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19

[과학철학] de Regt (2017), Ch 1 “Introduction: The desire to understand” 요약 정리

     

[ Henk W. de Regt (2017), Understanding scientific understanding (Oxford University Press), pp. 1-14. ]

 

 

  1.1. Scientific understanding: diversity and disagreement

  1.2. Integrating history and philosophy of scientific understanding

  1.3. Overview

 

 

[pp. 1-2]

- 과학의 목적이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이해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하는 것은 상식적인 것으로 보임.

- 그런데 과학적 이해는 정확히 무엇인가?

• 이는 과학적 설명에 관한 오랜 논쟁의 맥락에서 과학철학자들이 전하는 철학적 질문.

- 새먼: 과학적 설명의 주요 목적은 사건과 현상에 대한 이해를 산출하는 것

• 인과적 설명에 초점을 맞추고 이해가 현상의 원인들을 포괄하지 않음에 의해 종종 달성된다는 사실에 주목함.


[pp. 2-3]

- 과학적 이해의 본성에 관한 질문은 역사적 질문이기도 함.

• 그것에 답하기 위해서 우리는 과학적 탐구가 일련의 역사적 발전에서 실제로 어떻게 이해를 산출해왔는지를 살펴봄.

- 역사적 현상으로서 과학은 이해 개념과 관련하여 정의될 것임.

• 고대 그리스에서 탄생한 과학은, 변덕스러운 초-자연적 신들의 변덕스러운 의지가 아니라 자연적 원인과 법칙들과 관련하여 자연 현상을 이해와 관련됨.

• 아리스토텔레스: “인간은 본성상 알고자 한다.”

• 조나단 리어(Jonathan Lear)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이해하고자 한다”로 해석하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함.



  1.1. Scientific understanding: diversity and disagreement


[p. 3]

- 이 책의 목적은, 과학이 제공하는 이해의 본성을 탐구하고 해명하는 것.

- 질문: 과학적 이해에 관한 보편적이고 무-시간적인 기준이 있는가?

- 답변: 아니다.

- 1920년대 양자 역학의 사례는 이해가능성(intelligibility)와 이해(understanding)에 대한 과학자들의 기준이 통시적으로나 공시적으로나 강하게 변하는 것을 보여줌.

 

[pp. 3-4]

- 첫 번째 양자역학은 닐스 보어가 발전시킴.

- 1920년대 초반 많은 물리학자들이 보어의 이론을 개선하려고 함.

• 1925년 하이젠베르크, 1926년 슈뢰딩거

- 하이젠베르크의 행렬 역학은 관찰된 양들의 관계만을 기술하고자 함.

• 원자들이 방출하는 스펙트럼 선들의 빈도와 강도 등

• 원자의 내적 구조의 구체적인 그림이나 모형은 제공하지 않음.

• 행렬 이론 같은 수학에 기반한 매우 추상적인 이론이라 당시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았음.

- 슈뢰딩거의 파동 역학은 시각적인 원자 구조의 가능성을 제안함.

• 원자를 파동 현상과 관련하여 기술함.

• 파동 역학의 수학은 행렬 역학보다 더 쉽고 물리학자들에게 익숙함. 대학 물리학의 일부분인 파동 방정식에 기반함.


[pp. 4-5]

- 두 이론의 지지자들은 어떤 이론이 더 우월한지에 대해 격렬한 논의를 함.

- 슈뢰딩거는 단순히 현상을 기술하고 예측하는 것을 넘어서서 현상에 대한 참된 이해를 제공한다고 주장함.

• 시각화가 과학적 이해의 필요조건이라는 견해를 표현함.

• 시각화-가능한 이론만이 이해가능하며 현상에 관한 이해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

• 파동 역학은 시각화-가능하므로 이해가능하고, 파동 역학은 그렇지 않다는 것.

- 또한, 슈뢰딩거는 시각화-가능하고 이해가능한 이론이 더 다산적이라고 주장함.

• 파동 역학의 시각화가능성과 수학적 구조 때문에 매우 다양한 물리학적 문제 상황에 더 쉽게 응용가능하다는 것.

