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22

창고에 새끼를 낳은 화천이



지난 주에 화천이가 새끼를 낳았다. 화천이의 배가 하도 불러서 도대체 몇 마리나 낳으려고 저러나 싶었는데 겨우 두 마리 낳았다. 겨우 두 마리 낳으려고 저렇게 배가 부른가 싶었는데 이상하게도 화천이 배는 여전히 띵띵했다. 나는 화천이가 늙어서 살이 안 빠지나 싶었다.

이틀 쯤 지났을 때 화천이 새끼들은 보이지 않았고 화천이 집 근처에 핏자국이 있었다. 화천이가 새끼 두 마리를 모두 잡아먹은 것이었다.

화천이가 새끼를 낳기 전부터 까만 고양이가 우리집에 들락거렸다. 예전에 우리집을 들락거리던 회색 줄무늬 고양이는 화천이가 반겼던 것 같은데 이제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내가 보기에 까만 고양이는 작고 귀여운 고양이인데, 화천이는 까만 고양이만 보면 내가 현관문 앞에 만들어놓은 골판지 집으로 숨어들었다. 덩치만 놓고 보면 화천이가 더 큰 것 같기도 한데 어쨌든 화천이는 집으로 숨었다. 화천이는 까만 고양이를 위협적인 존재로 판단하는 것 같았다. 아마도, 화천이가 새끼를 잡아먹은 데는 까만 고양이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화천이가 골판지 집에서 새끼를 낳은 직후에도 까만 고양이가 화천이를 찾아와서 내가 쫓아내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화천이는 집 안에서 새끼를 낳으려고 했었다. 내가 거실에 있을 때 화천이가 현관문 밖에서 그렇게 애타게 울어서 현관문을 열어주니 화천이는 거실에 있는 컴퓨터 책상 밑으로 쏙 들어왔었다. 나는 화천이가 놀고 싶어서 그러나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화천이는 한참동안 자기 엉덩이를 핥기 시작했다. 그냥 몇 번 핥았으면 그런가보다 했을 텐데 방바닥에 화천이 침이 묻는 게 보일 정도로 자기 엉덩이를 핥았다. 그러더니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평소와 달리 한 번에 길고 낮게 울음소리를 길게 뽑아냈다. 산통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나는 곧바로 화천이를 현관문 밖으로 쫓아냈다. 집 안에서 새끼를 낳게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집 안에서 새끼를 키우게 할 수도 없었고, 낳기만 하게 한다고 한들 핏덩이를 내 손으로 옮길 수는 없었다. 내 손으로 핏덩이들을 옮기면 옮기는 과정에서 새끼들이 죽거나 화천이가 새끼들을 죽일 것이었다. 돌이켜 보면, 새끼를 낳을 때가 되어 화천이 집도 새로 만들어주었는데 화천이가 굳이 내가 있는 책상 밑에 와서 새끼를 낳으려고 했던 것도 까만 고양이 때문이었던 거 같다.

털복숭이가 있을 때는 화천이가 털복숭이랑 놀았는데 작년에 털복숭이가 없어진 이후로 화천이는 집에서 사람만 보면 그렇게 엉겨 붙으려고 한다. 밭에서 일을 해도 옆에 와서 붙으려고 하고, 나무가 잘 있나 보러 가도 화천이가 따라오고, 집 안에 있으면 현관문을 열 때까지 현관문 앞에서 운다. 그래서 이번에 새끼를 낳으면 화천이가 새끼랑 놀겠거니 했는데 그 놈의 까만 고양이 때문에 화천이가 몇 마리 낳지도 않은 새끼를 다 잡아먹었다.

그런데 며칠 뒤에 창고에서 삐약삐약 하는 새끼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화천이가 지난 주에 새끼를 낳은 직후에 새끼 몇 마리를 몰래 창고에 옮긴 것인가? 그건 아니다. 창고에서 삐약삐약 하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 화천이의 배는 확실히 줄어든 것이 보였고 엉덩이에는 핏자국이 있었다. 화천이는 이번 주에 새끼를 또 낳은 것이었다. 지난 주에 새끼를 낳은 직후에 화천이의 배가 꺼지지 않은 것은 새끼를 다 낳지 않아서였다. 똥을 끊어싸는 것도 아니고 새끼를 끊어서 낳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 보았다. 어머니도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고 하신다.

