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흥, 『광우병 논쟁』 (해나무, 2009). ]
1. 슬로 바이러스 혹은 바이리노?
2. 방사선 생물학과 스크래피
3. 유전학의 중심 가설
4. 스크래피 병원체 구성체 논쟁
1. 슬로 바이러스 혹은 바이리노?
2. 방사선 생물학과 스크래피
84-85
콤튼의 동물질병 연구소는, 에든버러의 유전학 병리학적 접근과는 다른 각도에서 병원체의 물리-화학적 구성에 대한 연구를 수행.
85-
남아공 출신의 여성 방사선 생물학자인 알퍼(Tikvah Alper)는 콤튼의 연구소와 협동 연구를 진행하며 방사선을 이용해 스크래피 병원체의 정확한 크기와 구성 입자의 무게까지 측정.
86-87
일반 바이러스의 핵산은 자외선에 노출되면 쉽게 파괴되어 그 활동력을 잃음.
알퍼는 스크래피 병원체는 자외선에 저항하는 힘을 지녔고 자기복제 능력도 유지된다는 점을 밝힘.
이것은 스크래피가 자외선에 견딜 수 있는 엄청나게 강력한 보호막을 가진 물질이거나 아예 핵산이 없는 생물체일 수 있다는 것.
90
당시 연구자들은 이 결과 해석을 두고 혼란에 빠짐.
결국 알퍼 연구진은 1967년 네이처지에 이 문제를 보고하면서 “스크래피 병원체는 아마도 DNA를 포함하지 않는 새로운 구조의 병원체일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 내림.
3. 유전학의 중심 가설
90-92
당시 사람들이 함부로 핵산이 없다고 말하기 어려웠던 속사정
영국 캠브리지의 왓슨과 크릭이 생명체의 기본 단위는 핵산에 있다는 사실을 밝힘.
그들은 유전정보가 반드시 한 방향으로만 전달된다는 ‘중심 가설’을 주장하며 유전 정보가 핵산에서 단백질로 흐르는 것을 강조함.
이 중심가설은 이후 생명 과학과 분자생물학의 기본 원리가 됨.
92-93
콤튼 동물질병연구소의 연구자들은 알퍼 연구진들의 발표 결과에 대한 대담한 해석이 불러올 파장을 잘 알았음.
1968년 동물 질병연구소의 병리학자인 이언 패티슨과 캐서린 존스는 스크래피 병원체가 핵산을 지닌 생물체가 아니라 “자기복제가 가능한 단백질”이라는, 중심가설을 무시하는 해석을 내놓음.
93-94
1967년을 전후로 불거진 스크래피 병원체 논쟁은 학계에 파장을 일으킴.
<네이처> 지는 알퍼 연구진의 주장에 조심스럽게 접근했으나 당시 영국 신문들은 기존의 생명체와 전혀 다른 생명체를 발견했다고 대서특필.
4. 스크래피 병원체 구성체 논쟁
94-95
질병계통의 다양성은 필수적인 유전정보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
반면, 알퍼 연구진은 병원체에 핵산이 없음을 보여줌.
일부 연구자들은 핵산이 없다는 주장은 과장되었다고 비판하기도 함.
95-97
알퍼는 스크래피 병원체는 파괴되지 않는 슈퍼 병원체
디킨스의 연구팀은 핵산이 필수 요소.
이러한 상반된 결론에는 협상의 여지가 전혀 없었으나, 영국 정부의 연구비를 지원받는 농업연구위원회와 다른 과학자들은 알퍼의 대담한 주장을 함부로 받아들일 수 없었으므로 더 절충적인 디킨슨을 선호하는 경향.
그리하여 연구자들의 결론을 과학적 증거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야 말았음.
당시 새롭게 들어선 보수당 정권은 마거릿 대처와 로스차일드 경이 개혁을 추진
대학과 연구소에서 이루어지는 순수과학연구는 민간 분야의 필요와 요구에 상응하는 실용적인 연구로 전환해야 하며 과학 분야를 민영화해야 효율적인 연구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함.
당시 더 실용적인 연구에 집중한 에든버러 연구팀은 보수당의 원칙에 부합
농업연구위원회는 알퍼들에 대한 연구비 지원을 중단.
알퍼의 이론은 학계에서 퇴출되었고 콤튼의 연구자들은 흩어지고, 에든버러에는 신경병리발생연구소(Neuropathogenesis Unit)가 새로 설립.
97-98
스크래피 병원체를 둘러싼 논쟁은 매우 특이한 종결을 보임.
실험 증거나 과학적 결론과 관계없이 외부의 개입으로 논쟁이 일단락.
(2019.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