- 행렬 역학의 지지자들은 행렬 역학도 이해를 산출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이해가능성이 시각화가능성과 관련된다는 주장을 논박함.

• 파울리는 행렬 역학이 파동 역학보다 덜 이해가능적으로 보일 수 있음을 인정하지만, 이해는 그 이론의 새로운 개념적 체계에 익숙해지느냐에 관한 문제라고 주장함.

• 미래의 물리학자들이 양자 역학을 사용할 때, 그들은 양자 역학이 시각화-가능하지 않더라도 이해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


[p. 5]

- 두 이론의 경쟁은 궁극적으로 두 이론의 합성으로 이끎.

- 슈뢰딩거의 경우, 양자 역학의 시각화-가능한 해석은 충족되지 않음.

• 특정한 기술적 문제 때문에 완전한 시각화는 불가능

- 하이젠베르크는 급진적인 추상적 접근을 포기하고 시각화-가능한 개념들을 재도입.

• 원자적 수준에서 전자들의 위치와 운동량 등.

- 행렬 역학과 파동 역학의 결합은 양자 역학을 오늘날 받아들이고 가르치는 것이 되게끔 함.

- 역사는 이해가능성과 이해의 표준이 달라지고 바뀔 수 있음을 보여줌.

- 양자역학의 역사는 이해와 이해가능성에 관한 논쟁이 종종 과학적 발전을 자극할 수 있음을 보여줌.


[pp. 5-6]

- 오늘날에도 물리학자들과 철학자들은 양자역학이 이해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쟁함.

- 물론, 양자 역학이 예외적인 사례라고 주장할 수 있음.

• 예) 파인만: “인간의 모든 직접적인 경험과 인간의 직관은 큰 물체들에 적용되기 때문에, 전문가들조차도 양자역학을 이해하지 못한다.”

- 양자역학이 이상한 이론이지만, 과학자들이 양자역학의 이해가능성에 관하여 불일치한다는 사실은 예외적이지 않음.

- 이 책에서 물리학사에서 흔히 나오는 이론의 이해가능성과 과학적 이해의 기준에 관한 논쟁을 보여줄 것.

 


  1.2. Integrating history and philosophy of scientific understanding


[p. 6]

- 설명에 관한 전통적인 철학적 설명은 과학에 관한 역사적이고 경험적인 연구의 안내를 받지 않은 것으로 보임.

- 과학철학에서 설명에 관한 논쟁은 여전히 논리경험주의 전통을 따르고 있음.

• (1) 과학적 설명에 관한 철학적 분석은 설명적 이해가 어떻게 달성되는지에 대한 과학자들의 견해의 차이를 무시함.

• (2) 좋은 과학적 설명은 이해를 산출한다고 하면서도, 이해와 이해가능성을 철학적으로 무관한 것으로 간주하고 그에 따라 실제 과학 활동에서의 이해에 관한 논쟁들을 무시함.

- 이 책은 철학적 연구이면서 과학적 실행에 관한 구체적인 역사적 사례 연구를 포함함.

- 이 책의 목적은 과학적 실행에 실제로 적용된 이해의 기준을 기술하고 그러한 기준의 역할과 역사적 변동을 설명하는, 이해에 관한 이론을 발전시키고 옹호하는 것.


[pp. 6-7]

- 이러한 접근 방식은 설명적 이해에 관한 철학적 주류 논의와 근본적으로 다름.

- 이 책은 체계적인 철학적 분석과 역사적 사례 연구를 결합하는, 과학사와 과학철학(HPS)의 전통 위에 있음.

• HPS의 전통은 뿌리가 1960년대. 핸슨, 툴민, 파이어아벤트, 쿤 등

• 쿤의 저작의 막대한 영향에도 불구하고, 과학에 대한 역사 연구와 철학 연구를 한 분야(HPS)로 결합하는 발상은 어려움을 겪었고, 1980년대부터 다시 역사학자와 철학자가 갈라짐.

