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같은 것을 같이 해보자는 사람이 몇 명 있었다. 당장 시작하자는 것은 아니고 언젠가 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정도의 제안이었다. 그런 사람들에게 나는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이 있다. 팟캐스트를 한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이 나야 하고 그런 수익이 나지 않는다면 그런 건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적은 노력으로 추억을 만들 일은 많기 때문에 굳이 팟캐스트 같은 저효율 추억 생산 방식을 취할 필요는 없다.
팟캐스트 중 최악의 형태는 대학원생들이 만드는 대학원생 같은 팟캐스트다.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을 소재를 가지고 자기들끼리만 재미있어 한다. 내가 들은 대학원생 팟캐스트 중의 최악은 <문송합니다>인가 뭔가 하는 팟캐스트였다. 패널과 게스트가 “문송합니다”라고 인사하면서 팟캐스트를 시작한다. 인문대 대학원생으로 먹고 살기 힘들다는 것이 팟캐스트 내용의 전부다. 그것 말고는 다른 내용이 없다. 무슨 연구를 하는지, 그 연구가 어떤 가치가 있는지 소개도 안 한다. 소개를 안 하는 건지 소개할 연구가 없는 건지는 모르겠다. 최근 학계의 연구 동향이라든지, 그러한 연구들의 사회적 필요성 같은 것도 없다. 그냥 신세 한탄뿐이다. 그걸 들으면서 든 생각은, 나이 먹고 저게 뭐하는 건가, 그렇게 찡찡거릴 시간에 연구를 하든가 돈을 벌든가 취업 준비를 하지, 누가 가라고 하지도 않은 인문대 대학원을 제발로 가놓고 찡찡거리나, 누가 부모를 납치하고는 대학원에 오라고 했나, 그러면 불효자를 용서하라는 말을 남기고 대학원을 안 가면 되지 나이 먹고 저게 뭐 하는 건가, 하는 것이었다. 인문대 대학원생이었던 내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니 대학원생도 아닌 사람이 그런 걸 들으면 어떤 생각을 하겠는가.
하여간 나는 팟캐스트 하자는 사람한테 세 가지를 묻는다.
첫 번째는, 어떤 주제를 다룰 것인지, 그리고 곧바로 대본으로 옮길 수 있는 것이 몇 회분 분량이나 있는지 묻는다. 일주일에 1시간짜리 한 편을 올린다고 하면 녹음 준비에 몇 시간, 녹음에 몇 시간, 편집에 몇 시간이 걸릴지 견적이 나와야 한다. 일주일에 한 편씩 올린다고 하면 1년에 50편이고 2년에 100편이다. 다른 생업을 포기하고 팟캐스트를 하지 않는 이상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물을 일주일에 꼬박꼬박 한 편씩 내놓기 어렵다. 그래서 미리 준비가 되어있어야 할 것인데, 몇 편이나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것이다. 트럭에서 통닭 파는 노점상 아저씨도 정해진 날짜마다 와서 통닭을 파는데 장사하는 사람이 일정한 시간에 납품을 해야 할 것 아닌가. 혹시 취재나 보도 같은 것이면 별도의 취재원을 섭외했느냐 등을 묻는다. 이렇게 물어보면 대부분은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답한다.
두 번째로 묻는 것은 음향이나 편집을 맡은 저임금 노동자가 있느냐는 것이다.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사람들은 음질이 안 좋으면 안 듣는다. 공무원 시험 강의도 아니고 쉴 때 잠깐 들으려고 하는 건데 음질 나쁜 것을 왜 듣는가. 음질 관리하고, 중간에 잡음 섞이는 거 빼내고, “어”, “음” 하는 소리 다 빼고, 소리 공백 있는 거 다 빼려면 별도의 인력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정상적으로 임금을 주고 고용하면 돈을 써야 하니까 저임금을 감수할 반-실업 상태에 있는 노동자나 노동자 지망생이 있느냐는 것이다. 물론, 그냥 착취를 하면 안 되고, 동업 비슷하게 해서 수익이 나면 수익을 분배하고 수익이 안 나면 폐업 처리하는 식이다. 하여간 그런 인력이 있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그런 인력도 없다고 답한다.
세 번째로 묻는 것은 광고나 회계를 맡을 사람은 있느냐는 것이다. 나처럼 직장 생활 경험이 없는 백수 말고, 투잡할 용의가 있는 직장인이 필요하다. 수익 안 날 줄 알고 괜히 개인끼리 했다가 뜻하지 않은 수익이 생겨서 수익 가지고 다툼 벌이면 푼돈에 의가 상한다. 아예 사업자 등록을 하든지 법인 같은 것을 만들고 수익 배분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광고 등 수입원 관리, 세금이나 회계 처리할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 인력이 있느냐고 물으면 그것도 없다고 답한다.
정리하자면, 방송할 인력도 없고 팟캐스트를 할 만한 마땅한 내용도 없고, 음질이나 편집을 담당할 사람도 없고, 수익 관리나 회계 처리할 사람도 없는데 팟캐스트를 하자는 것이다. 왜 사람들은 <백종원의 골목식당>에는 환호하면서 자기가 하려는 일은 이상하게 낭만적인 시선으로 보는 것인가. 낭만은 친구들 간의 우정이나 애인 간의 애정 같은 데나 필요한 것이다. 팟캐스트는 사업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팟캐스트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 이래서 식당을 개업하는 사람들이 몇 달 못 가서 망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한다.
* 뱀발: 대학원생이 하는 팟캐스트 중에 <만인만색 역사공작단>은 내용이 꽤 좋은 편이다. 한국사 전공자들이 돌아가면서 자기 전공 분야에 관한 내용을 가지고 방송하기 때문에 팟캐스트 중에서 상당히 수준이 높은 편에 속한다. 문제는 그들이 그렇게 좋은 내용을 대학원생처럼 방송해서 충분히 극적인 재미를 끌어낼 수 있는 부분에서도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심지어, 게스트가 나름대로 재미 있게 말을 하려고 시도하는데 진행자가 진도 나가야 하는데 늦어진다면서 게스트를 재촉하기도 한다. <전쟁사 문명사 세계사>가 꾸준히 40위권 안에 들지만 <만인만색 역사공작단>이 100위권이 진입하지 못하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9.01.15.)