화천이가 새끼를 다시 낳은 곳은 창고에서도 비교적 높은 곳에 있는 올려둔 종이상자였다. 위협이 될 만한 존재가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가서 다시 새끼를 낳은 것이다. 화천이는 현관문 앞에 있는 자기 집에서는 새끼를 안전하게 낳고 기를 수 없겠다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어쩌면 집 안에 사는 사람들이 자기 새끼를 효과적으로 보호해주지 못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화천이가 땅바닥에서 새끼들이 있는 종이상자까지 가려면 몇 번이나 폴짝 뛰고 매달려야 한다. 그렇게 화천이는 하루에도 여러 번씩 땅바닥과 상자를 오가고 있다.







(2021.04.22.)


2021/06/21

대학원 수업에 유튜브를 활용할 방법에 대한 구상



대학원 수업은 1군 과목과 2군 과목으로 나뉜다. 여기서 ‘1군’, ‘2군’이라는 것은 수업이 다루는 주제의 범위를 가리킨다. 1군 과목은 대체로 통론 격의 수업을 가리키고, 2군 과목은 더 세부적인 주제를 다루는 수업이다. 예를 들어, 1군 과목인 <과학철학통론1>과 <과학철학통론2>에서는 과학적 설명, 과학적 방법, 이론, 법칙, 환원, 실재론 등 해당 분야의 여러 주제를 한 학기에 다룬다면 2군 과목에서는 환원만 한 학기 동안 다루는 식이다.

내가 아직 대학원생이라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연구에 뜻이 있는 강사나 교수들은 다들 대학원 2군 수업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대체로 뜻대로 되지는 않는 것 같다. 강사들한테 대학원 수업을 잘 안 줘서 그렇다고 치더라도, 교수도 하고 싶은 수업을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들었다. 가령, 해당 학과의 학생 수가 적으면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기 어렵기 때문에 2군 수업이 아니라 1군 수업도 개설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면 1군 수업은 건너뛰고 2군 수업을 만들어야 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하면 문제가 생긴다. 잘 하는 사람은 1군 수업 안 듣고도 2군 수업에서 잘 하니까 괜찮겠지만 그건 애초부터 잘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고만고만한 사람들은 1군 수업을 들어도 2군 수업에서 잘 한다는 보장이 없으니, 1군 수업을 건너 뛰고 2군 수업만 만들면 더 곤란해진다. 그러면 그에 맞게 2군 수업에서 다루는 범위를 줄여야 한다.

학생들에게 2군 수업을 듣기 전에 1군 수업을 듣게 하면 좋겠지만, 학생들보고 1군 수업이 개설되는 학교에 가서 미리 듣고 오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다. 1군 수업이 제대로 개설되지 않는 학교에서 2군 수업을 잘 운영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내가 생각한 것은, 1군 수업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유튜브에 올리고 공개해서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과학적 설명을 주제로 2군 수업을 한다면 학생들에게 <통론1>의 과학적 설명 부분을 미리 보게 하고 환원을 주제로 2군 수업을 한다면 학생들에게 <통론2>의 환원 부분을 미리 보게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통론1>, <통론2>의 강의자료를 만들고 강의를 촬영하고 편집하는 것은 상당한 시간이 든다. 혼자서 다 만들려고 하면, 강사는 교수가 되지 못할 것이고 교수는 실적을 채우지 못해서 쫓겨날 것이다. 그래서 이게 가능하려면 여러 사람이 협업해야 한다. 통론의 주제가 일곱 개니까 과학철학 강사나 교수 일곱 명이 한 분야씩 맡으면 1년 이내에 완성될 것이다. 그리고 각자 매번 통론을 강의할 때마다 한 주제씩 추가로 촬영하고 올리면, 20년 쯤 지난 후에는 일곱 가지 버전의 통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인적 자원이나 물적 자원이 부족한 학교에서 강의하는 사람도 더 나은 교육이나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방식을 응용하면 여러 가지 현실적인 제약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인적 자원이나 물적 자원이 비교적 풍부한 학교에서도 수업 개설에 대한 제약이 있다. 학과에는 개설할 수 있는 교과목의 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어떤 교수가 아무리 학구열과 교육열이 넘쳐난다고 해도 원하는 수업을 다 만들 수 없다. 생물학의 철학의 주제가 아무리 다양하다고 해도 1군 과목인 <생물학의 철학>은 하나뿐이라서 수업에서 다룰 수 있는 주제는 몇 개로 한정된다. <물리학의 철학> 같은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다.