• 최근에 HPS의 이상이 부활하고 있고 새로운 시도들이 과학사와 과학철학의 통합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음.


[pp. 7-8]

- HPS 접근의 어려움은 과학에 관한 철학적 주장을 강화하는 데 역사 연구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느냐는 것.

- 조셉 피트(Joseph Pitt): “사례 연구의 딜레마”

• “[...] 한 편으로, 사례가 철학적 주장을 예화하기 때문에 선택된다면, 역사 자료가 그 주장과 부합하기 위해 조작되지 않았음이 명확하지 않다. 다른 한편으로, 누군가 사례 연구를 시작한다면, 어디로 가야 할지 명확하지 않다. 한 사례 또는 두세 사례조차도 그로부터 일반화하는 것은 비-합리적이기 때문이다.”

- 사례 연구를 사용하는 철학자는 “체리 따기”(cherry-picking)나 지나친 일반화의 혐의가 있으나 그러한 우려는 근거가 없음. 왜냐하면 피트의 딜레마는 과학사와 과학철학의 관계에 관한 오도된 견해에 근거하기 때문임.

- “HPS의 대항 모형”(confrontational model of HPS)

• 과학철학은 역사 자료에 직면해야만 함.

• HPS를 시작한 핵심 동기는 그 당시 과학철학(특히 논리경험주의)이 실제 과학의 가르침에서 벗어났다는 생각.

• 과학철학 이론을 역사 자료에 대하여 “시험”하는 것.

- 데 렉은 과학철학이 과거와 현재의 과학의 실제 실행들을 설명해야 한다고 믿음.

• 단순한 대항 모형의 주요 어려움은 과학철학과 과학사의 관계를 과학에서의 이론-자료 관계와 비교가능한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

• 대항 모형은 철학자들이 과학의 본성에 관한 일반적인 주장들을 하기를 원하고, 주장할 수 있고, 주장해야 하는 반면, 역사가들은 특정한 역사적 일화들을 단순히 기술하기를 원하고, 기술할 할 수 있고, 주장해야 한다는 것을 가정함.


[p. 8]

- 대항 모형은 유지되기 어려움.

• 이유(1): 과학에 대한 보편적인 철학 이론은 실패하기 쉬움.

• 이유(2): 역사적 일화에 대한 순수하게 이론-중립적 기술은 불가능함.

- 이유(1)은 역사적 존재자로서 과학이 바뀌기 쉽다는 사실에서 따라나옴.

- 이유(2)는 과학의 본성에 관한 철학적 개념 없이 과학사를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에서 따라나옴.

• 유관한 역사 자료를 선택하기 위해서 과학이 무엇인지에 대한 어떠한 생각을 가정해야만 함. 자료를 해석하고 정합적인 내러티브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철학적 개념(예: 과학 이론, 관찰, 실험, 설명 등의 본성)을 적용해야 함.


[pp. 8-10]

- 대항 모형을 초월하는 HPS 접근을 형식화하려는 시도

- 유타 시코레(Jutta Schickore): 해석학적 접근(hermeneutic approach)을 채택해야 함.

• “초기 사례 판단들과 잠정적인 분석 개념들은 둘이 균형을 이룰 때까지 점진적으로 화해한다.”

• 따라서 철학적 분석과 역사 연구는 지속적이고 동시적으로 상호작용해야 함.

•  .....

- 장하석: “역사-철학 상호작용의 양태”


존재하는 철학적 틀

• 역사학적 퍼즐: 이해하기 어려운 일화

• 새로운 철학적 틀에 대한 탐구

• 새로운 철학적 틀에서 일화에 대한 더 나은 이해

• 새로운 철학적 틀의 발전

• 새로운 틀을 다른 일화에 응용 (Chang 2012, 121)


- 과학철학은 본질주의에 빠지지 않고도 과학에 대한 본질적인 주장을 할 수 있다는 것


[pp. 10-11]

- 과학적 이해에 관한 데 렉의 이론은 맥락 이론(contextual theory)

• 역사 연구는 설명적 이해에 관한 보편적으로 타당하고 무-시간적인 표준이 없음을 보여주기 때문.

