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25

졸업 소감

   

졸업이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은 상급 과정에 들어갈 때나 적용되는 말인데, 다행히 이번 졸업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되었다. 안 쫓아내고 무사히 졸업하게 해준 철학과 대학원과 나를 박사과정생으로 받아준 과학사-과학철학 협동과정에 감사하다. 여러 선생님들께 모두 감사하지만 특히나 여러모로 신경 써주신 지도교수님께 감사하다.
  
대학원 사람들이 다들 나한테 잘 해주었다. 신경 써주는 동료도 있었고, 술 사주는 선배 형님도 있었고, 맛있는 거 사주는 선배 누님도 있었다. 다들 감사하게 생각한다. 대학원 들어오기 전에 나는 ‘진중권이 석사니까 내가 박사 받으면 진중권을 이기지 않겠냐’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했는데, 대학원에 들어와 몇 년 지내면서 학위만 받아먹고 튀는 사람이 아니라 이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학문 공동체에 도움이 될 만한 작업을 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학부 졸업할 때 동아리에서 졸업전을 하지 않았다. 동아리 회칙에 졸업을 앞둔 사람은 졸업전을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나는 그 졸업이 학부 졸업인지 석사 졸업인지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을 악용하여 졸업전을 미루었다. 석사 졸업 때도 졸업전을 못 했으니 이제 박사 졸업할 때 졸업전을 해야 하는데, 괜히 박사 졸업전이라고 해놓고 글씨를 못 쓰면 전시회 분위기만 이상해지고 뒷말만 나올 테니 괜한 짓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나는 여전히 동아리에 애정이 있다.
  
졸업식 끝나고 학부 동문들하고 저녁을 먹었다. 그 자리에서 말은 안 했지만 알게 모르게 나를 응원해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 날 술자리에서 나는 대강 이렇게 말했다.
 
“학부 졸업한 지 몇 년 지났지만, 학부 때 어떤 사람들하고 무엇을 했는지 잊지 않고 있습니다. 같이 할 수 있는 것은 같이 하고 도울 수 있는 것은 돕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돈 있는 사람은 돈을 보태고 재주 있는 사람은 재주를 보태는 것이 옳은데, 저는 이왕이면 돈 많이 내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7년 안에 출판시장에서 강신주를 잡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다들 감사하다. 감사한 마음뿐이다.
  
  
  
  
(2017.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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