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07

[과학철학] Kitcher (1989), “Explanatory unification and the causal structure of the world” 요약 정리 (미완성)



[ Philip Kitcher (1989), “Explanatory unification and the causal structure of the world”, in P. Kitcher and W. Salmon (eds.)(1989), Scientific Explanation: Minnesota Studies in the Philosophy of Science XIII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pp. 410-505. ]

1. Introduction

1.1. Hempel’s Accounts

1.2. Hempel’s Problems

2. The Pragmatics of Explanation

2.1. Van Fraassen’s Pragmatics

2.2. Why Pragmatics Is Not Enough

2.3. Possible Goals for a Theory of Explanation

3. Explanation as Delineation of Causes

3.1. Causal Why-Questions and Causal Explanations

3.2. Are There Noncausal Explanations of Singular Propositions?

3.3. Causal Explanation and Theoretical Explanation

4. Explanation as Unification

4.1. The Ideal of Unification

4.2. Argument Patterns

4.3. Systematization of Belief

4.4. Why-Questions Revisited

4.5. Explanatory Unification and Causal Dependence

4.6. Unification and Theoretical Explanation

4.6.1. Classical Genetics

4.6.2. Darwinian Evolutionary Theory

4.6.3. The Theory of the Chemical Bond

4.6.4. Conclusions from the Examples

5. A Defense of Deductive Chauvinism

5.1. The Objection from Quantum Mechanics

5.2. The Idealization of Macro-Phenomena

5.3. Further Sources of Indeterminism?

5.4. Two Popular Examples

5.5. Explanation and Responsibility

6. Epistemological Difficulties for the Causal Approach

6.1. Hume’s Ghost

6.2. Causal Processes and Causal Interactions

6.2.1. Some Problems about Processes

6.2.2. Troubles with Interactions

6.3. Causation and Counterfactuals

6.4. Justifying Counterfactuals

6.5. Changing the Epistemological Framework

7. Comparative Unification

7.1. Comparative Unification without Change of Belief

7.2. The Possibility of Gerrymandering

7.3. Asymmetry and Irrelevance

7.3.1. The “Hexed” Salt

7.3.2. Towers and Shadows

7.3.3. When Shadows Cross

7.4. Comparative Unification and Scientific Change

8. Metaphysical Issues

8.1. Correct Explanation

8.2. “What If the World Isn’t Unified?”

8.3. Correct Explanation Again

8.4. Conclusions

1. Introduction

1.1. Hempel’s Accounts

1.2. Hempel’s Problems

2. The Pragmatics of Explanation

2.1. Van Fraassen’s Pragmatics

2.2. Why Pragmatics Is Not Enough

2.3. Possible Goals for a Theory of Explanation

3. Explanation as Delineation of Causes

3.1. Causal Why-Questions and Causal Explanations

3.2. Are There Noncausal Explanations of Singular Propositions?

3.3. Causal Explanation and Theoretical Explanation

4. Explanation as Unification

4.1. The Ideal of Unification

4.2. Argument Patterns

4.3. Systematization of Belief

4.4. Why-Questions Revisited

4.5. Explanatory Unification and Causal Dependence

4.6. Unification and Theoretical Explanation

4.6.1. Classical Genetics

4.6.2. Darwinian Evolutionary Theory

4.6.3. The Theory of the Chemical Bond

4.6.4. Conclusions from the Examples

5. A Defense of Deductive Chauvinism

5.1. The Objection from Quantum Mechanics

5.2. The Idealization of Macro-Phenomena

5.3. Further Sources of Indeterminism?

5.4. Two Popular Examples

5.5. Explanation and Responsibility

6. Epistemological Difficulties for the Causal Approach

6.1. Hume’s Ghost

460

인과에 대한 흄의 문제를 통해 전통적 논리실증주의자들의 인과 개념에 대한 일반적 문제의 원인을 찾을 수 있음.

460

인과에 대한 분석은 인과적 판단을 정당화하는 데 따르는 어려움에서 출발함.

우리가 과학의 진행중인 분야에서 인과적 전통을 배운다면, 우리가 단순히 인과관계를 관찰한다고 주장하기 쉬움.

그러나 인과를 관찰한다는 발상은 그럴듯하지 않음.

