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점심에 어머니와 함께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었다. 집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명장>이라는 중국집에 갔다.
학부 수업 기말보고서를 채점하기 싫어서였을까? 술 한 잔 마시고 싶었다. 이과두주 한 병을 주문했다. 어머니는 운전해야 하기도 했고 원래 술 자체를 안 좋아하셔서 나만 술을 마셨다. 혼자 술을 마시면서 어머니가 술을 안 좋아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혼자서 한 병을 다 마시고 집에 돌아와서 기말보고서를 채점했다. 술을 그렇게 많이 마신 것이 아니므로 기말보고서 채점하는 데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으나, 혹시라도 점심 때의 음주가 채점에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저녁 때 맥주 두 병을 더 마셨다. 그렇게 채점의 공정성을 확보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운전 면허를 따고 18년 동안 운전을 안 해서 지금은 운전을 못 하지만, 운전 학원 같은 데 가서 연수를 받아 어떻게 운전을 하게 된다고 치자. 그런데 만약에 일요일 점심 같은 상황에 나도 술을 마시겠다고 하고, 미래에 있을지도 모를 부인도 술을 마시겠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머니가 천년만년 지금 같을 것도 아닐 텐데, 두 사람이 서로 술을 마시겠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자율주행자동차의 상용화가 예상보다 늦어지게 된다면? 그런데도 두 사람이 중국집에서 치킨게임을 한다면?
두 사람이 술을 마시고, 대리운전기사를 부르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러면 두 사람이 음식을 먹는 값만큼 대리운전비로 주어야 한다. 그럴 거면 그 돈으로 더 좋은 것을 사먹는 게 낫다. 그런데 술을 안 마신다면 그렇게 더 돈을 들여 좋은 것을 먹을 필요가 있는가?
그러한 상황에서 내가 기쁜 마음으로 자발적으로 술을 마시지 않는 경우가 어떤 것일까 생각해보았는데, 그게 어떤 상태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런데 만약에 그러한 마음이 든다면, 화딱지가 나는데 억지로 참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자발적으로 술을 안 마시고 기쁜 마음으로 탕수육만 씹어먹게 된다면, 아마도 그러한 상태는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감정 상태일지 모르겠다. 그런 마음이 든다면 아마도 부인을 매우 사랑하니까 그런 게 아닐까? 가능하다면, 그런 마음이 들게 만드는 사람하고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2022.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