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15

팟캐스트 제안에 대하여

팟캐스트 같은 것을 같이 해보자는 사람이 몇 명 있었다. 당장 시작하자는 것은 아니고 언젠가 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정도의 제안이었다. 그런 사람들에게 나는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이 있다. 팟캐스트를 한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이 나야 하고 그런 수익이 나지 않는다면 그런 건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적은 노력으로 추억을 만들 일은 많기 때문에 굳이 팟캐스트 같은 저효율 추억 생산 방식을 취할 필요는 없다.


팟캐스트 중 최악의 형태는 대학원생들이 만드는 대학원생 같은 팟캐스트다.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을 소재를 가지고 자기들끼리만 재미있어 한다. 내가 들은 대학원생 팟캐스트 중의 최악은 <문송합니다>인가 뭔가 하는 팟캐스트였다. 패널과 게스트가 “문송합니다”라고 인사하면서 팟캐스트를 시작한다. 인문대 대학원생으로 먹고 살기 힘들다는 것이 팟캐스트 내용의 전부다. 그것 말고는 다른 내용이 없다. 무슨 연구를 하는지, 그 연구가 어떤 가치가 있는지 소개도 안 한다. 소개를 안 하는 건지 소개할 연구가 없는 건지는 모르겠다. 최근 학계의 연구 동향이라든지, 그러한 연구들의 사회적 필요성 같은 것도 없다. 그냥 신세 한탄뿐이다. 그걸 들으면서 든 생각은, 나이 먹고 저게 뭐하는 건가, 그렇게 찡찡거릴 시간에 연구를 하든가 돈을 벌든가 취업 준비를 하지, 누가 가라고 하지도 않은 인문대 대학원을 제발로 가놓고 찡찡거리나, 누가 부모를 납치하고는 대학원에 오라고 했나, 그러면 불효자를 용서하라는 말을 남기고 대학원을 안 가면 되지 나이 먹고 저게 뭐 하는 건가, 하는 것이었다. 인문대 대학원생이었던 내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니 대학원생도 아닌 사람이 그런 걸 들으면 어떤 생각을 하겠는가.


하여간 나는 팟캐스트 하자는 사람한테 세 가지를 묻는다.


첫 번째는, 어떤 주제를 다룰 것인지, 그리고 곧바로 대본으로 옮길 수 있는 것이 몇 회분 분량이나 있는지 묻는다. 일주일에 1시간짜리 한 편을 올린다고 하면 녹음 준비에 몇 시간, 녹음에 몇 시간, 편집에 몇 시간이 걸릴지 견적이 나와야 한다. 일주일에 한 편씩 올린다고 하면 1년에 50편이고 2년에 100편이다. 다른 생업을 포기하고 팟캐스트를 하지 않는 이상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물을 일주일에 꼬박꼬박 한 편씩 내놓기 어렵다. 그래서 미리 준비가 되어있어야 할 것인데, 몇 편이나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것이다. 트럭에서 통닭 파는 노점상 아저씨도 정해진 날짜마다 와서 통닭을 파는데 장사하는 사람이 일정한 시간에 납품을 해야 할 것 아닌가. 혹시 취재나 보도 같은 것이면 별도의 취재원을 섭외했느냐 등을 묻는다. 이렇게 물어보면 대부분은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답한다.


두 번째로 묻는 것은 음향이나 편집을 맡은 저임금 노동자가 있느냐는 것이다.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사람들은 음질이 안 좋으면 안 듣는다. 공무원 시험 강의도 아니고 쉴 때 잠깐 들으려고 하는 건데 음질 나쁜 것을 왜 듣는가. 음질 관리하고, 중간에 잡음 섞이는 거 빼내고, “어”, “음” 하는 소리 다 빼고, 소리 공백 있는 거 다 빼려면 별도의 인력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정상적으로 임금을 주고 고용하면 돈을 써야 하니까 저임금을 감수할 반-실업 상태에 있는 노동자나 노동자 지망생이 있느냐는 것이다. 물론, 그냥 착취를 하면 안 되고, 동업 비슷하게 해서 수익이 나면 수익을 분배하고 수익이 안 나면 폐업 처리하는 식이다. 하여간 그런 인력이 있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그런 인력도 없다고 답한다.