그러므로 특정 조건을 관찰하고 관찰을 전제로 삼는 것으로부터 인과적 주장을 추론함으로써 우리가 인과적 판단을 정당화하게 된다는 입장이 생겨남.

인과를 관찰은 쉽지 않기 때문에 인과적 관계를 규정짓는 특정 조건들에 대한 관찰을 그 기준으로 삼게 된다.

인과 관계의 필요충분조건을 제공하고, 관찰적으로 확인가능한(ascertainable) 개념만을 전개하여 인과 관계의 인식론적 불가사의를 해소하는 방식으로 그러한 필요충분조건을 형식화하는 프로젝트에 도달함.

6.2. Causal Processes and Causal Interactions

461

새먼은 전통적 경험주의자들은 잘못된 인과적 개념에서 출발했다고 생각했고, 우리가 사건들 간의 인과적 연결 대신 인과적 과정과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춘다면, 우리가 인과적 주장들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명확하게 하기 위해 형식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음.

세계의 인과적 구조를 이해하는 것은 두 사건의 관계를 특정화하려는 시도와 같으며, 이러한 시도 중 가장 단순한 형태는 선행 지점 (c)에서의 상호작용과 후속 지점 (e)의 상호작용을 연결하는 인과적 과정임.

우리가 인과적 상호작용과 인과적 과정만을 분석할 수 있다면, 우리는 최소한 인과적 연결의 핵심 사례들을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음.

461

두 사건이 인과적으로 관련이 있다는 것은 인과적 연결성이 존재한다는 것

인과적 연결성은 인과적 과정이 존재하고 양쪽 끝에서 인과적 상호작용을 잡아주는/종료해주는 연속된 시공간성에 있다. 인과적 과정의 연결은 그 수가 많기 때문에, 인과적 과정이 아닌 경우를 배제하는 방법을 통해 인과적 과정을 구별해냄.

462

연속한 시공간적 경로에는

(1) 정보를 전달하는 인과적 과정

(2) 정보를 전달할 수 없지만 그럴듯해 보이는 사이비과정

(3) 어떤 과정으로도 유도되지 못한 시공간적 잡동사니

462

새먼은 라이헨바흐의 이론을 발전시켜 진정한 인과 과정과 사이비 과정을 구분하는 기준을 통해 인과적 과정 구분의 문제점을 공격함.

새먼이 내린 인과적 과정(CP)의 정의는 진정한 인과 과정은 표지될 수 있는 정보를 전달하지만 사이비 과정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함축함.

그러나 실제로 모든 인과적 과정이 표지될 수 있는 것은 아님.

따라서 어떤 연속된 시공간적 경로도 표지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차후의 상호작용을 금지하는 조항이 필요함.

6.2.1. Some Problems about Processes

463-464

인과적 과정은 인과적 상호작용을 전제함.

인과적 과정의 정의를 살펴보았을 때 네 가지 문제점을 지님.

(a) 사이비 표지의 문제

사이비 과정도 진정한 인과 과정이 진정한 표지를 전달하는 것처럼 사이비 과정도 표지를 전달할 수 있음.

(b) 파생적 표지의 문제

진정한 인과적 과정(팔을 내밀어 깃발을 잡음)에서 발생한 표지의 변형이 사이비 인과적 과정(팔의 그림자)에서도 동일하게 존재함.

상호작용이 더 이상 없이도 사이비 인과적 과정에서의 이러한 변형된 표지가 지속됨.

(c) 차후 상호작용의 부재 문제

실질적으로 모든 과정이 다른 과정과 상호작용을 하고 그 결과 수많은 교차점들이 존재하는데 인과적 과정들은 이러한 과정들의 일부를 차지함.

(d) 우연한 유지의 문제

사이비 과정의 표지가 차후의 방해요소 없이 우연히 자연스럽게 전달, 지속됨.

6.2.2. Troubles with Interactions

464

(a)와 (b)에 관한 분명한 제안은, “표기”되기로 한 과정과 상호작용이 없다는 것.

새먼의 인과적 관계 정의에서 부적절하거나 간접적인 상호작용에 의한 문제

표기하는 과정이 표기되기로 한 과정과 상호작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예 (a), (b)로부터 (CP)를 구조할 수 있음.

