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리해야 할 부동산 관련 문제가 세 건이 있다. 사실, 제때 처리했으면 별 것도 아닐 것인데, 몇 십 년을 묵히고 묵혀서 해결하기 어렵게 만들어 놓은 다음에야 내가 손을 대고 있다. 이번에는 아버지 혼자서 사고 친 것은 아니고,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합작품이다. 할아버지는 나 몰라라 하고, 아버지는 나도 몰라 하고, 뒤늦게 내가 손을 대면서 “이게 뭐야?”라고 하는 상황이다.
요새 처리하는 일은 증조할머니 명의로 된 땅을 상속받는 일이다. 조상 땅을 상속받는다니 그래도 좋은 일이 아니겠냐고 할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는데, 면적은 100평도 안 되고 공시지가도 3천만 원도 안 되는 땅이라서 경제적 가치는 거의 없다. 그런데도 왜 그 땅을 상속받아야 하느냐면, 그 땅으로 내가 잘 될 수는 없지만 그 땅으로 남이 안 되게 할 수 있는 땅이기 때문이다. 물류창고와의 승부에서 내가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것은 10년 전에 아버지가 땅의 가치도 모르고 자투리 땅을 팔려다가 실패해서 내 손에 있었기 때문인데, 이번에 상속받을 증조할머니의 땅도 그와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내가 그 땅을 가지고 있으면 그냥 가난하게 조용히 사는 것이고, 그 땅이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가면 동네가 난장판 날 수 있다.
증조할머니 명의로 된 땅의 존재를 최근에 알았으면 그런가 보다 하겠는데, 우리 집에서는 그 땅의 존재를 증조할머니가 살아계실 때부터 알았다. 그러면 왜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가? 그래서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증조할머니는 1975년에 돌아가셨고, 할아버지는 2005년에 돌아가셨는데, 지금은 2022년이고 그 땅은 증조할머니 명의로 되어 있다. 중간에 전쟁이 터진 것도 아니고 사고가 나서 사람이 죽은 것도 아니고, 왜 멀쩡히 자기 땅을 인지하면서도 상속을 안 해서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가? 그것도 왜 아버지와 아들이 둘 다 똑같이 그러는가? 내가 알기로 조상 땅 찾기와 관련한 특별조치법이 몇 번 있었는데, 왜 한 번도 증조할머니 땅의 명의를 돌리지 않았는가?
증조할머니 땅을 내가 바로 받을 수는 없고 일단 아버지를 거친 다음에 증여받아야 한다. 그런데 증조할머니에서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한 번 찍고 아버지가 상속받는 것이라서 상속대상자들이 몇 십 명이 된다. 이번 특별조치법 시행을 놓치면 조상 땅이 국가로 귀속될 수도 있다는 말이 돌았다. 담당 법무사는, 조상 땅 찾기를 여러 번 해봤지만 이번만큼 일이 복잡한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제때 처리했으면 수수료를 얼마 내지도 않았을 건데, 일을 심각하게 만들어서 없는 돈을 쥐어짜서 법무사비로 350만 원을 냈다. 몇 푼 안 되는 땅이라서 더 짜증났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담당 법무사를 통해 관련 서류를 시청에 내면, 시청에서는 상속대상자들에게 그와 관련된 이의신청을 두 달 동안 받는다. 상속대상자들 중 한 명이라고 이의신청을 하면 모든 절차는 중단되고 소송에 들어가든지 해야 하는데, 다행히 이의신청한 사람은 없었다. 서류를 접수하면 이의신청 받기까지 넉 달 정도 걸리고 이의신청을 두 달 동안 받아서, 서류 접수부터 약 여섯 달이 걸려야 조상 땅을 찾을 수 있다.
이의신청 기간이 끝나자 시청 토지정보과에서 전화가 왔다. 확인서를 받아가라는 것이었다. 시청에서 확인서를 받고 세정과에서 취득세를 낸 다음, 등기소에 가서 등기해야 상속이 끝난다.
토지정보과는 시청에 있다. 시청은 시의 서쪽 끝에 있다. 나는 면허만 있고 운전을 못 하는 데다 어머니도 근무라서 버스를 타고 시청으로 갔다. 내가 사는 곳은 교통이 불편해서, 자동차로 가면 40분 정도면 가는 길을 버스로 가면 두 시간이 넘게 걸린다. 그렇게 어제 시청에서 일을 보니 오가는 데만 다섯 시간 정도가 걸렸다.
오늘은 세정2과에서 취득세 증명서를 받고 은행에서 취득세를 낸 다음 등기소에 가서 서류를 제출할 예정이었다. 아침 일찍 가려고 했는데 마침 학과 개강모임이 있어서 온라인으로 참석하니 낮 12시가 되었다. 세정2과에 바로 가면 점심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집에서 버드나무 심는 일을 하고 세정2과로 갔다.
버드나무를 심은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내 땅의 흙이 안 쓸려가게 하기 위해서이고, 다른 하나는 옆집 논에 성토한 흙이 쓸려간 상황에서 옆집 사람들이 더 약이 오르게 하기 위해서다. 어차피 내 땅에 심는 거라서 약이 올라도 어떻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버드나무를 따로 구입한 것은 아니고, 동네의 어떤 아저씨가 2년 전쯤에 포크래인으로 버드나무를 캐서 근처에 버려둔 것을 주워왔다. 버드나무가 얼마나 생명력이 끈질긴지 제대로 심지도 않았는데도 죽지도 않고 누워서 2년을 살았다. 그걸 주워서 200미터 정도 끌고 와서 심었다. 나무를 주워와서 옮겨심는 데까지 한 시간 정도 걸렸다.
그렇게 나무를 옮겨심고 세정2과로 갔다. 당연히 버스를 타고 갔다. 시청에 토지정보과하고 세정2과가 같이 있으면 한 방에 일을 다 끝낼 건데, 세정2과는 종합경기장에 있었다. 종합경기장에 시청 부서들이 왜 있는지 모르겠는데, 이 놈의 부서들을 한 곳에 모아놓은 것도 아니고 죄다 흩어놔서 찾기 힘들었다. 부서 하나를 찾으려고 경기장 한 바퀴를 거의 다 돌았고 위치를 세 번 물어봤다.
세정2과에서 취득세 확인서를 받고 은행에서 취득세를 납부하고 영수증을 받아 등기소로 갔다. 등기소는 시의 맨 동쪽 끝에 있다. 토지정보과는 시의 맨 서쪽에 있고, 세정2과는 시의 가운데에 있고, 등기소는 시의 맨 동쪽 끝에 있다. 왜 이렇게 찢어놓은 것인가? 핵 전쟁에 대비하나? 내가 10년 전에 내 손으로 증여 절차를 밟아본 적이 있는데, 그 때도 버스를 타고 시의 서쪽 끝부터 동쪽 끝까지 다녔다. 우리집은 시의 남쪽 끝에 있다. 그 때도 운전면허만 있고 운전을 못 해서 뒤지게 고생하고 운전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후로 딱히 운전할 일이 없어서 안 하다가 다시 10년 전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일단은 버스 타고 다녀야지.
그렇게 버스를 타고 두 시간이 걸려서 등기소에 도착했다. 그런데 등기소에서 서류 미비로 한 번 더 오라고 했다. 내일은 다른 부동산과 관련된 일을 처리해야 하니, 등기소에는 다음 주에 갈 생각이다.
도대체 이틀 동안 시내버스를 몇 시간 동안 탄 것인가? 웬만하면 빠른 시일 내에 운전을 배워야겠다.
(2022.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