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19

시청 허가부서의 위법 사항이 발견되지 않는다니



내가 도청 감사관실에 민원을 넣은 것은 10월 17일(일)이었다. 민원을 넣을 때마다 관련 기관으로 항상 도청을 지목했지만 항상 시청으로 이첩되는 것을 보면서, 도청 감사관실이 시청을 뒤집게 만들려면 어설프게 감사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결정적 한 방이 나올 때까지 자료를 모으고 분석한 다음 한 번에 터뜨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개발행위허가서를 승인한 당시 허가민원2과 공무원을 잡아야 하는데, 이미 2년 전 시청 감사관실에서는 감사 결과 위법 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통보했다. 말도 안 되는 허가인데도 위법 사항이 없다니 시청 감사관실을 믿을 수 없었다. 나는 담당 공무원을 잡으려면 도청 감사관실을 움직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정도면 도청 감사관실에서 시청을 뒤집을 수밖에 없겠다는 확신이 든 것은 올해 10월이었다. 민원에서 도청 감사관실을 지목하고 감사를 요청했다.

도청 감사관실에서 연락이 온 것은 민원을 넣은 지 한 달 정도 지난 11월 15일(월)이었다. 감사관실 주무관은 한 달 동안 감사를 진행했는데 특별한 위법 사항이 나온 것이 없다고 말했다. 30분 넘게 통화하면서 보니, 감사관실에서 내가 지적한 사항을 다 살펴보았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도 위법 사항을 못 찾았다는 것이다. 잘못된 일은 있는데 잘못한 사람은 없다니. 도청 감사관실에서 봐도 뭔가 이상해 보였는지, 주무관은 조금 더 조사해야 할 것 같으니 답변 연장을 양해해달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 2주 후인 11월 29일(월)에 민원 답변을 받았다. 약 한 달 반 동안 시청과 한국농어촌공사를 조사한 결과는 허가 과정에서의 위법 사항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메일로 민원 답변을 받은 다음 날인 11월 30일(화)에 도청 감사관실 주무관의 전화를 받았다. 그 때도 30분 정도 통화했던 것 같다. 주무관은 민원 답변 내용을 친절히 설명했다. 도청 감사관실에서는 2주 동안 더 뒤지고도 위법 사항을 발견하지 못했으며 경미한 위반 사항이 있음을 한국농어촌공사에 통보했다고 한다. 내가 들어봐도 경미한 사항이었다. 탈탈 털어서 나온 것이 고작 그 정도 경미한 것이라니. 주무관의 설명을 듣고 나는 두 가지를 알 수 있었다. 하나는 내가 애초에 세웠던 가설이 거의 다 맞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렇지만 인허가 과정에 위법 사항은 없다는 것이었다. 감사관실 주무관의 말을 들으니 납득이 되었다. 3년 전에 담당자인 시청 허가민원2과 박◯◯ 주무관이 나의 어머니에게 “억울하면 행정소송을 하시라”고 했던 것이 괜한 허세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니, 그런데 박◯◯ 그 새끼는 왜 그렇게 싸가지 없게 말했지?

건설업체가 우리집 사유지를 침범하고 흄관을 묻어서 난리가 났을 때, 내가 제시한 가설은 물류창고 우수관(빗물관)이라고 주장하는 흄관이 사실은 하수도관이라는 것이었다. 물류창고 부지에서 불과 몇 십 미터 떨어진 곳에 연립주택이 완공되고도 미분양인 것은 하수도가 없어서다. 물류창고의 우수관은 연립주택의 하수도관이 될 것이며, 물류창고는 몇 년 뒤 적절한 시점에 주택단지로 바뀔 것이고, 새로운 주택단지의 생활하수도 물류창고 우수관으로 흐르게 되리라는 것이 나의 분석이었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았느냐? 난리가 난 다음 날 집에 와서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보니 딱 보였다. 도청 감사관실의 감사 결과 나의 분석은 거의 다 맞았음이 드러났다. 분석이 다 맞은 것이 아니라 거의 다 맞은 것은, 물류창고가 주택단지로 바뀌는 것이 미래의 일이라서 아직 실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나의 분석이 거의 다 맞았는데 왜 위법 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는가? 하나씩 살펴보면, 분하지만 납득할 수밖에 없다.