464

이러한 단순한 반응도 문제임.

수많은 공간상의 교차점이 있지만 어느 것도 표지과정으로 간주될 수 없다는 (c)를 통해 생각해 볼 수 있음.

(a)에서 일어나는 시공간적 교차점이 적절한 표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와 (b)에서의 간접적 상호작용이 부적절한 이유가 필수적으로 설명되어야 함.

464-465

새먼의 인과적 관계 정의가 구조되어야 한다면, 인과적 상호작용에 대한 제약이 (a)와 (b)에서와 같은 사이비표지나 파생적 표지를 막아주는 결과를 가져와야 함.

새먼의 인과적 상호작용의 특징을 살펴보면,

(CI) P₁과 P₂를 양쪽의 역사에 속한 시공간 지점 S에서 서로 교차하는 두 과정이라고 하자. 이때 P₁이 P₂와의 교차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과정 P₁이 한 간격(P₁의 역사에서 S의 양쪽 면에 하부 간격을 포함하여)동안 보였을 특성을 Q라고 하자. P₁과의 교차가 발생하지 않은 P₂ 과정이 한 간격(P₂의 역사에서 S의 양쪽 면에 하부 간격을 포함하여) 보였을 특성을 R이라고 하자. 그러면 S에서의 P₁과 P₂의 교차는 다음이 성립할 경우 인과적 상호작용을 구성한다.

(1) P₁이 S 이전에는 Q를 보였다가 S 직후의 한 간격 동안 변형된 특성 Q′을 보여준다.

(2) P₂가 S 이전에는 R을 보여 주다가 S 직후의 한 간격 동안에는 변형된 특성 R′을 보여준다.

465

인과적 상호작용(CI)은 몇몇 Q와 R과 같은 특징들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야만 함. 왜냐하면 인과적 상호작용이 어떤 과정이 다르게 유지했을 모든 특성들을 수정한다고 제안하는 것은 명백히 가망없기 때문임.

과정 P₁과 P₂가 사이비 과정이라면 어떤 경우에도 이러한 조건들을 만족할 수 없음.

우리가 이끌어내기 원하는 것은 인과적 과정과 다른 시공간 선을 구분하는 것이므로, (CI)의 인과적 과정 개념에 호소할 수 없음.

465

사례 (a)에서, 차가 벽을 긁었을 때 그림자와 상호작용하는 명백한 과정이 부재하더라도, 동시에 그림자와 교차하는 무수히 많은 시공간적 경우의 수가 있음.

키처는 다음과 같은 반례를 되살리는 전략을 그림.

구체적으로 차가 벽을 긁었을 때 그림자가 벽에 난 돌에 닿았다고 한다면 이것은 차가 그만큼 벽에 가까웠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줌

즉, 차가 벽을 긁지 않았다면 그림자가 벽의 돌에 닿았을 리가 없는데 이 둘이 같은 교차점을 기점으로 변형된 특징들인 것

결론적으로 이 반례는 사이비 표지임에도 불구하고 새먼의 인과적 상호관계 정의와 조건을 만족함을 보여줌

466

또 다른 문제는 새먼의 설명모형이 반사실적 조건에 상당히 의존적이라는 점

P₂와의 교차가 없다면 P₁의 Q가 그대로 유지되었을 지의 여부는 어떻게 과정들이 선택되었느냐에 따라 다름

P₁의 실체가 해당 시공간적 지점에서의 존재를 구성한다면 사후가정의 선행사건이 합리적으로 말이 되기 어려움

따라서 P₁의 실체가 해당하는 시공간적 지점과 별도로 식별 가능해야 한다는 부가적 조건이 제시되어야 함

466-467

또 다른 방법은 표지로서의 특성에 어떤 제한을 두는 것

굿맨에 따르면 진정한 특성을 구분해내는 점은 대단히 어렵기 때문

그러나 굳맨의 해결책을 따르는 것은 인과성의 인식론에 대한 대안적 접근법으로서 새로운 수수께끼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음

468

새먼의 인과성과 세계와의 연결 시도에서 더 이상의 상호작용 없이 표지가 유지된다는 주장이 옳은지의 여부를 생각해봤을 때 완벽하게 일반적인 조건을 구별해내는 뚜렷한 기준은 없어보임