• 그렇지만, 이론은 과학적 이해를 달성하는 일반적 특성과 기준을 구체화하며, 그래서 역사를 통하여 이해의 개념이 바뀐다는 논제와 일관되는지 물을 수 있음.

• 여기에 모순이 없음.

• 이해에 관한 일반적 특성과 기준이 역사적・학문적 변동을 허용하는 요소들을 포함하는 한, 순수하게 국소적인 맥락을 초월하는 설명을 형식화하는 것도 가능함.

- 역사적 변동에 덧붙여 이해의 개념과 기준에서의 분과적 변동도 있음.

• 현재 연구는 물리학에 초점을 맞추지만, 이해에 관한 제안된 설명은 자연과학들에 더 일반적으로 응용될 수 있을 것임.


[p. 11]

- 데 렉은 역사 연구에 기반하지만, 인지과학과 심리학의 결과도 언급함.

- 그러므로 데 렉의 접근은 과학철학은 과학의 경험적 연구의 결과를 설명해야 한다는 생각에 기반한다는 의미에서 “자연주의적”인 것으로 간주할 수 있음.

- 그러나 콰인처럼 철저하게 자연주의적 입장을 승인하는 것은 아님.

• 콰인은 철학을 경험 과학으로 완전히 환원해야 한다는 입장

- 데 렉은 자연주의적 접근이 “과학에 관한 연구 그 자체가 과학이어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여겨진다면, 인간 과학에만 해당되고 자연과학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



  1.3. Overview


■ 책의 전반부 [p. 12]

- 이 책은 전통적인 견해에 반대하는 논증으로 시작함.

• 전통적인 견해: 이해는 단순히 심리적이고 주관적인 설명의 부산물이므로, 철학적 분석과는 무관함.

- 2장: 현상에 대한 이해에 도달하는 것은 과학의 핵심적인 인식론적 목표임을 논증함.

• 이해가능성 개념을 도입. 과학자들이 이론 사용을 용이하게 하는 질들의 묶음에 할당하는 가치로서 이해가능성이 정의되고 이는 이해를 달성하는 데 본질적임을 보여줌.

• 이해가능성은 실용적인 가치이지만, 이는 과학적 설명과 이해의 객관성을 위협하지 않음을 논증함.

- 3장: 이해의 본성에 관한 주장이나 함축을 하는 설명 이론은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봄.

• 이러한 모형들의 이점과 문제점에 기반하여, 데 렛은 설명 유형의 다원성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과 각 유형이 어떻게 이해를 산출하는지 설명하는 전체를 아우르는 이론이 필요하다는 것을 결론내림.

• 새먼은 인과적 모형과 통합주의 모형이 이해를 달성하는 상호보완적인 방식으로 화해될 수 있음을 제안했으나, 그러한 제안에 대한 비판적 분석은 그러한 시도가 실패함을 보여줌. 그 대신 더 급진적으로 다원적인 접근이 요구됨.

- 4장: 과학적 이해에 관한 맥락 이론(contextual theory)을 보여줌. 

• 얼마나 다양한 설명 전략들이 이해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대안적 도구로서 기능하는지 보여줌으로써 설명 유형의 다양성을 수용한다는 것.

• 현상에 대한 이해는 이해가능성 이론을 요구하며, 과학자들이 개념적 도구를 필요로 하고 현상의 이해를 달성하기 위하여 특정 이론을 사용할 기술과 관련됨.

• 개념적 도구들의 사용가능성과 수용가능성은 역사적, 사회적, 또는 분야적 맥락에서 바꿀 수 있음.


■ 책의 후반부 [pp. 12-14]

- 책의 후반부는 이해의 쟁점의 다양한 측면들을 부각하는 역사 사례 연구를 제공함.

- 5장은 형이상학적 세계관과 과학적 이해의 관계에 초점을 맞춤.

• 보편 중력에 관한 뉴튼의 이론의 이해가능성에 관한 17세기의 논쟁과, 접촉 운동과 원격 운동에 관한 18세기와 19세기 물리학자들의 견해의 발전을 평가함.

