두려워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2025.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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