인과성의 인식론에 대한 다른 문제는 모든 환경적 종류가 적절해야 한다는 것

특정한 상황이 주어져 변형이 어느 정도 지속된다고 해도 변형에 해당하는 시간 간격이 종료되면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이 안정적/일반적임

중요한 점은 교차점의 특징을 통한 설명은 우리의 믿음이 설명적 전체(explanatory store) 내에서 형성되고 획득되기 때문에 실패하는 전략이라는 것

따라서 새먼의 국소적 원칙에 어긋날지라도 설명이 전역적으로 적용되는 설명적 패턴의 문제라는 점은 문제의 원인을 밝혀줌

468-469

정확히 말해 거시적 과정은 거시적 대상의 특성들은 차후의 상호작용에 의해 유지되기 때문에 새먼의 조건들에 부합하지 않음.

더 나아가 과정들의 특징이 차후의 상호작용에 의해 변형되는 일련에 연속과정에 따라 표지된 과정이 차후의 상호작용에 의해 표지의 지속적인 변형의 변형을 일으킴.

이것은 연쇄적 사후가정의 수용을 의미하며 반-사실적 조건에의 상당한 의존을 가져옴.

469-470

새먼의 설명이론의 세 가지 문제점

문제(1): 원치 않는 특징들의 존재로 인한 다른 연속적 시공간적 경로로부터 진정한 인과적 과정을 구분해내는 문제와 단지 교차점으로부터 진정한 인과적 상호과정을 구분하는 문제

문제(2): 사이비 과정의 표지가 관성적으로 활용되면서 우연히 1번의 구분문제를 일으키는 문제

문제(3): 오직 이상적/기초적 인과적 과정에만 적용 가능한 새먼의 조건들

인과적 지식이란 과학적 전통에 의해 남겨진 이론적 세계상의 흡수에 기초한 것이며, 거시적 인과 과정은 무수한 반-사실적 조건에만 의존함.

6.3. Causation and Counterfactuals

470-

두 사건의 인과적 관계를 보여주는 조건을 상세화하는 과정에서 '올바른/적절한' 인과적 과정과 '올바른' 인과적 상호작용을 기술해야만 하는 점에서 어려움이 발생함

그러나 상호작용과 과정의 특정 구조의 존재여부가 사건의 인과성에는 중요하지 않음

설명 조건의 상세화에는 초기 상호작용이 최종 상호작용의 특징 변형을 생성한다는 점을 보여야한다/중요함

따라서 반사실적 조건의 개념을 인과적 과정과 상호작용의 개념을 특징짓는 데 뿐만 아니라 특정 사건에 적절한 인과적 과정과 상호작용을 선별하는 데에 활용해야 함

뉴턴 과학과 공상과학에서의 시간여행의 사례를 통해 인과성이 인과적 과정과 상호작용 없이 반사실 조건만을 통해서도 얻어질 수 있음

그보다 중요한 점은 반사실 조건의 진실여부인 것 같음

6.4. Justifying Counterfactuals

473-

새먼은 사람들이 통제실험 방법을 통해 반사실 조건을 정당화한다고 함

반-사실적 조건은 전건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요인을 고려할 수 없다는 단점 때문에 반사실 조건을 사용하는 주체는 전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있어 선택적 태도를 취해야 함

세 가지의 당구공 충돌실험을 통해 통제군과 실험군 간에 취하는 동질적 조건과 이질적 조건을 비교해보고 이러한 동질성과 이질성에는 일종의 교환거래관계가 성립함

