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12
우정교회 부흥회
2019/01/08
주책 맞은 사람들의 동물 기르기
2019/01/06
외고 학생들의 황순원 문학 UCC 자문 요청
어느 외고 학생들에게서 메일 한 통을 받았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무슨 프로젝트에서 황순원을 연구하고 있는데 조언을 해줄 수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학생들은 황순원 『소나기』의 주요 장면을 UCC로 제작할 준비를 하며 황순원에 대한 여러 자료를 수집하다가 내가 블로그에 쓴 <황순원 문학에 대한 양자론적 해석>이라는 글을 읽고 연락하게 되었다고 했다.
나는 황순원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다만 망상을 써놓은 수준의 글이 정식 학술 논문으로 나와서 미친놈들 다 죽어라 하는 취지로 글을 쓴 것일 뿐이다.
학생들이 얼마나 답답했으면 나한테까지 연락을 했을까? 대학은 가야겠고, 헛짓거리 몇 개 한다고 대학을 가는 건 아니지만 남들만큼 헛짓거리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뭐라도 해야 하니 황순원 문학 가지고 UCC를 만든다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UCC라니. 나는 노무현 정권 이후로 UCC라는 말을 못 들어본 것 같다. 분명히 나보다 나이 많은 교사나 업체 사람의 머리에서 나온 것임에 틀림없다.
한국 학생들이 필요 이상으로 공부하는 것이 문제라면 어떻게 해야 학생들이 잘 쉬고 운동 좀 하고 고기 많이 먹고 미륵사지 같은 데 가서 석양 좀 보게 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어떤 미친놈들이 제도를 설계했는지 학생들에게 헛짓거리를 시켜서 학습 시간을 빼앗는 방식으로 학습 부담을 줄이고 있다. 그런데 이딴 식으로 헛짓거리를 시키면 학습 부담은 그대로이고 헛짓거리 부담만 늘어나는 건 아닌가? 이상한 입시제도 때문에 이래저래 학생들이 고생한다.
(2018.11.06.)
2019/01/05
화천이와 곶감
주말에 감을 땄다. 어머니는 감을 따려고 과일 따는 집게를 새로 사놓으셨다. 어머니는 2m 정도 되는 집게로 감을 집고 나는 4미터 정도 되는 가지 치는 도구로 감나무 가지를 잘랐다.
두 사람이 감을 따고 있을 때 화천이는 주위를 어슬렁거렸다. 안 놀아줘서 그런지 화천이는 뒤뜰에서 이유 없이 달렸다. 체구가 작아서 그렇지 뛰는 폼이 꼭 한 마리 표범 같았다. 타닥타닥 하고 땅바닥에 발을 딛는 소리가 들렸다. 전력질주로 몇 바퀴 돌더니 감나무 위로 올라가 웅크리고 앉았다. 내가 감나무 위쪽에 있는 감을 따려고 나무에 오르자 화천이가 발톱을 세우고 내가 낀 장갑을 뜯으려고 했다. 한참을 달래자 그제서야 화천이는 나무에서 내려갔다.
한참 뛰어서 힘들었는지 화천이는 꾸벅꾸벅 졸았다. 줄에 곶감이 매달리든 말든 화천이는 신경 쓰지 않았다.
(2018.11.05.)
2019/01/02
수능 인생 한방이 문제인가
시험 한 번으로 인생이 좌우된다면서 수능이 불공평하다고 하는 어른들이 있다. 인생 살만큼 산 어른들이 왜 그러한 사고방식을 가지는지 이해가 잘 안 간다.
내가 그렇게 오래 살아본 것은 아니지만, 살면서 정말 중요한 것은 단판에 승부가 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알고 있다. 사업체는 계약 한 번으로 운명이 좌우되기도 한다. 운동선수들은 몇 년에 한 번 열리는 대회에서 벌이는 몇 분 동안의 승부로 선수로서의 운명이 좌우된다. 큰 전투 한 번에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 배우자를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뒤바뀔 수도 있다. 어떤 투자를 하느냐에 따라 집안의 명운이 갈리기도 한다. 최종 면접에서 어떤 짓을 하느냐에 따라 취업 여부가 갈라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이 정선 카지노에서의 한방 같은 그러한 한방인가? 아니다. 사업체들은 중요한 계약 한 번을 따내려고 역량을 평소에 키우고, 운동선수들은 그러한 대회에서 잘 하려고 연습하고, 국가도 전투 한 번으로 망하지 않으려고 군대를 키우고 훈련시키고, 사람들도 배우자를 잘 만나려고 평소 행실에 신경 쓰고 돈 벌고 주변을 정돈한다. 짧은 순간의 선택으로 운명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준비 기간이 길고 평가 기간이 짧은 것뿐이다.