• 이는 이해에 관한 기준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

- 6장은 19세기 물리학에서 역학 모형들이 어떻게 이해를 제공할 수 있는지 평가함.

• 톰슨, 맥스웰, 볼츠만은 역학 모형들의 기능과 지위에 대한 명시적 견해, 특히 이해를 제공할 때의 그러한 역할을 제시함.

• 켈빈: “내가 어떤 역학 모형을 어떤 것(a thing)으로 만들 수 있기 전까지 나는 절대로 만족하지 않는다. 내가 어떤 역학 모형을 만들 수 있다면, 나는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 데 렉은 이러한 견해가 과학적 실행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탐구함.

• 볼츠만의 “그림 이론”(picture theory)

- 7장: 시각화가능성과 이해가능성의 관계를 논의함.

• 20세기 전반부 고전 역학에서 양자 역학으로 이행

• 데 렉은 행렬 역학과 파동 역학의 이해가능성에 관한 논쟁을 분석함.

• 시각화와 이해의 관계는 1926년 전자 스핀의 발견을 설명하는 것과 전후 양자 물리학에서 파인만 다이어그램의 도입 등 시각화의 역할을 탐구하는 것으로 보여줄 수 있음.

• 데 렉은 시각화가능성은 이해에 관한 많은 가능성 중 하나일 뿐이라고 결론 내림.

- 8장: 데 렉 자신의 맥락 이론의 범위와, 상대주의와 규범주의의 쟁점에 대한 반영을 결론내림.

  

  

(2021.06.11.)

    

2021/04/18

돌아온 화천이



설날 연휴 때 화천이 이마에서 혹은 사라지고 고름 같은 것이 나오기 시작했다. 연휴라서 동물병원에 데려가지 못하고 연휴가 끝나자마자 화천이를 동물병원에 데려갔다.

수의사 선생님은 화천이 이마에서 털을 일부 뜯어내고 환부에 소독약을 바르고 항생제 주사를 놓았다. 화천이 이마에 있었던 것은 혹이 아니라 농양주머니였던 것 같다. 어머니는 수의사 선생님한테 화천이가 싸우다 상처가 생겨서 그렇게 된 것이냐고 물었는데, 수의사 선생님은 고양이들은 그렇게 자주 싸우지 않는다고 했다. 내가 보니까 자주 싸우던데. 하여간 치료가 끝난 뒤 화천이 목에 고깔 같은 것을 씌웠다. 화천이가 상처 부위를 앞발로 긁으면 상처가 낫지 않기 때문에 고깔을 씌운 것이다. 수의사 선생님은 화천이가 살이 쪄서 다른 고양이들보다 목이 굵고 짧다고 했다.

목에 고깔을 끼운 화천이는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방송에 나오는 고양이들을 보면 목에 고깔을 씌워도 걸어다니고 뛰어다니던데 화천이는 목에 고깔을 씌우자 한 발 앞으로 갔다 두 발 뒤로 가는 식으로 이상하게 움직였다. 마치 고장 난 로봇 같았다. 목에 고깔을 씌우니 화천이는 고깔에 걸려서 (골판지로 만든) 자기 집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결국 화천이를 집 안으로 불러들였다. 집 안에서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여기저기 고깔이 걸려서 걷다말다 했다. 목에 이상한 것을 씌웠다고 생각했는지 화천이는 집 안에 들어와서 뾰루퉁하게 삐친 것처럼 앉아 있었다. 사람이 있는 쪽을 등지고는 불을 꺼진 깜깜한 주방을 향하고 있었다.






화천이는 집 안에서 하룻밤 자고 나서 그 다음날 아침에 현관문 쪽으로 갔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뜻이다. 어차피 제대로 못 돌아다니니까 잠깐 밖에 나가게 했다. 밖에서 볼일을 보았는지 잠시 후에 화천이는 현관문 앞에서 다시 우리를 불렀다. 집 안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화천이는 집 안에 들어왔다.