사후가정의 정당화 이론은 이러한 조건의 동질성과 이질성 간의 교환거래관계에 대한 설명이 전제되어야 함

실질적인 과학실험에서 이러한 조건의 취사선택문제는 실험자의 인과적 지식에 바탕을 둠

인과적 지식을 기반으로 잠재적으로 인과적 적절성을 갖춘 특성을 골라내는 것

이것은 새먼이 주장한대로 이미 존재하는 인과적 지식을 활용하여 실험을 설계한다는 주장과 일치함

새먼이 과학적 설명에 인과 관계를 들여오는 것은 설명의 비대칭성을 해결하기 위해서임

이를 위해 새먼이 시도하였던 작업은 진정한 인과적 과정(자동차)과 사이비 인과적 과정(그림자)을 구분하려고 했던 것

하지만 키처가 보여주었듯이, 새먼이 제시한 그 구분이 가능하지 않고, 또한 그가 제시한 인과적 상호작용이 오직 반사실적 조건에만 의지한다면, 과연 과학적 설명에 인과관계를 들여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가 인과 관계를 설명에 들여오는 이유는 반 프라센이 보여주었던 과학적 설명에서의 인식적 상대성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는데, 여전히 인과 관계가 반-사실적 조건에 의지하여 상대성을 보여준다면, 설명에 인과관계를 들여와야 근거가 없는 듯 보임

새먼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과 관계가 반-사실적 조건에 의존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하던가, 그렇지 않다면 설명에 인과 관계를 도입하는 것을 포기해야 할 것으로 보임

6.5. Changing the Epistemological Framework

7. Comparative Unification

7.1. Comparative Unification without Change of Belief

7.2. The Possibility of Gerrymandering

7.3. Asymmetry and Irrelevance

7.3.1. The “Hexed” Salt

7.3.2. Towers and Shadows

7.3.3. When Shadows Cross

7.4. Comparative Unification and Scientific Change

8. Metaphysical Issues

8.1. Correct Explanation

8.2. “What If the World Isn’t Unified?”

8.3. Correct Explanation Again

8.4. Conclusions

(2023.03.29.)


2022/10/06

대학에 왜 철학과가 있어야 하는가?



대학에 왜 철학과가 있어야 하는가? 국가, 대학, 개인, 이렇게 세 가지 차원에서 그 필요성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는 철학과가 있는 것이 좋다. 모든 대학에 철학과가 있을 필요는 없겠지만 그럴법한 대학에는 철학과가 있어야 한다. 산업이든 학문이든 유기적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고도화되려면 그 분야의 모든 하위분과가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가령, 물리학에서 발생한 철학적 쟁점에 대해 물리학자들이 논의한다고 해보자. 물리학자들끼리 철학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보다는 물리학의 철학을 연구하는 사람과 협업하는 것이 여러모로 나을 것이다. 물리학자들이 다들 천재라서 철학책을 읽고 척척 다 이해하더라도 물리철학 전공자가 따로 있는 편이 낫다. 분업의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물리철학 연구자는 어디에서 나오나? 제일 간단한 방법은 물리학과 학부생을 꼬셔서 유학 보내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하면 그 학부생이 외국에서 훌륭한 학자가 된다고 한들 한국에 안 돌아온다. 한국에 돌아와서 혼자 뭘 할 것인가? 같이 연구할 동료가 있어야 하고, 수업을 개설할 학과가 있어야 한다. 물리철학을 하다 보면 과학철학의 다른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도 필요할 것이고, 형이상학도 관련되니까 형이상학 연구자도 있어야 하고, 그러자면 고대철학부터 근세철학까지 다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국가적으로는 철학과 풀 세트가 있어야 한다. 철학과가 없어진다고 해서 당장 아쉬울 일은 없겠지만, 철학과를 다 없애고 나서 아쉬울 때 다시 만들려고 하면 몇 십 년은 걸릴 것이다. 철학이 모든 학문의 근본이라는 말을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이해하고 쓰는지는 모르겠는데, 하여간 철학이 학문의 근본까지는 아니어도 반도체 산업의 불화수소나 자동차 산업의 볼 베어링 정도는 될 것이다.

대학에서 인문학은 일종의 사치품 같은 것이어서 형편이 어려워지면 처분해야 한다.(소스타인 베블런은 『유한계급론』 14장에서 대학의 과시적 소비를 다루는데 그 사례로 연고전 같은 사립대학들의 운동경기와 인문학 등을 제시한다.) 사실, 사치품보다도 못한 것이, 사치품은 비싼 값에 팔 수라도 있지, 인문대학은 팔 수도 없다. IMF 구제금융 받을 때 재벌들이 빅딜했던 것처럼 대학들끼리 빅딜을 할 수도 없다. 그래서 그냥 없애는 것이다.

