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12

우정교회 부흥회

    
주말에 교회에서 부흥회를 했다. 초청 연사로 어느 유명한 목사님을 모셨다. 내가 그 목사님을 실제로 본 것은 그 날이 처음이었는데 무대 장악력이라든지 쇼맨십 등이 굉장했다. 괜히 그 교회에 신도들이 몰리는 것이 아니었다.
  
부흥회에서 이런 이야기도 들었다. 그 목사님은 주례도 많이 보았는데 주례 볼 때마다 “하나님, 이 가정에 아들을 하나 주고 딸을 하나 주시되 반드시 딸을 먼저 주시고 아들을 주시옵소서”라고 기도한다고 한다. 왜 아들이 아니라 딸을 먼저 낳아야 한다는 것인가. 그 목사님에 따르면, 딸은 어느 정도 자라면 동생을 돌보기 때문에 부모의 육아 부담이 줄어들지만 아들은 어느 정도 커도 자기밖에 몰라서 아무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쨌든, 그렇게 기도를 하면 대부분 정말로 딸을 먼저 낳고 아들을 나중에 낳는데, 가끔씩 아들을 먼저 낳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가끔씩 그런 일이 있으면 그 목사님은 심란해진다고 한다. 간절히 기도하고 구했는데 이렇게 응답을 한다는 것은 하나님이 그 목사님을 안 쓸 수도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목사님은 간절히 기도하고 응답을 구했다. “하나님, 그렇게 간절히 기도하고 기도했는데 왜 그런 응답을 주십니까” 하면서. 어느 날 이런 응답이 왔다고 한다. “네가 기도하기 전에 이미 뱃속에 아들이 있었느니라.”
  
이 이야기에 부흥회에 온 아저씨・아주머니・할아버지・할머니들이 배를 잡고 웃었다. 하도 크게 웃어서 교회가 터지는 줄 알았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뽀빠이 이상용 테이프의 교회 버전인가 싶었다.
   
   
(2018.11.12.)
     

2019/01/08

주책 맞은 사람들의 동물 기르기

     

천성이 주책 맞은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든 주책을 떤다. 교회를 다녀도 주책 떨고 공부를 해도 주책 떨고 자식을 키워도 주책 떤다. 그런 사람들이 동물을 키울 때라고 얌전할 리 없다.
  
그런 사람들은 고양이 똥을 보고서도 좋게 똥이라고 하지 않는다. “맛동산”이라고 부른다. 고양이 똥이 고양이 똥이지 무슨 놈의 맛동산인가. 자기가 싼 똥은 똥이고 고양이 똥은 맛동산인가? 그런 사람들 때문에 내가 맛동산을 못 먹고 있다.
  
그런 사람들은 고양이를 키우는 자기 자신을 가리켜서 “집사”라고 부른다. 고양이가 그 집 주인이고 자기가 고양이를 모신다는 것이다. 고양이가 그 집 주인이면 그 집 등기부등본에는 고양이가 소유주로 등록되어 있나? 아니다. 등기부등본에는 분명히 집사가 소유주로 되어있다. 그러면 고양이가 실소유주인가? 그 집 고양이한테 집 주인이 누구냐고 물어보면 “제가 이 집 주인이라는 거, 그거 다 거짓말이라는 거 아시죠?”라고 하나?
  
  
(2018.11.08.)
    

2019/01/06

외고 학생들의 황순원 문학 UCC 자문 요청

어느 외고 학생들에게서 메일 한 통을 받았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무슨 프로젝트에서 황순원을 연구하고 있는데 조언을 해줄 수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학생들은 황순원 『소나기』의 주요 장면을 UCC로 제작할 준비를 하며 황순원에 대한 여러 자료를 수집하다가 내가 블로그에 쓴 <황순원 문학에 대한 양자론적 해석>이라는 글을 읽고 연락하게 되었다고 했다.


나는 황순원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다만 망상을 써놓은 수준의 글이 정식 학술 논문으로 나와서 미친놈들 다 죽어라 하는 취지로 글을 쓴 것일 뿐이다.


학생들이 얼마나 답답했으면 나한테까지 연락을 했을까? 대학은 가야겠고, 헛짓거리 몇 개 한다고 대학을 가는 건 아니지만 남들만큼 헛짓거리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뭐라도 해야 하니 황순원 문학 가지고 UCC를 만든다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UCC라니. 나는 노무현 정권 이후로 UCC라는 말을 못 들어본 것 같다. 분명히 나보다 나이 많은 교사나 업체 사람의 머리에서 나온 것임에 틀림없다.