건설업체는 왜 창고부지 근처의 자연배수로를 이용하지 않고 우수관을 굳이 농로에 길게 매설하려고 했는가? 자연배수로를 사용할 수 없는 기술적인 문제가 있는가? 여기에 대한 답변은, 관련부서 협의(2018년 4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2018년 7월), 소규모 환경영향 평가 협의(2018년 11월)를 거쳐 개발행위허가(2019년 2월)가 처리되기까지 위법 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술적 문제고 뭐고 간에 그렇게 해도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해당 사안을 평가하고 심의하는 사람들이, 창고부지를 주택단지로 전용하려고 저런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평생 백수로 산 나도 한눈에 알아보는 것을 그들이 몰랐겠는가? 물류창고라고 들어오지만 몇 년 후에 주택단지로 바뀌리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고, 우수관이라고 파묻는 것이 사실은 하수관이라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동네가 난장판 난다는 것도 그들은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래서 거기에 위법 사항이 있느냐? 없다. 농지보존지역도 아니고 계획개발지역이니 법적인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시청은 농로 한가운데에 개거수로를 설치하는 것을 왜 허가했는가? 개거수로 위에 콘크리트 덮개를 덮는 방법은 파손의 우려 때문에 1990년대 이후에 거의 쓰지 않는데, 시청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몰랐는가? 여기에 대한 답변은, 개거수로 설치가 위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건 나도 안다. 나도 아는데 이걸 실마리로 해서 뭔가를 잡아내라는 것이었는데 결국 못 잡아냈다.

개거수로든 흄관이든 선택사항이지 법으로 규정된 것이 아니다. 또한, 묻을 때 어느 정도 면적이 필요하다는 규정 자체가 없다. 맞다. 흄관을 1미터 깊이로 묻을지 2미터 깊이로 묻을지 모르니까 흄관을 묻을 때 폭 몇 미터를 확보해야 한다는 규정 자체를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개거수로 설치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만 가지고는 위법 사항이라고 할 수 없다.

시청은 연립주택의 배수계획 시 그 일대의 환경 문제를 고려했는가? 여기에 대한 답변은, 고려했고 위법 사항이 없다는 것이다. 해당 연립주택은 「하수도법」에 따라 개인하수처리시설을 설치하고 준공검사를 받았다고 한다. 또한, 연립주택에서 배출되는 오수는 최종적으로 한국농어촌공사가 확보한 배수로로 유입되며, 이러한 모든 사실은 이미 한국농어촌공사와 협의되었다고 한다. 그 배수로가 바로, 물류창고 우수관이다. 허가민원2과 박◯◯ 주무관은 이 모든 사실을 알고도, 내가 우수관이 하수관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할 때도 답변을 거부했고, 항의하는 나의 어머니에게는 “억울하면 행정소송을 하시라”고 했던 것이다.






「하수도법」에 따라 설치한, 연립주택의 개인하수처리시설은 우리가 흔히 아는 정화조이다. 농업용수 적합 기준이 4급수이므로 정화조를 거친 생활하수는 4급수이기만 하면 농지로 방류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1급수에 버들치, 열목어, 가재가 산다는 것은 초등학교에서도 가르치니까 다들 알 것이다. 그러면 4급수에서 어떤 물고기가 사는가? 4급수에서는 물고기가 살 수 없다. 논에 미꾸라지가 산다는 것은 그 물이 3급수라는 것이다. 4급수에는 깔다구나 실지렁이 정도나 살 수 있다. 5급수도 깔다구나 실지렁이 정도나 살 수 있다. 그래서 4급수인지 5급수인지는 수생생물로는 구분할 수 없고, 따로 BOD 등을 검사해야만 알 수 있다. 연립주택에서 그런 하수를 막 배출한다고 해보자. 이게 합법이라고? 합법이다. 상수원 보호구역이 아닌 이상 일반 농지에서는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

이미 마을 한구석에는 전원주택 단지라고 조립식 주택을 따닥따닥 붙여놓은 곳이 조성되어 있다. 거기에서 배출하는 생활하수 때문에 여름에는 그 근처에서 산책하기도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마을 주민에게 그 이야기를 듣고 작년에 그와 관한 민원을 넣은 적이 있다. 시청의 답변은, 「하수도법」에 따라 개인하수처리시설이 설치되어 있으며 악취가 심할 경우 그에 따른 조치를 추가로 취하겠다는 것이었다. 조치를 취한다는 것도 정화시설을 점검한다는 것뿐이다. 지어놓은 주택을 부수거나 뽑아낼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러니까 시골 동네에 전원주택이든 연립주택이든, 일단 생기기만 하면 이후에 난장판 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