세 번째로 묻는 것은 광고나 회계를 맡을 사람은 있느냐는 것이다. 나처럼 직장 생활 경험이 없는 백수 말고, 투잡할 용의가 있는 직장인이 필요하다. 수익 안 날 줄 알고 괜히 개인끼리 했다가 뜻하지 않은 수익이 생겨서 수익 가지고 다툼 벌이면 푼돈에 의가 상한다. 아예 사업자 등록을 하든지 법인 같은 것을 만들고 수익 배분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광고 등 수입원 관리, 세금이나 회계 처리할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 인력이 있느냐고 물으면 그것도 없다고 답한다.


정리하자면, 방송할 인력도 없고 팟캐스트를 할 만한 마땅한 내용도 없고, 음질이나 편집을 담당할 사람도 없고, 수익 관리나 회계 처리할 사람도 없는데 팟캐스트를 하자는 것이다. 왜 사람들은 <백종원의 골목식당>에는 환호하면서 자기가 하려는 일은 이상하게 낭만적인 시선으로 보는 것인가. 낭만은 친구들 간의 우정이나 애인 간의 애정 같은 데나 필요한 것이다. 팟캐스트는 사업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팟캐스트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 이래서 식당을 개업하는 사람들이 몇 달 못 가서 망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한다.



* 뱀발: 대학원생이 하는 팟캐스트 중에 <만인만색 역사공작단>은 내용이 꽤 좋은 편이다. 한국사 전공자들이 돌아가면서 자기 전공 분야에 관한 내용을 가지고 방송하기 때문에 팟캐스트 중에서 상당히 수준이 높은 편에 속한다. 문제는 그들이 그렇게 좋은 내용을 대학원생처럼 방송해서 충분히 극적인 재미를 끌어낼 수 있는 부분에서도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심지어, 게스트가 나름대로 재미 있게 말을 하려고 시도하는데 진행자가 진도 나가야 하는데 늦어진다면서 게스트를 재촉하기도 한다. <전쟁사 문명사 세계사>가 꾸준히 40위권 안에 들지만 <만인만색 역사공작단>이 100위권이 진입하지 못하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9.01.15.)


2019/03/14

[과학사] Eamon (1985), “From the Secrets of Nature to Public Knowledge: The Origins of the Concept of Openness in Science” 요약 정리 (미완성)

     

[ William Eamon (1985), “From the Secrets of Nature to Public Knowledge: The Origins of the Concept of Openness in Science”, Minerva, 23(3): 321-347 ]
  
  
  1. Science and Secrets in the Middle Ages
  2. The Development of the Right of Intellectual Property
  3. The Tradition of Books of Secrets
  4. The Critique of “Forbidden Knowledge”
  5. Progress and Political Change
  6. The Baconian Tradition
  7. The Royal Society of London
  8. Conclusion
  
  
에이먼은 근대 과학의 특징 중 하나인 공공 지식으로서의 개방적인 과학은 고대로부터 전해진 것이 아니라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함.
과학 혁명의 중요한 기여 중 하나는 과학의 개방적인 이데올로기의 등장
에이먼은 비밀스럽고 신비로운 것으로 여겼던 자연에 대한 지식이 과학 혁명기를 기점으로 대중적이고 공개적인 것으로 변했다고 봄.
16, 17세기에 와서야 인쇄술과 같은 새로운 기술의 발달과 협력적 과학 연구를 장려하는 제도의 등장, 그리고 발견의 이득을 지켜주는 제도적 장치(저작권)가 마련되면서 대중적 지식으로서의 과학의 개념이 형성됨.
이러한 변화는 지식의 보급만이 아니라 과학과 대중 사이의 윤리도 바꿈.
  