한국 학생들이 필요 이상으로 공부하는 것이 문제라면 어떻게 해야 학생들이 잘 쉬고 운동 좀 하고 고기 많이 먹고 미륵사지 같은 데 가서 석양 좀 보게 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어떤 미친놈들이 제도를 설계했는지 학생들에게 헛짓거리를 시켜서 학습 시간을 빼앗는 방식으로 학습 부담을 줄이고 있다. 그런데 이딴 식으로 헛짓거리를 시키면 학습 부담은 그대로이고 헛짓거리 부담만 늘어나는 건 아닌가? 이상한 입시제도 때문에 이래저래 학생들이 고생한다.



(2018.11.06.)


2019/01/05

화천이와 곶감



주말에 감을 땄다. 어머니는 감을 따려고 과일 따는 집게를 새로 사놓으셨다. 어머니는 2m 정도 되는 집게로 감을 집고 나는 4미터 정도 되는 가지 치는 도구로 감나무 가지를 잘랐다.

두 사람이 감을 따고 있을 때 화천이는 주위를 어슬렁거렸다. 안 놀아줘서 그런지 화천이는 뒤뜰에서 이유 없이 달렸다. 체구가 작아서 그렇지 뛰는 폼이 꼭 한 마리 표범 같았다. 타닥타닥 하고 땅바닥에 발을 딛는 소리가 들렸다. 전력질주로 몇 바퀴 돌더니 감나무 위로 올라가 웅크리고 앉았다. 내가 감나무 위쪽에 있는 감을 따려고 나무에 오르자 화천이가 발톱을 세우고 내가 낀 장갑을 뜯으려고 했다. 한참을 달래자 그제서야 화천이는 나무에서 내려갔다.

한참 뛰어서 힘들었는지 화천이는 꾸벅꾸벅 졸았다. 줄에 곶감이 매달리든 말든 화천이는 신경 쓰지 않았다.











(2018.11.05.)


2019/01/02

수능 인생 한방이 문제인가



시험 한 번으로 인생이 좌우된다면서 수능이 불공평하다고 하는 어른들이 있다. 인생 살만큼 산 어른들이 왜 그러한 사고방식을 가지는지 이해가 잘 안 간다.

내가 그렇게 오래 살아본 것은 아니지만, 살면서 정말 중요한 것은 단판에 승부가 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알고 있다. 사업체는 계약 한 번으로 운명이 좌우되기도 한다. 운동선수들은 몇 년에 한 번 열리는 대회에서 벌이는 몇 분 동안의 승부로 선수로서의 운명이 좌우된다. 큰 전투 한 번에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 배우자를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뒤바뀔 수도 있다. 어떤 투자를 하느냐에 따라 집안의 명운이 갈리기도 한다. 최종 면접에서 어떤 짓을 하느냐에 따라 취업 여부가 갈라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이 정선 카지노에서의 한방 같은 그러한 한방인가? 아니다. 사업체들은 중요한 계약 한 번을 따내려고 역량을 평소에 키우고, 운동선수들은 그러한 대회에서 잘 하려고 연습하고, 국가도 전투 한 번으로 망하지 않으려고 군대를 키우고 훈련시키고, 사람들도 배우자를 잘 만나려고 평소 행실에 신경 쓰고 돈 벌고 주변을 정돈한다. 짧은 순간의 선택으로 운명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준비 기간이 길고 평가 기간이 짧은 것뿐이다.

평소에 잘 하다가 평가 기간에 그 능력을 발휘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가? 그것으로 끝이다. 세상에 그렇지 않은 일이 있는가? 내가 알기로는 없다.

그러한 일들에 비한다면 수능은 오히려 나은 편이다. 기출문제도 있고, 학원도 있고, 평가원에서 난이도도 조정하고, 시험도 매년 본다. 평소에 하던 것보다 조금 잘 하기도 하고 조금 못 하기도 할 수는 있겠지만, 평소에 하던 것과 심각하게 차이가 나는 경우가 얼마나 빈번한지 의문이다. 그런데도 마치 수능 한방이라는 것이 러시안 룰렛이나 정선 카지노 같은 한방인 것처럼 말한다. 어른들이 그런다.

수능에도 문제점이 있다. 그렇지만 시험 한 번으로 인생이 좌우된다고 하는 것은 수능에 대한 적절한 비판이 아니다. 아이들이 힘들다고 찡찡거려도 사는 게 원래 그렇다고 해야 할 판인데, 배울 만큼 배우고 살 만큼 산 어른들이 중학생처럼 같이 찡찡거린다. 인생을 한두 해 산 것도 아닌데 왜들 그러는가 싶다.

(2018.11.02.)


초등학교 셔틀버스의 전원주택 진입로 출입을 막다

전원주택 진입로에 깔린 콘크리트를 거의 다 제거했다. 제거하지 못한 부분은 예전에 도시가스관을 묻으면서 새로 포장한 부분인데, 이 부분은 다른 부분보다 몇 배 두꺼워서 뜯어내지 못했다. 그 부분을 빼고는 내 사유지에 깔린 콘크리트를 모두 제거했다.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