물류창고 배수관을 묻기로 한 농로가 좁은 데다 직선이 아니어서 사유지를 침범할 수밖에 없는데, 왜 시청에서는 개발행위를 허가하면서 건축주에게 인접 토지 소유주의 동의를 받도록 하지 않았는가? 허가민원 부서 공무원은 사유지 침범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한 것인가? 여기에 대한 답변은, 배수관 공사 주변 토지는 개발행위허가 대상 필지가 아니므로 토지사용승낙서 및 주민동의서를 받아야 하는 사항은 아니며, 개발행위 허가조건으로 “사업시행 전 경계측량을 실시하고 허가구역 외의 지역을 침범해서는 안 된다”라고 명시하고 있으므로 건설업자가 사유지를 침범하면 그건 건설업자가 책임질 일이지 시청에서 책임질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기는 하다. 시청에서는 사유지를 침범하지 말라고 했다. 건설업자가 남의 사유지를 침범한다면 그건 건설업자의 잘못이고 건설업자가 책임질 일이다. 인접 토지 소유자와 잘 타협하든, 막 밀어붙이고 고발하고 내용증명 보내고 민사소송 건다고 겁을 주든, 그건 사업자의 재량이며 그 결과를 사업자가 책임지면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허가부서 공무원이 업체의 사유지 침범 가능성을 인지했는지 여부도 위법 사항과 관련 없다.

연립주택은 하수를 배출할 하수관이 없는데 어떻게 준공허가와 시설물 사용승인까지 받을 수 있었는가? 여기에 대한 답변은, 이상해 보이겠지만 여기에서도 아무런 위법 사항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예상했던 것처럼 물류창고의 우수관은 연립주택의 하수관으로 사용될 예정이었다. 이 부분에서 내가 약간 잘못 생각했던 것이 있다. 연립주택의 하수관이 해결되지 않아서 물류창고의 우수관을 활용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연립주택을 짓기 전부터 물류창고 우수관이 연립주택의 하수관으로 사용되기로 예정되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이게 불법인가? 합법이다. 이미 한국농어촌공사와 협의가 된 부분이다.

분명히, 연립주택이 완공된 뒤에 물류창고를 착공했다. 그러면 물류창고 공사에 지장이 생기면 연립주택에도 문제가 생길 것 아닌가? 물류창고 배수관 공사가 무산되면 연립주택의 하수관도 없어지는 것인데도 먼저 지어놓은 연립주택이 준공승인과 건축물 사용승인을 받는 것이 말이 되는가? 말이 된다. 어쨌든 연립주택과 물류창고는 별개의 건축물이기 때문이다. 연립주택의 하수관은 물류창고의 배수관과 만나는 지점(사각 집수정)까지만 이어지면 된다. 연립주택의 하수 처리를 승인하기 위해 하수처리장까지의 모든 구간을 다 허가받아야 할 수는 없으니 연립주택의 하수관은 물류창고의 배수관과 만나는 사각 집수정까지만 설계도대로 만들어놓으면 된다. 물류창고 건축에 위법 사항이 없고 물류창고 건축 예정이었으니 연립주택의 준공승인 등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상식적으로는 건축 예정이라고 해서 꼭 건축 완료된다는 보장이 없는 것 같은데, 하여간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고 한다. 현재 물류창고 근처에 있는 농로 한가운데에 사각 집수정이 덩그렇게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나는 도청 감사관실 주무관에게 물었다. “연립주택에서 하수를 방류한다면 농로에 생활하수가 솟구칠 것입니다. 이것도 합법인가요?” 주무관의 대답은, 아마도 문제가 될 것이고 행정기관에서 조치를 취해야 하겠지만, 어쨌든 법적으로는 합법이라는 것이다. 이미 한국농어촌공사와도 협의했고, 방류하는 하수가 4급수라면 그것이 농지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물에서 악취가 나고 기분이 나쁘다고 해도, 막을 방법은 없다. 물론, 실제로 농로 한가운데서 생활하수가 솟구치는 동네가 된다면, 뉴스에 짤막하게 나올 것이고(뉴스에 그런 보도가 아주 가끔, 아주 짧게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연립주택에서는 다 지어놓고도 분양을 하지 못하는 것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당장 연립주택에서 하수를 방류한다고 해도 그게 불법이냐 하면, 그건 아니다.