솔직히 개인에게 철학과를 다니는 것이 무슨 효용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철학 교수가 된 사람들 말고, 그냥저냥 철학과를 다니는 학부생들에게 도대체 철학과를 다니는 것이 무슨 효용이 있을까? 잠시 생각해보았는데,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원래부터 똑똑하게 태어나서 큰 어려움 없이 변호사가 될 학생에게는 학부 때 철학과를 다니는 것도 괜찮은 선택일 수도 있겠다. 법률을 40년 들여다보나 44년 들여다보나 그게 그것이니 학부 때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것도 괜찮을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게다가, 철학과를 다닌다고 해서 철학적 능력이 유의미하게 향상되는 것도 아니다. 웬만한 철학과의 학부생이 철학 교수가 될 확률보다 서울대 물리학과 학부생이 철학 교수가 될 확률이 훨씬 높다. 그렇다고 철학과를 다닌다고 해서 개인의 덕성이 함양되는 것도 아니며, 사회적 비판의식을 갖춘 성숙한 지성인이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전해 듣기로, 내가 다니던 학교 앞에 있던 <지오>라는 술집은 철학과 학생들의 외상값 때문에 망했다고 한다.

물론, 철학이나 철학과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나 근거 없는 호감 같은 것이 철학과의 존속 이유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철학과가 있다는 것은 전공 수업이 개설된다는 것이고 졸업생이 일정 수준 이상의 학문적 역량을 갖추게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얄팍한 낭만 따위는 부실한 교양수업만으로도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다. 직장인들끼리 아무 책이나 읽고 아무 말이나 하는 책 읽기 모임 같은 것은 천지사방에 널려있다. 그러니 철학과 폐과에 대한 심리적 공허감 같은 것은 철학과 존속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오히려 철학과 졸업생들의 얄팍한 감상은 학과 구조조정의 근거가 될 수도 있다. 어느 학교에서 경제학과가 없어져서 계량경제학 수업이 없어질 판인데, 학부 때 경제학과 다녔다는 사람들이 자기가 넣고 있는 펀드 이야기나 한다든지, 비트코인 이야기나 한다든지, 청약통장 이야기나 하면서 경제학의 가치 같은 소리를 떠들고 다닌다고 해보자. 이는 해당 경제학과가 이미 옛날에 망했거나 애초부터 학과로서 기능한 적이 없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이용될 것이다. 있으나 마나 한 학과를 없앤다고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경제학과를 없애고 <생활 속의 경제 이야기> 같은 식의 교양수업만 남겨도 아무도 문제 삼기 어려울 것이다.

내가 보기에, 철학과를 비롯한 인문대학 학과들의 존속을 주장할 때 제일 먼저 내세워야 하는 것은 국가적 차원의 필요성이고, 그 다음이 대학 차원의 필요성이고, 웬만하면 하지 말아야 할 것이 개인 차원의 얄팍한 감상인데, 오히려 노출되는 빈도로 보면 정반대인 것 같다. 철학과 졸업생들이 얄팍하게 낭만을 떨수록 학부 전공으로서의 철학이 별 의미 없다는 것만 보여주는데, 그런 마당에 인문학의 가치를 말하는 것이 무슨 소용인지 모르겠다.

(2022.08.06.)


2022/10/05

[외국 음악] 사카모토 류이치 (Ryuichi Sakamoto)

Ryuichi Sakamoto - Merry Christmas Mr. Lawrence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 배경음악]

( www.youtube.com/watch?v=1OZDaRhHHyM )

Ryuichi Sakamoto - Rain [영화 <마지막 황제> 배경음악]

( www.youtube.com/watch?v=PY5LQQlvWLE )

Ryuichi Sakamoto - Self Portrait

( www.youtube.com/watch?v=-2OyL6EA5Sc )

Ryuichi Sakamoto - The Other Side of Love

( www.youtube.com/watch?v=cKHx_Wl_ARI )

Ryuichi Sakamoto - Aqua

( www.youtube.com/watch?v=dqfLH0opCPk )

(2022.10.11.)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예언한 알라딘 독자 구매평 성지순례

졸업하게 해주세요. 교수되게 해주세요. 결혼하게 해주세요. ​ ​ ​ ​ ​ * 링크: [알라딘] 흰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소설 ( 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4322034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