평소에 잘 하다가 평가 기간에 그 능력을 발휘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가? 그것으로 끝이다. 세상에 그렇지 않은 일이 있는가? 내가 알기로는 없다.
그러한 일들에 비한다면 수능은 오히려 나은 편이다. 기출문제도 있고, 학원도 있고, 평가원에서 난이도도 조정하고, 시험도 매년 본다. 평소에 하던 것보다 조금 잘 하기도 하고 조금 못 하기도 할 수는 있겠지만, 평소에 하던 것과 심각하게 차이가 나는 경우가 얼마나 빈번한지 의문이다. 그런데도 마치 수능 한방이라는 것이 러시안 룰렛이나 정선 카지노 같은 한방인 것처럼 말한다. 어른들이 그런다.
수능에도 문제점이 있다. 그렇지만 시험 한 번으로 인생이 좌우된다고 하는 것은 수능에 대한 적절한 비판이 아니다. 아이들이 힘들다고 찡찡거려도 사는 게 원래 그렇다고 해야 할 판인데, 배울 만큼 배우고 살 만큼 산 어른들이 중학생처럼 같이 찡찡거린다. 인생을 한두 해 산 것도 아닌데 왜들 그러는가 싶다.
(2018.11.02.)
초등학교 셔틀버스의 전원주택 진입로 출입을 막다
전원주택 진입로에 깔린 콘크리트를 거의 다 제거했다. 제거하지 못한 부분은 예전에 도시가스관을 묻으면서 새로 포장한 부분인데, 이 부분은 다른 부분보다 몇 배 두꺼워서 뜯어내지 못했다. 그 부분을 빼고는 내 사유지에 깔린 콘크리트를 모두 제거했다.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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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정소연 옮김 (궁리, 2007). ] [1] <런던 중앙 인공부화, 조건반사 양육소> 34층밖에 안 되는 나지막한 회색 건물 세계 정부의 표어: “공동체, 동일성, 안정” 선과 행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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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고구마>라는 웹툰을 보면서 위안을 얻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경쟁 사회에서 사람이 왜 피폐해지는지 잘 몰라서 그런 웹툰을 보며 위안받는 것이 아닐까 싶다. 꼭 인삼이어야만 행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구마도 충분히 행복할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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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면 되는 것이다> 짤은 『고우영 십팔사략』 10권 96쪽에 나온다. 후량-후당-후진-후한-후주-송으로 이어지는 5대 10국 시대에서 후한이 망할 때 풍도가 유빈을 죽인 일을 그린 것이다. 907년 주전충이 당을 멸망시키고 후량(後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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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잘 나간다는 생각이 들 때쯤이면 그에게 “문화 권력”이라는 수식어가 들러붙는다. “권력”이라는 건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킬 수 있는 힘”을 말하는데 “문화 권력”이라고 불리는 건 그냥 그 사람이 요새 잘 나간다는 말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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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쯤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바이러스학 교재를 약간 읽어본 적이 있다.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기 전까지 천연두 바이러스가 DNA 바이러스이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RNA 바이러스인 줄도 모르고 있었다. 그러니까 일반적인 상황이면 그 아르바이트는 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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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 아이디, 『기술철학』, 김성동 옮김 (철학과현실사, 1998) ] 40 기술을 비판하거나 찬양하기 전에 적어도 기술에 대한 암묵적인 선-이해가 있어야 함. 40 후설과 하이데거의 영향 42 상관관계들 자아(Ego) -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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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들은 뛰어다니고 장난치고 노는 동안, 화천이는 곁에서 새끼들을 지켜보고 있다. 바닥에 배를 깔고는 안 보는 척 고개를 돌리고 있지만, 새끼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화천이는 새끼들을 따라 같이 이동한다. 수시로 눈가를 핥아 눈곱을 떼어주고 젖을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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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에는 학위를 받으면 학위 논문을 제본해서 주변 사람에게 주는 풍습이 있다. 예전과 달리 오늘날에는 논문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공개되지만 여전히 학위 논문을 제본해서 나누어주는 풍습이 남아있다. 어떤 행동 유형이 관례로 자리 잡으면 그 자체로 관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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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기계공구상가 근처에서 아르바이트 할 일이 있었다. 아르바이트 하기 전에 저녁을 먹으려고 했는데 주변에 쇠 깎는 가계만 있고 식당이 없었다. 근처 가게 주인한테 중국집 위치를 물었다. 왼쪽으로 돌아가면 된다고 해서 나는 왼쪽으로 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