정리하자면, 우리 동네는 난장판이 날 예정이었고, 난장판이 나도록 이미 몇 년 전에 승인되었고, 그러한 사실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을 텐데, 동네 주민들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고, 내가 맞는 이야기를 해도 시청에서는 끝끝내 아니라고 하거나 규정을 어기지 않았다고 하거나 답변하지 않다가, 내가 자료를 모을 만큼 모으고 분석할 만큼 분석한 다음에야 도청 감사관실을 통해 나의 분석은 거의 다 맞았지만 그래서 공사 허가와 진행에 대한 위법 사항이 하나도 없음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내가 법을 잘 몰라서 해당 사안에 대해 어떠한 법적인 문제가 남아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지금까지만 봐서는 사건 초기에 행정소송을 했다고 해도 이긴다는 보장이 있었을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도청 감사관실의 민원 답변을 받기 일주일 전인 11월 22일(월), 나는 시청 감사관과 사유지 침범과 관련하여 면담한 적이 있었다. 농로의 지반이 무너져내리면서, 건설업체에서 농로에 묻기로 한 흄관을 허락도 없이 우리집 사유지에 매설했음이 드러난 것이다. 증거가 너무도 명백해서 시청 감사관도 곧바로 해당 사실을 인정하고 시정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시청 감사관은, 3년 전 박◯◯ 주무관과 달리, 물류창고 배수관이 하수관으로 사용될 것임을 순순히 실토했다. 일단 배수관이 뚫린다면 인근 시설의 모든 하수가 흘러들 수밖에 없다는 것도 인정했다. 물류창고 자리가 주택을 짓기 적합한지에 대한 나와 감사관의 견해는 달랐지만, 하여간 감사관도 배수관이 하수관임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시청 감사관은 일처리가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사정을 비교적 친절하게 설명했다. 예전에는 허가와 관련하여 공무원들이 허가를 내주지 않을 재량 같은 것이 있었는데, 정부에서 규제를 없애는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재량권이 줄어들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특별히 위법 사항이 없는 한, 공무원들은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다고 한다. 공무원에게 재량권이 있을 때는 될 것을 안 되게 만든 다음에 돈을 받아먹고 허가를 내주는 문제가 있어서 그렇게 안 하게 하려고 재량권을 없앴더니, 말도 안 되는데도 허가를 내주어야 하는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감사관의 말을 들으니 납득이 되어서, 나는 “꼭 악당이 있어야만 나쁜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니겠죠”라고 말했다. 아니, 그건 그렇고 박◯◯ 이 새끼는 그 때 왜 그렇게 싸가지 없게 말한 건가?

내가 법을 몰라서, 법이 허술한 것인지, 아니면 법이 허술한 것은 아닌데 건설업체의 재주가 좋아서 빈틈을 교묘하게 이용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이런 식으로 합법적으로 난장판이 나는 시골 동네가 한두 곳이 아닐 것이다. 일단은, 내가 이 모든 것이 합법이라는 것과 관련하여 다시 신문사에 제보를 할 생각이다.

(2021.12.19.)


2022/02/18

[과학사] Abir-Am (1992), “The Politics of Macromolecules: Molecular Biologists, Biochemists, and Rhetoric” 요약 정리 (미완성)

   
[ Pnina G. Abir-Am, “The Politics of Macromolecules: Molecular Biologists, Biochemists, and Rhetoric,” Osiris, Vol. 7, Science after '40 (1992), pp. 164-191. ]
  
  
  I. “Brain Drain” and Disciplinary Hegemony: Molecular Biologists and Science policy in Great Britain in the 1960s
  II. The Biochemical Society Responds: Academic Freedom and Authority over “Biology at the Molecular Level”
  III. The Biochemical Society’s Anniversary Meeting: A Rite of Disciplinary Reaffirmation and Cooptation
  IV. “Molecular Biology is the Practice of Biochemistry without a License”: Critique of Science in the United States
  
  
1960년대 오페론-통제 세포 조절(operon-controlled cellular regulation) 유전자 등의 발 견, 핵산의 재발견에 의해 거대분자와 미시분자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짐.
이를 통해 일어난 분자 생물학 혁명으로 ‘분자 수준에서의 생물학’(biology at the molecular level) 분야의 헤게모니가 생화학에서 분자 생물학으로 바뀜.
미국이나 영국을 제외한 유럽에서의 분자 생물학 혁명에서 생화학이 분자 생물학 연구에 포섭되거나 둘 사이의 공동의 구조화로 마무리 지어짐.
영국에서 분자생물학과 생화학 사이의 논쟁은 뚜렷이 나뉜(clear-cut) 구조를 가지며 진행됨.
이는 전통적으로 생화학이 ‘학문의 자유’를 주장하며 정부의 비-개입주의를 고수한 반면, 분자생물학은 정부의 개입을 통해 신생 학문으로서의 자신의 연구 분야를 확고히 하고자 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작용함.