나는 화천이 화장실을 다시 만들어야겠다고 전날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서 화천이 화장실을 점심 때까지 만들지 않고 있었던 것뿐이다. 화천이 화장실은, 전에 만들었던 것처럼, 턱이 낮은 상자에 근처 공사장에서 모래를 퍼서 만들 생각이었다. 점심 때쯤에 화천이가 현관문 밖으로 나가려고 해서 화천이를 현관문 밖으로 내보낸 다음 외발수레를 끌고 공사장에 나서 상자에 모래를 퍼 담고 곧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화천이가 보이지 않았다. 한 발짝 앞으로 걷고 두 발짝 뒤로 걷던 화천이가 그 사이에 없어진 것이다. 마당에도 없었고 뒤뜰에도 없었고 창고에도 없었고 집 근처에도 없었다. 그렇게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화천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화천이 목에 고깔만 씌우지 않았어도 걱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어디 끼어서 돌아오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날이 밝자 화천이를 찾아서 집 근처며 논이며 밭이며 온 동네를 돌아다녔다. 수렁에 빠졌나 살펴보고, 도랑에 빠졌나 살펴보고, 배수구 같은 데 들어가지 않았나 들여다보고, 덤불 같은 데 목이 낀 것은 아닌가 뒤져보고, 남의 집 창고 같은 데 기어들어가지 않았나 불러보았다. 그런데 아무데도 없었다. 내가 어머니하고 같이 “화천아, 화천아” 하고 부르면서 온 동네를 다니면 화천이가 사람 목소리를 듣고 “야-옹” 하고 대답을 해야 하는데, 화천이는 반응이 없었다. 보통은 그렇게 부르면 대답을 하는데 화천이는 대답하지도 않았다.

목에 고깔을 끼고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는 것이 어디 간 줄도 모르겠으니 답답해 미칠 노릇이었다. 어머니는 화천이를 살리려고 목에 고깔을 씌웠는데 고깔을 씌워서 화천이를 죽게 만든 것은 아닌지 걱정하셨다. 나는 화천이 밥그릇에 사료를 담아놓았다. 언제 와서 먹을지 모른다고 해서 밥그릇에 사료를 쌓아놓은 것이다. 그러고 나서 몇 분이 지났을까. 어머니가 현관문 밖에서 소리를 질렀다. “〇〇아, 화천이 왔다, 화천이!” 밖에 뛰어 나가보니 화천이는 사료를 먹고 있었다. 화천이가 뭘 하며 돌아다녔는지 플라스틱으로 된 고깔이 너덜너덜한 채로 목에 달려 있었다..

화천이를 다시 보고 하마터면 울 뻔 했다. 화천이가 얼어 죽을까봐 걱정했는데 화천이는 멀쩡했다. 사실, 화천이를 찾아온 동네를 돌아다니느라 내가 얼어 죽을 뻔 했다.

고깔이 너덜너덜해져서 그런지 아니면 고깔에 적응을 해서 그런지 화천이는 비교적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다시 집 안으로 들어온 화천이는 전기장판 위에 누워서 잤다.








(2021.02.18.)


2021/04/16

[외국 가요] 티안 스톰 (Tian Storm)



Tian Storm x Ever Slkr - Ampun Bang Jago [tvN <코미디 빅리그> 문세윤 방자고 댄스 음악]

( www.youtube.com/watch?v=qY1IFnjM8-Y )

(2021.04.01.)


[참고 문헌] 인식론 - 무어의 역설 (한국어 논문)

      

권홍우 (2016), 「무어의 역설과 자기-지시」, 『논리연구』 19권 3호, 341-369쪽.

   

윤보석 (2006), 「경험의 인식론적 역할에 대하여」, 『철학사상』 제32권, 193-222쪽.

  

  

(2021.04.14.)

    

[외국 가요] 빌리 홀리데이 (Billie Holiday)

Billie Holiday - I’m a fool to want you ( www.youtube.com/watch?v=qA4BXkF8Dfo ) ​ Billie Holiday - Blue Moon ( www.youtube.com/watch?v=y4b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