강의를 촬영해서 유튜브에 올리고 이를 활용한다면, 과목을 개설할 때마다 커리큘럼 구성을 다르게 하면서도 학생들이 해당 학기에 다루지 않은 주제에 대해서도 접근하기 쉬워질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교수가 1군 수업인 <생물학의 철학>에서 다룰 수 있는 주제가 여덟 가지 정도 되는데 실제로 수업에서 다루는 주제는 네 가지라고 하자. 수업을 개설할 때마다 한 주제씩 유튜브에 올리고 그 다음 번에 수업을 개설할 때는 유튜브를 찍어올린 주제는 건너뛰고 다른 주제를 다루는 것이다. 가령, 지난 번에는 정보 이론을 동영상으로 촬영해서 유튜브에 올렸으면 다음 번에는 정보 이론을 다루지 않거나 매우 간단히 다루고 자연종을 다루는 것이다. 그런 방식으로 수업을 한 번 개설할 때마다 한 가지 주제를 동영상으로 촬영하면, 수업을 네 번만 개설하면 한 학기 분량의 동영상 강의가 된다. 이렇게 되면 생물학의 철학과 관련된 별도의 통론 수업을 개설 승인을 하지 않더라도 <생물학의 철학> 수업을 <통론1>, <통론2>처럼 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생물학의 철학> 같은 수업이 아예 안 열리는 학교의 학생들도 생물학의 철학에 대한 접근이 쉬워질 것이다.

* 뱀발(1)

교수가 개인적으로 하지 말고 대학에서 교수들이 하는 수업을 다 찍어서 유튜브에 올리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꼭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다. 한 학기 수업 단위로 찍어서 학교가 올리면 개별 교수자가 수정하기 어려워진다. 연구자들의 성격상 최대한 완성도를 높이고 싶어할 것이고 만족스러운 완성도가 안 나올 때까지는 강의를 안 올리게 될 것이다. 학교에서 한 학기 강좌를 통째로 올리는 것이 아니라 교수들이 개인 계정으로 유튜브에 올려야 수정이나 편집이 쉬워지고 원하는 부분을 교체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경우 강의 동영상을 올릴 유인이 더 커질 것이다.

* 뱀발(2)

이과대의 어떤 선생님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이다. 학교에서 그 선생님에게 학부 전공수업을 동영상 강의로 찍어서 공개하자고 제안해서 잠도 못 자면서 수업 준비하고 수업 때도 최선을 다해서 강의하고 하여간 고생고생해서 선생님이 보기에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학기 말에 담당 직원에게서 실수로 동영상을 다 날렸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그 당시 이야기를 하시면서 “세상에 이런 일이 있나!” 하시는데, 몇 년이나 지난 일인데도 그 때를 회상하는 그 선생님의 얼굴은 뻘겋게 되면서 이마에 핏줄이 볼록 솟는 것이 보였다.

(2021.04.21.)


2021/06/20

[한국 음악]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 OST

노형우 - 태일 Cha Cha 

www.youtube.com/watch?v=E2q7U0C7NDA )



(2021.06.27.)


[영어공부] 영자신문사 인턴이 영어공부 하는 방법

     

■ 영자신문 필사하는 방법
(1) 영자신문을 전체적으로 훑어보면서 헤드라인과 지면의 비중을 보고 적절한 기사를 고른다.
(2) 문장 단위로 눈으로 보고 암기해서 공책에 적는다. 노트를 적을 때는 절대로 원문을 보지 않는다.
(3) 외워서 노트에 적은 문장과 원문을 비교하며 틀린 부분을 다른 색깔 펜으로 교정한다.
(4) 기사의 일정 부분을 필사하고, 적절한 분량에서 끝났을 때 전체적으로 유용한 표현을 형광펜으로 표시해서 필사한 공책의 뒷면에 주요 표현을 따로 정리한다.
(5) 주기적으로 필사하고 교정한다. 정리한 표현들을 복습하고 외운다.
  
  
* 출처: 영자신문사 인턴이 영어공부하는 법 살펴보니
  
  
(2015.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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