당시 영국의 신생 분자생물학자들은 분자생물학이 학문으로서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지니며, 대학과 연구자 그리고 정부 연구 위원회에 의한 자원 분배가 필요하다고 주장함.
1960년대 중반 분자 생물학은 학문적 정당성은 부족했지만, 새로운 정부에 의한 과학 정책들을 주도하면서 정치적인 정당성을 획득함.
이어 ‘분자 수준에서의 생물학’ 전반에 대해 독점적인 주도권을 확장하며, 학문적으로는 견고하지만 정치적인 면에서 미숙한 생화학을 무너뜨려 포섭하고자 함.
이에 대한 생화학 진영의 반박은 1930년대 이후 영국 과학자 사회의 정치적 모토였던 ‘학문적 자유’ 가치를 통해 이루어짐.

당시 영국의 분자생물학과 생화학 사이의 논쟁에서 흥미로운 점은 개념에 대한 의미론적(semantic) 선호가 양 진영의 논리를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다는 점.
둘은 모두 ‘분자 수준에서의 생물학’이라는 개념을 자신의 학문 분야의 기조로 사용하고자 함.
이 개념이 사회·경제적인 자원들을 배타적으로 사용하는데 필수적이라고 보았기 때문.
둘의 논쟁은 사실상 과학적 권위와 과학적 자원 모두에 대한 일종의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라고 볼 수 있음.
거대분자(macromolecule)의 개념 차이도 논쟁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짐.
분자생물학자들은 거대분자가 중요한 생물학적 과정의 최종 장소라고 보았으며, 거대 분자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관심을 (정부 연구소, 대학 연구소 등을 통해) 조직화하여 초기의 좁은 의미였던 자신의 분야를 확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함.
생화학자들은 거대 분자가 전통적으로 연구되었던 (미시) 분자를 단순히 확대한 개념으로 생각함.
그러나 이미 거대 분자와 미시 분자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진 시점에서, 생화학자들이 거대 분자 개념의 전통적 의미를 고수한 것은 이후 생물학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등장하는 거대분자에 대한 선취권을 잃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됨.
  
거대 분자의 개념에 대한 두 진영의 다른 의미화는 단순히 분자 크기에 대한 논쟁을 넘어 두 학문의 다른 과학적 지향을 반영하는 것.
생화학: 환원주의적이고 자신의 분야만의 학문적 기조를 중요시
분자생물학: 통합적이고 초-학문적(transdisciplinary) 기조를 중요시
이 둘은 서로 다른 수사학적(rhetoric)인 관심을 통해 분자 생물학 혁명에서의 권위를 정당화 받고자 함.
분자 생물학 혁명 과정에서 ‘분자’라는 개념은 단순히 생물학적인 메시지를 가진 것 이상으로, 사회적・정치적인 면에서 분자 생물학과 생화학을 구별해주는 주요한 ‘메시지’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2019.08.28.)
   

2022/02/17

[오디오북] 영어 성경 NIVUK Audio Bible (read by David Suchet)

     

01_Genesis
  
02_Exodus
  
03_Leviticus
  
04_Numbers
  
05_Deuteronomy
  
06_Joshua
  
07_Judges
  
08_Ruth
  
09_1Samuel
  
10_2Samuel
  
11_1Kings
  
12_2Kings
  
13_1Chronicles
  
14_2Chronicles
  
15_Ezra
  
16_Nehemiah
  
17_Esther
  
18_Job
  
19_Psalm
  
20_Proverbs
  
21_Ecclesiaste
  
22_Song of Songs
  
23_Isaiah
  
24_Jeremiah
  
25_Lamentation
  
26_Ezekiel
  
27_Daniel
  
28_Hosea
  
29_Joel
  
30_Amos
  
31_Obediah
  
32_Jonah
  
33_Micah
  
34_Nahum
  
35_Habakkuk
  
36_Zephaniah
  
37_Haggai
  
38_Zechariah
  
39_Malachi
  
40_Matthew
  
41_Mark
  
42_Luke
  
43_John
  
44_Acts
  
45_Romans
  
46_1Corinthians
  
47_2Corinthians
  
48_Galatians
  
49_Ephesians
  
50_Philippians
  
51_Colossians
  
52_1Thessalonians
  
53_2Thessalonians
  
54_1Timothy
  
55_2Timothy
  
56_Titus
  
57_Philemon
  
58_Hebrews
  
59_James
  
60_1Peter
  
61_2Peter
  
62_1John
  
63_2John
  
64_3John
  
65_Jude
  
66_Revelation
  
  
(2022.04.26.)
      

[외국 가요] 빌리 홀리데이 (Billie Holiday)

Billie Holiday - I’m a fool to want you ( www.youtube.com/watch?v=qA4BXkF8Dfo ) ​ Billie Holiday - Blue Moon ( www.youtube.com/watch?v=y4b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