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퐁퐁남’이니 ‘결혼 설거지론’이니 하는 것들이 유행이라고 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또한 인터넷 염병짓 정도로 취급될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2000년대 중반에 유행했던 ‘된장녀’를 떠올려보자. 그 때는 물자절약운동을 벌이던 시대도 아니었고 고난의 행군을 하는 것도 아니었는데도, 밥값이 얼마인데 스타벅스 커피값이 얼마라는 둥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면서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고개를 빳빳이 들고 다닌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심지어, 남자들 술값이 낭비냐 여자들 커피값이 낭비냐 하며 싸우기도 했다. 누구나 점심 먹고 나서 스타벅스 커피를 빨고 있는 요즈음의 관점으로 본다면, 그 당시 한국 사회는 얼마나 미개했길래 그런 걸로 싸웠느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그게 불과 15년 전 일이다.
그러면 왜 이 시점에 퐁퐁남, 결혼 설거지론이 나오는가? 간단하다. 15년 전에 된장녀 같은 소리나 하던 대학생들이 나이 먹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애 낳고는 직장인이 되어 “나도 퐁퐁남이요~” 하는 것이다. 시기가 딱 들어맞지 않는가? 물론, 여기에 대한 연구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된장녀가 유행할 때 거기에 반대하던 사람들이 나이 먹고 맛이 가서 퐁퐁남 같은 소리를 할 가능성이 높겠는가, 아니면 어렸을 때부터 된장녀 된장녀 하며 거품 물고 다니던 사람들이 퐁퐁남 같은 소리를 할 가능성이 높겠는가?
나의 추측이 맞다면, 아마도 요새 나오는 퐁퐁남 타령이라는 것은, 마치 대약진운동 때 참새 잡으러 다니던 아이들이 10년 뒤 문화대혁명 때 사람 잡으러 다니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 링크: [동아일보] “나도 퐁퐁남이었다”... 남초 강타한 ‘설거지론’이 뭐기에
( 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11027/109936093/2 )
(2021.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