중세 유럽에서 지식이 공개되고 보급되지 못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
하나는 인쇄술이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
인쇄술이 발달하기 이전, 지식의 전파는 직접적인 강연이나 입소문에 의해 일어남.
이 경우 정확한 전달이 어려움.
지식이 전파되는 과정에서 내용이 소실되거나 변하여 올바른 지식이 전파되지 못함.

그러나 의사소통의 문제만이 지식의 전파를 막고 있었던 것은 아님.
둘째 이유는 중세 유럽의 학자들이 지식의 무분별한 전파를 의도적으로 막은 것.
중세의 학계는 비밀스러운 연구 전통을 지님.
그들은 쉽게 구할 수 없는 고대 그리스나 이슬람 문헌을 연구했고, 그 중 아리스토텔레스 위작 『비밀 중의 비밀』(Secretum secretorum)이 가장 영향력이 큰 문헌이었음.
이 문헌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알렉산더에게 보낸 편지의 형식을 띈 국정 운영을 위한 핸드북으로 시작함.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사람의 주석이나 변형 때문에 원래의 도덕적・정치적 내용에 의학, 천문학, 골상학, 연금술, 마법과 같은 주술적인 주제나 과학적인 주제가 붙어서 백과사전과 같은 것이 됨.
중세인들은 이 책을 아리스토텔레스가 자연 지식을 이용하여 물질계에 무한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선언하는 것처럼 이해함.
중세 학자들은 자격이 없는 자에게는 지식을 전해서는 안 된다고 여겨서 자연 지식을 비밀스럽게 연구했던 것.
  
비밀은 12세기 이후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다.
중세 초 모든 지식이 비밀
12세기 이후에는 자연철학과 논리로 설명되기 힘든 것들이 비밀로 치부되기 시작함.
“오컬트”로 불렸던 자석의 힘이나 약의 효능과 같이 논리적 설명이 힘들고 특별한 훈련을 받은 이들의 감각과 경험에 의존하여 찾아낼 수밖에 없는 잡다한 지식이 비밀이 됨.
이는 12세기 이후의 학자들이 각종 자연의 비밀과 신비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하면서도 실험을 계속 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
중세의 학자들은 고대의 문헌을 읽을 뿐 아니라 문헌 속의 지식을 검증하려고 함.
그 대표적인 예가 로저 베이컨.
베이컨의 사례는 중세 학자들이 실험과 경험을 통해서만 감지할 수 있고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점차 비밀이라 부르게 되었음을 보여줌.
  
비밀은 중세를 지나 과학혁명기에 다시 한 번 달라짐.
지식과 기술을 신비화하고 독점하려고 했던 중세의 학자들과 기술자들과는 달리, 과학 혁명기의 학자들은 지식이 공유되어야만 과학이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믿음.
자연 지식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게 된 것.
우선 저작권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변함. 더 이상 지식이나 기술을 비밀스럽게 감출 필요가 없어진 것.
과학혁명기의 학자들은 활발한 서신 교환과 출판을 통한 공동 연구를 통해 과학이 더 발전 할 수 있다고 봄.
에이먼은 프랜시스 베이컨을 비롯한 이 시기의 사람들이 자연철학을 정당한 소유자인 사람들의 손에 돌려놓았다고 평가함. 비밀스럽게 이루어지던 과학 연구와 숨겨졌던 자연에 대한 지식이 모두에게 공개될 수 있었기 때문.
  
  
(2018.11.17.)
   

2019/03/13

[국방TV] 순삭밀톡 - 씨네마웨폰 (이세환 기자)

      

장첸, 니 이거 보고 도끼질 배운거 아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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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7.)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예언한 알라딘 독자 구매평 성지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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